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 백풍대와 공동작업 (3)
(21/210)
21화 : 백풍대와 공동작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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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 백풍대와 공동작업 (3)
2021.08.18.
숨은그림찾기.
‘이거군!’
그 말대로 뭔가가 숨겨져 있다는 소리였다.
장 의원의 처소에.
곧 무너질 이곳에!
[숨겨진 그림 개수 : 다섯]
그것도 무려 다섯이나!
“소가주!”
이때, 백풍대주가 다가왔다.
화가 난 얼굴.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난다고, 그의 성격상 이 위험한 곳에 진천우를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이번 일의 처우는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지.”
백풍대주는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바로 두꺼운 팔로 진천우의 허리를 둘렀다.
이미 다른 백풍대 무인들은 이곳을 빠져나간 뒤였다.
“대주님!”
“변명은 나중에 듣겠소!”
“위를 보십시오!”
“지금은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급하오!”
“장 의원의 흔적을 찾았는데도 말입니까?”
“뭣?”
정말이었다.
고개를 들자, 무너진 천장 구석에 뭔가가 그려져 있었다.
“분명 천장을 확인했는데?”
“목탄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아무리 천장을 뜯어냈어도, 어두운 나무판자에 검게 그린 그림을 알아채는 건 힘들 수밖에요.”
처음부터 그 자리에 뭔가 있다고 확신하거나, 지금처럼 완전히 건물을 부숴 빛을 비춰야만 찾을 수 있는 그림.
“알아들었소!”
쾅!
백풍대주가 진천우를 안아 올린 채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에 천장 위로 올라온 그는 단숨에 검을 뽑아 그림이 그려진 판자를 도려냈다.
그 순간, 현판에 새로운 글이 갱신되었다.
[첫 번째 숨은 그림을 찾았습니다.]
[남은 그림은 네 개.]
[현재 사용자는 붉은 붓을 한 개를 소지 중입니다.]
남은 그림 개수와 붉은 붓.
‘붉은 붓이 뭐지?’
진천우가 이를 궁금히 여기자, 추가 설명이 나타났다.
[붉은 붓을 사용하면, 타이쿤이 자체적으로 숨은 그림 중 하나의 위치를 알려줍니다.]
[그러나 타이쿤이 제공하는 붉은 붓은 하나뿐입니다.]
[신중히 생각한 뒤 사용하세요.]
‘재밌군.’
타이쿤이 하나를 거저 찾아준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당장 중요한 일은 붉은 붓 사용이 아니라 직접 남은 그림을 찾는 일이었다.
그럼 그것들은 어디 있을까?
사실 진천우는 이미 심히 의심되는 곳을 점찍어 두었다.
백풍대가 지난 반나절 동안 철저히 뒤졌음에도 아직 건드리지 않은 곳.
탁!
백청강이 오른쪽에 진천우를, 왼쪽에는 그림이 그려진 나무판자를 든 채 바닥에 내려왔다.
그는 한시바삐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지만.
“대주, 왼편 벽을 부수세요.”
“그럴 시간이…….”
“시간은 충분합니다.”
“?”
백청강은 진천우가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는지 몰랐다.
그럴 수밖에.
그의 눈에는 타이쿤에 적힌 제한 시간이 보이지 않았다.
일각은 느긋하게 차를 한 잔 즐길 정도의 시간.
‘반의반 각이면, 당장 별채가 무너질 리는 없다.’
“뭐하십니까? 시간이 없다면서요? 서둘러 벽을 부수세요.”
“아니…….”
또 이미 무너질 시간이 정해진 만큼, 한쪽 벽을 부순다고 얼마 없는 시간이 더 줄어들진 않을 거라 확신했다.
“젠장,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알겠소!”
결국, 백풍대주는 이 모든 상황을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일단 진천우의 말을 따랐다.
앞서 그가 백풍대가 찾지 못한 목탄으로 그린 그림을 찾아냈기에, 시험 삼아 들어줄 가치는 충분했다.
쾅!
일격에 벽이 박살 났다.
이를 본 진천우가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었다.
‘그가 없었다면 나 혼자 어찌 이 벽을 부쉈을까.’
타이쿤 보상으로 활력 넘치는 몸과 대환단, 역근경을 얻었지만 그는 아직 이런 괴력을 낼 수 없었다.
“대주님, 큰 잔해들을 치워주십시오.”
“알겠소!”
백청강은 저도 모르게 진천우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벽을 박살 내도 아직 커다란 파편이 앞을 막았는데, 그가 몇 번 힘을 발휘하자 전부 깔끔하게 치워졌다.
그 뒤, 둘은 무너진 벽 너머에서 작은 목함을 발견했다.
“찾았다!”
“정말 벽 뒤에 저런 게 있었다니?!”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숨은 그림을 찾았습니다.]
[남은 그림은 하나.]
‘단번에 세 개나?’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나쁘지 않은 호재였다.
아마 목함 안에 단서가 세 개나 있는 모양인데, 굳이 여기서 열 필요는 없었다.
‘안의 내용물은 여기를 무사히 빠져나간 다음 확인하면 되고, 지금 중요한 건 마지막 남은 그림을 찾는 일이다.’
이제는 딱히 단서가 없었다.
‘내가 장 의원이라면 어디에 숨겼을까?’
쩌적!
그 순간, 바로 옆 벽에 큰 금이 일었다.
이를 본 백풍대주가 크게 소리쳤다.
“소가주, 시간이 얼마 없소.”
“압니다!”
알지만 이대로 나갈 수는 없었다.
하나가 남았다는 걸 뻔히 아는데, 어찌 나갈 수 있을까.
‘반의반 각까지도 아주 조금이지만 여유가 남는다.’
어떻게든 그 안에 하나 남은 숨은그림을 찾아야 했다.
그게 아니면.
‘붉은 붓을 써야 하나?’
진천우가 고개를 들었다.
타이쿤도 그 시선을 눈치챘는지, 바로 새 내용을 갱신했다.
[붉은 붓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요)]
“…….”
진천우가 선택을 망설였다.
이대로 마지막 그림을 못 찾는 것보다는 붉은 붓을 사용하는 게 나았다.
하지만 사람 심리라는 게, 하나뿐인 붉은 붓을 써야 한다니, 계속 이유 모를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쓸 때는 써야 한다.’
서둘러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러는 중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는 주위를 샅샅이 훑었다.
여전히 어떤 단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나 오감과 관찰력을 발달시켰는데, 아무것도 찾지 못하다니.
“소가주!”
그러자 백풍대주가 또 진천우를 불렀다.
확실히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붉은 붓을 쓰자.’
진천우가 서둘러 손을 들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두 호흡.
당장 붉은 붓을 사용해 마지막 남은 그림을 찾고, 무너지는 별채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빡빡한 시간이지만 계획은 완벽했다.
“소가주님!”
하필 그때,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현석아!”
네가 왜 여길?!
백청강이 백풍대와 함께 작업하도록 허락한 이는 진천우뿐이었다.
하인인 현석은 허락받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처음 제 주인이 앉을 의자만 가져간 뒤, 지금껏 별채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안에서 백풍대 무인들이 뛰쳐나왔다.
불길한 예감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물었다.
-빌어먹을! 여기 소가주가 일냈다!
-곧 건물이 무너질 거다. 너도 당장 달아나!
그다음 말은 들을 필요가 없었다.
현석은 이미 몸을 날린 뒤였다.
“소가주님!”
제 주인을 구하기 위해, 곧 무너진다는 건물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이런!”
하인의 충심에 주인은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현석이 망설이지 않았듯, 진천우도 똑같았다.
“백풍대주님!”
“정말 주종(主從)이 쌍으로!”
그는 가지고 있던 계획을 모두 버리고 백청강을 불렀다.
붉은 붓 사용을 포기하면 전부 무사히 여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백풍대주가 서둘러 둘을 양팔에 껴안았다.
그리고 몸을 날렸다.
와르르!
천장이 무너지고, 사방의 벽이 쓰러졌다.
팟!
백청강은 두 번째 발돋움으로 더욱 속도를 올렸다.
-그거 아나?
화살처럼 쏘아지는 중, 그는 이 말만은 해야겠다 싶었는지 진천우에게 전음을 보냈다.
-난 소가주가 이 같은 선택을 한 게 자랑스럽소.
“…….”
이 인간이 뜬금없이 무슨 헛소리지?
사실 장 의원의 흔적을 찾는 건 자신보다 백풍대가 더 필사적일 텐데.
쾅!
백풍대주가 정면의 벽을 부수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와르르! 쾅쾅!!
셋이 빠져나온 직후, 별채가 완전히 무너졌다.
“대주님!”
“무사하십니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풍대 무사들이 달려왔다.
백청강은 가장 가까이 온 수하에게 가져온 목탄화와 목함을 건넸다.
그리고 다시 진천우에게 돌아왔다.
“약속을 지켜야겠지.”
설마 이 약속을 지키게 될 줄이야!
그는 소매에서 작은 죽통을 꺼냈다.
삼 년 전에 받은 열 개 중 이제 절반만 남은 청명환.
새로 지급받기까지 앞으로 일 년이나 남았지만, 그는 조금도 아까운 기색 없이 죽통에서 청명환 두 알을 꺼냈다.
물론 진천우가 별채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남으려 한 걸 보아, 저 폐허 아래에 뭔가가 더 남아있다는 건 눈치챘다.
‘그러나 이미 소가주의 활약은 이 두 알을 넘기기에 손색없다.’
그런데 이를 눈치챈 게 백청강만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현석이 진천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또 자신이 주인의 계획을 망쳤다.
내 생각 없는 행동만 아니었다면, 소가주는 틀림없이 원하는 바를 이뤘을 텐데.
비록 그것이 뭔지 모르지만, 저 때문에 진천우의 계획이 틀어졌다는 사실이 못내 참을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또 저 때문에…….”
“너가 뭘?”
진천우가 백풍대주가 내미는 청명환을 챙기며, 말했다.
“네가 뭘 잘못했는데 죄송하다고 하느냐?”
어째서인지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현석을 안심시키려고?
아니, 그렇다기에는 그 미소가 너무 해맑았다.
진천우는 진심이었다.
그런데 뭣 때문에?
눈앞에 여전히 푸른 현판이 반짝였다.
[붉은 붓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요)]
‘지금이라도 붉은 붓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인가?’
현판은 제 생각에 답하지 않고, 그저 몇 차례 더 깜빡였다.
고개를 돌려, 무너진 별채를 바라보았다.
폭삭 무너진 폐허 아래에 뭔가 있다면, 그걸 찾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런데 내가 지금 붉은 붓을 사용하면, 폐허 아래에 있을 마지막 숨은그림을 얻을 수 있다고?’
아니지, 아니지.
절대 그럴 리 없었다.
그가 아는 타이쿤은 그리 친절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담, 답은 하나.
“잘했다.”
진천우가 현석을 칭찬했다.
“아주 잘했다.”
두 번을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툭!
그는 어리둥절해하는 하인의 어깨를 두드리는 세 번째 칭찬까지 마친 후, 백풍대주 쪽으로 걸어갔다.
“대주, 부탁이 있습니다.”
“뭔가?”
“처음 바닥에서 발견한 보자기를 볼 수 있습니까?”
“그 정도야…….”
그가 수하에게 눈짓을 보냈다.
사실 진천우는 아직 그 보자기를 보지 못했다.
백풍대가 바닥에서 보자기를 발견하고, 펼친 뒤 따로 챙겨갔으니까.
그는 그저 보자기를 발견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여깄습니다.”
그러니까 진천우가 직접 검은 보자기를 확인하자.
[마지막 하나 남은 숨은 그림을 찾았습니다.]
[이벤트 보상으로 보자기 안의 장부 내용이 자동으로 해독됩니다.]
* * *
“보자기를 풀어봐도 되겠습니까?”
“그러게나.”
허락이 떨어지자, 진천우는 바로 검은 보자기를 풀고 안의 장부를 집었다.
사락!
장부의 첫 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솔직히 이제 와서 이 장부 내용이 무슨 상관일까?’
이미 장 의원을 처리한 뒤였다.
그가 백풍대를 돕겠다 한 건, 새로 얻은 관찰력이 무인에게도 통하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원하던 결과는 얻지 못하고 엉뚱한 숨은그림찾기만 하게 됐다.
‘그래도 이걸 해독하면 놈이 진씨세가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 수 있겠지.’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쳐본 장부.
부들부들!
진천우는 그 첫 장을 읽자마자 몸을 떨었다.
‘내가 어찌 이걸 잊었을까?’
그 순간, 그리 오래전도 아닌, 그러나 너무 새까맣게 잊은 일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튜토리얼 퀘스트 : 사기꾼을 족쳐라!]
-장 의원은 의원이 아니다.
-학수선의를 사칭한 사기꾼의 거짓을 만천하에 밝혀라!
자신이 타이쿤에게 처음, 아니 유일하게 받은 퀘스트.
‘이것 외에 타이쿤이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건, 전부 퀘스트가 아니라 이벤트였지.’
요 며칠, 그것들 때문에 기절하고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그만 잊고 말았다.
‘분명 장 의원을 족쳤는데…….’
어디 족치기만 했을까, 이제 사기꾼은 이 세상 사람조차 아니었다.
그런데도 진천우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
‘왜?’
답은 간단했다.
튜토리얼 퀘스트는 분명하게 ‘사기꾼’을 족치랬지, 장 의원만 족치라고 하지 않았다.
‘그 말은 아직도 족치지 못한 사기꾼이 남아있다는 뜻!’
지금 그의 손에 나머지 사기꾼의 정보가 들려있었다.
반드시 놈들을 전부 요절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