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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 삼살이견(三殺二犬) (2) (31/210)


31화 : 삼살이견(三殺二犬) (2)
2021.09.11.


“쿨럭! 쿨럭!”

“컥! 커억!”

두 도적이 미친 듯이 기침했다.

“크어억!”

거기다 각혈까지.

이대로 두면 그냥 죽을 것 같았다.

‘안 되지.’

진천우가 고개를 저었다.

‘독괴의 유물을 어디서 찾았는지 듣기 전까지, 죽으면 안 되지.’

“마셔라.”

진천우가 소매에서 깨끗한 호리병을 꺼냈다.

진씨세가를 떠나기 전에 따로 독괴록을 보며 만든 해독제였다.

“쿨럭! 그건 또 쿨럭! 무슨 독이냐!!”

“컥! 우리가 커억! 그걸 마실 것 같냐!”

“시끄럽네.”

“쿨럭! 그만! 꿀꺽꿀꺽! 쿨럭! 그만!!”

둘은 거부했지만, 애초에 제압당한 상태이니 억지로 입을 벌려 해독제를 쏟아부으면 그만이었다.

“쿨럭쿨럭! ……어?”

효과는 직방이었다.

“기침이 멈췄어?”

해독제를 마신 약초꾼 도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 내부를 진탕시키던 독이 제법 가라앉았다.

‘아, 그렇다고 전부 해독하면 안 되지.’

슥!

독이 모두 해독되면 놈들이 동아줄을 끊고 달아날 수 있으니, 다시 산공독을 뿌리고 몸 여기저기를 점혈했다.

한편, 약초꾼이 기침을 멈추자 그제야 보부상도 순순히 해독제를 마셨다.

“꿀꺽! 우릴 중독시켜 놓고 다시 약을 주는 이유가 뭐냐?”

녀석이 해독제를 모두 마신 뒤 물었다.

진천우가 질문 뒤에 숨은 오해를 눈치챘다.

“아닌데? 지금 너희가 기침하고 각혈하는 독은 나도 모르는 독인데?”

“뭐?”

믿지 않는 눈치.

그러나 정말이었다.

자신은 아직 이만큼 강하고 은밀한 독을 제조할 실력이 못 됐다.

“그 말을 우리보고 믿으라고?”

“믿든 말든 너희 마음이지. 하지만 내가 굳이 그 독을 내가 안 썼다고 속일 이유가 있나?”

“그건…….”

보부상 도적이 인상을 찡그렸다.

확실히 먼저 공격한 건 자신들이었으니, 진천우가 독을 쓴 건 정당방위였다.

그러니 그걸 부정할 이유는 없었다.

‘이것들이 깊게 생각할 틈을 주어서는 안 된다.’

슥.

몰래 미혼산을 뿌렸다.

보부상 도적이 미혼산을 흡입하자 눈빛이 흐려졌다.

진천우는 곧바로 그 틈을 찔렀다.

“그러니 내가 오히려 더 궁금하군. 너희 둘 다 어디서 독에 중독당했지?”

“그런 적! ……없다.”

의외로 보부상은 미혼산을 잘 견뎠다.

‘더 뿌릴까?’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 않은 쪽에서 원하던 답이 들려왔다.

“혹시 그 동굴 말하는 거 아냐?”

“이 멍청한! 입 닥쳐!”

옆에 있던 약초꾼이 한마디 하자, 보부상 도적이 화들짝 놀라며 입 단속시켰다.

사실 그도 진천우가 마지막 독을 모른다고 하자 가장 먼저 동굴을 떠올렸다.

정말 우연히 찾은 동굴.

처음 발견할 때만 해도 혹시 뭔가 있나 싶어 기대했지만, 그 안에는 웬 깡마른 시체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시체를 옆으로 치우고 둘이 함께 동굴을 뒤졌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아니, 정확히는 지금 자신들이 중독된 독이 거기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이건 기회였다.

‘이 두 놈은 어째선지 그 동굴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동굴의 위치를 가볍게 알려줄 수 없었다.

최소한 자신들을 풀어달라고 조건을 걸어야 했다.

“쿨럭!”

그런데 그 조건을 말하려는데 또 기침이 나왔다.

“컥!”

각혈도 다시 시작했다.

“역시나…….”

“쿨럭쿨럭! 역시나라니? 그 무슨?! 커억!”

진천우가 기침과 각혈하는 두 도적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전부 예상대로.

‘역시 내가 만든 해독제로는 독괴의 독을 완전히 해독할 수 없군.’

그가 만든 해독제는 독괴록에 적힌 가장 기본적인 해독제였다.

재료도 쉽게 구하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지만 그만큼 해독 효과가 약했다.

대신 성과는 있었다.

‘분명 동굴이라고 했지.’

이곳 천옥산은 한낱 뒷산에 불과했다.

여기에 동굴이 있어봤자 몇 개나 있겠는가?

‘산 전체를 샅샅이 뒤질 필요 없이, 동굴만 찾으면 며칠이면 충분하겠군.’

거래?

웃기지도 않았다.

‘도적놈들을 믿으라고?’

관아에 넘겨 포상금을 받는 게, 백 번 천 번 옳았다.

“쿨럭!”

등 뒤에서 그 소리만 듣지 않았다면.

“응?”

들려선 안 되는 방향에서 들린 기침 소리에 진천우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쿨럭! 쿨럭!”

현석이 기침하기 시작했다.

콱!

“아야!”

짝!

녀석이 갑자기 제 목을 손으로 쳤다.

다행히 그 전에 진천우의 손이 그의 목을 덮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또 소가주님의 손등을…….”

“되었다.”

이깟 일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독고가 하인이 중독된 ‘괴혈독’을 해독합니다.]

[해독에 실패합니다.]

[‘괴혈독’은 현재 독고의 해독 스킬로는 해독할 수 없습니다.]

독고조차 지금 현석이 중독된 독을 해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빌어먹을!”

‘언제 중독된 거지?’

아마 약초꾼 도적 위에 올라타 주먹을 휘두를 때, 하필 놈이 토한 피가 튄 모양.

‘그렇다 해도, 몸에 닿은 건 겨우 한두 방울이었을 텐데?’

그만큼 괴혈독이 강한 독이란 뜻이었다.

또 현석은 내공이 없는 일반인이니 독도 빠르게 퍼졌다.

“마시거라.”

“네.”

하인은 서둘러 제 주인이 건네는 해독제를 마셨다.

하지만 이걸로는 독을 완전히 해독할 수 없었다.

당장 더 강한 해독제를 만들어야 했다.

‘괴혈독이라 했지?’

진천우가 곧바로 품에서 독괴록을 꺼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었다.

좋은 소식은 괴혈독이 독괴록에 적혀 있단 점이다.

‘그 말은 저 두 도적이 찾은 동굴이 독괴의 비동이 확실해졌단 소리지.’

즉, 그 동굴만 찾으면 독괴의 유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나쁜 소식은.

‘괴혈독은 독괴록의 중반부에 적힌 독이다.’

아직 진천우의 실력으로는 독괴록의 초반부 독밖에 해독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으로 중반부 독을 해독하려면, 정말 희귀한 재료 또는 독괴가 직접 만든 해독제 일부가 필요했다.

‘느닷없이 그런 걸 어떻게 얻느냔 말……!?’

휙!

갑자기 고개가 무섭게 꺾였다.

“너! 내게 판 호리병을 어디서 얻었지?”

“호리병?”

“그래, 그 호리병! 보아하니 독에 대한 준비는 조금도 하지 않은 모양인데, 네놈 봇짐 속에는 뜬금없이 해독제가 든 호리병이 있었지.”

“그 안에 든 게 썩은 약초물이 아니라 해독제였다고?”

“역시 넌 호리병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몰랐군. 확실히 말해라. 그 호리병을 어디서 얻었지?”

“좋아, 알려주지. 대신 그 대가로 우리를 무사히 풀어주겠다고 약조하면……!”

퍽!

뒤도 듣지 않고 놈을 걷어찼다.

“말해!”

그만큼 급했다.

진천우는 어느새 가지고 있던 독을 모조리 보부상에게 뿌렸다.

“컥! 쿨럭쿨럭!”

독을 뿌리자, 녀석이 아까보다 훨씬 심하게 기침하고 피를 토했다.

엄밀히 따지면 진천우의 독은 독괴의 것과 같은 계열이라, 함께 사용하면 그 효과가 배가되었다.

“말해라! 당장!!”

“쿨럭! 커억! 마, 맞다! 쿨럭! 네 말대로 그 호리병은 그 동굴에서 찾은 게 맞다!! 컥!!”

“역시!”

그는 바로 약초꾼의 망태를 뒤졌다.

‘겨우살이와 송담은 필요 없고, 으름덩굴 열매는 충분히 있군.’

여기에 산에서 나는 몇 가지 약초가 더…….

다행히 근방을 부지런히 돌아다니자, 원하던 약초를 찾을 수 있었다.

나머지는 진씨세가에서 따로 챙겨온 약초로 충당 가능했다.

“쿨럭쿨럭!”

“조금만 참아라.”

시간이 지날수록 현석의 기침이 심해졌다.

콱!

그때마다 독고가 몰래 녀석의 목을 물었다.

[독고가 하인이 중독된 ‘괴혈독’을 해독합니다.]

[해독에 실패합니다.]

비록 해독은 못 해도, 이렇게 독을 빼 중독을 늦출 수 있었다.

“얼른 이 해독제도 마시거라.”

그리고 앞서 두 도적에게 시험했듯, 자신이 만든 해독제로 중독을 늦췄다.

“꿀꺽!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으니, 저기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거라. 괜히 움직여서 독이 빨리 퍼지게 하지 말고.”

“네…….”

‘서둘러야 한다.’

진천우가 급히 손을 움직였다.

가문에서 약초와 함께 조제 도구를 가져오길 잘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여러 약초를 짓이기고, 빻고, 섞었다.

잠시 뒤, 그 많던 약초가 순식간에 가루로 변했다.

약초 가루 위에 으름 열매를 짰다.

주루룩!

진득한 진액이 검록색 가루 위에 뿌려졌다.

그걸 손으로 빠르게 비비자, 새끼손톱 크기의 환이 만들어졌다.

‘됐다. 환 형태의 해독제가 완성됐어.’

안타깝게도 이 검은 환의 해독 효과는 전에 만든 해독제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만 더 추가하면…….’

콸콸콸!

그는 보부상에게 산 오래된 해독제, 아니 독괴가 만든 약초물을 검은 환 위에 뿌렸다.

치이익!

환에서 흰 연기가 올라왔다.

놀랍도록 청명한 향.

“어떻게 이런 향이!?”

동아줄에 묶인 두 도적이 그 향을 맡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맨 처음 저 약초물을 발견한 건 그들이었다.

산 중턱에서 정체 모를 시체가 있는 동굴을 발견한 둘은 기연을 찾았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아무리 동굴을 뒤져도 절세 무공이나 영약은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이 찾은 건 시체 옆에 아무렇게 내팽개쳐져 있는 낡은 호리병뿐.

‘당연히 호리병 안의 내용물도 확인했는데!’

병을 따자 지독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아주 조금 맛까지 봤다.

역시 아무것도 아니었다.

당연했다.

호리병의 내용물은 따로 독괴록을 숙지하지 않은 이상, 지독히도 쓴 약초물 혹은 아주 효과 낮은 효과의 해독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둘은 솔직히 진천우에게 제가 가진 기연을 빼앗겼다는 생각보다, 쓸모없는 쓰레기를 이처럼 대단한 향을 풍기는 약으로 만든 것에 더 크게 감탄했다.

“쿨럭! 쿨럭!!”

이때, 나무 그늘 밑에서 쉬고 있던 현석이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의 낯빛은 한쪽은 푸르고 한쪽은 붉었다.

절대 자연적으로 사람의 얼굴이 저리될 수 없었다.

‘틀림없이 중독 중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

두 도적은 자신도 똑같은 독에 중독된 걸 알기에, 가슴을 졸이며 진천우를 지켜보았다.

“씹어라!”

그는 현석에게 방금 만든 해독환을 내밀었다.

“네.”

하인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주인이 내민 검은 환을 삼켰다.

입안에서 여러 약초의 쓴맛과 피비린내가 섞였다.

하지만 그는 씹는 걸 멈추지 않았다.

꿀꺽!

간신히 환을 씹어 삼키자.

“쿨럭! 컥! 기침이…… 각혈이 멈췄습니다!”

“다행이구나.”

현석이 본래 얼굴색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진천우는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괴혈독의 ‘일시 해독제’ 제조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독공’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눈앞의 푸른 현판에는 분명하게 ‘일시’ 해독제라 적혀 있었다.

‘일시라면, 효과는 얼마나 지속되는 거지?’

[일시 해독제의 효과는 무인의 경우 한 알당 사흘, 범인의 경우 한 알당 하루입니다.]

‘하루?’

그 즉시 호리병에 남은 약초물의 양을 가늠했다.

처음 만든 해독환의 수가 다섯.

대충 약초물은 앞서 사용한 것의 두 배하고 조금 더 남았다.

‘아껴 만들면, 간신히 열일곱 개쯤인가?’

그럼 현석이 괴혈독을 견딜 수 있는 시간도 보름 정도.

그 안에 독괴의 유물을 얻고 독공의 수준을 높여, 완벽한 해독제를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려면 한 가지 불편한 거래를 해야 했다.

‘어쩔 수 없군.’

진천우가 도적들에게 다가갔다.

‘지금은 비동을 찾는 하루 이틀의 시간도 아깝다.’

그러니 정말 마음에 안 들어도, 이것들을 멀쩡히 풀어주는 대가로 정확한 비동의 위치를 알아내야 했다.

그런데.

“살려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대뜸 도적들이 땅에 고개를 박았다.

꿈틀!

이를 본 진천우의 눈썹이 위로 치솟았다.

이것들이 뻔뻔하게 풀어달라는 걸 넘어, 살려달라고 빌어?

“이대로 죽을 수 없습니다. 저희는 꼭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헛소리!!”

놈들이 애걸복걸 빌자, 뒤에서 듣고 있던 현석이 소리쳤다.

“소가주님, 설마 마음 약해지신 건 아니겠지요? 저것들은 도적들입니다.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입니까!”

“아닙니다. 비록 저희가 도적질을 하려 했지만, 그렇다고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우리 삼살이견은 말 그대로 개가 되어 공자님을 따르겠습니다.”

도적들이 더 간절히 빌었지만, 현석은 단호했다.

그는 제 주인의 안위에 관련된 일에는 절대 타협을 몰랐다.

“말도 안 됩니다. 이들을 살려주면, 다시 칼을 들고 달려들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아닙니다!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시간이 지날수록 셋은 점점 더 목소리를 높였다.

“…….”

그런데 이 시끄러운 와중에, 진천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어…….”

그는 그저 당황한 얼굴로 제 눈앞에 나타난 푸른 현판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천하제일 타이쿤의 하위 타이쿤, ‘영물(靈物) 마스터’가 반응합니다.]

[삼살이견(三殺二犬)을 펫으로 길들이겠습니까? (예 / 아니오)]

생각지도 못한, 확실한 보장이 생겨버렸다.

‘아니, 그보다 영물 마스터가 사람한테도 적용되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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