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 타구(打狗)의 달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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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 타구(打狗)의 달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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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 타구(打狗)의 달인 (3)
2022.01.19.
우우웅!
진천우가 기운을 갈무리했다.
타구의 달인을 끝나면서 보상이 주어졌지만, 당장은 몸을 회복하는 게 먼저였다.
“쿨럭!”
눈을 뜨니, 정철이 맞은편에 앉아있었다.
‘벌써 정신을 차린 건가?’
자신의 매타작으로 계속 혼절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 이제 보니 그만큼 시간이 오래 흘렀다.
밖을 보니 어느새 동이 텄다.
“몸은 좀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정철의 물음에 진천우가 몰래 쓴웃음을 흘렸다.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걸까?
자신이 아무리 몸 상태가 나빠도 결코 그만큼은 아니었다.
진천우가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면, 정철은 실제로 온몸은 부서졌다.
그런데도 그는 진천우의 괜찮다는 말에 진심으로 기쁜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참으로 다행이오.”
“감사합니다.”
이 상황에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진천우는 그저 고맙다고 답했다.
협개는 여러모로 그가 만나본 적 없는 별종이었다.
진천우는 이 사실을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크게 깨달았다.
휙!
“이건?”
정철이 새하얀 단약을 그에게 던졌다.
한눈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골혈단(骨血團)이오.”
“골혈단?”
“개방이 만든 약이지.”
아무리 개방이 거지 집단이지만, 엄연히 구파일방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 세력.
방도들의 수나 세력의 힘, 무공의 깊이까지 같은 구파일방인 소림이나 무당과 비견되니, 당연히 영약 조제 능력도 상당했다.
“그러나 역시 거지라는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어서, 소림의 대환단이나 무당의 태청단 같은 천문학적인 금자가 필요한 영약은 만들지 못하오. 사실 그런 점 때문에 일부 개방 문도들이 더 학수선의의 의술에 집착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정철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다른 구파일방이 내공 증진에 큰 효과를 지닌 영약에 집중한다면, 개방은 조금 특이한 효과를 지닌 약들을 여러 종류 만드는 데 집중했지.”
골혈단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빠르게 뼈와 피를 회복시켜준다고 약 이름을 골혈단으로 짓다니, 그 단순함이 참으로 거지다웠다.
“감사합니다.”
진천우는 잠시 골혈단을 살펴보다, 곧 고개를 숙이며 정철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꿀꺽!
바로 약을 삼켰다.
‘음……!’
스윽!
약효가 돌기 시작하자, 조금 전 기운을 갈무리하는 것만으로 다 이어 붙지 못한 뼈들이 빠르게 엉키기 시작했다.
싸우면서 다소 많이 흘렸던 피도 곧 보충되었다.
‘자연 회복력을 빠르게 상승시켜주는 영약이라 그리 자주 사용할 순 없겠지만, 확실히 효과가 좋군.’
골혈단의 효과가 이렇게나 좋을지 몰랐던 진천우는 정철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숙이는 대신 눈살부터 찌푸렸다.
우우웅!
정철은 어느새 가부좌를 틀고,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그의 상태는 자신보다 더 심각했기에 이러한 행동이 무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위험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진천우가 그를 잘못 건드린다면 주화입마에 빠질지도 몰랐다.
같은 이유로 진천우는 기운을 갈무리하기 전에 먼저 정철 옆에 함께 쓰러져 있던 삼결 거지를 점혈시켜, 나중에 정신 차려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휴!”
우웅!
그는 빠르게 안색을 회복하는 정철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분명 내가 눈 뜨기 전에 먼저 정신을 차렸을 텐데.’
그런데도 정철은 바로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고 제 맞은편에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것이 남몰래 자신의 호법을 서주었단 의미라는 걸 어찌 모를까.
거기다 골혈단까지 내주다니.
그가 왜 협의 일인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되었다.
슥!
진천우가 조용히 강호의 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비록 자신은 여전히 그 협이라는 게 쉬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남들은 절대 하기 힘든, 그리도 무척 대단하단 것만은 인정해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진천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눈앞의 푸른 현판을 주시했다.
이제부터 타구의 달인의 보상을 확인할 시간이다.
[사용자는 개방의 해석과 전혀 다른 새로운 ‘타구(打狗)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그랬나?”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무아지경에 빠져 의자를 휘두른 기억밖에 없었다.
운이 없으면 기껏 무아지경에 들고도 그 기억을 모두 잊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진천우는 운이 좋았다.
-그냥 팬다.
이토록 간단한 개념이 진천우가 깨달은 새로운 의미였다.
잊어도 몸이 기억하고, 솔직히 잊어도 상관없었다.
[타구의 달인의 보상으로 새로운 스킬이 주어집니다.]
[스킬 ‘타구(打狗)’를 습득했습니다.]
“…….”
진천우가 보상으로 얻은 새 스킬을 살폈다.
[‘타구’ 스킬은 모든 둔기 관련 능력치를 배로 만듭니다.]
“흠?”
첫 줄만 읽어서는 새 스킬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래의 상세 설명을 읽을수록 진천우의 눈이 점차 커졌다.
[타구 스킬을 지닌 채 둔기를 들면, 그 공격력이 배가됩니다.]
[타구 스킬을 지닌 채 둔기를 들면, 그 속도가 배가됩니다.]
[타구 스킬을 지닌 채 둔기를 들면, 그 정확도가 배가됩니다.]
[타구 스킬을 지닌 채 둔기를 들면, 그 내구도가 배가됩니다.]
‘지금이라도 개방에 투신해야 하나?’
물론 그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무림에서 둔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가장 유명한 문파는 타구봉법의 개방이었다.
아니, 애초에 진천우는 타구봉법 외의 다른 둔기 무공을 알지 못했다.
그만큼 그의 무림 견문이 얕은 탓도 있지만, 실제로 날붙이나 맨손이 아닌 둔기를 주로 쓰는 문파는 드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개방이 달리 보였다.
‘그만한 무공에 골혈단 같은 약을 만들 기술, 그리고 천하제일의 정보단체라는 명성까지 지녔으면서 학수선의의 의술까지 노려? 그것도 부정한 방법까지 써서?’
그야말로 파렴치하지 않는가?
진천우는 그 즉시 머릿속에서 개방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사실 그가 깨달은 타구의 의미는 그냥 패버리는 게 다이기 때문에, 굳이 타구봉법처럼 변화무쌍한 무공은 필요 없었다.
오히려 그에게 필요한 건, 언제든 사용 가능한 둔기 그 자체였다.
‘어떤 걸 챙겨두는 게 좋을까?’
둔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역시 봉이지만, 더 자세히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었다.
당장 타이쿤은 진천우가 앉았던 의자도 둔기로 보고 타구의 달인을 시작하지 않았던가.
팟!
그런데 그때, 눈앞의 현판이 갑자기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아래로 쭉 이어지는 설명 맨 끝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초월 달성으로 보상이 추가됩니다.]
‘이걸 잊었군.’
먼저 받은 타구 스킬이 워낙 사기적인 효과라, 추가 보상이 있다는 걸 까먹었다.
진천우가 서둘러 추가 보상을 확인했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는 조금 전 자신이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을 했는지 깨달았다.
‘다음에는 일단 보상부터 다 확인한 후에 설명을 읽어야겠군.’
“큭!”
갑자기 진천우의 입꼬리가 가볍게 비틀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받은 추가 보상은.
[추가 보상 : 타구좌법(打狗座法)]
무려 의자를 휘두르는 무공이었다.
* * *
우우웅!
정철의 머리 위로 우윳빛 서기가 잠시 맺혔다 사라졌다.
대충 기의 갈무리가 마무리되었다는 의미.
예상대로 그는 곧 눈을 떴다.
맞은편에 가만히 앉아있는 진천우가 보였다.
정확히 그가 기를 갈무리하기 전과 똑같은 상황.
정철이 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호법을 서주었나?”
“그저 신세 진 걸 갚았을 뿐입니다.”
“고맙네.”
“그러니까…….”
“은혜를 입었으니 갚는다. 그 당연한 행동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지.”
“…….”
진천우는 입을 다물었다.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
한편, 정철은 눈을 뜨자마자 제 옆에 쓰러진 수하를 챙겼다.
물론 그 전에 진천우에게 놈을 데려가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그러시죠.”
어차피 저놈은 학수선의의 의(醫)를 훔치지 못했다.
되레 그 덕에 자신이 ‘나 혼자 맹에?!’와 ‘타구의 달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충분히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얻었는데도.
“자네의 배려에 또 한 번 감사를 표하네. 이 일에 대한 감사는 나중에 따로 개방을 통해 갚도록 하겠네. 물론 나 또한 따로 보답하겠네.”
정철은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진천우에게 주려고 안달 난 사람 같았다.
“아닙니다.”
이미 골혈단을 받았다.
보상은 그걸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개방을 통한 보답은 받겠습니다.”
아무렴, 거지들에게는 반드시 뜯어내야지.
“단, 저한테가 아니라 학수선의 님께 전달해주십시오.”
진천우는 거지들이 어물쩍 넘어갈 걸 대비해, 아예 신의의 이름을 팔았다.
아무리 개방이라도 맹의 장로와 동격의 대우를 받는 학수선의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으리라.
정철은 진천우의 청을 반만 수락했다.
“개방의 보상은 내가 반드시 학수선의 님께 전하도록 하겠네.”
그는 두 개의 청 중 후자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내가 따로 자네에게 할 보답은 이대로 넘길 수 없네.”
“넘기셔도 됩니다.”
“아니, 앞서 자네는 내게 타구봉으로 자네를 제압하면 이번 일을 넘어가겠다고 조건을 달았지. 그런데 나는 이를 완수하지 못했네.”
‘그러고 보니 그랬지.’
“그러니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자네에게 보은을 해야겠네.”
진천우는 굳이 안 받겠다는 사람에게 강제로라도 보답하겠다는 정철의 태도가 난감했다.
그래도 두 번은 거절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무려 협개란 이름으로 천하에 명성을 떨친 정철의 보은.
솔직히 기대되었다.
‘무공일까? 그게 아니면 영약?’
둘 다 정철이 거지 문파인 개방 출신인 걸 생각하면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구파일방의 일축인 개방이라면 그에게 뛰어난 무공이나 영약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정철의 보답은 정말 뜻밖의 것이었다.
아니, 어찌 보면 지극히 개방다운 것일지도 몰랐다.
“우선 자네에게 기밀 하나를 알려주겠네.”
“기밀?”
정보라니.
확실히 개방은 천하제일의 정보 집단.
하지만 딱히 확고한 지위나 명성도 없는 자신에게 무공이나 영약보다 더 가치 있는 정보가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이 정보는 맹의 기밀이네. 원래라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을 허락된 이 외에게는 알려줘서는 안 되지만, 자네는 학수선의 님의 사람이니 이 일과 크게 무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알려주는 거라네.”
‘잠깐!’
기밀을 알려주는 이유가 신의와 관계돼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
묻고 싶은 말이 산더미지만, 참았다.
당장은 정철에게 그 기밀이 무엇인지부터 들어야 했다.
“…….”
“!?”
그리고 진천우는 기밀을 듣자마자.
쾅!
곧바로 의당 문을 박찼다.
“제길! 서둘러야 한다!”
촌각조차 지체할 틈 없이, 어딘가를 향해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