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9화 : 달라진 중간광고 (2) (139/210)


139화 : 달라진 중간광고 (2)
2022.05.21.


-맨 처음 천옥산에 금지를 만들었다. 무언가를 가두기 위한 장소. 장담컨대, 천옥산 금지는 내 인생 최고의 역작이라 할 수 있다.

“…….”

진천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문의 목소리에 동의했다.

실제로 금지를 겪은 그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의문의 목소리가 잠시 뒤, 이를 부정했다.

-허나 다음 작품은 놀랍게도 천옥산 금지보다 훨씬 뛰어났다.

적룡의 능이 그 정도라고?

슥!

진천우가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금지와 적룡의 능을 모두 체험했다.

심지어 용의 머리로 들어가 직접 적룡의 능을 바꿔보기도 했다.

그랬기에 안다.

적룡의 능은 절대 천옥산 금지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 말은.

‘천옥산 금지, 적룡의 능과 별개의 작품이 하나 더 있다는 뜻.’

-아쉽게도 적룡의 능은 기존의 유적의 틀을 유지한 채 만들어야 했기에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역시 적룡의 능이 아니었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왜 기존의 틀을 유지했지?’

진천우는 의문의 장인이 보통 실력자가 아님을 안다.

그의 뒤를 후원하는 이도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무려 천마.

그 정도 되는 자들이 모였으면, 그냥 기존의 유적을 싹 다 밀고 새로 뭔가를 만들어도 충분했다.

다행히 의문의 목소리가 답을 알려주었다.

-헌데 기존 유적에서 아주 재밌는 부분을 찾아냈다. 솔직히 이를 연구하느라 적룡의 능을 만들 때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덕에 그것을 내 마지막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다. 그것은…….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작품의 이름을 듣기 직전,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

‘중간광고가 끝나려는 건가?’

어떻게 저항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일시에 빠지고, 하늘과 땅이 흔들렸다.

그러나 마지막 목소리만은 반드시 들어야 했다.

자신은 그것을 듣기 위해 중간광고를 허락한 거나 다름없었다.

다행히도 완전히 정신을 잃기 전에, 의문의 목소리는 진천우가 그토록 듣고 싶어 하는 단어를 내뱉었다.

-……검봉(劍峯).

‘검봉?’

그것을 끝으로 진천우가 정신을 잃었다.

* * *

“?!”

눈을 뜨자 푸른 현판이 시야를 막았다.

막 정신을 차린 참이지만, 바로 현판의 내용을 확인했다.

[중간광고를 확인했습니다.]

[의문의 장인의 기억을 시청했습니다.]

현판의 내용은 그걸로 끝이었다.

평소와 달리 시청 보상을 주지 않았다.

허나 의문은 없었다.

진천우는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망할 겨를이 없다.’

정확히는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는 장인의 기억에서 당장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알아냈다.

이제 남은 건, 직접 제 손으로 보상을 움켜쥐는 일뿐이다.

‘검봉?’

검의 봉우리.

멋스럽지만, 꽤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름이었다.

아마 다수의 명산에서 조금 뾰쪽하게 생긴 봉우리 대부분이 그런 이름일 것이다.

‘그걸 하나하나 다 찾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

거기에 뭐가 있을 줄 알아서?

하지만 진천우는 자신이 언젠가 검봉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리라 직감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단서는 이곳, 바로 자신이 있는 이 장소에 있다.

‘적룡의 능에는 천옥산 금지와 유사한 점이 몇 가지 있지.’

틀림없이 금지를 설계할 때, 얻은 경험이 적룡의 능을 만들 때 녹아든 게 분명했다.

진천우는 중간광고가 끝날 무렵 의문의 목소리가 한 말을 떠올렸다.

-헌데 기존 유적에서 아주 재밌는 부분을 찾아냈다. 솔직히 이를 연구하느라 적룡의 능을 만들 때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덕에 그것을 내 마지막 작품에 녹여낼 수 있었다. 그것은…….

‘그 재밌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거기가 어딜까?

진천우는 즉시 이끼 지도 쪽으로 다가갔다.

콰쾅!!

거기에는 아직도 종리우와 맹의 무인들이 자신이 설치한 함정을 돌파하고 있었다.

‘어느새 네 번째와 합류했군.’

그렇게나 막으려 했는데, 광고를 보는 사이에 둘이 뭉쳐버렸다.

종리우가 그 기세를 모아 첫 번째 발톱을 획득하고, 두 번째 발톱도 목전에 두었다.

이대로 가다간 그 혼자 네 개의 발톱을 모두 모을 기세였다.

“…….”

그러나 진천우는 그 이상 그쪽에 흥미를 주지 않았다.

이미 소천마가 용의 심장을 얻었음을 알기에, 굳이 흥미를 둘 이유가 없었다.

그보다 그가 신경 쓴 건, 처음 이끼 지도를 봤을 때는 신경도 안 쓴 지도 구석 어딘가였다.

‘여기만 적룡의 능의 구조와 동떨어져 있었지.’

헌데 지도에는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중간광고에서 중년인이 내민 지도에도 있었다.

공사도 하기 전의 지도에 기록돼 있다는 건, 곧 이름 모를 장인이 적룡의 능을 개조하기 전부터 있었던 구조라는 뜻이다.

‘단, 중년인이 확인해달라는 부분에 이곳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명백히 지도에 기록해놓고도 일부러 멀리 떨어트리듯 놔둔 장소.

아마도 여기가 의문의 장인이 재밌다고 여긴 곳일 것이다.

‘그런데 이 계단과 검봉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계단?

그 말 그대로 진천우가 주목한 부분은 지도 구석에 놓여있는 나선형 계단이었다.

그 계단은 적어도 산 하나는 가볍게 오를 정도로 높았다.

그런데 계단의 끝과 끝이 막혀있었다.

어째서 이런 구조가 지어진 걸까?

그리고 이름 모를 장인은 왜 이 계단을 남겨둔 걸까?

아쉽게도 당장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구조를 완전히 머릿속에 집어 넣어두어야 한다.’

언제 자신이 검봉을 찾아도 문제없이 떠오를 수 있도록.

다행히 진천우는 대환단을 취하며 머리를 틀어막던 절맥을 개방한 뒤부터 남과는 다른 비상한 기억력을 얻었다.

이 정도 구조는 차 한 잔 여유롭게 마실 정도면 충분히 모두 외울 수 있었다.

-와아아!

“?”

그때, 이끼 지도에서 커다란 함성이 울렸다.

무슨 일인가 고개를 돌리니, 끝내 종리우가 네 개의 발톱을 모두 모은 것이 보였다.

‘이렇게 되면, 그가 발톱을 사용해 용의 심장이 있는 곳으로 가겠군.’

허나 아까 말했듯, 용의 심장은 이미 소천마가 획득했다.

진천우가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계단의 구조를 외우려는데.

쿠쿵!

느닷없이 동공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쿠쿠쿵!!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진천우도 불안함을 느끼고, 급히 지도를 살폈다.

이때, 지도 위에 빛나는 글자가 떠올랐다.

-네 개의 발톱 중 세 개를 모으면, 용의 심장으로 가는 길이 열리리라.

이는 적룡의 능 입구의 진법에서 밝혀낸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아래에 또 다른 글귀가 적혀있었다.

-단, 그 순간부터 이곳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연자여, 서둘러 기연을 얻고 이곳을 떠나라!

“뭐?!”

여기가 무너진다고?

쿠쿠쿠쿠쿵!!

그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진동이 점점 더 커졌다.

그때, 눈앞에 다시 현판이 나타났다.

[적룡의 능이 제 역할을 마치고, 휴식에 들어갑니다.]

[적룡의 능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이곳을 탈출하거나, 검봉의 단서를 찾으시오.]

“…….”

진천우가 타이쿤의 선택지를 보고, 잠시 고민했다.

쿠르릉!

허나 고민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휙!

그는 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진천우가 택한 건 탈출도, 단서 찾기도 아니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그는 바로 이끼 지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연자여, 서둘러 기연을 얻고 이곳을 떠나라!

종리우가 네 개의 발톱을 조합해, 숨겨져 있는 글귀를 찾았다.

“어찌할 텐가?”

네 번째 지휘관이 물었다.

그의 눈에 탐욕이 넘실거렸다.

분명 네 번째는 맹의 무인들의 안전을 위해 한 번 기연을 포기했다.

그러나 이렇게 다시 기연을 얻을 기회를 얻자, 다시 욕망이 꿈틀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글쎄요.”

종리우가 미심쩍은 목소리로 답했다.

‘기연을 얻으러 가야 하나?’

보통은 이게 맞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적룡의 능을 감싸는 진법의 기운이 약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 앞을 가로막던 함정이 모두 힘을 잃었다.’

그 덕분에 빠르게 네 개의 발톱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종리우는 무언가 결정을 내렸다.

‘아마도 용의 심장은 이미 다른 누군가가 취했을 것이다.’

그 사고는 놀랍도록 정확했다.

그는 비록 용의 심장은 얻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얻은 경험으로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맹의 무인들에게 이대로 성과 없이 돌아가자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당장 그들은 네 번째 지휘관처럼 두 눈에 탐욕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한 자가 무려 백여 명.’

여기서 그냥 돌아가자는 말을 꺼내면, 팽팽히 당겨진 긴장의 끝이 풀리며 모두 있지도 않은 용의 심장을 찾아 떠날 게 분명했다.

‘그럼 다 죽는다.’

어떻게 이들을 살릴 수 있을까?

그 순간, 종리우의 눈앞에 구명줄이 내려왔다.

쾅!

“?!”

느닷없이 정면의 벽이 무너졌다.

그런데 그 너머에 긴 통로가 보였다.

“이건?”

종리우는 즉시 지금껏 자신이 지나온 경로를 떠올리며, 이 통로의 목적지를 유추했다.

‘이건 바깥으로 나가는 통로다.’

그런데 왜 이런 게 느닷없이?

일단 지금은 깊게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여러분, 기연을 얻을 통로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오오오!”

그는 즉시 맹의 무인들을 이끌고 적룡의 능을 빠져나갈 통로로 들어갔다.

* * *

쾅!

갑자기 모습을 보인 통로는 하나가 아니었다.

소천마의 눈앞에도 통로가 나타났다.

쿠르릉! 쾅!!

그녀는 통로를 보자마자, 이게 진천우의 짓임을 직감했다.

‘쓸데없는 짓을.’

진심이었다.

소천마는 진심으로 진천우가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여겼다.

설마하니 자신이 저 혼자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 여긴 걸까?

만일 그렇다면, 언젠가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차 줄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살았다.’

소천마가 가볍게 입꼬리를 비틀며, 고개를 돌렸다.

“안 가실 겁니까?”

“화 안 낼 건가?”

그녀의 시선 끝에, 커다란 바위 뒤에 몸을 숨긴 괴인이 있었다.

“저조차 간파 못 할 만큼 무공을 숨길 수 있는 분이 무엇을 겁내십니까?”

“무공이라니, 난 그저 평범한 학자 나부랭이라니까. 아까 그건, 자네에게 받은 용의 심장을 그저 이 막대에 끼워 보관하려다가 실수로 발사되는 바람에…….”

괴인이 한 치 길이의 검은 막대를 앞으로 내밀며, 조금 전의 일을 해명했다.

무언가 정교한 장치가 숨겨진 막대였다.

저런 걸 지니고 다닌 것부터 그는 평범한 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암기를 사용해 내 입에 강제로 영약을 먹여?’

웃기는 소리다.

자신을 어디 시골의 순진한 아녀자로 보는 건가?

그러나 소천마가 더 크게 역정을 내지 않는 이유는, 이미 다 지난 일이고, 그가 어디까지나 호의로 자신에게 영약을 양보한 걸 알기 때문이었다.

콰르르릉!!

진동이 점점 더 커졌다.

아무래도 둘이 있는 장소는 적룡의 능의 맨 아래라 부서지는 속도도 빨랐다.

서둘러 진천우가 마련해준 통로를 통해 탈출해야 했다.

“가시지요.”

“용서해준 건가?”

“알겠습니다.”

“휴! 고맙네!!”

더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던 소천마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괴인도 바위 뒤에서 나와 통로 쪽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음?”

그가 새로 나타난 통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신지?”

“이건…… 우연히 드러난 통로가 아닌데, 자네, 따로 동료가 있었나?”

‘아!’

그러고 보니 괴인은 진천우의 존재를 모르지.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어째서인지 괴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여기로 나갈 수 없네. 내 당장 그를 만나야겠네!”

16550979022567.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