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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 둥지 짓는 용 (1) (132/210)


132화 : 둥지 짓는 용 (1)
2022.05.04.


‘둥지 짓는 용?’

이제 진천우는 타이쿤 경력이 상당했다.

또 뜬금없이 타이쿤이 나타났지만, 즉시 그 뜻을 해석할 수 있었다.

‘여긴 적룡의 능이고, 그중 내가 있는 곳은 용의 머리. 거기서 둥지 짓는 용이라?’

“그렇군.”

대충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자, 진천우는 망설임 없이 눈앞의 푸른 현판에 손을 올렸다.

[예]

팟!

곧바로 현판에서 눈부신 빛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진천우는 전혀 눈을 깜빡이지 않고 그 빛을 바라보았다.

스륵! 스르륵!

예상대로 빛 너머로 무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건?’

놀랍게도 움직이는 그것은 조금 전 자신이 확인한 이끼였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그냥 이끼였는데?’

스르르륵!

이끼들이 진천우의 발치로 모였다.

스륵!

그 뒤, 그것들은 절벽 틈의 바닥에 이끼로 이뤄진 커다란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는 상당히 정교했다.

덕분에 지도가 어디를 나타내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건 적룡의 능 내부군.’

스륵!

이끼로 만들어진 지도이기 때문일까?

지도를 이루는 이끼가 정확히 고정되지 않고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어?!”

아니다!

이끼가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스르륵! 스륵!

‘설마 이거 사람인가?’

녹색 이끼 지도 위에 손톱 크기의 붉은 이끼가 조금씩 움직였다.

그중 커다란 붉은 이끼가 오른쪽 상단에서 홀로 움직였고, 약 쉰 개로 나눠진 작은 붉은 이끼가 각자 왼쪽 상단, 왼쪽 하단에서 무리지어 움직였다.

이때, 녹색 지도 곳곳에 박혀있던 푸른 이끼가 갑자기 붉은 이끼를 덮쳤다.

쾅!

곧바로 큰 폭음이 터졌다.

“하!”

진천우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 터진 폭음은 벽 너머에서 울린 게 아니라 눈앞에 있는 이끼 지도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소리까지 재현하는 건가?”

그러니까 이끼 지도는 아래의 적룡의 능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심지어 소리까지 동반해서 자신에게 보여주는 거였다.

과연 용의 머리!

‘그런데 단순히 아래 상황을 내게 보여주는 거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진천우는 타이쿤을 잘 안다.

알아도 너무 잘 안다.

자신이 아는 타이쿤이 이렇게 간단히 끝날 리 없었다.

“…….”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지도에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쾅! 쾅쾅!

이러는 중에도 폭음은 쉬지 않고 터졌다.

‘이대로 두면 소천마와 종리우 쪽이 곧 용의 발톱을 얻겠는데?’

이미 그 둘은 제가 있는 지역을 절반 넘게 공략했다.

‘그리고 네 번째 지휘관은 곧 저길 빠져나올 것 같고.’

그 역시 통로 쪽에 상당히 가까워졌다.

‘안 돼.’

진천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네 번째 지휘관이 빠져나오면 어디로 향할지 뻔했다.

‘간신히 비슷한 공략 속도를 유지하는 종리우 쪽에 네 번째의 인원이 보충되면, 소천마 쪽의 공략이 뒤쳐질 게 분명하다.’

아마 그래도 그녀는 두 번째 발톱을 손에 넣겠지만, 세 번째 발톱은 종리우에게 빼앗길 게 뻔했다.

진천우는 가능하면 그녀를 돕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콰콰쾅!

방법을 생각하는 중에 지도에서 또 폭음이 터졌다.

쾅!

쾅쾅쾅!!

연이어 터지는 폭음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쓸데없는!’

그 생각대로 쓸데없는 함정.

당장 그는 눈앞에서 함정을 상대하지 않고 지금처럼 높은 위치에서 지도를 통해 관조하고 있기에, 지금 적룡의 능에 설치된 함정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여기 이쪽과 저쪽 경로만 바꿔도 함정의 효율이 배는 증가할 텐데. 그리고 이쪽에 대놓고 놓인 함정을 저쪽 갈림길 뒤에만 숨겨둬도 함정 효과가 훨씬 오를 건데.’

허나 상대는 다름 아닌 소천마다.

‘그래, 그녀라면 그냥 함정의 효율만 올리는 거로 부족하겠지.’

아마 이렇게 함정을 바꾸면, 소천마는 저렇게 나올 것이다.

그걸 대비해 또 저렇게 함정을 바꾸면, 그녀는 요렇게 나올 게 분명했다.

“흐음…….”

‘그럼 어떻게 해야 소천마를 함정에 빠트릴 수 있을까?’

진천우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슥!

이때, 너무 생각에 열중한 나머지, 자신이 손가락으로 이끼 지도를 수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했다.

스륵! 스르륵!

거기다 지도 위의 붉은 이끼가 그가 바꾼 함정에 따라 새로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아니, 새로운 반응을 보이면 그 즉시 새 함정을 떠올리고 실험하느라, 이게 실제로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쾅!

“어쭈?”

또 폭음이 터지자, 진천우가 혀를 찼다.

이게!

슥! 스르륵!

그는 곧바로 다시 지도를 수정하고, 함정을 새로 배치했다.

콰쾅! 쾅쾅쾅!!

그때마다 붉은 이끼가 새로운 반응을 보였다.

그것도 평범하게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 아니었다.

콰쾅!!!!

“헉!”

갑자기 붉은 이끼가 폭발하더니, 그 일대를 완전히 쓸어버렸다.

“이 무슨!”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삼켰다.

안 그래도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긴밀한 반응을 보이는 중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까지 저지르다니.

역시 소천마!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리고 그 반응이 진천우를 자극했다.

이대로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

슥! 스륵! 스르르륵!

진천우가 다시 이끼 지도의 함정을 더 고도로, 더 독하게, 더 악소리 나도록 수정하기 시작했다.

* * *

쾅!

‘뭐야?’

소천마가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휙!

그 순간, 등 뒤로 쇳덩이가 날아들었다.

당연히 이런 것에 당할 소천마가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몸을 틀어 한 손으로 쇳덩이를 쳐냈다.

쾅!!

굉장한 폭음.

그러나 이건 쇳덩이가 날아가는 소리가 아니라, 그녀 손에 닿은 쇳덩이가 갑자기 폭발하는 소리였다.

‘무슨!?’

놀란 그녀가 급히 호신강기를 펼쳤다.

쿠르릉!

그 직후, 이번에는 느닷없이 천장이 내려앉았다.

아무리 소천마라도 호신강기를 펼치는 순간은 발을 멈춰야 했다.

이 함정은 정확히 그것을 노린 함정이었다.

“이건?!”

뿌득!

연달아 빈틈을 찔린 그녀가 이를 갈았다.

우우웅!

어떻게 피하려면 피할 수 있지만, 그리되면 생각보다 많은 내공을 소모한다.

지난 사흘 맹의 추적대에 쫓겼던 소천마에게 어느 정도 상처를 입는 것보다 내공을 소모하는 게 더 치명적이었다.

‘피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호신강기 두께를 늘려 떨어지는 천장을 밀어버리는 게 더 낫겠군.’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은 걸까?

덜컥!

이번에는 바닥이 무너졌다.

고개를 내리니 아래에 날이 시퍼런 칼날들이 보였다.

아래와 위, 양쪽에 모두 호신강기를 펼치면 소모되는 내공이 배가 된다.

이럴 거면 아까 몸을 피하는 게 나았다.

지금이라도 몸을 피할까?

그게 아래, 위 양쪽으로 호신강기를 펼치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그럼 또 다른 함정이 튀어나오겠지?’

웃기지 마라!

우우웅!

그녀가 호신강기에 더욱 많은 내력을 쏟아부었다.

그러자 우윳빛 강기가 급격히 부풀기 시작했다.

부풀어 오른 강기가 무너지는 천장과 바닥의 칼날에 닿는 그 순간.

콰쾅!!

귀청을 찢는 폭음이 터지며, 그 일대를 쓸어버렸다.

“…….”

잠시 뒤, 소천마가 몸에서 파편이 털어내며 모습을 보였다.

후두둑!

그녀의 시야 끝에 보이는 벽이 무너졌다.

벽 안에 겹겹이 쌓인 칼날이 보였다.

“역시나!”

아마 조금 전 자신이 몸을 날렸다면, 벽에서 저것들이 그녀를 노리고 쏘아질 게 분명했다.

그러면 소천마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호신강기를 펼쳐야 했다.

일부러 호신강기를 극단적으로 부풀려 이 일대 전체를 쓸어버린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하!”

그녀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바뀌었군.’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 하품이 나올 정도로 쉬웠던 함정이 갑자기 어려워졌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뭔 일이 생겼길래 이런 변화가 생겼지? 도대체 왜?’

소천마가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라도 진천우가 용의 두뇌로 들어가 이같은 일을 꾸몄다고 바로 알아챌 리 없었다.

또 깊게 생각할 틈도 없었다.

핏!

갑자기 바닥에서 튀어나온 비수를 소천마가 손으로 붙잡았다.

스륵!

비수 끝에 검은 독이 묻어 있다.

지금껏 등장한 함정 중에 독이 묻은 함정은 이번이 처음.

‘역시 점점 함정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

이는 심각한 일이다.

더구나 함정의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는 이유조차 그녀는 파악하지 못했다.

“하하!”

그런데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하하!”

이상하게 소천마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좋구나! 좋아!!”

그녀는 그저 지금 이 상황이 재밌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 지루한 것보다는 재밌는 게 더 낫다.

지금까지는 하품이 나올 정도로 너무 지루했다.

“좋다! 어디 즐겨보자꾸나!!”

소천마는 곧바로 미친 망나니처럼 함정을 향해 몸을 날렸다.

* * *

“헉!”

진천우가 급하게 숨을 삼켰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그는 그제야 자신이 실수를 깨달았다.

‘이래서는 내가 그녀를 방해하는 꼴이잖아.’

고개를 돌리자, 예상대로 소천마는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반면, 종리우는 상당히 앞으로 진행했다.

이러면 안 된다.

스륵! 슥!

진천우가 급히 종리우 쪽 지도를 수정했다.

[용의 둥지의 ‘두 번째 구역’의 난이도를 수정했습니다.]

[‘두 번째 구역’의 난이도가 ‘초급’에서 ‘중급’으로 상승합니다.]

[난이도를 적절히 상승시킨 덕에 ‘1000P’를 지급합니다.]

[‘P(포인트)’를 사용해 용의 둥지에 새로운 함정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음?”

진천우가 길게 이어지는 현판의 글씨에 당황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소천마 쪽 지도를 수정했을 때는 이런 게…… 아니, 내가 함정 수정에 정신이 팔려서 미처 보지 못한 거구나.’

그는 제 실수에 민망해하며, 빠르게 현판의 글씨를 읽었다.

그러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용의 둥지의 ‘세 번째 구역’의 난이도를 수정했습니다.]

[‘세 번째 구역’의 난이도가 ‘초급’에서 ‘중급’으로 상승합니다.]

‘이래야 네 번째가 종리우와 합류하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소천마를 전력으로 도울 생각이었다.

최대한 종리우와 네 번째 지휘관이 합류하는 걸 막고, 소천마의 앞길을 꽃길로 바꿨다.

그런데.

……

“응?”

앞의 함정을 모두 치운 다음부터 그녀는 이상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진천우는 이게 이끼 지도의 문제가 아님을 바로 알아챘다.

이건 그녀의 시위였다.

-무슨 짓이냐!

-기껏 재밌어졌는데 감히 찬물을 부어?

-너 죽을래?

‘아니,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데…….’

-내 알 바냐?

“하!”

너무나 그녀다운 반응에 진천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소천마가 절대 제 뜻을 꺾지 않음을 알았다.

그렇다면 별수 없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씰룩!

진천우가 소천마가 있는 첫 번째 구역을 다시 수정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래, 차라리 이래야 그녀답지.’

안 그래도 그는 소천마용 함정을 머릿속에 계속 생각하다 말고 중간에 끊어 머릿속이 애매한 상태였다.

뭐랄까?

뒷간에서 용무 도중에 급히 나온 상태랄까?

‘어디 해봅시다!’

스르륵! 스륵!

진천우가 이제는 용의 능의 전체 함정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용의 둥지의 전체 난이도가 ‘초급’에서 ‘중급’으로 상승합니다.]

[용의 둥지의 전체 난이도가 ‘중급’에서 ‘고급’으로 상승합니다.]

‘이대로 끝내면 섭하지!’

그는 이대로 멈추지 않았다.

즉시 포인트 사용을 눌러 아예 새로운 함정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러자 눈앞에 구매 가능한 함정 목록이 떴다.

“어?”

그런데 그 목록 중간에 시선을 끄는 함정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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