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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현석아!!! (11/210)


11화 : 현석아!!!
2021.07.26.


현판을 확인한 순간, 진천우는 자신이 중요한 걸 깜빡했다는 걸 깨달았다.

‘몸을 못 움직이는데 어떻게 ‘예’를 누르지?’

다행히 그는 곧 적천석을 사용할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어쩐지 저번에 너무 쉽게 금이 간다 싶더니.’

본래 옥의 세기는 조금 세게 쥐었다고 금이 나지 않는다.

거기에 금이 간 홍옥을 손에서 놓자 즉시 복원된 걸 생각하면…….

우당탕!

장 의원은 여전히 선반을 뒤지느라 바빠,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틈에 해야 한다!’

진천우가 천천히 몸을 들었다.

“……!”

점혈 중 억지로 움직인 탓에 격통이 밀려왔다.

그러나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이 지금부터 할 미친 짓에 비하면!

또륵!

그의 소매에서 홍옥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직후!

쿵!

“음?”

느닷없이 바닥을 내려치는 소리에 장 의원이 고개를 돌렸다.

부들부들!!

진천우가 바닥에 엎드린 채 몸을 사정없이 떨고 있었다.

‘흥! 아주 발악을 하는군.’

장 의원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점혈은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만 더할 뿐.

그것보단 당장 보옥을 찾는 게 먼저였다.

우당탕탕!

그가 선반의 여섯 번째를 비우는 사이, 진천우의 눈에 새로 바뀐 현판의 내용이 똑똑히 보였다.

[적천석을 사용합니다.]

* * *

사라락!

제 몸을 찍어 박살 낸 홍옥 가루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서고에서 흩날려 사라졌다.

적천석이 사라지자 현판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다.

그건 전에 본 바로 그 ‘나무’ 그림이었다.

“…….”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방해가 없었다.

나무 그림은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글자와 선으로 이뤄진 도표였다.

도표 맨 위에 푸른 단어가 몇 개 보였고, 그 아래로 다른 단어가 갈라져 내려왔다.

예를 들면, 의선비록 아래에는 요상절초 십팔수와 식의가 있었다.

‘전부 이전에 타이쿤 보상으로 받은 스킬들…… 아니, 전부는 아닌가?’

보상으로 받은 적 없는 스킬이 하나 보였다.

그건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이었다.

[적천석을 사용하면 미습득 스킬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적천석으로 습득할 수 있는 스킬은 기존에 익힌 스킬 트리와 관계된 일부 스킬뿐입니다.]

[현재 사용자가 적천석으로 익힐 수 있는 스킬은 ‘1개’입니다.]

‘제약이 있었나?’

현판 아래에 설명이 추가되었다.

진천우가 이를 읽고 표정을 굳혔다.

‘하마터면!’

기껏 얻은 보상을 생으로 날릴 뻔했다.

그리 생각하면, 적천석을 얻은 직후 장 의원이 나타난 게 호재가 되었다.

설명대로라면, 조금 전까지 적천석으로 익힐 수 있는 스킬은 ‘하나도 없음’이었다.

그럼 그사이 생긴 스킬은?

바로 점혈(點穴)이었다.

[스킬 ‘해혈(解穴)’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해혈은 점혈을 푸는 기술.

즉, 점혈 당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이었다.

[스킬 ‘해혈’을 습득했습니다.]

툭! 투툭!

스킬을 익히자, 목과 등에 불쾌한 소리가 울렸다.

그 뒤, 손끝이 움직여졌다.

‘됐다!’

진천우는 점혈이 풀렸다고 바로 소리치거나 일어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눈알을 굴렸다.

후두둑!

장 의원은 아직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 틈에 결정해야 한다.’

달아날 건지, 소리칠 건지.

‘아니면 둘 다 하든지.’

운이 좋으면, 놀란 장 의원이 알아서 달아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건 가장 좋은 결과가 아니었다.

최상의 결과는, 내 목소리를 듣고 몰려온 진가의 무사들이 그를 사로잡는 것.

‘하지만 최악은…….’

진천우가 다시 눈알을 돌렸다.

그의 시야에 쓰러진 현석이 보였다.

‘녀석이 도망치면서, 홧김에 현석을 죽이는 거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게다가 자신은 한 번 큰 실수를 하면서, 장 의원보다 더욱 철저해지기로 결심했다.

‘무엇 하나 놈에게 당하지 않을 거다.’

이 위기를 넘기는 건 물론이고, 녀석도 반드시 사로잡아야 한다.

절대 이대로 당한 채, 넘어가 줄 수 없었다.

‘생각해라! 떠올려라!’

“……아!”

그 순간, 답이 떠올랐다.

* * *

“빌어먹을!”

우당탕!

장 의원이 선반 맨 아래, 목함들을 패대기쳤다.

여기에도 보옥은 없었다.

“말해라!”

그가 진천우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어찌나 화가 났는지 머리에 피가 쏠렸다.

이 상태로는 냉정히 생각할 수 없었다.

“말하라니까!”

장 의원은 더욱 거칠게 진천우를 흔들었다.

그러나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이 아혈을 점해 진천우의 입을 막은 걸 깨달았다.

“크흠! 내가 잠시 흥분했군.”

그가 헛기침과 함께 손을 움직였다.

이때, 다른 한 손은 여전히 멱살을 잡고 있었다.

즉, 본의 아니게 두 손이 묶이게 된 것.

이 기회를 놓칠쏘냐!

퍽!

“억?!”

진천우가 전력으로 발을 날렸다.

참고로 그는 멱살 잡혀 공중에 매달린 상태.

그 상태로 발을 뻗었다?

양물을 공격당한 장 의원이 그대로 무너졌다.

무공은 분명 대단한 힘이나, 그것만으로 무적이 되진 않는다.

적어도 장 의원은 그만한 실력이 없었다.

‘만일 네가 정말 대단한 고수라면, 처음 현석의 기습에 당하지 않았겠지!’

“네…… 네놈이 어떻게 내 점혈을 풀 수…….”

그가 할 수 있는 건, 간신히 고통을 참고 궁금한 걸 묻는 정도.

그것도 대단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진천우는 첫 일격이 성공하자마자 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는 제 몸이 얼마나 약한지 알았다.

맨손만 휘두르는 건 한계가 있었다.

아쉽게도 서고에는 날붙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기기긱!

“그, 그건?!”

육중한 뭔가가 바닥을 끌었다.

불길한 소리에, 장 의원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진천우가 양손으로 그것을 단단히 쥐었다.

“뒈져!”

그리고 휘둘렀다.

여기 서고에서 가장 무거운 의자를.

“웃기지 마라!”

장 의원이 바로 몸을 날렸다.

아무리 급소를 당했지만, 순순히 의자 공격에 맞아줄 순 없었다.

그런데.

“뭣?! 몸이!?”

몸이 꿈쩍하지 않았다.

단순히 움직임이 굼뜬 게 아니었다.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점혈 당한 것처럼!

[사기꾼의 장강혈(長强穴)을 점혈했습니다.]

[스킬 ‘점혈’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본래 점혈은 내공을 동반하지 않으면 즉효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 말은, 어쨌든 내공이 없어도 강하게 자극하면 효과가 있다는 소리.

원래부터 진천우는 혈도 전도를 읽어, 인체의 혈을 속속들이 숙지했다.

장강혈은 꼬리뼈와 항문 사이 혈.

겸사겸사 장강혈과 함께 고환혈(睾丸穴)도 강하게 자극했으니, 효과가 없을 수 없었다.

퍽!

의자가 장 의원의 머리를 가격했다.

퍽퍽!

당연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퍽퍽퍽!

무거운 의자는 사기꾼의 온몸을 두들겼다.

“이 자식!”

역시 내공을 더하지 않은 점혈은 효과가 작았다.

장 의원은 어느새 장강혈의 점혈을 풀고 몸을 날렸다.

그러니까, 몸을 날리려고 했다.

“어째서?!”

여전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점혈을 풀었는데?’

“설마 내가 점혈을 한 번만 하고 끝낼 거라 생각했나?”

장 의원이 말도 안 된다며 발악했다.

“분명 네놈이 내 장강혈을 때린 다음, 따로 점혈한 적이 없는데?!”

“점혈한 적이 없기는!”

퍽!

진천우가 해맑게 웃으며, 또 의자를 휘둘렀다.

정확히 뒷목을 가격했다.

[아문혈(瘂門穴)의 점혈을 시도합니다.]

아문혈은 목 뒤, 오목하게 파인 곳.

진천우는 무려 의자로 점혈을 시도했다.

당연히 의자를 쓰면 맨손보다 스킬이 먹히지 않았다.

[점혈이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상관?

퍽퍽퍽!

부족한 성공률은 횟수로 극복하면 그만!

의자로 세 번 연달아 뒷목을 후려치자,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사기꾼의 아문혈(瘂門穴)을 점혈했습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익숙하지 않은 도구로 점혈에 성공하면 숙련도가 배로 오릅니다.]

[스킬 ‘점혈’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큭!”

점혈이 성공하자 장 의원이 오만상을 썼다.

아직 장강혈 다음에 걸린 점혈도 풀지 못했다.

점혈이 중첩되자 몸이 몇 배로 무거워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제 몸의 점혈을 풀고 진천우를 부숴버리겠다며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세 번째 점혈을 거는 동안 두 번째 점혈을 풀지 못한 시점에서 승부는 난 거나 다름없었다.

[사기꾼의 단중혈(膻中穴)을 점혈했습니다.]

[의자를 사용해 점혈했기 때문에,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진천우는 점혈을 성공시킬 때마다 숙련도가 눈에 띄게 올랐다.

숙련도가 올랐다는 건, 점혈 성공률과 세기도 증가한다는 소리.

퍽퍽!

의자가 쉬지 않고 상하 운동했다.

퍽퍽퍽!

“이놈!”

퍽퍽퍽퍽퍽!!

“이……!”

말 그대로 쉬지 않고!

퍽!!!

마무리 일격.

으지직!

때리는 의자까지 박살 났지만, 점혈은 문제없었다.

[사기꾼의 기해혈(氣海穴)을 점혈했습니다.]

[의자를 사용해 점혈했기 때문에,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장 의원은 중첩 횟수가 열 번이 넘은 다음부터는 아예 눈도 뜨지 못했다.

진천우가 확실히 점혈이 중첩된 걸 확인하고, 바로 몸을 돌렸다.

“현석아!”

사기꾼을 의자로 미친 듯이 후려 팬 건 단순히 화풀이 때문이 아니었다.

“잠시! 잠시만!!”

툭! 툭툭!

즉시 현석의 몸에 손가락을 찔렀다.

점혈은 몸을 조정하는 기술.

이를 극단적으로 사용하면, 말을 못 하게 하거나 몸을 굳힐 수 있다.

하지만 무림에서 점혈의 주된 용도는 따로 있었다.

스윽!

바로 피를 멎게 하는 것.

“다행이다!”

진천우는 현석의 출혈이 멈춘 걸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워낙 몸 하나는 튼튼한 놈이니, 이걸로 한시름 놨다.’

애써 급하게 점혈 숙련도를 올린 보람이 있었다.

‘이제 사람을 불러 장 의원을 묶고, 의원을 부르면 되겠군.’

그렇게 잠시 한숨 돌리려던 찰나!

“놈!!”

“?!”

고개를 돌리자, 장 의원이 악귀나찰의 얼굴을 한 채 이쪽으로 몸을 날리는 게 보였다.

‘어떻게 벌써 점혈을 다 풀었지?’

분명 열 번 넘게 중첩된 걸 확인했다.

절대 이렇게 빨리 풀 수 없었다.

‘제길, 의문은 나중에 풀자!’

예상 밖의 상황이지만, 진천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근처의 부서진 책장 파편을 던졌다.

빡!

파편이 정확히 오른쪽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이에 달려오던 장 의원이 크게 휘청거렸다.

‘역시 점혈을 다 풀지 못했어!’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상대의 움직임이 보였다.

지금 그는 무공을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어설펐다.

여전히 점혈을 몸에 중첩시킨 채 악바리로만 달려든 게 분명했다.

‘왜? 그럴 거면 차라리 여기서 달아나는 게 더 나을 텐데?’

물론, 이대로 놓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진씨세가가 아무리 변방의 약소가문이지만, 이렇게나 넝마가 된 노인을 놓치는 건 오히려 붙잡는 것보다 어려웠다.

슥!

그때, 연신 몸을 휘청거리던 장 의원이 갑자기 소매에서 뭔가를 꺼냈다.

“저건?!”

그가 꺼낸 사기병을 보고, 진천우가 눈을 부릅떴다.

퐁!

마개를 열자마자, 올라오는 시큼한 냄새와 마개 주위에 묻은 검붉은 액체.

“독?!”

휙!

그 순간, 사기병이 날아왔다.

‘피해야 한다.’

장 의원이 도주 대신 선택한 최후의 수단이다.

절대 평범한 독일 리 없었다.

그런데 그때!

[이전 보상, ‘운신이 자유로운 몸’의 기한이 곧 끝납니다.]

벌써 사흘이 지난 건가?

‘그래도 왜 하필 지금!’

휘청!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며 발이 미끄러졌다.

장 의원이 이를 보며 한껏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겼다!’

그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허나 그 순간, 단숨에 그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자가 나타났다.

진천우는 반색하며 그 이름을 외쳤다.

“현석아!!!”

“장 의원! 소가주님께 무슨 짓이냐!!”

그렇게나 큰 부상을 당한 현석이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진천우 옆의 책장을 무너트렸다.

“이놈!”

장 의원이 한껏 눈을 치켜뜨며 악을 썼다.

허나, 눈빛만으로 무너지는 책장을 세울 수는 없었다.

쨍강!

육중한 책장이 얄팍한 사기병을 박살 냈다.

그리고 그 책장은 그대로.

“으아아악!!”

오랜 기간, 진씨세가를 희롱한 간악한 사기꾼을 단숨에 뭉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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