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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 진품명품 (3) (116/210)


116화 : 진품명품 (3)
2022.03.28.


“이겁니다! 이거!”

진천우가 자신이 찾은 물건을 들고 크게 기뻐했다.

“아, 아니…….”

그걸 보고 대장장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걸 본 진천우가 따라 눈살을 찌푸렸다.

“어……. 설마 안 되는 겁니까?”

아까는 뭐든 한 가지 주겠다고 해놓고, 이건 못 주는 건가?

진천우가 눈빛으로 물었다.

“아, 아니…….”

대장장이 당황하며 더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자신이 직접 그리 말했다.

그러나 진천우가 작업실로 들어가는 순간, 그 생각을 바꿨다.

작업실 한가운데 두고 온 백목함은 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렇습니까? 휴! 괜히 가슴 졸였지 않았습니까. 아무튼, 전 이겁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괜찮다는 말에 진천우가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간 만큼, 대장장이의 눈꼬리가 내려갔다.

도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진천우가 손에 들고 기뻐하는 그것은.

“정말 그걸로 괜찮느냐? 그러니까 그건…… 무기가 아닌데?”

그래, 무기가 아니다.

대장간에 그 많은 검과 도, 창, 활, 암기 등을 놔두고 왜 하필 그걸…….

“뭐, 확실히 저도 많이 고민했습니다만…….”

“고민했는데?”

진천우가 이유를 말하려 하자, 대장장이가 성큼 앞으로 걸어왔다.

그만큼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처음 본 순간, 그냥 이거라고 느낌이 왔습니다.”

“느낌? 느으낌?”

“네, 느낌이요.”

“허허…….”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답을 들었음에도 후련해지기는커녕, 더욱 찜찜한 기분.

그러나 별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대장간에 있는 것 중 뭐든 한 가지를 주겠다 약조했고, 진천우가 고른 건 내주어도 아무 문제 없는 물건이었다.

결국, 대장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가 이 안에서 그 망치를 택했다면, 어쩔 수 없지.”

망치?

진천우가 고른 건 두 치 길이의 망치였다.

작업장 한가운데에 백목함과 함께 놔둔 그것.

비록 선대에게 물려받은 망치지만, 실제로 대단한 재료를 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닌, 그냥 대장장이가 수십 년째 써오던 평범한 망치.

그러니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진천우에게 그 망치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장인의 혼이 깃든 망치’를 획득했습니다.]

무려 타이쿤이 직접 튀어나와 설명해줄 정도의 망치였다.

‘어디…….’

진천우가 감별안으로 망치를 확인했다.

녹색도 붉은색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말 평범한 망치라 딱히 진품, 가품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

반대로 망치 옆에 있던 백목함은 전혀 달랐다.

스륵! 스르륵!

목함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녹색 기운이 함을 뚫고 밖으로 흘러넘쳤다.

앞서 백 점이 넘는 진품을 감별한 덕에 진천우의 안목도 어느 정도 올랐다.

필시 저 안에는 말도 안 되게 대단한 물건이 들어있음이 분명했다.

[감별안의 두 번째 비밀을 풀려면, 총 백 점의 ‘진품’과 한 점의 ‘명품’을 확인해야 합니다. (100 / 100), (1 / 1)]

실제로 그는 백목함을 단순히 발견한 것만으로 진품 한 점과 명품 한 점을 동시에 본 거로 인정받았다.

그 즉시 백목함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천우는 바보가 아니다.

‘나조차 한눈에 알아볼 정도의 물건을 다른 사람이 못 알아볼 리 없지.’

그런데도 백목함이 이 대장간에 남아있는 이유는?

따로 사정 있는 물건이란 뜻이다.

그게 무슨 사정인지 몰라도, 저걸 선택한다고 대장장이가 순순히 내줄 리 없다는 것쯤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것 옆에 있는 망치를 택했다.

진품도, 명품도 아닌 평범한 망치.

그렇지만 그게 백목함을 고를 수 없으니 다른 걸 선택한다는,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고른 건 절대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면, 이런 평범한 망치가 아니라 밖에 있는 여러 다른 진품 중 그나마 나은 물건을 택했겠지.

[백 점의 ‘진품’과 한 점의 ‘명품’을 확인한 보상으로 감별안 스킬의 두 번째 능력이 해방됩니다.]

스륵!

진천우가 백목함을 확인한 순간, 그의 눈에 또다시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뭐가 어떻게 바뀐 건지 알 수 없었다.

다시 백목함을 봐도 바뀐 게 없었다.

여전히 녹색 기운이 함을 뚫고 흘러나왔다.

다른 물건도 녹색과 붉은색이 여전했다.

오직 이 망치만이 이전에 없던 변화를 보였다.

스르륵!

녹색도 붉은색도 아닌 우윳빛 기운이 망치를 감쌌다.

비록 그 빛은 희미했지만, 다른 어떤 무구에도 없는 기운이었다.

슥!

진천우가 조심스럽게 망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망치 자루를 강하게 붙잡았다.

그러자 눈앞의 현판에서 눈부신 빛이 흘러나왔다.

[감별안의 두 번째 능력이 발휘됩니다.]

[이후부터 감별안은 진품과 가품을 가려낼 뿐 아니라, 해당 물건에 숨겨진 스킬의 유무도 가려냅니다.]

‘숨겨진 스킬?’

그러니까 이 흰 기운이 바로!

[‘장인의 혼이 담긴 망치’를 감별안으로 확인했습니다.]

[망치에 숨겨진 스킬, 강화(强化)를 발견합니다.]

“이거구나!”

진천우가 그 즉시 입꼬리를 아주 크게 비틀었다.

* * *

“뭐? 내가 일하는 걸 보고 싶다고?”

“네, 꼭 부탁드립니다!”

“아니…….”

대장장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딱히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황당했다.

‘이놈은 무인이 아닌가?’

무구를 만드는 직업 특성상, 그는 그간 많은 무인을 봐왔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무인이란 족속은 무공을 모르는 범인과 사고가 크게 어긋나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인은 전부 쓸데없는 데 목숨을 걸지.’

농담이 아니었다.

대장장이는 진심으로 무인만큼 하찮은 일에 아무렇지 않게 목숨을 거는 족속을 더 보지 못했다.

이는 맹, 련, 교 할 것 없이 똑같았다.

그저 누구는 협을, 누구는 자존심을, 누구는 강자의 본분 따위라 부를 뿐, 결국 자신이 보기에 모두 쓸데없었다.

적어도 사람의 목숨에 비하면 말이다.

그것들이 아무리 드높은 가치라도 일단 내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나 무인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혹은 그것을 고집하느라 아무렇지 않게 제 목숨을 던졌다.

마치 시뻘건 불 속에 아무렇지 않게 날아가는 부나방처럼.

그런데 그런 무인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게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무공을 익힌 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양,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를 아주 소, 개, 닭 보듯 무시한다는 점이었다.

일부 안 그런 척하는 자도 있지만, 그들도 조금만 깊게 파고들면 은연중 그 같은 태도를 숨기고 있었다.

“흠…….”

대장장이가 다시 한번 진천우를 바라보았다.

그리 크지 않는 체구에 혈색도 좋지 않다.

그러나 그는 진천우가 무인이라 확신했다.

‘아까 무구를 휘두를 때, 자세가 남달랐지.’

빈말로나마 절도 있게 무구를 휘두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구에 휘둘리지도 않았다.

비록 자세는 서투르지만, 제대로 중심이 잡혀있었다.

이건 절대 겉핥기로 익힐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틀림없이 상당 수준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내 망치질이 보고 싶다?’

어째서?

‘흥! 보나마나 심심풀이 같은 거겠지.’

대장장이가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박혀 있었다.

이걸 갑자기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

“마음대로 하게.”

그래도 다행히 허락이 떨어졌다.

이후, 대장장이는 천천히 작업대 구석으로 이동했다.

슥!

그가 벽에 걸린 커다란 망치를 들었다.

본래 그가 쓰던 익숙한 망치를 내주었으니, 다른 망치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망치는 아직 손에 익지 않았다.

‘손에 익지 않은 도구로 의뢰를 맡을 순 없지.’

그냥 진천우에게 망치를 빌리면 되지만, 대장장이는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한번 망치를 내준 이상, 새 망치에 익숙해지는 건 꼭 필요한 일.

하지만 굳이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땅! 땅!

“…….”

대장장이가 철검에 망치를 두드리면서 은연중 진천우를 살폈다.

“…….”

진지하기 그지없는 눈이 그와 그가 휘두르는 망치를 향했다.

어쩌면 대장장이는 진천우의 진심을 확인하려고 일부러 새 망치를 든 건지도 몰랐다.

땅! 땅땅!

계속 망치질이 이어졌다.

땅땅땅!!

쉬지 않고.

땅땅땅땅땅땅땅땅땅땅땅!!!!

하루 종일.

문자 그대로 하루 온종일!

‘이 녀석?’

그쯤 되자 오히려 대장장이가 당황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자신이야 하루가 아니라 사흘 아니, 보름까지도 온종일 망치를 두드릴 수 있었다.

그러나 저 청년에게는 그게 쉽지 않을 터.

물론 그저 구경만 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정말 진심이지 않으면 그저 망치만 내려치는 걸 어떻게 온종일 지켜볼 수 있을까?

진천우는 그리했다.

다만 대장장이의 생각과 달리, 망치질을 지켜보는 걸 전혀 지루해하지 않았다.

지루할 리가 없었다.

‘평범한 철검이었는데 망치질할수록 저렇게 변하는구나.’

왜냐하면, 그의 눈에는 망치질 당하는 철검이 시시각각 변하는 게 보였으니까.

단순히 감별안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미 진천우는 평범한 풀떼기와 독초를 구분하는 독인의 눈, 약초와 환자를 구분하는 의원의 의안, 그 외에도 호구를 분간하는 도둑의 눈 등 눈썰미에 특히 특화돼 있었다.

거기에 역근경과 화후기식법으로 익힌 초감각까지.

그 모든 게 합쳐져, 그는 망치질로 철검 표면이 어떻게 예리해지고 또 단단해지는지 꿰뚫어 보았다.

거기다 진천우의 엉덩이를 바닥에 떡하니 붙여주는 게 또 하나 있었다.

[스킬 ‘강화’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강화’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강화’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그저 지켜만 보는 것만으로 숙련도가 오른다.

이런 호기를 어찌 놓치겠는가.

게다가 계속된 망치질로 평범한 철검이 더는 평범하지 않게 되자, 변화가 또 생겼다.

스윽!

철검에 아주 희미하게나마 녹색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천우의 시야에 또 다른 문구가 추가되었다.

[스킬 ‘강화’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감별안’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강화’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스킬 ‘감별안’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

두 스킬의 숙련도가 동시에 오른다.

이것만으로도 하루 종일이 아니라, 사흘, 아니 보름 내내라도 망치질을 지켜볼 가치가 있었다.

땅!!

그때, 갑자기 망치질이 멈췄다.

“아!”

저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

마치 무아지경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큰 허탈감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망치질을 지켜보면 뭔가를 얻을 것 같은데.

혹 대장장이에게 다시 망치를 휘둘러달라고 부탁할 수 없을까?

진천우가 염치없이 그리 생각을 할 무렵, 대장장이가 제 쪽으로 다가왔다.

슥!

그가 조금 전까지 자신이 망치로 두들기던 시뻘겋게 달궈진 철검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자네도 한번 휘둘러 볼 텐가?”

“네?”

그, 그래도…….

“됩니까?!”

확실히 지켜보는 거로도 만족스럽지만, 자신이 직접 두드릴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었다.

대장장이도 진천우의 가슴 속 열기를 눈치채고 일부러 망치질을 멈추었다.

“물론이지.”

“감사합니다.”

그는 세 번 거절하는 겸양 따위 부리지 않았다.

하고 싶다면, 그냥 한다.

예의란 이럴 때 차리는 게 아니다.

덥석!

진천우가 바로 장인의 혼이 깃든 망치를 움켜쥐고, 작업대 앞에 섰다.

“후우!”

그는 숨을 크게 들이켜고는.

땅!

아주 세게 망치를 내려쳤다.

휙!!

‘억?!’

그 순간, 철검에서 뭔가가 튀어 올랐다.

그걸 본 진천우가 너무 놀라 두 눈을 치켜떴다.

설마 딱 한 번 망치를 내려쳤을 뿐인데, 검을 부순 건가?

그게 아니었다.

그건 바로 타이쿤의 효과였다.

진천우의 눈앞에 푸른 현판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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