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 괴인의 호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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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 괴인의 호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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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 괴인의 호의 (2)
2022.05.11.
“저게…….”
소천마가 눈을 반짝였다.
두근!
가슴이 뛴다.
두근두근!!
그것도 아주 격하게!
두근두근두근!!!
그런데 지금 사정없이 요동치는 가슴은 제 것이 아니었다.
두근!!
적룡의 심장이 눈앞에서 용솟음치는 기운을 내뿜으며 뛰고 있었다.
‘어떻게 돌이 살아있는 심장처럼 뛰는 거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놀라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왜 난 저걸 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지?’
자신은 나락에서 떨어질 때, 적룡의 심장과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저 기운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생사가 오가는 중이라 내공을 모으는 데만 집중해서?
‘그건 변명거리가 안 돼.’
소천마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결코 자신에게 무른 이가 아니다.
아무리 목숨이 위험했건 간에 저만한 기운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
다행히 소천마는 곧 그 이유를 알아냈다.
펄럭!
‘저건?!’
보인다.
그리고 찾았다!
적룡의 심장을 웬 검은 천이 감싸고 있었다.
-검은 천을 가져와라.
천마가 자신을 여기로 보내면서 가져오라 했던 것.
그건 용의 발톱도 용의 심장도 아닌 저 검은 천이었다.
-왜 그런 걸?
당시에는 천마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을 놀리려고 그러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나 그가 가져오라는 걸 직접 눈으로 보니 생각이 바꿨다.
펄럭!
천이 심장의 요동과 함께 공중에 흩날렸다.
그런데 그렇게 심장이 천에 가려진 부분은 완벽하게 기운이 차단되었다.
아마 자신이 나락에서 떨어질 때는 우연찮게 저 천이 자신 쪽을 가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적룡의 심장을 공략할 셈인가?”
그때, 괴인이 소천마 쪽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녀는 너무나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쩔 거지?’
분명 괴인도 적룡이 심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병든 아들을 위해.
확실히 소천마의 본래 목적은 적룡의 심장이 아닌, 저 검은 천이다.
하지만 그녀도 무인인 이상 눈앞에 떡하니 놓인 천고의 영약을 넘길 수 없었다.
심지어 언젠가 천마조차 뛰어넘으려 하는 소천마였기에 저 같은 영약은 더더욱 절실했다.
설령 아무리 이유를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들고, 차까지 연거푸 얻어 마신 사이라도 영약은 양보할 수 없었다.
그럼 괴인은 어떨까?
‘날 말릴 건가? 아니면 내게서 용의 심장을 빼앗으려 할 건가?’
감히 학사 나부랭이 주제에.
날?
“그렇군.”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뗐다.
그런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적룡의 심장을 얻으려면, 저 검은 천이 가장 큰 방해일 거야. 저건 지금은 그저 심장의 고동에 휘날리는 것처럼 보여도, 주위에 뭔가가 다가오면 자동적으로 그것을 막지. 심지어 저 천에 닿으면 그대로 가루가 돼 버리지.”
“??”
소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도대체 왜?
“응? 나도 그 원리는 모르겠는데? 다만 예전에 저 심장을 향해서 돌을 던져 보았다가 알게 되었지. 그때, 정반대편에 있던 천이 갑자기 움직여 내가 던진 돌을 막더군. 그 순간 돌은 가루가 되었어. 그 외에도 동굴 천장을 날아다니는 박쥐가 저 천에 막힌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박쥐는 핏물로 변했지. 그러니까…….”
“왜 내게 그런 정보를 알려주는 겁니까!”
소천마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 질렀다.
도무지 괴인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의 절맥을 고치고 싶다며!’
그런데 그런 정보를 경쟁자인 자신에게 모두 알려주면 어쩌자는 건가?
당연히 비밀로 하고, 자신이 실패하길 빌어야 하지 않나?
“아니면, 지금 알려주는 것 모두 거짓부렁입니까? 내가 일부러 실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그래, 차라리 그게 더 신빙성이 높다.
허나 소천마는 그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딱히 그녀에게 남의 마음을 읽는 신비한 능력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신비한 능력은 괴인이 지니고 있었다.
“…….”
그는 아무 말 없이 소천마와 눈을 맞췄다.
남의 마음을 읽는 건 아니지만, 남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는 능력.
그게 괴인의 능력이었다.
저처럼 맑고 투명한 눈으로 제 모든 걸 까발려주는 이가 천하에 몇이나 될까?
잠깐의 침묵 후, 소천마가 진정됐다 싶자 드디어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게는 시간이 별로 없네.”
“시간?”
“내 아들이 아프다고 말했지.”
“그거랑…… 아!”
절맥 환자는 열이면 열 오래 살지 못한다.
대부분 약관을 넘기지 못한다.
분명 괴인은 이곳에 수년째 갇혔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말 그의 말처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 역시 매우 아쉽지만 적룡의 심장은 포기하겠네. 대신 자네가 저것을 취하고 막힌 입구를 열어주게. 한시라도 빨리 아들을 볼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족하네.”
“알겠습니다.”
애초에 의심하고 싶지 않은 이였다.
거기에 납득할 수 있는 이유도 들었다.
소천마는 더 이상 괴인에게 대들지 않고 그의 설명을 경청했다.
“다행히 내가 적룡의 사당을 조사하며 얻은 서책에, 저 검은 천을 공략하는 방법이 적혀있더군.”
과연 무공도 모르는 몸으로 여기까지 온 경험자다웠다.
뭐든지 몸에 직접 새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소천마와 달리, 그는 머릿속으로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이였다.
괴인은 자신이 모은 정보와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세운 계획을 모조리 알려주었다.
다만 그 계획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저 검은 천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세 개의 기운을 세 방향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시에 압박해야 하네.”
이제 그의 말의 사실 유무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괴인의 계획이 실제로 실현 가능하냐는 점이었다.
“각기 다른 세 기운을 각기 다른 방향에서,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말입니까?”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선 각기 다른 세 개의 기운이 한자리에 있는 일도 무척 드물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맨 마지막 조건이었다.
세 개의 기운을 각기 다른 방향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라니.
“그걸 위해 필요한 게 바로 적룡의 발톱이지.”
“그 발톱에 그런 효능이 숨겨져 있었습니까?”
소천마는 이미 두 개의 발톱을 찾았었다.
성인 팔뚝만 한 크기의 황금으로 만들어진 용 발톱 모양의 조각상이었는데, 자신이 쥐었을 때는 금치고 조금 단단하다는 것 외에 다른 특징은 찾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용의 발톱은 세 개를 한꺼번에 쥐고 있지 않으면 기능을 숨긴다고 하니까.”
“그렇군요.”
그녀가 납득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위로 들었다.
소천마의 시선의 적룡의 심장이 아닌 그 옆의 나락으로 향했다.
‘다시 올라가야 하나?’
저 구멍 위에는 나락에 떨어지기 전에 자신이 던진 용의 발톱 두 개가 있었다.
아마 올라가는 동안 맹의 추적대가 나머지 두 개를 찾았을 게 분명하지만, 그녀의 실력이라면 맹의 추적대에게서 남은 발톱을 강탈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발톱 없이 검은 천을 공략하는 건 그녀라도 매우 어려웠다.
아쉽게도 소천마에게 가장 힘든 조건은 맨 마지막이 아니었다.
천마조차 감탄한 재능을 가진 그녀는 어찌어찌 마지막 조건을 맞출 자신이 있었다.
‘딱 하나가 모자라는군.’
허나 소천마는 첫 번째 조건에서 막히고 말았다.
각기 다른 세 개의 기운.
그녀는 극양의 기운을 지닌 반쪽짜리 천마지체와 극음의 기운을 지닌 구음절맥을 지녔다.
그래서 두 개의 기운을 다룰 수 있지만, 남은 한 개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이곳에 다른 하나의 기운을 다루는 이가 있을 리도 없었다.
아까 말했듯, 서로 다른 기운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게 맞추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왜 용의 심장을 얻기 위해서 용의 발톱이라는 특별한 효과를 지닌 기구가 필요한지 이제야 밝혀졌다.
미리 발톱 안에 서로 다른 기운을 아주 똑같이 저장해 놓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더더욱 나락을 통해 위로 올라갈 필요를 느끼는 그때.
“해보게.”
“네?”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걸세.”
괴인은 다짜고짜 소천마에게 해보기를 권유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자라 그런가?
이것만은 아무리 소천마가 재능으로 똘똘 뭉친 존재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재능도 날 때부터 두 팔밖에 없는 걸, 세 개로 늘릴 수는 없었다.
“그래도 한번 해보게. 틀림없이 괜찮을 걸세.”
“…….”
“아, 글쎄, 날 믿어보라니까.”
“하!”
소천마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괴인의 말을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아니, 반박하고 싶지 않다는 게 옳았다.
‘한 번쯤 직접 두 눈으로 내가 못 하는 걸 보면 더는 강요하지 않겠지.’
소천마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낫다는 격언을 떠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동굴 천장에 매달린 용의 심장과 눈을 맞춘 순간.
팟!
곧바로 몸을 날렸다.
소천마는 비록 실패를 예상했지만.
‘일단 하겠다고 했으면 철저히!’
그녀의 성향은 압도적인 성공을 목표로 움직였다.
우우웅!
당장 반쪽짜리 천마지체의 극양의 기운을 주먹에 두르고, 검은 천이 덮지 않은 부분을 찔렀다.
휘릭!
그러자 놀랍게도 검은 천이 심장의 박동과 전혀 상관없이 옆으로 미끄러지며 주먹을 막았다.
그냥 막는 것도 아니다.
우르릉!
‘반탄?!’
세상에 한낱 천이 기공을 튕겨낸다고?
그것도 방어형이 아닌 공격형이었다.
문제는 그러한 행동이 한 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휘리릭! 휙!
네모난 천이니 모서리가 모두 네 개.
그중 하나는 소천마의 주먹을 상대하고, 다른 하나는 적룡의 심장을 감쌌다.
그럼 당연히 두 모서리가 남는다.
그것들이 소천마를 향해 뻗어 나왔다.
물론 그녀는 가만히 당해주지 않았다.
우우웅!
왼손에 구음지체의 극음의 기운을 둘러 내찔렀다.
우르릉!
이 역시도 강한 반탄력이 작용했다.
이 반탄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양손으로 계속해서 극양과 극음의 기운을 내뿜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 모서리 하나가 더 남아있었다.
휙!
소천마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모서리를 보며 생각했다.
‘힘들겠군.’
단순히 양손이 묶였기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게 아니었다.
꼭 손이 아니더라도 다른 공격수단은 있었다.
당장 그녀는 허공에 무형의 기운을 만들어 검은 천 쪽으로 쏘아 보냈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 천에 닿자마자 그대로 녹아 사라졌다.
아무래도 저 천은 아주 특별한 기능을 가진 기물이 분명했다.
‘그래도 이 정도 보여줬으면 포기하겠지.’
아니었다.
괴인은 그 광경을 보고도 전혀 포기하지 않았다.
“뭐 하는가!”
오히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천마를 무려 질책했다.
‘학사라더니, 무공을 보는 눈도 없는 건가?’
아니, 가만 생각하니, 애초에 학사가 어떻게 무공을 보겠는가.
‘내가 잠시 실수했군.’
소천마는 그에게 너무 특이한 느낌을 받은 탓에 잠시 지나친 생각을 했다고 여기고 급히 말을 빼려 했다.
“아니, 도대체 뭐 하는가!!”
그때, 괴인이 다시 소리쳤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말은 쉬이 무시할 수 없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괴인의 말은 소천마조차 상상도 못한 아주 충격적인 말이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