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 무한 강화
(118/210)
118화 : 무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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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 무한 강화
2022.04.02.
유한한 한계를 뛰어넘을 스킬이 눈앞에 나타났다.
“허?”
진천우가 이를 보고 그만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정말일까?
“그러니까…….”
그가 다시 한번 눈앞의 현판을 확인했다.
[초월 달성 보상으로 기존의 강화 스킬의 상위 스킬인 ‘무한 강화’가 주어집니다.]
이전처럼 처음 보는 말이 없었다.
그러니 해석도 필요 없었다.
무한(無限).
한계를 뛰어넘는 바로 그것.
정말일까?
사실일까?
‘뭐, 사실이겠지.’
진천우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그것을 확신했다.
적어도 타이쿤은 이런 걸로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
‘사실 그냥 내가 확인해보면 그만이니까.’
어차피 자신은 계속 망치를 두드리면 된다.
이 철검을 강화하고 강화하고 또 강화하다 보면, 정말 한계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수 있다.
땅!
진천우가 바로 망치를 내려쳤다.
겨우 두 치 길이의 망치에 담긴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망치질 당하는 철검도 더는 평범하지 않았다.
이미 1차 강화가 끝났다.
철검은 망치의 무지막지한 힘에 견디는 건 물론, 그 강도가 세질수록 더 예리해지고 더 단단해졌다.
땅땅땅!!
그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망치질이 멈췄다.
[2차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스킬 ‘무한 강화’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흐음…….”
본래 강화는 한 번뿐.
그런데 무한 강화는 강화의 중첩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건 무한이 아니지.’
진짜 무한을 확인하려면, 3차 강화, 4차, 5차, 6차…… 이상 계속 강화시켜야 진짜 무한 강화라 할 수 있었다.
이를 알아내는 방법도 간단했다.
“계속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리면 되겠지.”
그게 바로 무한이 아니겠는가?
허나 마냥 쉬울 줄 알았던 그것에 마(魔)가 꼈다.
삐긋!
“엇?!”
갑자기 손이 미끄러졌다.
덕분에 망치가 본래 맞추려 했던 철검의 끝부분이 아닌 아랫부분을 때렸다.
[3차 강화에 실패합니다.]
[2차 강화한 철검의 강화 효과가 모두 사라집니다.]
[그 반동으로 철검의 능력치가 대폭 하락합니다.]
[무한 강화는 강화 횟수가 늘어날수록 실패 확률이 크게 상승합니다.]
“…….”
진천우가 제 손에 쥔 망치와 현판 그리고 강화 실패한 철검을 번갈아 보았다.
그 뒤, 강화 실패한 철검을 천천히 위로 들었다.
화롯불에 비추니 그 광채는 변함없었다.
‘하지만…….’
슥!
손에 든 검을 옆으로 내렸다.
그리고 그대로 검으로 제 손바닥을 아주 살짝 그었다.
특별히 내공으로 손을 보호하지 않았으니,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는 머릿속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
말없이 제 손을 바라보았다.
상처가 없었다.
검으로 직접 그었는데.
상처는커녕 긁힌 자국도 없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날이 무뎌지다니.’
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그는 이미 대장간에 있는 백 점이 넘는 강화 실패작을 봤지만, 직접 실패과정까지 본 실패작은 이번이 처음.
당연히 한 번으로 확신하지 않았다.
그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변함없다.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해 보는 거지.’
철컹!
먼저 지금껏 망치질한 철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쇠 집게로 다른 걸 들었다.
이번에 시험할 무구는 소매에서 꺼낸 소도였다.
하오문도에게 빼앗은 소도.
그때부터 틈틈이 이 소도의 덕을 보았다.
이번 기회에 강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화르륵!
진천우가 화로에 소도를 넣고 달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완전히 달궈졌을 때쯤, 소도를 꺼내고 망치를 들었다.
땅! 땅땅!
이후 망치질을 계속했다.
앞서 두 번이나 강화에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쉬울 줄 알았다.
삐긋!
“?!”
그 순간, 또 손이 미끄러졌다.
이제 첫 번째 강화인데?
이건 말도 안 된다.
확실히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방심한 건 절대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망치에 진심을 담았다.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고, 힘의 분배도 완벽했다.
그런데 손이 미끄러지다니!
‘웃기지 마!!’
진천우는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
당장 망치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강화를 하면서 일정 확률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누가 그랬는데!’
타이쿤이 그랬다.
그는 누구보다 타이쿤을 믿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진천우는 타이쿤을 굳게 믿는 동시에 끝없이 의심했고, 그 결과 타이쿤이 교묘하게 숨긴 여러 달성 조건을 초월할 수 있었다.
단순히 믿기 때문에 생각하는 걸 멈추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성과도 없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노력해야만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법.
휙!
한번 미끄러진 손은 쉽게 복구되지 않았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일부러 망치를 어긋나게 하는 듯,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포기란 없다.
꽈악!
진천우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의 주먹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눈에 띄게 붉어졌다.
지금 이대로라면 망치가 칼날에 부딪친다.
막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우우웅!!
역근경을 더욱 강하게 운용했다.
그 외에도 화후기식법과 다른 스킬을 총동원했다.
그 덕분에.
휘릭!
간신히 막바지에 망치의 경로가 꺾였다.
땅!!
성공이다.
제대로 된 경로를 찾은 망치가 정확히 소도 중간 부분을 내리쳤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발생했다.
쩍!
“큭!”
쩌적! 쨍!!
소도가 그 자리에서 박살 났다.
기껏 제대로 된 경로로 내려쳤는데…….
푸른 현판이 곧장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하오문도의 기본 소도가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약한 무구는 강화 확률이 아주 낮습니다.]
[강화 실패 시, 낮은 확률로 그 무구가 박살 납니다.]
이걸로 알아낸 건 세 가지.
하나, 이제 무구를 여러 번 강화하는 게 가능하다.
둘, 강화를 반복할수록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셋, 애초에 뛰어난 무구가 아니면 강화 확률이 낮다.
‘이거 제약이 너무 많군.’
그러나 진천우는 이미 1차, 2차 강화에 성공했다.
한 번 강화에 성공하자 평범한 철검이 명검으로 바뀌었다.
‘그만한 변화를 세 번, 네 번 중첩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천하제일 검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대신 한 번만 실패하면 어떤 명검, 보도도 단번에 쓰레기로 만든다라?’
그 보상만큼 위험도 너무 컸다.
하지만 그만큼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진천우는 그제야 도박에 빠지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응? 실패했나?”
그때, 대장장이가 돌아왔다.
양손 가득 강화 재료를 들고서.
“허허, 실망이 큰 모양이군. 그럴 수 있지. 그래도 자네는 대단한 편이네. 나 때는 처음 망치를 들고 바로 강화하는 건 생각도 못 했으니까.”
그는 중요한 순간, 작업실을 나갔기 때문에 진천우가 무려 2차 강화에 성공한 줄 몰랐다.
그저 벽에 세워져 있는 강화 실패한 철검과 바닥에 흩어진 쇳조각을 보고, 두 번 연속 실패한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무한 강화의 실마리를 생각하는 진천우의 진지한 표정을 강화 실패로 시무룩한 걸로 착각했다.
“쯧! 남자가 이런 일로 그렇게 축 처져 있어서야 쓰나!”
퍽퍽!
대장장이는 솥뚜껑 같은 손으로 진천우의 등을 두들겼다.
특별히 내공을 실은 것도 아닌데 워낙 단련된 손이라 한 번 내려칠 때마다 그 충격이 뼛속까지 울렸다.
“남자라면, 아무리 큰 실패를 했어도 그 실패에서 무언가를 배워 다음 성공으로 나아갈 것부터 생각해야지.”
퍽퍽퍽!
“아니, 그게 아니라…….”
웬만하면 참으려는데, 등이 너무 아파 절로 변명이 나왔다.
그런데 그가 변명을 다 꺼내는 전에 대장장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걱정 말게. 까짓 거 실패하면 성공할 때까지 시도하면 그만 아닌가? 내 자네를 위해 강화 재료를 잔뜩 가져왔으니, 이걸로 성공할 때까지 원 없이 도전해보게.”
“네?”
“마침, 우리 대장간에는 강화 재료가 넘친다네!”
정말이었다.
애초에 강화 대장간은 맹에서 외부에 진법까지 쳐가며 비밀스럽게 운영하는 곳으로, 강화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맹에서 직접 대주었다.
물론 그 재료는 전부 강화 대장간의 대장장이만이 써야 했지만.
“진짜 제가 그것들을 써도 됩니까?”
“물론이지.”
“그러니까 성공할 때까지?”
이때, 대장장이는 생각했다.
‘이놈 정도 되는 재능이라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키우는 게 이득이지.’
그는 진천우가 단순히 한 번의 강화 성공을 이루면 된다고 생각했다.
허나 지금 그가 하려는 건 그냥 강화가 아니라 무한 강화.
즉, 제대로 성공할 때까지 말도 안 되는 시간과 예산을 잡아먹는 것인데.
“아무렴!”
그것도 모르게 이 순진한 대장장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진천우가 그 즉시 호기를 놓치지 않고 그의 손을 덥석 물었다.
* * *
“중얼중얼…….”
본 맹 인근.
“중얼중얼…….”
웬 청년이 홀로 서성였다.
그는 어째서인지 주위와 어울리지 않았다.
그건 정돈되지 않은 수염과 퀭한 눈 그리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갈색 무복 때문만이 아니었다.
옷맵시라든가, 매듭의 위치 따위가 다른 주위 사람들과 미묘하게 달랐다.
이런 경우 열에 아홉이 지방에서 갓 상경한 이들의 차림새였다.
“중얼중얼…….”
청년은 멍한 눈을 하고 뭔가를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만류검법의 요체는…….”
알고 보니 스스로 무공을 복기 중이었다.
조만간 본 맹에서 큰 시험이 행해진다.
그는 그 시험을 치르기 위해 변방에서 힘겹게 올라왔다.
변방 출신 무인에게 이런 기회는 평생에 다시없을 기회.
청년은 결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중얼중얼…….”
그는 복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혼자 앞으로 걷다 갑자기 뒤로 걸었고, 또 오른쪽으로 꺾다 왼쪽으로 향하는 등 마구잡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갑자기 왼쪽으로 한 바퀴 돌고 또 오른쪽으로 돌기도 했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웬 이상한 숲속에 들어와 있었다.
‘본 맹 인근에 이런 울창한 숲이 있었나?’
아무래도 길을 잃은 모양.
땅!
“응?”
그런데 어디선가 망치 소리가 울렸다.
땅땅!
청년은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뒤, 눈앞에 허름한 대장간이 보였다.
땅땅땅!
“계십니까?”
뚝!
사람을 부르자 망치 소리가 멈췄다.
“누구?”
곧바로 안에서 사람이 나왔는데, 제 또래의 청년이었다.
보아하니 이 대장간의 대장장이인 듯, 한 손에 두 치 길이의 짧은 망치를 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는 곧바로 젊은 대장장이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길을 잃어?”
대장장이가 고개를 저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기 주위에 진법이 쳐진 것 같은데?
‘어, 진짜 있네?’
왜 이걸 이제 알아챘을까?
본 맹의 수뇌부가 직접 친 진법이니 한눈에 못 알아채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그는 처음 대장간을 찾을 때, 타이쿤의 지시에 집중하느라 미처 진법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도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몰랐다.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아마 그 방법을 알 진짜 대장장이는 하필 조금 전에 의뢰받은 물건의 강화가 끝났다며 자리를 떴다.
진천우는 그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며 청년을 대장간으로 들였다.
“햐!”
청년은 대장간에 들어오자마자 감탄을 연발했다.
이렇게 허름한 대장간에 이런 명품 무구들이 진열돼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저것들을 보니, 오늘따라 제 검이 유난히 더 초라했다.
“저…….”
“음?”
“혹시 여기서 검도 갈아줍니까?”
청년은 진천우에게 부탁했다.
그는 대장간에 이런 무구들을 쌓여 있는 걸 보고, 진천우가 아주 대단한 대장장이라고 착각했다.
“합니다.”
진천우가 뻔뻔스런 낯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는 여기서 계속 강화 작업을 해야 한다.
강화나 검의 날을 가는 거나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럼…… 제 검도 좀 갈아주시면.”
“그러죠.”
진천우가 청년의 검을 받았다.
“호오?”
시골에서 막 상경한 촌뜨기의 것치고는 제법 균형이 잘 잡힌 검이다.
“가능할까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천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역시 변방 소가문 출신이라 눈앞의 청년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잘 부탁합니다. 그 검은 저희 가문에 유일한 가보입니다.”
“네.”
진천우가 알겠다며, 청년의 검을 가져가 작업대 위에 올려두었다.
그다음, 곧장 손에 든 망치를 내려쳤다.
땅!
딱 한 번.
딱 한 번, 망치를 내려쳤을 뿐인데.
쩍!
“어, 어?”
갑자기 청년의 검에 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