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 썰전(戰)! (3)
(103/210)
103화 : 썰전(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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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 썰전(戰)! (3)
2022.02.26.
“뭐, 뭣?!”
-갈!!!!
갑작스러운 일갈에 신안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좌책사님!”
“어르신!”
순식간에 검게 변한 얼굴을 보고 구경꾼들이 다급히 달려왔다.
그중 몇몇이 진천우를 향해 소리쳤다.
“이놈!”
“설전 중에 무슨 짓이냐!”
“질 것 같으니까 내력을 실은 고함을 질러?!”
그들이 즉시 지부의 무인을 불렀다.
감히 신성한 책사의 승부를 더럽히려 하다니.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자, 잠깐!”
이때, 신안이 직접 성난 군중을 말렸다.
“저 청년은 방금 내력을 사용하지 않았네.”
“네?”
“당장 자네들도 고함을 함께 들었는데, 멀쩡하지 않은가?”
“그, 그렇지만!”
또 다른 이가 앞으로 나섰다.
“본 맹의 구십구대 백풍대주 백청강이 보증합니다. 진 공자는 조금 전 일갈에 내력을 전혀 싣지 않았소!”
“그런?!”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확실히 백풍대주는 이 자리에 몇 없는 진천우의 사람이지만, 그의 성격을 아는 이들은 백청강이 아무리 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연히 거짓말할 이가 아님을 안다.
여기에 한 사람 더, 이번에는 절대 진천우의 사람이 아닌 이의 보증이 추가되었다.
“허허, 놀랍군요. 지부의 무인들은 모두 물러나라. 감히 그대들이 망칠 승부가 아니다.”
제갈세형이 막 검에 손을 올린 지부의 무인들을 물렸다.
그들은 지부장의 명을 받들어 서둘러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어르신, 이게 대체?”
“종리 선생은 이해하지 못했는가?”
“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자네는 얌전히 이 설전을 지켜보게.”
신안이 마지막까지 제 곁을 지키던 종리 선생까지 뒤로 물렸다.
그리고 다시 진천우를 바라보았다.
“…….”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를 고수했다.
‘이런 한 수를 숨기고 있었나?’
그 모습을 보고 과연 보통이 아니라며 백발노인이 감탄했다.
그러나 정작 진천우는 크게 당황한 나머지 간신히 표정 관리를 하는 게 다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대갈’ 패를 선택하자 저도 모르게 몸속 깊은 곳에서 고함이 튀어나왔다.
자신도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이해가 안 되는데, 느닷없이 상대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건 더욱더 이해되지 않았다.
다행히 대갈 패 뒤에 추가 설명이 있었다.
[하양 패는 썰전에서 사용되는 ‘특수 패’입니다.]
[이 패는 너무 특수한 나머지, 최고 일곱 개 이상의 패를 소유한 이들에게만 효과를 보입니다.]
[‘대갈’ 외에도 다른 특수 패가 몇 개 더 존재하니, 적절한 순간에 사용해보세요.]
‘패를 일곱 개 이상 가진 상대에게만 효과가 있는 특수 패라고?’
아, 그래서 제갈세형만 이 상황을 이해한 건가?
‘그리고 대갈 외에 다른 패가 더 있다고?’
“자, 그럼…….”
이때 신안이 다시 일어났다.
[도리(大)]
“아까 주제로 다시 돌아갈까? 여전히 천하가 어지럽네. 이때야말로 민심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그는 일어나자마자 우직하게 다시 ‘도리(大)’ 패를 새로 꺼냈다.
정말 가진 게 ‘大’밖에 없는 듯했다.
아쉽게도 진천우의 수중에는 도리(大) 패가 없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진작 꺼냈겠지.
그런데 그는 막 ‘대갈’을 사용했다.
썰전에서 한 번 사용한 패는 사라지고, 곧바로 새로운 패가 추가된다.
비록 그게 항상 좋은 패인 건 아니었다.
새 패가 ‘도리(小)’이거나 ‘고사(小)’, ‘시절(小)’일 수도 있었다.
슥!
방금 새 패가 보충되었다.
‘제발 도리(大)!’
그게 아니면 ‘도리(中)’이라도 좋다.
몇 번 설전을 겪어본바, 같은 패가 아니면 그나마 ‘도리(中)’이 ‘도리(大)’에게 가장 적은 피해로 막을 수 있는 패였다.
머리맡의 남은 붉은 막대를 보아하니, 아직 한 번은 견딜 수 있었다.
진천우는 이 한 번을 견디고, 즉시 새 주제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새로 얻은 패는.
‘음?!’
또 처음 보는 패였다.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새 패를 택했다.
[궤변]
궤변 패 뒷면을 확인했다.
과연 뜬금없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진천우는 타이쿤을 믿고, 패에 적인 글귀를 크게 외쳤다.
“도대체 계란이 먼저냐! 아니면 닭이 먼저냐!”
“뭐, 뭣?!”
웅성웅성!
진천우와 상대하던 신안은 물론이고 함께 듣던 이들도 당황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게 무슨 궤변이냐!”
참다못한 종리 선생이 소리쳤다.
이에 힘입어 다른 이들도 차례로 소리치려던 찰나.
“저, 저기!”
“어르신께서!”
갑자기 신안의 얼굴이 크게 붉어졌다.
‘과연……. 천하가 어지럽기 때문에 민심이 바닥을 치는지, 아니면 민심이 바닥 치기 때문에 천하가 어지러운지 상관관계를 정해야 한다는 건가? 확실히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군. 만일 내가 생각한 관계가 거꾸로 되면, 그간 내가 해온 생각도 전부 뒤집힐 터…….’
백발노인은 금방이라도 머리에서 김이 날 듯, 사고에 사고가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그대로 그는 장고(長考)에 빠졌다.
이를 본 종리 선생과 다른 사람들은 미칠 것 같았다.
‘어째서 신안 어르신께서 왜 저런 헛소리에 진지하게 반응하시는 거지?’
이게 바로 특수 패의 효과였다.
특수 패는 조건에 맞지 않으면 그냥 미친 짓과 다름없다.
뜬금없이 소리를 지르고, 이치에 맞지 않는 헛소리를 지껄인다.
까닥 잘못하다간 뭇매를 맞기 심상이지만, 현인의 반열, 패를 일곱 개 이상 쥐는 게 허락된 이들은 특수 패의 효과에 마음속에 큰 격랑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같은 이들이 저리 진지하게 반응하는 이상, 다른 구경꾼들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인들이 가만히 있는데 자신들이 먼저 나서면, 그야말로 자신들은 현인이 아닌 멍청이라 시인하는 꼴이었다.
‘효과가 상상 이상이군.’
한편 진천우는 이 상황을 지켜보며,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승기가 보였다.
“그, 그러나 공자님의 말씀을 빌리면…….”
무엇보다 상대가 한참 고민 끝에 간신히 꺼낸 말이.
[고사(中)]
처음으로 ‘大’가 아닌 ‘中’이었다.
[상대가 격한 설전에 가벼운 내상을 입었습니다.]
[내상을 입은 동안은 사용하는 패의 등급이 한 단계씩 떨어집니다.]
‘아주 좋군!’
이 기회를 놓칠 진천우가 아니었다.
그는 아예 승부에 쐐기를 박을 요량으로 새로운 특수 패를 사용했다.
[무시]
“…….”
그거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진천우는 말꼬리를 잡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오히려 입을 굳게 닫음으로써 더욱 강한 공격을 펼쳐 보였다.
“으으으!!”
그 증거로 신안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검고 더 붉게 변했다.
‘내 말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건가!?’
그는 현인이라 단순히 몰아붙이는 것보다, 스스로 제 사고에 빠져들수록 더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컥!”
그렇게 뜸을 들인 덕분에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
[상대가 격한 설전에 내상이 더 깊어졌습니다.]
[내상을 입은 동안은 사용하는 패가 등급이 한 단계씩 떨어집니다.]
신안은 이미 한 번 내상을 입었다.
그럼 내상이 두 번이나 겹쳤다는 건데.
“안 그래도 이 지역 아이들이 불길한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시절(小)]
‘됐다!’
‘大’가 ‘中’에서 ‘小’까지 떨어졌다.
지금이야말로 진짜 쉬지 않고 몰아칠 때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도리(大)]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시절(大)]
“이는 맹자님의 말씀으로……!!”
[고사(大)]
“커커컥!!”
진천우가 세 마디 꺼내자 신안이 정확히 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한 마디에 한 걸음.
그야말로 촌철살인(寸鐵殺人).
이제 신안의 얼굴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사색이 완연했다.
“어, 어르신!”
“말려라! 당장 이 설전을 말려!”
“어찌 이런 일이!?”
많은 이들이 소리를 질렀지만, 진천우는 이것을 전혀 듣지 못했다.
애초에 그는 천 길 낭떠러지 끝에서 백발노인과 마주할 뿐이었다.
콰르릉! 쾅쾅!
상대의 낭떠러지가 대폭 낮아졌다.
처음에는 자신의 낭떠러지가 먼저 낮아져 신안을 올려다봐야 했지만, 어느새 그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늙은이는 물러날 때다.
“스읍!”
진천우가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새 패를 집으며 소리쳤다.
“더는 듣기 싫소!!”
[대갈!!]
콰콰쾅!!
신안의 낭떠러지에 커다란 금이 줄기줄기 뻗었다.
그것이 너무 커 도저히 사람은 설 수 없었다.
노인은 용케 그 위에 버티고 섰지만, 그리 오래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이때, 타이쿤이 보다 명확한 결과를 강요했다.
[완전히 몰아붙입니까? 아니면 이쯤에서 봐줍니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오직 패도(霸道)와 왕도(王道)뿐.
진천우는 이번에도 주저 없이 선택했다.
[몰아붙인다!]
‘아마 다시 붙으면 이렇게 이기지 못하겠지?’
열 번 붙으면 열 번 다 질 수밖에 없는 상대.
백 번 붙어야 간신히 한 번 이길지도 모를 상대.
그것도 상대가 방심에 방심을 거듭했을 경우만.
이번 승리는 신안이 방심한 틈을 타이쿤 능력이 제대로 꽂혔기 때문에 가능한 기적 같은 승리였다.
두 번은 없다.
‘그렇다면 두 번이 필요 없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 다시 자신에게 설전을 걸 엄두도 못 낼 만큼!
슥!
진천우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까와 똑같았다.
무조건 몰아세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조금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무시가 오히려 상대에게 내상을 입힌 것처럼.
“…….”
진천우는 이번에도 입을 굳게 닫은 채, 몸을 돌렸다.
이대로 회랑을 떠나면 완벽히 그의 승리다.
……본래라면 그렇게 끝날 상황인데.
덥석!
‘이자가?’
생각보다 훨씬 독한 늙은이다.
신안은 다 무너져 내린 낭떠러지 위에서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얼굴로,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와 자신의 옷깃을 움켜 집었다.
어떡하지?
여기서 매정하게 손을 뿌리칠까?
아니면 부축을 해야 하나?
그러나 아까 말했듯, 진천우는 이미 선택을 끝냈다.
[특수 이벤트, ‘썰전(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초월 달성!!]
썰전은 진작에 끝났다.
그러니 이건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닌, 끝마친 이벤트에 대한 보상이었다.
“헉! 헉!”
신안이 들뜬 숨을 힘겹게 가라앉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손에 쥔 옷깃을 절대 놓지 않았다.
마치 이 옷깃의 주인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는 식으로.
그는 그렇게 얼마간 숨을 고른 뒤 간신히 입을 뗐다.
“……!”
“네?”
“그러니까…….”
진천우는 신안의 말을 재차 들은 다음에야 그 뜻을 완전히 이해했다.
“맹의 책사부로 오지 않겠나?”
“책사부?”
다시금 그의 눈앞에 푸른 현판이 떠올랐다.
[‘천하제일 타이쿤, 패도(霸道)의 길’이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패도의 길의 하위 항목인 ‘맹으로 가는 길’이 개방됩니다.]
아니! 어째서?!
분명 자신은 학수선의에게 똑같은 제안을 받아 맹으로 떠나기로 했었다.
‘그때는 이런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의아해하는 진천우의 눈앞에 타이쿤의 설명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