소설리스트

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351화 (351/351)

제351화

351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피비린내가 가득 한 전장에 한 남자는 절망 어린 눈빛으로 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신이시여.”

“네놈들이 믿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의 비웃음을 들으며 남자의 목이 베였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법이었지만 산 자와 죽은 자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법이었다.

죽지 않으려 도망가는 산 자들은 자신들이 패배를 했다는 것에 절망했다.

하지만 절망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후퇴하라! 후퇴!”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싸우지 않으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기에 꿈틀대어 보기라도 하려는 심정으로 조잡하기 짝이 없는 무기를 들었다.

“모든 것이 끝났어. 모든 것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잉글랜드는 이제 영원히 해가 뜨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라 한탄을 했다.

물론 패배자 쪽의 생각일 뿐 패배자들을 죽여 나가는 승리자들은 영광이 영원하게 이어질 것이라 여겼다.

“영광의 신이 우리와 함께한다!”

마지막 남은 반란군을 제압하면 이제 영국 땅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었다.

위대한 신을 따르며 고통도 불안함도 없는 영원의 세계가 열리게 될 것이었다.

“영원의 세계에 네놈들 따위는 필요 없다!”

이제 곧 끝날 싸움의 끝에 기이한 형색의 한 무리가 나타났다.

반란군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무리였다.

하지만 이제 곧 반란군을 완전히 뿌리 뽑을 순간이었기에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 작은 여자아이 그리고 이마에 뿔이 달린 말과 작은 강아지 한 마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전부 죽여라!”

곰과 같은 기사들이었다.

키는 2미터가 넘어갔고 몸무게는 200kg가 족히 넘어갈 것 같았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근대 시대의 강철 갑옷을 입고 1미터는 훌쩍 넘을 커다란 검을 든 사내들은 과거 역사에 나오던 기사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몸은 한없이 날래고 힘 또한 장정 서너 명은 가볍게 제압을 할 수 있을 만했다.

익스퍼트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들은 익스퍼트로 불리기를 원치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성기사인 팔라딘이라 부르길 원했다.

그들은 성직자들과 함께 신을 섬겼고 신은 그들에게 성스러운 힘을 내렸다.

신의 영광을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트리는 것이 팔라딘들의 임무였다.

그렇게 거치적거리는 것들을 단번에 부숴 버리기 위해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신의 영광을 위해!”

단단한 강철검으로 쪼개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렇게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내의 머리를 짓이기려는 순간 단단한 강철 검이 잘려 나갔다.

“네놈들이 모시는 사도를 만나고 싶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의문 따위를 가질 필요는 없었다.

동양인이 무슨 말을 한 것 같았지만, 불경스러운 입을 머리통째로 날려 버리면 그만이었다.

머리통만 한 커다란 주먹이 빠르게 휘둘러져 왔다.

이번에는 불경스러운 자도 죽음이라는 속죄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머리에 뇌가 없는 뮤턴트인가?”

창수는 기사의 한쪽 발목을 걷어찼다.

과득!

단단한 갑옷의 외피가 있었지만 그 갑옷의 외피를 뚫고 들어간 충격은 기사의 발목을 부러트리는 것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또 다른 팔라딘 하나가 철퇴를 들고서는 창수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 왔다.

대화 좀 나눌 생각이었지만 상대는 전혀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는 듯했다.

가볍게 은색의 갑옷에 신발 자국을 음각으로 눌러 주었다.

족히 20여 미터는 왔던 길로 날아갔다.

일반인이었다면 즉사를 했겠지만, 내장 파열과 함께 입에서 피를 토하는 것 정도로 끝났다.

발목이 날아가고도 적의를 보이며 팔을 뻗어 오는 팔라딘의 팔을 발로 내려찍어 으스러트렸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영영 불구가 될 만한 부상이었지만 상대는 고통도 느끼지 않는지 부러지지 않은 다른 팔로 덤벼 왔다.

팔다리를 다 부러트려도 몸으로 기어와 이빨로 물어뜯을 기세였다.

물론 그런 공격에 당해 줄 창수도 아니었으니 몸통을 후려쳐서는 20여 미터 뒤로 날려 버렸다.

역시나 갈비뼈들은 으스러지고 부러졌다. 몇몇 갈비뼈들은 내장을 찔렀을지도 몰랐다.

“죽여라!”

“하여간 들어 처먹질 않네.”

아무래도 전투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인 듯했다.

창수는 별수 없이 수백 명의 팔라딘들을 전부 때려눕혔다.

“그 익스퍼트라는 자들보다는 강하군.”

유럽에서 보았던 익스퍼트라는 존재들보다 훨씬 강했다.

물론 힘이 강해진 만큼 머리는 나빠졌는지 이 정도로 두들겨 팼으면 겁이라도 먹어야 했건만 그런 것도 없는 듯했다.

“나타샤.”

“예.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타샤는 창수가 팔라딘들을 전부 죽여 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다.

죽어 버리면 그녀의 능력으로도 자신의 기운을 소모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팔다리가 전부 부러지고 폐에 갈비뼈가 찔린 듯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는 팔라딘들을 보며 나타샤는 자신의 기운을 쏟아내었다.

창수만큼은 아니었지만 일반인들보다 훨씬 자신의 기운을 많이 담아낼 수 있는 신체들이었다.

나타샤는 매우 밝은 미소를 지으며 팔라딘들을 한 명 한 명 치료를 했다.

그렇게 성스러운(?) 빛을 뿜어내며 치료를 해 주는 나타샤의 모습에 팔라딘들은 달아올랐던 머리가 식는지 잠잠해졌다.

“하아! 하아! 하아! 더 이상은 힘들어요.”

백여 명의 팔라딘들을 전부 치료하지는 못했다.

남은 이십여 명의 팔라딘들의 몸에 쏟아낼 기운이 없던 나타샤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창수에게 박살이 났던 팔라딘들 중에 한 명이 창수에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이제 대화를 할 생각이 드는 건가.”

“반란자들로 오해를 했습니다.”

“그대들이 모시는 사도를 만나고 싶다.”

“엘리제 님을 말씀이십니까?”

“엘리제?”

팔라딘들이 따르는 존재의 이름인 듯했다.

이름에서부터 여성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마법사의 땅을 찾고 있네. 사도들의 수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창수의 힘과 능력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막는다고 해도 소용없음을 안 팔라딘들은 창수에게 이야기를 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엘리제 님께 전하겠습니다.”

열두 명의 팔라딘들이 한곳에 모여서는 무언가를 하는 듯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하얀 가루를 한곳으로 모으고 그 가루에 자신들의 피를 뿌렸다.

그러자 푸른빛이 하늘 위로 치솟았다.

꽤나 신기한 일이었다.

이내 푸른빛 사이에서 프랑스에서 보았던 성직자의 복장을 하고 있는 사내 하나가 나타났다.

“포털 같은 건가?”

“호오! 신기한 걸 보네.”

창수의 일에 별 도움을 주지 않던 빅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포털과 같은 푸른빛에서 나온 성직자는 창수의 일행을 바라보고서는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13번째 사도시여.”

창수는 자신들이 찾아올 줄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성직자의 말에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면 영국으로 왔을 때, 아니, 유럽으로 왔을 때부터 자신들을 맞이해야 했을 터였다.

“시험은 통과한 건가?”

“엘리제 님께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성직자는 창수의 일행에게 따라오라는 말을 하고서는 푸른빛이 나는 곳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런 성직자를 따라 푸른빛이 나는 곳으로 들어간 창수의 일행은 주변의 풍경이 달라지며 거대한 성안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버킹검 궁전인가?”

직접 가 본 적은 없었지만 사진으로는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자신이 보았던 사진 속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었지만, 창수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팔라딘들과 성직자들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았다.

더욱이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장 기운을 꽤나 소모한 나타샤의 몸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세라핌도 불편한지 힘겨워하고 있었다.

명백하게 함정임을 알 수 있었지만, 하품을 하고 있는 빅을 보고서는 버킹검 궁전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입구에는 다른 성직자들과 옷의 색상만 다른 남자가 창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옆에는 팔라딘들과 역시나 갑옷의 색상이 다른 이도 있었다.

굳이 복장으로 구분을 주지 않아도 궁전의 입구에 서 있는 두 존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다른 이들과 차원이 달랐다.

“그대들을 다 죽여야 그대들의 주인을 볼 수 있는 건가?”

“엘리제 님께서는 13번째 사도가 사악한 존재라 하셨습니다. 세상의 영광에 해만 될 뿐인 존재이니 13번째 사도는 올바른 길로 인도하시라 하셨습니다.”

대화를 나눠 볼 필요도 없다는 듯한 이들의 반응에 창수는 별수 없다는 듯이 아룬의 검을 빼 들었다.

“그동안 꽤나 힘을 억제하고 있었는데. 더는 필요가 없을 것 같군. 하긴, 굳이 왜 그랬는지 알 필요는 없긴 하지만. 직접 들을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

“그대가 엘리제 님을 직접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과연 그럴까?”

창수는 비웃었다.

하지만 희망적이진 않았다.

“주인. 나는 이제 그만 가 볼게. 참! 세라핌의 안전은 걱정하지 말고.”

빅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창수도 알고 있었다.

빅은 세라핌을 붙잡아서는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치는 건 내가 가르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아! 나는 주인이 원하는 세상을 바라진 않아. 주인을 정말 좋아하지만, 인간을 증오하고 있거든. 하지만 주인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으니 전 세계에 아담을 잔뜩 만들어 놓을게.”

빅의 말에 창수는 시큰둥하게 아룬의 검을 들어서는 버킹검 궁전의 반대쪽에 있는 길인 더 몰을 향해 던졌다.

파공성을 일으키며 길을 막고 있던 팔라딘들과 성직자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날아갔다.

순식간에 생긴 통로였다.

“나타샤, 나중에 찾아갈 테니까. 유니콘 타고 가 있어.”

“예. 기다릴게요.”

나타샤는 유니콘에 올라탔다.

언제 만날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은 이 싸움에 방해만 될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나타샤를 태운 유니콘이 빠르게 포위망을 뚫고서는 사라졌다.

팔라딘과 성직자들도 창수만 노리는 것인지 유니콘과 나타샤가 도망을 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빅! 나중에 보면 혼날 각오 단단히 해라.”

“히히! 알았다고, 주인. 그래도 조금 도움은 줄게.”

빅은 세라핌을 한 손으로 움켜쥔 채로 허공에서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서는 곧장 버킹검 궁전을 향해 브레스를 뿜어내었다.

버킹검 궁전이 잿더미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창수의 손으로 아룬의 검이 되돌아왔고, 창수는 자신을 짓누르는 기운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끼며 팔라딘들과 성직자들을 죽여 나갔다.

“주…… 죽여라!”

예정되었던 싸움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싸움은 영원한 싸움이라고 했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그것이 중요한가요? 우리는 신이 되고자 할 뿐이고 당신은 우리를 방해하려는 것인데.”

“결국 탐욕인가? 그 탐욕이 지구 사람들의 목숨값보다 중요했던가?”

“당신도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있는 건 똑같지 않나요? 그리고 어차피 이루어질 진화. 세계수는 수많은 진화 속에서 궁극의 생명체를 만들어내기를 원하고 있어요. 그게 우리일지 아니면 당신일지 그것도 아니면 당신의 애완동물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창수는 엘리제를 향해 아룬의 검을 겨누며 물었다.

“세계수가 있는 곳을 말해.”

“이미 늦었어요.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세계수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봉인하겠다.”

“과연 할 수 있을까요?”

“못 할 것도 없지.”

우유니 소금 사막 때처럼 봉인을 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좋아요. 한번 해 보세요.”

엘리제는 순순히 창수에게 세계수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다.

엘리제가 알려 준 장소로 향한 창수는 그곳에서 아직 어린 세계수의 묘목을 보고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지구 깊숙이 뿌리 내린 세계수의 묘목은 엘리제의 말처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그 누구도 사용을 할 수 없도록 봉인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직접 지켜야 할 터였다.

문제는 세계수의 강력한 힘으로 인해 창수는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창수는 세계수의 묘목이 있는 곳으로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요새를 만들고 세계수에서 나오는 더스트와 자신의 피로 가디언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그 누구도 접근을 하지 못하게 만든 뒤에 세계수를 없앨 방법을 찾기로 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엘리제와 같은 자들에 의해 이용당하게 놔둘 수 없었다.

“엘리제, 그자의 뒤에 또 다른 무언가가 더 있다.”

창수는 엘리제가 하수인에 불과할 뿐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첫 번째 사도가 아직 어린 세계수의 묘목이 완전히 성장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세계수의 어린 묘목의 더스트로는 신이라고 할 만한 궁극의 진화체가 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왜 세계수의 묘목을 자신에게 넘긴 것인지 잠시 의아함이 들었지만 이내 창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못 이길 것 같아서 그런 거겠지.”

창수가 엘리제 뒤의 존재를 느낀 이유는 세계수의 근처에 강한 힘의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세계수의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면 창수와 필연적으로 싸우게 될 터였고, 그러면 창수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기에 물러선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았기에 창수는 팔라딘들이 사용했던 포털을 떠올리고서는 세계수의 더스트들을 모아 연구 끝에 마법사의 땅의 입구를 대한민국의 터널과 연결을 해 버렸다.

영국 땅에서는 절대 들어올 수 없고, 오직 대한민국의 지리산에 있는 한 터널로만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시간만 번 꼴이었기에 창수는 세계수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 * *

“여기가 유럽인가?”

몇 년 뒤, 용사라 불리는 이가 대서양을 건너왔다.

그렇게 발을 내디딘 용사의 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났다.

“사악한 마신의 음모로부터 세상을 구원해 주세요, 용사님.”

“누…… 누구시죠?”

최현은 자신의 이름이 엘리제라는 여인으로부터 꽤나 충격적인 진실을 듣게 되었다.

믿기 어려운 진실이었지만 세계수라는 이름의 나무가 세상의 진화에 관여되어 있는데 한 사악한 존재가 이 세계수를 독차지해서는 끔찍한 짓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이 위대한 군인인 최창수의 아들임을 알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그리고 저희 아버지도 알고 계신다구요?”

“예!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지키고자 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악한 존재로부터 세상을 구원해 주세요.”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나는 여인은 용사 최현에게 세상을 구원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에 최현은 고민을 했다.

뉴욕에서 기이한 존재들이 있다는 말에 뉴욕에 왔다가 남미로 가려던 것이 대서양을 넘어 유럽으로 왔었던 것이다.

“그 사악한 존재가 어디에 있죠?”

“아직 당신의 능력으로는 그 사악한 존재를 쓰러트릴 수 없습니다. 당신의 아버지 또한 그 사악한 존재에게 사로잡히셨습니다.”

“뭐라고요? 아버지께서 여기에 왔었다는 말입니까?”

최현은 자신의 아버지가 이곳에 왔었으며 사악한 존재와 싸웠다는 말에 당장에라도 사악한 존재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개죽음에 불과할 뿐이라는 엘리제라는 여인의 만류와 함께 실제로 마법사의 땅의 입구를 지키고 있던 가디언에게 패배하면서 최현은 자신의 부족한 힘을 절감해야만 했다.

거기에 더해 인간과 뮤턴트들을 아담이라고 부르는 끔찍한 괴물로 만드는 사악한 존재에 최현은 엘리제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악한 마룡을 쓰러트리셔야 합니다.”

“사악한 마룡?”

“예. 사악한 마룡. 사악한 존재의 부하입니다. 세상을 짐승들의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존재들입니다.”

사악한 마룡 또한 지금의 최현에게는 너무나도 강력한 존재였기에 최현은 강해져야만 했다.

더욱이 마법사의 땅이 빛줄기와 함께 그 어떤 존재도 들어올 수 없게 되자 엘리제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이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엘리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신탁을 받았다.

“동쪽의 끝. 과거 한국이라 불리던 땅에 마법사의 땅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생겼습니다.”

“동쪽 끝이요?”

“예. 그곳에 가셔야만 사악한 존재를 쓰러트리고 세계수를 해방시킬 수 있습니다.”

창수가 만든 봉인을 알아차린 신이라는 존재가 최현을 이용해 창수를 쓰러트리고자 한 것이다.

세계수의 영향을 받아 점차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을 창수였으니 자신의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 여긴 신이 되고자 하는 자였다.

최현은 그러한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로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한 모험이었지만 수백 년 이상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존재들이었다.

* * *

-이곳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지켜야 한다.-

“최 원사님?”

-반드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만 해.-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목소리였다.

뮤턴트들을 모아 인간들과 싸우고 있던 아룬은 창수의 목소리에 놀랐다가 어떻게 된 것인지 창수가 있는 곳과 공간적으로 이어지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대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창수가 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창수는 인간들이 모두 없어져야 세계수가 비활성화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아담이 완전히 사라지고 인간들의 세상이 되었을 때 세계수가 잠이 든 것처럼 인간들이 완전히 사라져야 이번 세계수도 잠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꽤나 당혹스러운 일이었지만 신이 되고자 하는 자를 막으려면 인간들을 완전히 멸망을 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늘어나는 아담들과 아담을 인간으로 변이시키는 벼룩 뮤턴트라면 다시 인간들의 세상을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창수는 고민을 해야 했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창수로서도 알 수 없었지만, 창수는 인간들의 세상을 다시 한 번 열기로 했다.

* * *

수십만 년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 많은 일들은 땅속에 파묻혀 있었다.

한 고고학자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찾았습니다! 교수님! 고생물 표본입니다!”

“찾았나? 어디 보자!”

교수는 고생물 표본을 발견했다.

뼈만 남은 고생물은 먼 과거의 흔적을 현대에 내보여 주고 있었다.

“이거라면 아주 먼 과거의 지적 생명체의 증거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 증거로는 충분하지.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단 말이지.”

교수와 학생으로 보이는 고고학자들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각종 고생물 표본과 각종 증거들에 생각보다 훨씬 고등의 문명을 가진 존재들이 지구상에 존재했다고 생각했다.

화석과 유적들을 통해 과거를 아주 살짝 엿볼 수만 있었다.

“이봐요! 거기 조심해서 파세요!”

고고학자들은 땅을 파는 인부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한 인부가 고대 문명의 금속 조각을 만졌다.

“아룬.”

그 금속 조각이 무엇인지 아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이내 목구멍 안쪽으로 삼켜졌다.

남자의 귀에 고고학자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고대의 존재들이 지금까지 살아 있지는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 존재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 말게. 최소 수십만 년 전의 흔적이야. 이미 우리 인류는 호모 아담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네. 그 전의 문명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어. 중요한 것은 아담이 이 고대 문명의 멸망에 어떤 연관이 있느냐는 것이지.”

고고학자들의 대화에 인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신인류는 고대 문명의 존재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완결>

작가의 말

지금까지 <최강 군인은 살아남기로 했다>를 사랑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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