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5화 : 타구(打狗)의 달인 (1) (85/210)


85화 : 타구(打狗)의 달인 (1)
2022.01.15.


덥석!

진천우가 손을 뻗어, 조금 전까지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들었다.

[적절한 둔기를 손에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타구(打狗)의 달인’이 시작됩니다.]

슥!

‘이건?’

타구의 달인이 시작됐기 때문일까?

갑자기 의자 다리 끝에 흰 줄이 생겼다.

그 줄은 눈앞의 거지와 연결돼 있었다.

반면, 거지가 든 타구봉에서 못 보던 검은 줄이 나와 자신과 이어졌다.

‘이게 뭐지?’

생전 처음 겪는 현상이지만, 진천우는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타이쿤을 통해 온몸에 붉은 격자가 생긴다든가, 손에 든 청기 백기로 무형의 기운을 조정한다든가, 그게 아니면 하늘에서 빛나는 족적이 빗발치는 경험을 한 그였다.

진천우는 지극히 냉정한 얼굴로 새로 나타난 검고 흰 줄을 살폈다.

슥!

그때, 각 줄의 끝에서 붉고 동그란 구슬이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무기 끝에서부터 각자 연결된 사람을 향해 이동했다.

‘이 구슬로 뭘 하라는 거지?’

“이얏!”

이때, 개방 거지가 이쪽으로 몸을 날렸다.

놈의 눈에는 ‘타구의 달인’이 보이지 않는지, 전혀 거리낌 없는 얼굴이었다.

“흥, 기껏 한다는 게 의자를 들고 내게 덤비는 거냐!”

거지가 힘차게 타구봉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몽둥이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진천우의 신형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소림의 최상승 절기인 대나이신법의 효과였다.

“뭣?!”

그 직후, 그의 뒤통수에 의자가 날아왔다.

퍽! 와자작!

의자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어?!”

그런데 이번에는 진천우가 크게 놀라며 눈을 치켜떴다.

왜 맞은 놈도 아니고 때린 이가 경악하는 거지?

“이놈!”

그 순간, 개방 거지가 바로 몸을 돌려 타구봉을 찔렀다.

맞은 직후 날리는 공격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빠르기.

하지만 대나이신법이라면 피하지 못할 공격은 아니었다.

진천우가 바로 뒷걸음질 치려 했는데.

“?!”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푸른 현판이 그의 시야를 가렸다.

[MISS!]

타이쿤이 즉시 정체불명의 글자를 해석하고, 이 상황을 설명했다.

[타구의 달인 도중에 ‘MISS’가 뜨면, 손에 든 둔기의 내구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동시에 몇 초간 몸이 마비됩니다.]

“이 무슨!?”

퍽!

곧바로 가슴에 큰 격통과 함께 마비가 풀렸다.

쾅!

진천우가 타구봉의 위력에 벽까지 날아갔다.

“하! 잠깐 당황했는데, 별것 아니었군.”

거지가 손에 든 타구봉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허나 그의 표정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저깟 놈이 그만한 상승 무공을 쓸 줄이야.’

개방의 정보에 따르면 진천우는 문사 가문의 후계자에 불과했다.

거기다 얼마 전까진 화급을 다투는 환자였다.

그래서 당연히 무공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조금 전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는 움직임은 결코 평범한 무공이 아니었다.

‘하지만 딱 그뿐이란 말이야…….’

기껏 뛰어난 경공으로 배후를 잡아놓고, 휘두른 공격의 위력이 형편없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아예 맞은 느낌조차 없었다.

그다음 자신이 날린 반격도 제대로 적중했다.

‘그만한 경공이 있었으면, 당연히 어렵지 않게 피해야 할 텐데?’

이상의 사실을 통해, 거지는 확신했다.

‘그렇군. 놈이 익힌 경공은 뛰어난 위력만큼 아주 많은 내공이 필요한 게 분명하다. 그리고 저 녀석은 아직 실력이 부족해 그것을 연달아 쓸 수 없는 거고.’

확실히 그 같은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본인 실력에 비해, 너무 뛰어난 무공을 얻은 무인들이 주로 보이는 현상.

이에 대한 대처법은 간단했다.

‘상대 무공에 현혹되지 않고, 우직하게 몰아붙인다.’

휙!

어찌할지 결정한 거지가 다시 몸을 날렸다.

그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진천우는 몸을 회복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의자를 들었다.

슥!

의자를 들자 또 거기서 흰 줄과 붉은 구슬이 나왔다.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한 번의 실수로 타구의 달인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렴풋이 눈치챘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실전에서 채운다.’

휙!

진천우도 거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놈!?”

역시 대나이신법이 선풍신법보다 위.

놈은 갑자기 눈앞에 뚝 떨어진 진천우를 보며, 경기를 일으키듯 타구봉을 휘둘렀다.

슥!

이를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대로 반격을 날리는 것도 쉬웠다.

‘하지만 여기서는 한 박자 쉰다.’

왜?

그 이유는 자신이 든 의자에서 튀어나온 붉은 구슬이 딱 한 박자 뒤에 거지에게 닿기 때문이었다.

바로 지금!

휙!

진천우가 정확한 박자에 맞춰 의자를 휘둘렀다.

한 박자 늦었기에 놈이 이미 팔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상관없었다.

당장 진천우의 목적은 치명타가 아니라 맞추는 것.

아니, 앞으로 여러 차례 시험해야 하니, 오히려 치명타는 일부러라도 피해야 했다.

쿵!

“컥!”

강렬한 한 방에 거지는 단숨에 다섯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음?’

그런데 기껏 공격에 성공한 진천우가 또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이번에는 정확한 박자에 제대로 공격을 날렸다.

상대의 반응을 보니 효과도 확실했다.

그런데.

‘왜 의자에 맞은 타격음이 쿵이지?’

당연히 쾅이나 퍽이 아닌가?

게다가 그 타격음도 의자에서 들리지 않고, 제 귓가에서만 크게 울렸다.

“이 자식!!”

한편, 진천우가 잠시 머뭇거리는 걸 보고 거지가 다시 달려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놈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보였다.

‘조금 전 상황은 당연히 내가 물러나는 걸 보고 바로 몰아쳐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놈이 내 예상대로 강한 무공을 지녔지만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는 뜻. 그러니 처음에는 다소 얻어맞더라도 뚝심으로 버티고 반격해야 한다.’

아무래도 괴상한 오해가 생긴 듯했다.

하지만 그 오해는 너무나 진천우에게 유리했고.

슥!

때마침 두 번째 구슬이 의자에서 튀어나왔다.

휙! 휙휙!

“피하지 마라!”

생각보다 구슬의 속도가 느려서, 진천우는 어쩔 수 없이 놈의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

‘역시 아까 공격으로 무리를 해 반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는 사이, 거지의 오해가 깊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지금!’

진천우가 곧바로 두 번째 박자에 맞춰 의자를 휘둘렀다.

거지는 피하려고 했지만, 기동성에서 큰 차이가 있는 탓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퍽! 으지직!

그런데 이번에는 정확한 박자에 맞췄음에도 또다시 의자가 부서졌다.

“어째서…….”

[MISS!!]

뭐라 말하려다 또 몸이 마비되었다.

거지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역시 무리하고 있구나!”

휙!

타구봉이 무서운 기세로 날아왔다.

‘젠장!’

겨우 저 정도 공격을 두 눈 뻔히 뜬 채 맞아야 한다니!

그래도 이번에는 맞기 직전에 마비가 풀렸다.

아까처럼 맞자마자 바로 반격이 날아온 게 아니라, 한 번 물러났다 공격하느라 틈이 생긴 듯.

그래도 날아오는 타구봉과의 거리는 한 뼘이 채 되지 않았다.

‘피하기는 무리지만, 막는 건!’

진천우가 서둘러 양손을 들었다.

비록 맨손이지만, 양팔 가득 내공을 둘렀다.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타구봉의 충격을 막을 수 있을 듯.’

슥!

그때, 놈의 타구봉과 자신 사이에 연결된 검은 줄에서 나온 구슬이 제 몸에 닿았다.

확실히 ‘타구의 달인’은 진천우뿐 아니라 둘 모두에게 적용되었다.

하지만 거지는 앞서 몇 번이나 구슬과 상관없이 타구봉을 휘둘렀고, 그때는 타구봉이 부서지지지 않고 멀쩡해서, 타구의 달인과 전혀 상관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타구봉에서 나온 구슬이 몸에 닿자 바로 양팔에 두른 내공이 흩어졌고, 심지어 그 팔마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강제로 풀렸다.

‘이 무슨?!’

딱!

당황하던 진천우는 타구봉에 정통으로 맞고 뒤로 날아갔다.

주륵!

간신히 일어났지만, 이마에서 흐른 피가 한쪽 눈을 가렸다.

이를 본 거지가 승리를 확신하며 크게 소리쳤다.

“어떠냐! 이쯤에서 신의의 의술을 내놓는 게?”

그는 말로 끝내지 않았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몸을 날렸다.

‘일단 확실히 제압한 후, 놈에게 의술을 토하게 한다.’

거지는 이쯤에서 끝장을 보려는 듯, 손에 든 타구봉을 어지럽게 휘둘렀다.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도 진천우는 아까 맞은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씨익!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입꼬리를 비틀었다.

‘왜 두 번째 공격이 실패했는지 알아냈다.’

슥!

진천우가 옆으로 손을 뻗어 새 의자를 들었다.

그 즉시 의자에서 흰 선과 구슬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 색이 푸른색이었다.

사실 두 번째 실패할 때도 저것과 같은 색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거지가 제 머리를 내려칠 때도 처음과 같은 붉은 구슬이 아니라 이 푸른 구슬이었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차이가 뭘까?

분명 둘 다 박자는 정확했다.

그런데 자신은 붉은색만 성공시켰고, 푸른색은 실패했다.

반면 거지는 푸른색에 성공시켰다.

마지막으로 놈이 푸른색을 성공시킬 때, 귓가에 울린 특이한 타격음.

-딱!

진천우는 그 소리가 붉은색의 ‘쿵’보다 훨씬 딱딱한 무언가와 부딪칠 때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사람 몸 중 딱딱한 부위?

‘뼈!!’

휙!

“이놈이 아직도 움직일 힘이 남아있구나!”

진천우가 다시 몸을 움직이자, 거지가 버럭 소리 질렀다.

그래도 그는 처음처럼 경기를 일으키진 않았는데, 그건 진천우의 움직임이 처음보다 눈에 띄게 느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건 힘을 다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진천우는 타구봉을 확실히 피하는 것보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타구봉의 정타를 피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리고 남은 여력을 모두 양 눈에 집중했다.

‘의안.’

의안(醫眼).

의원의 눈을 통하면, 사람의 혈도와 내장을 모조리 꿰뚫을 수 있다.

진천우가 다시 의자를 휘둘렀다.

핏!

이때, 옆구리에 타구봉이 스쳤다.

사뭇 날카로운 공격에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났지만, 그가 휘두르는 의자는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더욱 속도를 올렸다.

‘생각보다 푸른 공의 속도가 더 빠르다!’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의자를 더 빨리 휘둘러야 한다.

꽈악!

손에 쥔 의자에 힘이 더해졌다.

그 넘쳐나는 힘이 모두 의자에 집중되었다.

그 결과!

-딱!!

“컥!”

쾅!!

거지는 의자에 갈비뼈를 맞고 그대로 외마디 비명과 함께 벽에 처박혔다.

‘이거다!’

그 순간, 양손에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손맛이 느껴졌다.

좀 더!

이 손맛을 조금 더 느끼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의자에서 더는 구슬이 나오지 않았다.

붉은 구슬도, 푸른 구슬도.

‘왜?!’

잠시 후, 그 이유를 알아냈다.

거지 놈이 눈을 까뒤집어진 채 혼절했다.

아무래도 ‘타구의 달인’은 기절한 상대에게는 발동하지 않는 모양.

진천우가 열불이 터져 소리쳤다.

“일어나! 네놈은 개방이지 않으냐!”

구파일방의 일좌.

천하제일 정보단체.

그 드높은 이름과 굳센 기개는 다 어디에 팽개치고 벌써 정신을 잃느냔 말이냐!

그러나 그의 외침에도 혼절한 거지는 일어나지 못했다.

“쯧!”

한참 뒤, 진천우가 손에 든 의자를 내려놓고 거지에게 다가갔다.

슥!

그는 소매에서 날 선 소도를 꺼내더니 그대로 거지의 허리를 찔렀다.

그러자 녀석의 허리에서 웬 꾀죄죄한 매듭이 아래로 떨어졌다.

진천우가 그걸 들고 다시 혀를 찼다.

‘삼결(三結).’

개방의 매듭은 꼬아 맨 숫자가 높을수록 높은 신분을 뜻했다.

‘일단 개방에서 나중에 딴소리 못 하게 하려면 확실한 증거물이 필요한데, 겨우 세 번 꼬아 맨 매듭으로는…….’

아마 지신이 개방의 장문인이라면, 삼결 제자를 위해 학수선의와 논쟁을 펼칠 바에는 그냥 그 제자를 버릴 것이다.

‘그러지 못하게 하려면 이것보다 매듭 수가 좀 더 많은 거지가 필요한데.’

“놈!!”

그 순간, 누군가 이 층으로 올라왔다.

이를 본 진천우가 두 눈을 치켜떴다.

그가 놀란 이유는 새로 등장한 중년 거지가 때마침 허리춤에는 다섯 번 꼰 매듭을 달아서가 아니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지?’

아직 의당의 함정은 모두 제대로 작동 중이었다.

그런데 저 오결(五結) 거지는 그 모든 함정을 상처 하나 없이 돌파했다.

“다…… 단두!”

설상가상으로 혼절한 거지까지 깨어났다.

조금 전, 그의 일갈에 정신을 차린 게 분명했다.

하필 눈에 보이는 광경이 좋지 않았다.

오결 거지의 눈에는 진천우가 제 수하가 흠씬 두들겨 팬 후, 거기다 개방 거지에게 가장 중요한 매듭까지 잘라간 거로 보일 테니까.

“이 자식!”

과연 예상대로 그는 곧바로 타구봉을 들고 몸을 날렸다.

확실히 삼결 거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그저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걸음걸음에서 오묘한 현기까지 느껴졌다.

흡사 소림의 절기인 대나이신법을 펼칠 때처럼.

진천우가 경각심을 느끼고 급히 의자를 들었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그것을 휘두르지 않았다.

휙!

오결 거지가 진천우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곧장 쓰러진 수하에게 달려갔다.

“다……. 단두…….”

바닥에 쓰러진 삼결 거지는 제 쪽으로 달려오는 상관을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표정이 극도로 겁에 질려있었다.

그럴 수밖에.

“이놈!”

“다, 단두님! 잠시만!!”

중년 거지가 손에 든 타구봉으로 수하를 내려쳤다.

-쿵!

“어?”

저 소리는?

착각이 아니었다.

오결 거지는 그 뒤에도 쉬지 않고 타구봉을 휘둘렀다.

-쿵딱딱! 쿵딱! 쿵쿵딱! 쿵딱쿵딱!

“하!”

진천우의 입에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결 거지가 펼치는 저 매타작이야말로 타구의 진수였다.

“끄아악! 단두님! 제발 용서를!”

삼결 거지가 바닥을 뒹굴며 몇 번이나 용서를 구했지만, 중년 거지는 인정사정없이 그를 두들겨 맞았다.

“내가! 분명! 학수선의 님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말 안 듣는 거지는 복날에 개 잡듯 두들겨 패야 제 맛!

“아니지! 개는 충성스럽고! 귀엽고! 말 잘 듣고! 때론 주인을 위해 목숨도 바치는데! 네놈은 불충하고! 더럽고! 말도 안 듣고! 생긴 것도 개거지 같으니! 아예 죽어라! 죽어!!”

-쿵쿵딱! 쿵딱쿵! 딱쿵딱! 쿵따라딱딱! 쿵딱!!

‘......사람을 문 개를 패도 저렇게는 못 팰 거다.’

그러면서도 정말 심금을 울리는 타구봉 가락에, 진천우는 홀린 듯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결국 삼결 거지는 입에서 피 섞인 게거품을 물고 다시 혼절했다.

그 뒤 오결 거지가 몸을 돌리는 순간, 진천우의 눈앞에 현판이 튀어나왔다.

[진정한 타구(打狗)의 사용법을 보았습니다.]

[‘타구(打狗)의 달인’의 튜토리얼을 마칩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타구의 달인’이 시작됩니다.]

‘타구의 달인이 다시 시작된다고?’

그렇담 그 상대가 누구인지 되물을 필요가 없었다.

진천우가 서둘러 손에 의자를 고쳐 들었다.

그때, 오결 거지가 진천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진천우는 하마터면 손에 든 의자를 놓칠 뻔했다.

“내가 수하를 잘못 키웠소. 그러니 오늘 일은 모두 나의 부덕이오.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불의에 눈 돌리지 않았음을 자랑삼아 왔으나, 오늘 일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그러니 당장 손에 든 의자로 날 패시오! 그대가 만족할 만큼 맞겠소.”

……그러니까.

“그쪽이 내가 휘두른 의자에 그냥 맞아주겠다고? 내가 몇 대를 때리든 간에?”

“물론이요.”

“정말?”

“나, 정철의 말은 천금보다 무겁소.”

‘정철?’

그 이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슥!

그러나 진천우가 그것을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의자에서 구슬이 튀어나왔다.

다짜고짜 시작된 타구의 달인.

휙!

그러자 진천우도 곧장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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