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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 먹고 한 알 더! (90/210)


90화 : 먹고 한 알 더!
2022.01.26.


스윽! 슥!

진천우가 상아빛 조제 도구로 약초를 빻았다.

약초의 푸른빛이 손가락 크기의 절구에 짓이겨져 붉게 변했다.

휙!

“여깄습니다.”

다 빤 약초를 옆으로 치우자, 현석이 바로 새 약초를 내밀었다.

슥!

이번에는 약초가 노랗게 바뀌었다.

“다음은 이겁니다.”

현석이 쉬지 않고 다음 걸 내놓았다.

‘역시 데려오길 잘했어.’

진천우가 검은 약초를 빻으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없었다면,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약초를 저 혼자 처리해야 했다.

‘그리고 이 마차도 가져오길 잘했군.’

그가 굳이 지부에서 가장 호화로운 마차를 챙긴 건 단순히 가는 동안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당장 그 호화로운 만큼 넓은 내부 공간이 아니면, 저만한 양의 약초를 어찌 챙겼을까.

그러나 진천우가 이 마차를 고른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좋은 마차일수록 이동 중에 쓸데없는 진동이 없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바로 그 편안함 덕분에 마차 안에서 약을 조제하는 행위가 가능해졌다.

‘약 만드는데 불필요한 진동은 필요 없지. 또 흔들리지 않아야 조제 도구가 옆으로 넘어져 깨질 일도 없을 거고.’

“됐다.”

그 순간 갖가지 처리를 끝낸 약초가 한 데 뒤섞여 십여 개의 검은 환단으로 바뀌었다.

약의 완성에 진천우는 크게 기뻐하며 그것을 창밖으로 던졌다.

너무 좋은 마차에 타고 있어서 그만 깜빡한 건가?

이 마차는 지금 미친 듯이 질주 중이다.

그런데 밖으로 새끼손톱보다 작은 환단을 던져?

진천우가 약을 던지면서 이상한 소리를 뱉었다.

“그건 말에게 먹이십시오.”

속삭이듯 말하는 목소리.

마차 밖에 있는 이들이 맹에서 엄선한 무인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달리는 말 위에서 놀랍도록 정교한 금나수법을 펼쳐 던져진 환약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로 자신들이 탄 말에게 먹였다.

히이이이잉!!

그 효과는 굉장했다!

약 먹은 말들이 그 즉시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뻗어나갔다.

“이건?!”

“과연!”

“놀랍군!!”

그 즉시 말에 탄 무인들이 손에 힘을 더했다.

자칫 방심하면 말에서 떨어질 정도의 빠름이다.

이중 가장 놀란 건 역시 후발대의 지휘를 맡은 화룡도객이었다.

‘대단하군!’

그는 출발 전부터 진천우의 호언장담을 의심했다.

-마차와 현석이 있으면 하루 만에 갈 수 있습니다만?

헛소리!

-내가 보장하겠네!

하지만 협개가 옆에서 힘을 보태는 통에 야멸차게 거절할 수 없었다.

그때 진천우가, 출발하고 한 시진 안에 제 말을 증명하겠다고 장담했다.

-만일 그러지 못하면, 그 즉시 지시에 군말 없이 따르겠습니다.

겨우 한 시진을 감내하면, 그 대가로 백풍대주와 정철을 온전히 제 지휘하에 놓을 수 있다고?

-알겠네.

화룡도객이 곧바로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 뒤 아직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말들은 처음 출발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땅을 박찼다.

‘확실히 대단한 약효지만, 이것만으로 하루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건 무리다.’

절대 시기나 억지가 아니었다.

‘지금 이 속도는 정확히 내가 처음 예상한 그 수준.’

화룡도객은 처음에 사흘거리를 이틀로 줄이겠다 말했다.

즉, 지금 속도는 딱 이틀치 속도였다.

그런데 여기서 속도를 더 올릴 방법이 있다면?

‘여기서 마차를 버려야 한다.’

아무리 빠른 말이라도 홀로 달리는 것과 마차와 함께 보조를 맞추는 건 속도 차이가 컸다.

그러니 여기서 마차를 버리면 충분히 더 빨라지겠지.

‘아마도 반나절은 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하루 반 만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진 공자, 지금이라도 마차를 버리는 게 어떻소! 내 앞서 자네를 무시했던 걸 사죄하겠소. 그리고 이번 일이 잘 해결되면, 반드시 공자의 공을 따로 보고하겠소.”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사흘거리를 하루로 줄이는 건 불가능했다.

‘아마 그때는 화가 나서 무리수를 던진 거겠지.’

어쨌든 결과가 좋다.

자신이 먼저 사과도 했으니, 당연히 마차 안에서 좋은 대답이 나올 거라 기대했다.

아니었다.

휙!

마차 안에서 대답 대신 다시 환단이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붉은색이었다.

“이런!”

“큭!”

검은 환단 때와 달리 후발대 무인들이 연신 신음을 흘렸다.

그때보다 말이 더 빨라졌으니, 그만큼 환단을 붙잡는 게 어려워졌다.

그래도 그들 중 누구 하나 환단을 땅에 떨어트리지 않고 붙잡았다.

잠시 뒤, 마차 안에서 진천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건 사람이 먹을 겁니다.”

우리가?

어째서 말에 탄 사람이 약을 먹을 필요가 있지?

꿀꺽!

그때, 백풍대주가 일말의 망설임 없이 환약을 삼켰다.

백풍대원들도 대주를 따랐다.

저들이 먹는데 후발대 무인들이 안 먹을 수 없었다.

꿀꺽!

화룡도객도 어쩔 수 없이 손에 쥔 붉은 환단을 삼켰다.

“큭!”

쓰고 역겹다.

그러나 약을 먹은 직후, 그의 시야가 놀랍도록 밝고 넓어졌다.

미친 듯이 달리는 말 위에 올라탔는데 어떻게 시야가 넓어질 수 있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시야가 넓어지자 처음보다 말 다루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지금 그들은 말발굽 아래에 돌부리가 튀어나온 것도 알아보고 바로 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돌릴 정도였다.

그렇게 몇 번이나 고삐를 당겼다 밀기를 반복하자, 절로 말들과 신뢰가 깊어졌다.

히이이잉!

말들이 고삐를 쥔 인간을 완전히 믿자 더욱 발굽에 박차를 가했다.

그야말로 신뢰의 도약!

당연히 붉은 환약을 먹기 전과 이후는 천차만별로 달라졌다.

“허!”

이번에도 화룡도객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확실히 더 빨라졌지만, 이 속도로도 하루 만에 목적지에 도착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여기서 마차를 버린다면?

진짜 하루 만에 도착할지도 몰랐다.

화룡도객이 다시금 진천우에게 마차를 버리자고 말하려는데.

푸륵! 푸르르륵!

갑자기 자신의 말이 숨을 헐떡였다.

이 말만 이러는 게 아니라, 다른 말들도 똑같이 거친 숨을 토했다.

‘말들이 벌써 지친다고?’

자신들이 타고 온 말은 모두 맹에서 엄선한 명마다.

결코, 쉽게 지칠 놈들이 아니란 소리.

그런데도 말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 답은 하나였다.

‘약 때문이군.’

진천우가 건넨 환단이 말들을 배로 빠르게 달리게 했지만, 그만큼 더 빨리 지치게 하는 게 틀림없다.

그럼 낭패가 아닌가?!

이러면 사흘의 기간을 줄이기는커녕, 더 늦어질지도 몰랐다.

휙!

화룡도객이 약이 잘못됐다고 뭐라 말하려는데, 마차에서 세 번째 환단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초록색.

“이건 사람과 말이 함께 먹으면 됩니다.”

둘 다?

그러고 보니 약의 수가 처음보다 정확히 두 배.

역시 백풍대주부터 주저 없이 약을 삼키자, 화룡도객도 어쩔 수 없이 초록 환단을 입에 넣었다.

일단 여기까지만 먹고 바로 한 소리할 생각이었는데.

“헉!”

그 순간 갑자기 온몸에 활력이 넘쳤다.

근력이 늘거나 기분이 좋아진 게 아닌, 가장 기초적인 체력이 확 늘어난 게 선명히 느껴졌다.

히이이잉!!

그러자 말들도 언제 지쳤냐는 듯 힘차게 울음을 터트렸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결국 화룡도객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각각 다른 세 종류의 환단.

이것들만 있으면 정말 처음 진천우의 말처럼 사흘거리를 하루 만에 돌파할 수 있음을.

그는 새삼 달라진 눈빛으로 선두의 화려한 마차를 바라보았다.

* * *

“소가주님, 여기 새 약초입니다.”

“그래.”

진천우가 마차 안에서 계속 환단을 만들었다.

과거 다섯 의원에게 달구지를 끌 도적을 빌려줬는데, 그 대가로 받은 비법으로 만든 환단이었다.

단, 지금 만드는 환단은 그들이 알려 준 비법보다 더 만들기 어려웠다.

거기다 더 귀한 약재까지 쓰는데도 약효는 한참 떨어졌다.

‘하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지.’

아쉽게도 이동 중에 약초를 하나하나 정성껏 빻는 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수년째 환단을 조제한 다섯 의원의 솜씨를 당장 따라잡는 건 무리였다.

‘그러니까 이 기회에 따라잡아야겠군.’

“소가주님, 다음 약재입니다.”

“알겠다.”

스르륵!

진천우가 현석에게 새 약재를 받아 빠르게 빻았다.

그 뒤, 그는 다 빻은 약초를 섞어, 새 검은 환단을 만들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환단을 다 만들자, 숙련도가 올랐다.

그런데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약을 조제하는데, 레어 등급 이상의 약재를 다섯 가지나 사용했습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귀한 약재를 사용해 조제하면 그만큼 숙련도가 더 오르는군.’

쓸 만한 정보다.

마침 마차 안에는 환단을 만들 약초가 그득했다.

휙!

진천우가 방금 만든 검은 환단을 밖에 던지고, 곧장 붉은 환단을 만들었다.

그다음은 녹색 환단.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숙련도가 쉬지 않고 상승했다.

사실 이 방법은 말도 안 되는 방법이었다.

‘일단 효율이 최악이지.’

마차 밖의 화룡도객과 다른 후발대 무인들은 약의 효과에 연신 감탄했지만, 진천우가 보기에 지금 자신이 만드는 약은 최악이었다.

아마 다섯 의원이 이 약을 봤다면 욕부터 뱉었으리라.

‘학수선의라면 욕이 아니라 주먹부터 날렸겠지.’

-이 약초 아까울 줄 모르는 놈 같으니!

신의의 성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아까 말했듯, 지금 그가 만드는 환단에는 귀한 약초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다섯 의원이 흔한 약재로도 만든 것보다 약효가 떨어졌다.

흡사 불쏘시개로 피울 수 있는 불을 급하다고 삼매진화로 피운 격.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어차피 이 약재들은 전부 지부에서 뜯은 건데.’

마차 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약재는 모두 진천우가 백풍대주와 정철을 후발대에 넣는 대가로 제갈세형에게 뜯어낸 거였다.

제갈세형도 멍청이가 아니니, 이 거래가 말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도 그는 그걸 수락했다.

불쏘시개로 피울 수 있는 불을 급하다고 삼매진화로 피운 격이라고?

맞다.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급하면 삼매진화든 뭐든 일단 불부터 피워야 하지 않은가.

그렇게 해서 무려 하루나 일정을 당길 수 있다면 절대 손해가 아니란 판단에, 그는 이 거래를 수락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덕분에 숙련도가 미친 듯이 올랐다.

“소가주님, 여기 다음 약초입니다.”

턱!

그때, 현석이 또 새 약초를 내밀었다.

“음!”

진천우는 그 약초를 보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현석과 눈을 맞췄다.

‘이 녀석,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일을 잘하는데?’

처음 그는 현석에게 몇 가지 약초를 구분하고 어떤 순서로 내주는지만 가르쳤다.

원래 제대로 된 약초꾼이 아닌 이상, 그 풀떼기가 그 풀떼기로 보이는 법.

확실히 처음에는 녀석도 계속 틀린 약초를 내주었다.

그런데 몇 번 실수를 지적한 뒤부터 점점 그 횟수가 줄더니, 이제는 아예 실수를 전혀 하지 않게 되었다.

전문적인 약초꾼도 이렇게 빨리 배우진 못한다.

[‘현석’은 사용자와 주종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주종관계에서 주인은 일방적으로 하인의 스킬을 공유하는 반면, 하인은 그 충성도에 따라 주인의 스킬 중 일부를 공유합니다.]

[현재 현석의 충성도는 ‘최상’입니다.]

현석은 전에도 진천우의 언변 스킬을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의 약학 스킬을 공유했다.

그러니 진천우가 죽어라 약을 만들어도 녀석은 아주 수월하게 따라잡더니, 지금은 그보다 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소가주님……. 혹시 제가 따로 더 도울 일이 없을까요?”

현석도 이를 눈치챘는지 일거리를 더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그에게 줄 만한 일이 없었다.

주종관계에서 자신은 현석의 스킬을 온전히 다 가져오지만, 녀석은 자신의 스킬 일부만 공유했다.

아직 현석은 직접 약을 만들 정도가 아니었다.

그럼 대신 시킬 만한 게…….

“그렇지. 네가 나 대신 완성한 약을 밖에 던져라.”

마침 현석의 자리가 자신보다 창에 더 가까웠다.

진천우가 얼른 방금 만든 환단을 현석에게 내주었다.

녀석이 검은 환단을 받아든 뒤, 한 번 더 확인했다.

“이건 말들이 먹는 겁니까?”

진천우가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바로 약을 창밖에 던졌다.

“이건 말들에게 먹이는 겁니다!”

현석은 진천우와 달리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약에 대해 소리쳤다.

마차 밖의 무인들이 기쁜 얼굴로 환단을 받아 말들에게 먹였다.

이로써 쓸데없는 과정 중 하나를 현석에게 넘겼으니 진천우는 더욱 약 만들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허?”

그런데 그는 새 약초를 빻을 준비를 하다 말고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에 나타난 현판에 뜻밖의 글귀가 적혀있었다.

[스킬 ‘조련(調鍊)’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왜 뜬금없이 조련 스킬의 숙련도가 오른 거지?

[사용자와 주종관계를 맺은 현석이 ‘조련사(調鍊師)’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련사(調鍊師)’는 남보다 훨씬 쉽게 조련 스킬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주종관계에서 주인은 일방적으로 하인의 스킬을 공유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하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지만, 현석이 하면 단순히 약을 밖으로 던지는 것만으로 숙련도가 오른다는 뜻.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현석에게 시킬 것을!’

진천우는 살짝 어처구니없어했지만, 어쨌든 좋은 일이기에 가볍게 입꼬리를 비틀며 다시 현석에게 새로 만든 약을 내주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조련(調鍊)’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약학(藥學)’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조련(調鍊)’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이제 두 개의 스킬의 숙련도가 동시에 미친 듯이 올랐다.

이대로면 오늘 안에 두 스킬의 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끼이익!

갑자기 달리던 마차가 급하게 멈춰 섰다.

“뭐, 뭐야?”

진천우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벌써 도착했나?’

그럴 리가 없는데?

자신들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이동했지만, 아직 목적지와는 거리가 남아있었다.

‘그럼 왜 멈춘 거지?’

잠깐, 그래도 이만큼이나 왔으니 목적지와 상당히 가까워졌다.

그 말은 곧…….

“련의 습격인가?!”

“백풍대주! 정철 대협!”

진천우가 급히 창을 열고, 지금 가장 믿을 수 있는 이들을 불렀다.

“…….”

“…….”

그런데 마차 옆에 바짝 붙어있던 둘은 진천우가 부르는 소리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는 얼굴을 하고.

“이럴 수가…….”

무거운 정적 속에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후발대의 지휘를 맡은 화룡도객이었다.

그 역시 다른 둘과 똑같이 굳은 얼굴로 정면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진천우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들이 바라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헉!”

그 즉시 진천우 또한 저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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