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 강화 실패?
(119/210)
119화 : 강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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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 강화 실패?
2022.04.04.
“억?!”
이게 무슨 일인가?
그냥 망치를 내려쳤을 뿐인데, 검에 금이 갔다.
‘손이 미끄러지지도 않았는데?’
정말 그냥 망치를 내려쳤을 뿐이다.
‘이제 어쩌지?’
고민할 틈이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조금 전에 너무 큰 소리를 낸 탓에 검 주인이 헐레벌떡 작업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참상을 목격했다.
“아, 아니!”
땅!
너무 놀란 진천우가 저도 모르게 또 망치를 내려쳤다.
이미 금이 간 검에 다시 망치질을 하다니!
쩍!
당연히 금이 더 커졌다.
“아니?!”
검 주인의 눈이 더욱더 커졌다.
“이, 이런!!”
진천우 역시 두 눈을 커다랗게 치켜떴다.
땅!!
그와 동시에 또 망치를 내려쳤다.
이게 무슨 짓?
이제 아주 막가자는 건가?
당연히 그건 아니었다.
그는 방금 금이 커지면서 무언가 보았다.
검 안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땅! 쩌적!
진천우가 다시 망치를 내려쳤고, 당연히 금이 더 커졌다.
“무, 무, 무슨 짓을!?”
이에 놀란 검 주인이 기겁을 하며 달려왔다.
우당탕!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발이 꼬여 넘어졌다.
대장간 바닥은 온통 숯 검댕 천지다.
검 주인은 순식간에 먼지와 숯을 뒤집어썼다.
허나 이를 부끄러워할 틈이 없었다.
땅땅땅!!
이러는 와중에도 진천우는 쉬지 않고 망치를 두들겼다.
쩍! 쩌저적!
당연히 그때마다 검에 금이 눈에 띄게 벌어졌다.
“안 돼! 그건 우리 집안 가보라고!!”
뒤늦게 청년이 몸을 일으켜 달려갔지만, 한발 늦었다.
땅!!
진천우가 마지막 망치질을 끝냈고.
쩍!
그 직후, 청년의 검은 잘 익은 수박이 깨지듯, 깨끗하게 절반으로 쪼개졌다.
“…….”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한 나머지 말을 잃은 청년.
하긴 황당할 만도 했다.
“휴!”
오직 진천우만이 연이은 망치질로 흘린 땀을 소매로 닦았다.
그는 방금 막 멀쩡한 검을 박살 냈다는 자각이 조금도 없는 양 평온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화 성공!]
강화는 성공했다.
그런데 검이 쪼개졌다고?
“이, 이게?”
검 주인이 뭐라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고, 자신의 검 쪽으로 달려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걸 뽑아 저 썩을 대장장이를 베어버리려 했는데.
이제는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저 황당하고 황당할 뿐.
“비록 검을 갈아 날을 세워주진 못했지만.”
이때, 진천우가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막 강화를 마친 검을 살폈다.
강화 끝에 쓸모없는 ‘검집’이 박살 나고 그 안에 숨어있던 뽀얀 속살이 드러낸 검을.
“아무래도 그쪽 가문의 무공은 다소 짧은 검으로 펼쳐야 하나 봅니다?”
“네, 네? 아니, 만류검법은 대대로 장검으로만 운용했는데.”
“그럼 앞으로 이 정도 길이로 새로 수련해야겠군요.”
“예?”
“이게 가문의 가보라면서요?”
“그렇습니다만.”
“그쪽 가문 선조님이 생각이 없지 않은 이상, 일부러 보통의 장검보다 한 치나 짧은 검을 가보로 삼았을 리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그 만류검법에 가장 알맞은 검 길이는 이 정도겠지요.”
“어, 어!?”
생각지도 못하게 가문의 비사를 알아 버린 검 주인이 또 말을 잃었다.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어찌 됐든, 그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감사합니다.”
“별거 아닙니다.”
그렇게 진천우가 처음으로 맡은 강화 의뢰가 다소 황당한 결과로 막을 내렸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시험을 잘 치를 수 있겠습니다.”
“시험?”
진천우가 강화를 마친 검을 건네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모르십니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지금 시기가 시기인 만큼, 사람들이 다 그 얘기만 할 텐데요?”
“어떤 시험을 말하는 건지?”
“정말 모르십니까?”
검 주인은 몇 번이나 물어보고, 진천우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곧 맹에서 입맹 시험이 치러질 겁니다.”
“입맹?”
“네, 제가 여기 온 것도 모두 그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인데…….”
“혹시 그 시험에 따로 자격이 필요한가요?”
“아니요. 시험을 치르는 데에는 따로 필요한 자격은 없는 걸로 압니다. 물론 시험에 통과한 다음에는 맹에서 신분을 조사하겠지만요.”
“그렇군요.”
진천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지부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천마가 쫓아올까 두려워 조금도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따로 시험 소식을 듣지 못한 게 분명했다.
차라리 몰랐으면 몰라도, 일단 알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럼 그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일단 본 맹으로 가야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숲이 워낙 깊고 험한지라, 따로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안내해주지 않으면…….”
“함께 가시죠.”
“네? 분명 아까는 길을 잘 모르신다고…….”
맞다.
정확히는 길이 복잡한 게 아니라 주위에 쳐진 진법이 복잡한 거고, 진천우는 이 진법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가시죠!”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먼저 걸음을 옮겼다.
“네, 네!”
이를 본 청년이 급히 그 뒤를 따랐다.
진천우가 천천히 소매에서 푸르고 흰, 그리고 누런 천의 앞부분을 꺼냈다.
* * *
웅성웅성!
이전에 찾아왔을 때와 달리 본 맹 앞에 인파가 들끓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맹의 정문을 지키는 무인이 진천우엑 물었다.
이전에 백풍대주와 함께 만났던 그 무인이 아니었다.
도리어 잘됐다.
그 사이 신안의 전서구가 먼저 도착했다면, 자신의 계획이 말짱 도루묵이 될 테니.
“입맹 시험을 치르러 왔습니다.”
“흐음…….”
그는 찬찬히 진천우의 위아래를 살폈다.
하지만 딱히 수상한 점이 없었기에, 무인은 순순히 시험장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 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쭉 가다 보면 커다란 표시판이 보일 테니 거기로 가면 되네.”
“감사합니다.”
진천우는 감사의 의미로 그에게 포권을 하고, 알려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대로 일각쯤 걸었을까?
웅성웅성.
넓은 광장이 나왔고, 거기에 또 한 무리의 사람을 만났다.
‘적군.’
생각만큼 적은 수는 아니었지만, 본 맹 입구에 늘어선 인파를 생각하면 십 분지 일에 불과했다.
설마 그사이에 따로 시험이 치러진 건가?
그런데 진천우는 이들 무리를 살피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들 모두 보통의 무인이 입는 무복 차림이 아닌 학사풍의 의복을 입고 있었다.
일부는 아예 대놓고 관모나 섭선 거기다 판관필까지 지닌 자도 보였다.
“음……?”
그제야 진천우도 자신이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의문을 품었다.
이때, 무리의 사람들이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저길 봐, 종리우야.
-아, 그 종리세가의 막내? 세가의 소가주가 한창 책사부에서 이름을 떨치는 그 종리 선생이라지?
-종리세가만 있는 게 아니야. 저길 봐. 제갈가의 사람도 있어.
-뭣?! 그 제갈가!?
진천우가 다른 이들과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유독 고운 피부에 수려한 용모를 지닌 청년 둘이 서 있었다.
한 명은 검고 다른 한 명은 흰 학창의를 두르고 있었다.
여기 모인 이들 중 범상치 않은 이가 없으나, 특히 그 둘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연상케 했다.
‘아마 백이 제갈세가겠군.’
그리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부에서 만난 제갈세형이 저와 비슷한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유명한 제갈씨 성이 나오는 걸 보면, 여긴 맹의 시험장이 확실했다.
과연 잠시 뒤, 시험을 치르러 온 이들과 명백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자들이 등장했다.
두 명의 무인과 한 명의 문사였는데, 모두 움직임에 절도가 있고, 두 눈에서 날카로운 안광이 빛났다.
틀림없이 맹에 소속된 자가 분명했다.
이들의 등장에 광장 안에 있던 삼십여 개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꿀꺽!
얼마나 조용해졌는지,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도 선명히 들렸다.
“반갑소.”
잠시 뒤, 문사로 보이는 자가 광장 한편에 설치된 간의 천막 아래에 서서 입을 열었다.
“난 이번에 맹에서 주관하는 신입 책사 선발의 일차 시험을 주관하는 사마중이라 하오.”
웅성웅성.
그가 이름을 밝히자마자, 또 무리에 속한 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진천우가 비록 무림사에 아는 바가 적지만, 과거 위촉오 세 나라로 유명한 삼국시대에 제갈무후와 함께 최고의 책사로 손꼽혔던 사마의의 가문인 사마세가를 어찌 모르겠는가.
‘그나저나 신입 책사 선발이라니.’
그제야 이 광장에 모인 이들이 왜 그리 적었는지 이해되었다.
자신은 그저 맹에서 인재를 뽑는 시험을 치를 줄 알고 왔는데, 알고 보니 무인과 책사를 따로 뽑는 모양이었다.
무인과 책사 중 누가 더 중요한지는 쉽게 정하기 힘든 문제나, 누가 더 희귀한지는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일단 제갈, 종리, 사마가 정도를 제외하면 평범하게 글깨나 읽을 줄 아는 자 중 무림에 투신한 이를 보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제정신이 박힌 학자에다 그 실력마저 남다르다면 당연히 무림이 아니라 관에 투신하겠지.’
그러니 맹. 련, 교 할 것 없이 무림에서 책사직을 맡을 수 있는 인재는 매우 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전국에서 모인 시험자가 겨루 서른 명 남짓한 것도 이해되었다.
슥!
그때, 사마중이 천천히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그렇게 떠들던 이들이 즉시 입을 다물었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첫 대면부터 이리 즉각적인 반응은 불가능했다.
허나 책사란 대개 철들기 전부터 공맹의 도리를 배우고, 서당 혹은 학당에서 철저히 예절교육을 받은 이가 태반이기에 이런 반응이 가능했다.
진천우 또한 학사 가문의 자제로서 부끄럽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시험을 치르기 전에 간략한 설명부터 하겠습니다.”
사마중은 정말 그 말대로 간단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대충 시험에 합격해 맹의 신입 책사가 되면 어떤 권한이 주어지는지와 그 권한과 함께 따라오는 책임이 무엇인지 같은 거였다.
그건 여기 모인 이들 모두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인 만큼 모두가 그의 말에 집중했다.
유독 인상이 깊었던 종리세가와 제갈가의 청년조차 크게 흥미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눈과 귀만은 사마중을 향했다.
“……이상입니다.”
사마중이 말을 마치며, 가볍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다 보니, 그것만으로 많은 걸 볼 수 있었다.
자신과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려는 이가 대부분이나, 극히 드물게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그 드문 이 중 한 명이 하필이면.
“자네!”
“네?”
사마중이 혼자 먼발치에 떨어져 있는 진천우를 불렀다.
“곧 시험이 시작되니 이쪽으로 오게.”
“그 시험이 언제 시작됩니까?”
“내가 분명 곧이라고…….”
“그러니까 제가 거기로 가면 바로 시작하는 겁니까?”
“뭐?”
그 순간, 사마중이 뭔가를 느꼈다.
‘이놈?’
당연히 시험 내용은 책사부의 기밀.
그런데 저 태도는 뭔가?
마치 이제 곧 어떤 시험이 펼쳐질지 안다는 듯한 태도.
‘그 말은 이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걸 눈치챘다는 건데.’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사 불여튼튼이라.
‘당장 시험을 시작해야겠군.’
“어이쿠!”
그런데 그때, 진천우가 갑자기 혼자 넘어졌다.
풋!
핫!
이를 본 다른 지원자들이 하나둘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사마중은 조금도 웃지 못했다.
하필 그가 넘어진 저곳은!!
우우웅!
그 순간, 시험이 시작되었다.
“어어엇?! 갑자기 왜 바닥이 빛나는 거지?”
“진법이다!”
그제야 지원자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때 사마중은 함께 온 맹의 두 무사들과 함께 광장을 벗어나려 했으나.
우우웅!!
그가 미처 달아나기 전에 진법이 먼저 발동해 광장의 모두를 감쌌다.
그렇게 심사관과 함께 하는 맹의 첫 번째 시험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