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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 독공을 익히다! (1) (26/210)


26화 : 독공을 익히다! (1)
2021.08.30.


“잘 썼습니다.”

진천우가 어미에게 피독주를 돌려주었다.

“아니다. 난 괜찮으니 며칠 더 쓰고……. 어머? 구슬 색이 돌아왔네?”

진씨세가의 가모는 아들 걱정에 받지 않으려다가, 다시 돌아온 구슬의 광채에 저도 모르게 피독주를 돌려받았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그, 그래, 돌아가서 쉬려무나.”

이때, 허리를 곧추세운 진천우의 눈과 말에 힘이 넘치니, 누가 보아도 취한 기색이 없었다.

결국 어미도 더는 걱정하지 않고 아들을 처소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진천우는 바로 처소로 가지 않고 도중 길을 틀었다.

앞서 방문한 무너진 장 의원의 처소.

퀘스트를 완수하자, 타이쿤은 보상이 숨겨진 장소로 여길 가리켰다.

그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소매에서 독고를 꺼냈다.

“부탁한다.”

꿈틀!

독고가 힘차게 몸을 튕기며 무너진 건물 사이로 몸을 날렸다.

잠시 뒤, 녀석은 얕은 책자를 입에 문 채 돌아왔다.

[사기꾼이 남긴 ‘독괴록(毒怪錄)’을 발견했습니다.]

독과 약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장 의원은 일단 의원을 빙자하고 있었기에, 독과 관련된 서적을 한 권쯤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디 독은 위험한 것이라, 이에 관련된 건 모두 하나같이 귀했다.

게다가 막상 어렵게 독과 관련된 책을 구해도, 그것이 정말 제대로 된 독공을 저술했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지금 독고가 물어온 독괴록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타이쿤이 보장해 준 만큼, 제대로 된 물건이겠지.’

확실한 성과에는 명확한 보상을!

어느 날 눈앞에 나타난 푸른 현판은, 이것만은 반드시 지켰다.

진천우는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독괴록과 독고를 동시에 소매 속에 넣고 말했다.

“다음 장소로 가자.”

무너진 별채 다음으로 향한 곳은 가문 서고였다.

그는 퀘스트를 그냥 완수한 게 아니라 초월 달성했다.

그 덕에 추가 보상으로 두 가지를 더 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저번 의선비록처럼 또 서고에 있었다.

‘의선비록도 그렇고 어째서 가문 서고에 그런 보물들이 있는 걸까?’

초월 달성으로 받은 보상인 만큼, 절대 평범한 내용일 리 없었다.

그런 것이 무려 둘!

‘이게 과연 우연일까?’

하지만 당장은 이 의문을 풀 길이 없었다.

우선 현판이 알려준 대로 서고에서 책부터 찾기로 했다.

“음…….”

전에 찾은 의선비록은 서고 맨 구석, 잡서류 책장에 보관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찾을 책은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맨 앞 책장에 꽂혀 있었다.

슥!

진천우가 시경(詩經)을 뽑았다.

시경은 공자(孔子)가 편찬한 오경(五經) 중 하나로, ‘시’ 삼백열한 편을 수록한 책이었다.

‘이게 왜?’

그는 제 손에 들린 시경을 보며 의아해했다.

분명 타이쿤에 명시된 보상은 독공이었다.

하지만 전혀 엉뚱한 유교 경전이 나왔다.

유가의 기본적 경전인 사서오경(四書五經)에 속한 시경은 분명 시(詩)를 모아두었지만, 보다 정확히는 율(律)이 있는 주(周)나라부터 춘추 시대까지의 노래를 담은 민요집이었다.

노래와 독?

전혀 다른 두 대상.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둘은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일단 모두 가져간 다음에 생각하자.’

진천우는 복잡한 머리를 애써 식히며 독괴록과 시경을 챙겨 처소로 돌아왔다.

휙!

처소에 들어서자마자 독고가 소매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동안 애써 표현하진 않았지만 많이 답답했던 모양.

거기에 녀석이 몸을 근질거리는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찍!

독고의 입에서 희고 긴 무언가가 나왔다.

그것은 끈적였을 뿐 아니라 무척 질기고 단단했다.

시경과 함께 추가 보상으로 받은 독고의 새 능력이었다.

찍! 찍!

새로 얻은 능력이 마음에 들었는지, 녀석은 쉬지 않고 실을 뿜었다.

가만히 놔두다간 처소 바닥이 실 범벅이 될 지경.

놀란 진천우가 급히 독고를 말리려는데.

치이익!

녀석이 한참 실을 뽑다 말고 이번에는 독을 뿜었다.

검은 독이 흰 실을 빠르게 녹였다.

“음……!”

솔직히 실을 녹여 처리할 줄 몰랐기에 조금 감탄했다.

‘방만 어지럽히지 않는다면야.’

진천우는 일단 문과 창을 열어 독 연기가 빠지게 한 뒤, 독고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아니, 이왕 하는 김에 목표도 설정해주었다.

“여기 내가 부순 바닥도 실로 복구할 수 있겠느냐?”

끄덕!

독고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을 보였다.

찍! 찌이익!

녀석이 구석에서 홀로 바닥을 복구하는 동안, 그는 침상에 앉아 독괴록을 펼쳤다.

‘외울 게 많군.’

독괴록의 대부분은 각종 독초와 독충, 독사 등 독물의 종류와 채취법이었다.

이것들을 익히려면 모두 외우는 것 외 다른 방법은 없었다.

‘뭐, 그냥 외우는 거라면, 아주 쉬운 편이지.’

어차피 책 읽기는 진천우의 몇 안 되는 소일거리 중 하나였다.

꼭 외우겠다고 생각할 필요 없이, 열 번이고, 백번이고 그저 읽기만 하면 알아서 외워지는 게 독서의 참맛이었다.

거기다 현재 그는 백회를 개방한 덕분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머리 회전이 빨라졌다.

‘일단 읽자.’

스륵!

진천우는 곧바로 온 정신을 독괴록에 집중했다.

책 넘기는 속도가 전보다 배는 빨라졌고, 기억하는 속도도 그 못지않았다.

이대로라면 열 번 읽을 필요도 없이 두 번, 어쩌면 한 번만 완독해도 독괴록을 모조리 숙지할 것 같았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탁!

책을 덮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반나절에 걸쳐 독괴록을 세 번 완독했다.

당연히 책의 모든 내용을 외웠다.

‘흥미롭군.’

독괴록의 절반이 천여 종의 독물을 구분하고 채집하는 거라면, 나머지 절반은 채집한 독물을 가공하고 보관하는 방법이었다.

‘말 그대로 독을 만드는 방법들이 적혀있었지.’

독괴록을 완전히 숙지하면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잡초에서 성분을 추출해 독을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는 장 의원이 사용한 미혼산과 은장독의 제조법 역시 적혀있었다.

다만 그러한 독을 만들려면 매우 많은 종류의 독을 모으고, 또 그것을 오랜 기간 숙성해야 했다.

‘뭐, 그 부분은 만들면서 생각하면 되는 거고.’

그랬다.

진천우는 나중 일을 지금부터 걱정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문제가 있으면 그걸 걱정하기보다는 해결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게 그의 방식이었다.

게다가 당장 직면한 문제는 독괴록이 아니었다.

‘독괴록 다음으로 읽을 건 시경인데…….’

시경은 가문 서고에 있던 서책인 만큼, 이미 내용을 외우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시경을 펼쳤다.

슥.

잠시 뒤, 시경을 덮었다.

“흐음……!”

몇 번이나 살폈지만 따로 숨겨진 내용은 없었다.

서고에는 이것 외에도 시경이 다섯 권이나 더 있기에, 내용을 헛갈릴 일도 없었다.

‘숨겨진 내용이 있는 게 아니라면, 타이쿤은 왜 추가 보상으로 시경을 준 걸까?’

툭!

잠시 고민에 빠져있는데, 밑에서 다리를 당기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니 독고가 신비로운 자색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꿈틀꿈틀!

녀석이 몸을 쭉 펴며 한쪽을 가리켰다.

“바닥을 다 복구한 거냐?”

확인해 보니, 과연 부서진 바닥이 복구돼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파편을 실로 붙였다 독으로 녹이기를 반복했는지, 바닥 겉이 상당히 녹아버렸다.

하지만 워낙 구석진 자리라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감쪽같았다.

“정말 잘했구나.”

스윽!

진천우는 손가락으로 독고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아무리 머릿속이 복잡해도, 잘한 일에는 칭찬을 해야 마땅했다.

확실한 성과에는 명확한 보상을.

그는 타이쿤에게 배운 교훈을 잊지 않았다.

[독고의 호감도 +5]

슥! 스윽!

독고도 마음에 들었는지 저번처럼 진천우의 손가락에 몸을 비볐다.

그 모습을 보니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아무래도 쓰다듬는 거로는 보상이 부족했다.

“잠시…….”

진천우는 침상 옆에 낮에 먹던 다과가 남아있단 걸 떠올렸다.

그중 가장 큰 다과를 집어 녀석에게 주었다.

사각사각! 치익! 사각사각! 치이익!

독고는 제 몸보다 훨씬 큰 다과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

[독고의 호감도 +10]

‘그러고 보니 처음 봤을 때보다 몸집이 더 커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새끼손가락만 하던 녀석이 지금은 약지 정도는 돼 보였다.

보통 하루 만에 이만큼 자라나 싶지만, 가만 생각하면 오늘 하루 독고가 독을 먹은 횟수만 열 번이 넘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때 녀석이 갑자기 입을 크게 벌렸다.

‘다 먹었으니 잠이 와서 하품하는 건가?’

평소 같으면 뭔 헛소리인가 싶은 생각도, 워낙 이 녀석이 영물이다 보니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하긴 밖은 독괴록을 덮을 때부터 어두워져 있었다.

밤하늘에 둥근 달이 아스라니 떠 있었다.

슬슬 침상에 누워도 나쁘지 않았다.

한잠 자고 머리가 맑아지면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를지도 몰랐다.

츄!

“음?”

그때 아래에서 처음 듣는 소리가 들렸다.

츄! 츄!

뭔가 싶어 고개를 내리니, 독고가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츄!

“허!”

알고 보니, 재채기하고 있었다.

기침하는 벌레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걸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벌레가 재채기하는 걸 멈추려면 뭘 해야 하지?’

혹시 물을 마시면 괜찮아질까?

얼른 다기 잔에 식은 차를 담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나 녀석은 물을 마시려 하지 않았다.

‘물이 아니면…… 추워서 그러나?’

급히 양손을 뻗었다.

두 손으로 감싸 안아 이불 안으로 옮겨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츄우!!

독고가 지금까지 중 가장 크게 기침했다.

동시에 입에서 엄청난 양의 실을 내뿜었다.

“이런!”

양손이 실 범벅이 되었다.

그 실은 무척 끈끈해서,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오른손은 손가락 하나하나 실이 나눠져 있었지만, 왼손은 주먹을 쥔 채 완전히 뭉쳐버렸다.

하지만 녀석이 독만 뿌려주면 실을 녹일 수 있으니 문제는 없었다.

손에서 시선을 뗀 진천우는 뒤늦게 독고가 조금 전의 재채기로 천장까지 날아간 걸 알아차렸다.

녀석은 높은 곳이 무서운지 연신 몸을 떨었다.

“이런, 가만히 있거라. 내가 내려 줄 테니.”

띵!

“음?”

그런데 손을 움직이자, 팽팽히 당겨진 실 하나가 튕기며 맑은 소리를 냈다.

띠링! 띠딩! 땅! 띠이!

놀랍게도 왼손의 다섯 손가락 모두 각기 다른 소리를 냈다.

둥!!

오른손의 주먹에서도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이것 참…….”

양손이 갑자기 악기가 된 기분이라 신기하다고 생각하는데, 눈앞에 푸른 현판이 나타났다.

[독괴록과 시경을 숙지한 상태로, 실 뽑기에 능숙해진 독고까지 거닐게 되었을 때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천하제일 타이쿤의 하위 타이쿤, ‘독공 매니아’가 개방됩니다.]

[위에서 떨어지는 독에 율(律)을 담아 시경(詩經)을 연주하세요.]

“뭐?”

진천우가 이게 무슨 뜻이냐며 의아해하는 사이.

스륵!

위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에 급히 고개를 들자, 어느새 천장에서 각기 다른 색의 독이 실을 타고 방울방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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