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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 뜻밖의 만남 (1) (140/210)


140화 : 뜻밖의 만남 (1)
2022.05.23.


“녀석을 만나겠다고?”

놈이 누구인지 알고?

‘혹시 아는 사이인가?’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소천마가 혹시 하는 마음으로 괴인에게 진천우의 이름과 외양을 설명하려는데.

쾅!

적룡의 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진동으로 끝나지 않았다.

쿠르릉 쾅!!

천장 일부가 무너지면서 커다란 파편이 소천마의 발치로 떨어졌다.

당장 선택해야 한다.

눈앞의 통로로 들어가 적룡의 능을 빠져나갈지, 그게 아니면 괴인의 말대로 진천우를 찾을지.

사실 의미 없는 고민이었다.

“아쉽지만, 녀석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지금 진천우는 용의 머리에 있다.

그러나 소천마는 용의 머리의 존재조차 몰랐다.

그저 지금껏 제 앞길을 방해하거나 이렇게 눈앞에 통로를 개방시킨 걸 보아, 어딘가 특별한 장소에 있으리라 짐작만 할 뿐.

그녀는 당연히 이쯤 되면 괴인이 포기할 거라 여겼는데.

“대중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지 내가 알고 있네.”

“어딘지 안다고?”

아!

하긴 눈앞의 괴인은 적룡의 능에서 수년째 갇혀있었다.

게다가 자신처럼 편법이 아닌, 제대로 된 경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진천우가 있는 장소를 아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소천마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당장 거기로 가도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당연했다.

아마 조금 전 통로를 만들어 준 것만 해도 상당히 무리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진천우라면, 자신들 앞에 통로를 만들어주자마자 바로 적룡의 능에서 빠져나갔을 게 분명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놈을 가만두지 않을 테다!’

순간 소천마의 낯빛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그건 정말 한순간으로, 금세 원래 색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괴인은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대신 그는 조금 전 소천마의 걱정이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네. 자네 동료가 어디로 향할지 대충 짐작되니까.”

“대충으로는 안 됩니다.”

소천마가 다시 거절 의사를 전했다.

쾅!

또 폭음이 일었다.

이렇듯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단순히 제 동료를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목숨이 걸린 줄타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럴 수 없네!”

그래도 괴인이 계속 고집을 부리자, 소천마가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냥 바로 제압해버리고, 옆구리에라도 끼고 달아나야겠군.’

받은 은혜가 있어 차마 버리고 가지는 않는다.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은이었다.

그러나 소천마가 완전히 일어서는 것보다 괴인이 입을 여는 게 더 빨랐다.

“당장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자네 동료가 위험해질 수도 있단 말일세!”

“어디로 가면 됩니까?”

휙!

소천마가 이미 결정한 대로, 괴인을 순식간에 제 옆구리에 끼었다.

그게 서둘러 움직이는 데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한편, 눈 깜짝할 사이에 제 아들 또래의 여인에게 옆구리에 끼여 들리게 된 괴인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내려달라고 소리치려는데, 그보다 소천마의 고함이 먼저 터졌다.

“어서!!”

귀청을 찢는 커다란 목소리.

마치 맹수와 마주할 것 같은 기세가 느껴졌다.

이미 그녀는 통로와 등을 돌린 뒤였다.

“저, 저쪽으로!”

괴인이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들어 한곳을 가리켰다.

그 즉시 소천마가 몸을 날렸다.

쉐에엑!

마치 범의 등에 탄 것처럼 믿기지 않는 속도.

“우와악!!”

그 말도 안 되는 빠르기에, 괴인이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 * *

휙!

소천마는 몸을 날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긴 어딥니까?”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무리 주위를 살펴도 진천우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탓이다.

대신 눈앞에 위아래로 까마득히 이어지는 커다란 나선형 계단만 보였다.

‘설마 날 속인 건?’

꽈악!

“컥!”

소천마가 팔에 힘을 조금 주자, 괴인이 제 옆구리를 강하게 조여오는 압박에 급히 기침을 뱉었다.

‘이 처자, 제 동료가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말한 다음부터 너무 막 나가는데?’

마치 용의 역린이라도 건드린 것처럼.

꽈아악!

“크헉!”

허리를 조이는 힘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서둘러 입을 열어야 했다.

“나가는 통로라네.”

“여기가?”

허리를 조이는 힘이 풀렸다.

“그래, 내가 여기로 들어왔지.”

“그렇군요. 그런데 왜 여기로 그 녀석이 온다는 겁니까?”

꽈아악!

다시 허리를 조이는 힘이 강해졌다.

괴인이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이유를 설명했다.

“자네 동료는 틀림없이 용의 머리에 있었을 거야. 거기서 바로 이어지는 탈출구가 바로 여기라네.”

괴인은 여기로 오는 중에 소천마에게 용의 머리에 대해 설명을 끝내놓았다.

“그렇군요. 그럼 여기서 기다리면, 녀석이 이리 올 거다?”

그제야 이해가 됐는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소천마가 괴인을 자기 옆구리에서 내려놓기 위해 천천히 팔에서 힘을 빼려는데.

“아니, 우리는 지금 당장 아래로 내려가야 하네.”

“왜?”

“컥! 아니, 팔에 힘 좀…….”

“이유가 뭡니까?”

꽈아악!

괴인은 어쩔 수 없이 고통을 참으며, 소천마에게 지금 당장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런 이유라면.”

결국 그녀가 인정했다.

“그러니까 이 팔 좀 풀어주겠나.”

“그러겠습니다. 다 내려가면.”

“그래, 다 내려가면, 뭐? 뭐??”

휙!

그가 뭐라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소천마가 아래로 몸을 날렸다.

당연히 괴인을 계속 자기 옆구리에 낀 채.

“끄아아아아악!!”

나선형 계단 아래에서 어느 평범한 학사 나부랭이의 처절한 비명이 끝없이 이어졌다.

* * *

콰르릉!!

적룡의 능이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진천우는 빠져나가기는커녕 도리어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찾았다.”

진천우의 눈앞에 위로 끝없이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이 보였다.

원래는 지도로 구조를 다 외운 뒤 직접 찾아오려 했다.

그러나 예측불허의 사고 탓에 서둘러 와야 했다.

그에게 여기를 보지 않고 빠져나간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쾅!

그 순간, 방금 막 진천우가 들어온 통로가 무너졌다.

시간이 없다.

얼마 안 가 이곳마저 무너질 게 자명했다.

이제 남은 탈출 방법은 하나, 아니 둘뿐이었다.

위? 아래?

둘 중 어디론가로 빠져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끼 지도에는 계단 위와 아래 모두 막혀있었다.

쾅쾅쾅!!

이때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두둑!

아니, 이젠 바닥이 무너지고 있었다.

무너지는 범위가 점차 커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선형 계단도 얼마 버티지 못한다.

‘고민할 틈이 없다.’

휙!

진천우가 급히 몸을 날렸다.

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계단을 ‘올라갔다.’

콰르릉! 쾅쾅!!

그와 동시에 계단 중앙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진천우가 올라간 지점부터 아래, 위의 계단이 동시에 무너졌다.

무너지는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빨라졌다.

그러나 진천우는 아래의 계단이 무너지는 걸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소림의 비전인 대나이신법과 전설의 여덟 걸음을 익힌 그였다.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를 결정한 순간부터, 계단이 무너지는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저 위의 벽을 어떻게 박살 내냐인데.’

아까 말했듯, 계단을 계속 올라가도 그 끝은 막혀있었다.

하지만 진천우는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오르는 게 아니었다.

‘아마 이 위를 막은 부위는 그리 두껍지 않을 터.’

이미 여기로 오는 중에 계산을 끝내놓았다.

지도상 거리라면 막힌 부분에서 얼마 가지 않아 지상이 나와야 했다.

자신이 소천마처럼 천마신공을 익혔다면, 힘으로 다 뚫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

물론 그는 소천마의 천마지체의 반쪽을 얻었고 천마신공의 구결을 익혔지만, 아직 그녀만큼 엄청난 힘을 내는 건 무리였다.

허나 진천우에게는 천마신공을 뛰어넘는 믿음의 근원이 있었다.

그는 발길을 서두르는 중에 고개를 모로 꺾어 시야 구석의 푸른 현판을 살폈다.

[적룡의 능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이곳을 탈출하거나, 검봉의 단서를 찾으시오.]

‘슬슬 새로운 글이 나타날 때가 됐는데?’

그 순간, 현판에 새로운 글귀가 추가되었다.

[검봉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이후, 검봉과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갔을 때, 타이쿤이 직접 검봉의 꼭대기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됐다!’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

그러나 이게 끝?

진천우는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만약 그렇다면, 자신은 여기서 속절없이 목숨을 잃을 위기였다.

‘틀림없이 타이쿤이 이곳의 탈출 방법을 알려줘야 할 텐데?’

……

허나 현판은 계속 침묵했다.

‘계단을 끝까지 올라야 새 글이 나오는 건가?’

휙!

발걸음을 서둘렀다.

계단이 무너지는 속도보다 배 이상 빠르게 달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계단 끝에 다 달았다.

‘역시!’

위가 막혀있었다.

거기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철?!”

하다못해 평범한 흙으로 막혀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무너트리듯 계단 끝은 단단한 철판으로 막혀있었다.

급히 다시 현판을 확인했다.

……

여전히 타이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뚫을 수 있을까?’

아니, 뚫어야 한다.

슥!

진천우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타구봉.

‘오는 중 따로 챙겨오길 잘했지.’

적룡의 능에 들어온 맹의 무인 중에 개방의 무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들이 흘린 타구봉을 몰래 챙겼다.

현재 진천우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공은 바로 ‘타구’를 이용한 공격이었다.

우우웅!

거기에 천마신공의 강맹한 기운을 더했다.

한 겹, 두 겹, 세 겹…….

내공으로 타구봉을 겹겹이 감쌌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대환단, 화후의 내단 그리고 용의 심장까지. 비록 그 기운의 대부분은 절맥을 뚫는 데 사용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전설적인 영약을 무려 셋이나 흡수한 진천우의 내공은 벽을 넘은 고수 중에서도 수위권에 달했다.

‘만일 이게 통하지 않으면……. 아니다.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무조건! 무조건 가로막은 벽을 박살 낸다!’

각오를 다진 진천우가 타구봉을 높이 들었다.

팟!

여기에 대나이신법을 최대로 발휘했다.

신법의 추진력까지 이용하겠다는 뜻.

이제 눈앞을 가로막은 벽이 부서지든, 아니면 제 몸이 부서지는 결과는 둘 중 하나였다.

우우우웅!!

내려치기 직전, 타구봉에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넣었다.

그런데 그 순간.

쩍! 쩌저적!!

“?!”

느닷없이 철판에 금이 갔다.

무슨 일이지?

모른다.

그러나 이건 틀림없이 호재다.

퉁!

이때, 위를 막은 철판 중 하나가 아래로 떨어졌다.

진천우가 바로 몸을 틀어, 조금 전 철판이 떨어져 나간 자리를 향해 타구봉을 내려쳤다.

그는 곧바로 타구봉이 천장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굉음과 충격이 터질 걸 대비했는데.

쑥!

“뭐, 뭣?!”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타구봉이 내려치려던 쪽으로 사람이 튀어나왔다.

‘이, 이건, 피할 수가!!’

이미 타구봉을 내려치기 전에 한 번 몸을 크게 틀었다.

여기서 더 방향을 트는 건 불가능했다.

쉐에엑!!

결국, 진천우의 타구봉은 예고 없이 나타난 불청객을 향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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