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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 영약 진화!? (1) (14/210)


14화 : 영약 진화!? (1)
2021.08.02.


“오셨습니까?”

처소 문을 열자, 앞서 본 시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 밖의 상황.

‘내 웃음을 들었을까?’

진천우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그 직후!

쾅!

밖에서 큰 굉음이 울렸다.

‘저 방향은 장 의원의 처소 쪽인데?’

더 자세한 사항은 타이쿤이 알려주었다.

[백풍대가 사기꾼의 ‘중요 부분이 손상된 장부’를 찾았습니다.]

[백풍대가 사기꾼의 ‘중요 부분이 결손된 지도’를 찾았습니다.]

……

[백풍대가 사기꾼의 ‘아무짝에 쓸모없는 잡서’를 찾았습니다.]

[현재 백풍대의 보물찾기 달성률은 30%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장 의원이 숨긴 보물을 손에 넣을 셈이군.’

백풍대는 그야말로 거친 폭풍처럼,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부쉈다.

쾅!

“꺅!”

또 한 차례 폭음이 울리자, 시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불안한 눈으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저쪽에 제 동생이 있는데…….”

“음? 설마 장 의원에게 배정된 시녀를 말하는 거냐?”

“맞습니다. 아아!”

시녀가 발을 동동거리며, 시선을 한곳에 집중했다.

진천우가 곧바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걱정 말거라. 어머니께서 가솔들을 우선하겠다고 하셨다.”

“그런가요? 다행입니다.”

쾅!

그러나 또 땅이 크게 울렸다.

백풍대는 장 의원의 처소를 송두리째 무너트리려는 게 분명했다.

“아아……!”

아무리 소가주의 보증이 있어도, 상대는 그 무섭다는 맹.

시녀가 연신 신음을 흘렸다.

보다 못한 진천우가 대책을 내놓았다.

“정 그리 걱정되면, 서둘러 오월각으로 가 보거라.”

오월각은 진씨세가의 모든 하인과 시녀를 담당하는 곳.

아마 가모는 맹의 눈길을 피해, 가솔들을 전부 오월각에 모았을 게 분명했다.

“아아! 하지만 제가 가면, 소가주님은?”

“되었다. 난 이대로 처소에 머물 셈이다. 설마하니 아무리 맹이라도 환자의 처소까지 뒤지진 않겠지. 나중에 누가 네게 뭐라 하면, 내가 시켰다고 말하거라. 그러니 너는 안심하고 동생을 찾거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소가주에게 감사를 표한 뒤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콰쾅!!

시녀가 나간 직후, 또 굉음이 울렸다.

이번 건 앞의 것보다 훨씬 컸다.

거기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타이쿤이 무슨 일인지 알려주었다.

[백풍대가 사기꾼의 ‘숨겨진 통로’를 찾았습니다.]

[현재 백풍대의 보물찾기 달성률은 50%입니다.]

‘과연 맹의 무인들이다.’

장 의원의 처소에 숨겨진 통로가 있었다니!

이는 자신도 몰랐던 일.

결국 백풍대가 일을 냈다.

진천우는 그만큼 그들이 더욱 철저하게 조사해주길 원했다.

그래야 장 의원과 진씨세가가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걸 증명할 테니까.

‘어차피 부서진 건물과 집기는 나중에 맹에 청구하면 그만이니.’

맹은 무척 두려운 존재.

그러나 그들은 절대 시정잡배 무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어디보다 명분에 얽매인 단체라 볼 수 있었다.

맹 소속의 백풍대가 진씨세가와 장 의원이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걸 밝혀내면, 그들 입장상 반드시 ‘정당한 보상’을 해줘야 했다.

백풍대가 별채를 무너트렸으니, 대신 번듯한 삼 층 전각을 새로 지을 만한 비용을 내주리라.

맹에게는 나중에 약소가문을 괴롭혔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보다 그편이 몇 배 나았다.

‘그럼 별채 문제는 그 정도면 충분할 테고, 남은 건 내가 백풍대보다 먼저 장 의원이 숨긴 보물을 찾는 일뿐이군.’

진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배회했다.

백풍대는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아니, 얕잡아 본다는 게 맞았다.

‘장 의원은 철두철미한 자.’

그가 얼마나 지독한지는 오직 몸으로 겪은 자신만이 알았다.

‘놈이 학수선의에게 훔친 게 뭔지 몰라도, 그게 정말 귀한 거라면 절대 자기 처소에 숨겼을 리 없지.’

그랬다간 지금처럼 가장 먼저 발각될 게 분명했다.

숨겨진 통로?

추격자를 따돌리기 위한 기만책이다.

‘그럼 그는 어디에 보물을 숨겼을까?’

장 의원은 반년 전, 진천우의 발작을 진정시킨 뒤부터 진가의 모든 가솔에게 존경과 흠모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만큼 주목받아 버렸지.’

가문의 모든 사람이 장 의원을 알았다.

그러니 어딜 가든 눈에 띌 수밖에.

그건 진가에 뭔가를 숨기려는 그에게는 최악의 상황.

‘게다가 하나 더 생각해야지.’

놈은 평생 진가에 머물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원래 계획대로라면 어젯밤 달아나야 했다.

즉, 장 의원이 미처 챙기지 못한 보물은 야밤이든 새벽이든 출입이 자유롭고, 남의 시선을 피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귀중품을 숨기기 안성맞춤인 장소에 있다는 소리.

‘그런 장소는 내가 알기로 한 곳뿐이다.’

진천우는 백풍대와 경쟁전을 시작한 순간, 이미 그곳을 떠올렸다.

슥.

그가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벽, 익숙한 침상…….

어딜 보나 익숙한 것만 보이는 자신의 처소.

씨익!

‘바로 여기다.’

장 의원은 틀림없이 자신의 처소에 보물을 숨겼다.

진천우가 그 즉시 주위를 뒤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의 조건을 만족한 장소는 여기뿐이었다.

장 의원이 환자인 소가주를 찾는 건 시간에 상관없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는 항상 진맥 시 사람을 물렸다.

‘거기에 미혼산(迷魂散)으로 내 의식까지 날리면, 누구도 장 의원이 내 처소에 보물을 숨긴 걸 확인할 수 없다.’

이전부터 의문이었던 것들.

그것들이 하나씩 아귀를 맞췄다.

슥!

‘찾았다.’

마침내 침상 아래, 좁은 틈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흰 천으로 꽁꽁 싸매있었다.

[사용자가 사기꾼의 ‘가장 숨기고 싶어 한 보물’을 찾았습니다.]

[사용자의 보물찾기 달성률은 100%입니다.]

[축하합니다. 경쟁전에서 승리했습니다!]

그 즉시 타이쿤이 축하의 말을 건넸다.

‘마침 잘됐군.’

진천우는 서둘러 침상 밑에 납작 엎드렸다.

어두운 침상 아래가 현판이 발하는 푸른빛으로 채워졌다.

설마 자신을 이렇게 사용할 줄은 타이쿤도 몰랐을 터.

조금씩 타이쿤 활용에 익숙해졌다.

한편, 강한 빛을 받자 흰 천의 속이 살짝 비쳤다.

천 아래로 손바닥보다 작은 목함이 보였다.

“헉!”

목함을 살피다 말고, 갑자기 숨을 삼켰다.

목함 표면에 새겨진 세 글자.

소환단(小還丹)

무림과는 전혀 연이 없는 진천우조차 정파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少林)은 알았다.

소환단은 바로 그 소림의 비전 영단.

비록 소림의 최고(最高) 영약인 대환단에는 못 미쳐도, 소환단이 천하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 없는 보물임은 분명했다.

‘이러니 맹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장 의원을 쫓았던 거군.’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장 의원 따위가 소림의 비전 영약을 훔친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왜 그는 이것을 바로 취하지 않았을까?

쫓기는 입장에서 이만한 물건은 감히 지니는 것조차 부담이었다.

‘설마 영단에 무슨 문제라도?’

안타깝게도 장 의원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에, 의문을 풀 길은 요원했다.

‘어쨌든 이건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머리가 복잡했다.

자신 있게 찾은 보물의 가치가 너무 컸다.

자칫 소환단의 풍문이 외부로 흘러나가면, 진씨세가는 욕심에 눈이 먼 무인들에게 멸문당할지도 몰랐다.

그만큼 위험한 물건을 이대로 진가에 놔둘 순 없었다.

진천우가 즉시 소환단 쪽으로 손을 뻗었다.

슥!

꽤 깊숙이 박혔는지, 한 번에 꺼내지 못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손이 닿을 것 같았다.

슥! 스윽!

그는 몇 번 더 팔을 휘저어, 목함을 건드렸다.

꽉!

마침내 소환단을 싸맨 흰 천 끝자락이 손에 잡혔다.

‘됐다!’

진천우가 곧바로 천을 당기려는데, 그보다 한발 먼저 타이쿤이 반응했다.

화악!

현판에서 눈부신 금빛 물결이 요동쳤다.

[사용자가 사기꾼의 가장 숨기고 싶어 한 보물, ‘정체불명의 흰 천 - (레전드)’을 취했습니다.]

[정체불명의 흰 천이 당신의 손길에 ‘반응’합니다.]

“뭐? 보물이 소환단이 아니라, 이 흰 천이라고?”

심지어 레전드?!

이 얕은 천이 전설의 의선비록과 동급의 보물이라니!

스륵!

너무 놀란 나머지, 현판의 두 번째 글귀를 늦게 읽었다.

분명 타이쿤은 흰 천이 자신에게 ‘반응’한다고 했다.

스륵! 스르륵!

“이건!”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졌다.

천이 제 기운을 뺏고 있었다.

“이게!”

그 즉시 천을 던지려 했지만, 어느새 팔을 휘두를 힘조차 사라졌다.

털썩!

처음은 무릎, 그다음은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는 눈앞마저 흐렸다.

‘웃기지 마!’

그러나 여기서 눈을 감을 수는 없었다.

만일 여기서 자신이 눈을 감으면!

‘장 의원의 처소를 뒤졌다가 허탕 친 백풍대 무인들이 바로 이곳을 찾을 텐데!’

이때, 그들 눈앞에 쓰러진 진씨세가의 소공자와 소림의 소환단이 함께 있으면?!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가 눈에 선했다.

‘설령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가문과 부모님께는 폐를 끼칠 수 없다.’

절대!

뿌득!

진천우가 이를 갈며,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점혈 당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지독한 허탈감과 공허함이 온몸을 엄습했다.

뿌드득!

하지만 그는 지지 않고 힘겹게 팔을 움직였다.

휙!

마침내 흰 천을 손에서 던졌다.

그러자 현판에 새 글귀가 떠올랐다.

[몸 안에 있던 나쁜 기운이 정화(淨化)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

‘내 몸 안에 무슨 나쁜 기운이 있었다는 거지?’

바로 그에 대한 새 글이 갱신되었다.

[지난 십수 년간 사용자의 몸에 축적된 사기(邪氣)를 ‘정체불명의 흰 천’이 흡수했습니다.]

[이로써 ‘운신이 자유로운 몸’의 제한 기한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그런!?”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증거로 조금 전까지 흰 천에 모든 기운이 빨려 쓰러질 것 같던 몸이 지금은 도리어 기운이 넘쳤다.

진천우가 너무나 자유로이 움직이는 제 몸을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그럼 흰 천은 기(氣)를 정화하는 보물인 건가?’

말도 안 되는 효과다!

그게 사실이면, 이 천은 지니는 것만으로, 무림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주화입마(走火入魔)를 예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정순한 내공은 그것의 열 배 넘는 내공보다 훨씬 뛰어난 효율을 보였다.

‘그게…… 가능해?’

도무지 믿기지 않지만, 믿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슥!

진천우가 살짝 찌푸린 얼굴로, 바닥에 팽개친 천 쪽으로 손을 뻗었다.

어쨌든 이 천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가 다시 흰 천을 손에 움켜쥔 순간, 눈앞에 여지없이 타이쿤이 나타났다.

[지금 막 정체불명의 흰 천에 한계치 이상의 기운이 모였습니다.]

[사기꾼의 마지막 작업에 필요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학수선의가 구 할 이상(97%) 준비하고, 사기꾼이 수년에 걸쳐 간신히 남은 부분을 채우고, 사용자가 손톱만큼 마무리한 작업이 지금 시작됩니다.]

‘이게 뭔 소리야?’

현판의 글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흰 천과 타이쿤이 동시에 눈부신 금빛 광채를 터트렸다.

[영약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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