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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화 : 뜻밖의 만남 (2) (141/210)


141화 : 뜻밖의 만남 (2)
2022.05.25.


철컥!

소천마가 커다란 쇠 손잡이를 비틀었다.

원래 그것은 힘센 장정 여럿이 달려들어도 쉽사리 돌리지 못하는 물건이지만, 그녀는 한 손으로 가볍게 돌려버렸다.

“대단하군.”

괴인이 옆에서 그걸 보며 감탄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는 학사 나부랭이.

이미 오래전에 저 장치를 발견했지만, 저 혼자서는 도저히 손잡이를 돌릴 수 없어 포기했다.

철컥철컥!

소천마가 계속 손잡이를 돌렸다.

그러자 바닥에서 특별한 현상이 발생했다.

쩌적! 쩌저적!

단단한 철판으로 막아둔 바닥이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며 열렸다.

그녀가 돌린 손잡이는 이 철판을 여는 해제 장치였다.

“됐네. 이걸로 하나 해결했군.”

“정말 이걸로 된 겁니까?”

“물론이지. 이 장치는 계단 맨 위와 연결돼 있거든. 그러니 계단 위를 막은 철판도 이걸로 열렸을 걸세. 그리고 철판만 제거하면…….”

괴인이 소천마가 손으로 돌린 손잡이 옆으로 다가갔다.

방금 전까지 철판으로 가로막힌 그곳에 사람 하나 드나들 수 있는 문이 보였다.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원래부터 열려있는 문은 아니었다.

문손잡이에 무언가 장치가 보였다.

“내가 해제했지.”

괴인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기껏 잠금장치의 원리를 해석해 문을 열었지만, 그 너머의 철판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 철판은 철저하게 힘으로만 열 수 있는 장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소천마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분명 괴인은 여기를 통해 들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철판을 해결하지 못했다.

괴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회해서 들어왔다네.”

“우회?”

“저쪽.”

슥!

그가 손가락으로 벽 한쪽을 가리켰다.

지하라 그림자가 져서 잘 살피지 못했는데, 그쪽에 작은 굴이 보였다.

간신히 성인 하나 드나들 정도의 크기.

그러니까 저런 통로가 숨겨져 있었단 건가?

“대단한 눈썰미군요.”

소천마가 진심으로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수록 괴인이 얼굴을 붉혔다.

“그러니까…… 저건 원래 있던 통로가 아니라, 내가 판 거네.”

“네?”

“내가 팠다니까. 대충 석 달쯤 걸려서…….”

“…….”

확실히 문 앞을 막은 철판은 두꺼웠다.

물론 이 철판을 어찌하지 못해 땅굴을 파는 해결책을 낸 건 대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겨우 한 뼘 굵기의 철판을 우회하느라, 석 달이나 걸려 땅굴을 팠다고?’

“아니, 난 이 철판이 이리 얕을 줄 몰랐지!”

대충 그녀의 생각을 읽은 괴인이 빽 소리를 지르며 선수 쳤다.

소천마는 더 이상 그를 압박할 생각이 없기에, 이 일은 그냥 넘기기로 했다.

“어쨌든, 이걸로 문제는 해결된 겁니까?”

“그렇지. 이제 자네 동료가 우리처럼 아래로 내려오든 반대로 위로 올라가든 철판이 없으니, 문만 찾아 열면 될 걸세. 문을 여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걱정할 것 없네.”

“걱정 안 합니다.”

그녀는 정말 걱정하지 않았다.

소천마는 진천우가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머리만은 그 유명한 제갈세가나 종리세가 못지않게 비상하다 여겼다.

그러니 계단 위를 막은 문에 무슨 장치가 돼 있든 어렵지 않게 열 수 있으리라.

콰르릉!!

다시 진동이 시작되었다.

퍽!

소천마가 즉시 위에서 떨어지는 계단 파편을 쳐냈다.

그녀는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이미 몇 차례나 계단 파편을 처리했다.

그리고 그것들의 양을 기억해 계단이 얼마나 붕괴됐는지 계산했다.

‘대충 절반 이상 붕괴됐군.’

이제 여기서 진천우를 기다리는 건 무리였다.

당연히 아래 통로로 느긋하게 나가는 것도 무리였다.

“실례하겠습니다.”

“또?”

소천마가 아주 자연스럽게 자세로 괴인을 제 옆구리에 들쳐 멨다.

그도 이제 이 상황에 익숙해졌는지 별 대꾸를 하지 않았다.

콰르릉! 쾅!!

또 위에서 커다란 진동이 울리는 순간.

팟!

소천마가 아래로 몸을 날렸다.

“아아아아아악!!”

아무리 그래도 괴인은 아직 이 속도만은 익숙해지지 못했다.

* * *

콰르릉!!

결국, 통로까지 완전히 부서졌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소천마와 괴인은 통로가 부서지기 전에 몸을 뺐다.

사실 밖으로 나온 지 꽤 됐지만, 둘은 입구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

“…….”

그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소천마였다.

“위로 올라간 모양입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진천우는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소천마가 이를 알고 그리 말한 건 아니었다.

허나 그녀는 그것을 확신했다.

만약 진천우가 아래를 택했다면, 통로가 무너질 때까지 여기로 나오지 않았을 리 없다.

반드시 진천우는 위를 택해야 했고, 또 무사해야 했다.

“찾아가 보지 그러나?”

괴인이 조심스럽게 소천마에게 말을 걸었다.

계단 아래 통로는 상당한 길고 복잡했다.

그래서 본래 위치를 찾기 힘들지만, 그는 계단 위를 직통하면 대략 어디쯤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괜히 수년째 여기 갇혀 지낸 게 아니었다.

‘아마 이 처자의 무위를 생각하면, 거기서 크게 사자후 한 번 질러주면 대번에 동료가 들을 수 있을 텐데.’

“아닙니다. 전 거기로 가지 않을 겁니다.”

허나 소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거기로 간다고 진천우가 기다리고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게다가 설사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만약 근방에 맹의 무인이 있다면?’

대번에 교의 첩자로 의심받을 거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게 낫다.

이미 한 번 얼굴을 봤으니 충분했다.

다시 말하지만, 소천마는 진천우가 적룡의 능에서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걸로 끝이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걱정을 모두 지웠다.

이제 남은 건 검은 천을 가지고 교로 돌아가는 것뿐.

“그나저나…… 그쪽은 이제 어쩌실 겁니까?”

“나?”

질문을 받은 괴인이 뭘 그런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을 지었다.

“돌아가야지.”

집으로!

수년 만이다.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그렇군요. 마음 같아서는 거기까지 호위라도 해드리고 싶지만.”

“아닐세. 호위는 무슨! 내가 비록 학자 나부랭이지만, 생존력만은 무인 못지않다네.”

“하하!”

소천마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저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어쨌든 홀로 적룡의 능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와 수년째 생존한 괴인의 끈질김은 인정해야 했다.

그나저나.

“혹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가문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게 무슨 실례가 되겠는가?”

괴인이 허허로이 웃으며 질문에 답했다.

애초에 그는 눈앞의 처자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제 가문으로 초대해 몇 날 며칠이고 환대하고 싶었지만, 이 처자는 자신과 달리 아주 크고 원대한 일을 해야 할 것을 직감했다.

그러니 지금은 이대로 보내지만.

“만일 다음에 기회가 되어 변방 땅에 올 일이 있거든 꼭 찾아주게!”

소천마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뗐다.

“그렇군요.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가겠습니다.”

* * *

‘공격을 틀기에는 늦었다.’

진천우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눈앞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거기서 사람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억?!”

이때, 느닷없이 튀어나온 청년도 진천우를 눈치채고 눈을 치켜떴다.

슥!

그는 즉시 양손을 들었다.

우우웅!

양손 가득 두른 내공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이건 못 막는다.’

진천우는 확신했다.

자신의 모든 걸 실은 공격이었다.

심지어 청년 입장에서는 난데없는 기습이나 마찬가지.

소천마쯤 되는 고수라면 또 모르지만, 형편 좋게 제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 그 급의 고수일 리 없었다.

스윽!

“오!”

그런데 놀랍게도 청년이 내민 손이 진천우의 타구봉을 감쌌다.

물론 이걸로는 부족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가능성이 보였다.

‘여기서 어떻게든 힘을 줄이면…….’

당연히 방향을 트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어떻게 비껴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다만, 눈앞의 상대가 그 정도 시간을 벌 만큼 실력을 갖췄다는 전제하에서.

우우웅!

‘이럴 수가?!’

놀랍게도 그는 조건을 충족했다.

게다가.

‘이쪽으로!’

‘이쪽?’

자신을 향해 눈짓까지 보내는 게 아닌가?

진천우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그러나 놀란 건 그만이 아니었다.

‘누구지?’

정체불명의 청년 역시 진천우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갑자기 기습을 당했지만, 어쨌든 그 실력이 놀라웠다.

‘내 또래에 이만한 고수가 있다니?!’

특히 내공 수위가 보통이 아니었다.

청년은 그동안 자신이 또래 중 최고의 내공을 지녔을 거라 예상했다.

헌데 그 기대가 눈앞의 상대에 의해 와장창 깨졌다.

거기다 더 놀라운 건, 저자는 제가 가진 내공을 상당히 능숙하게 다뤘다.

자신의 내공에 휘둘리느냐, 완전히 조정할 줄 아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와 같았다.

‘여기서 내가 셋까지 세면…….’

청년이 다시 진천우에게 눈짓을 보냈다.

진천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급히 타구봉을 위로 틀었다.

그와 동시에 청년도 양손을 위로 뻗었다.

쑥!

타구봉이 진천우의 손을 벗어나 위로 날아갔다.

이로써 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쾅!!

그러자 바로 다음 위기가 찾아왔다.

후두둑! 후둑!! 후두두두둑!!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진천우의 타구봉 공격이 처음 노렸던 데로 천장을 박살 냈다.

다만, 그 덕에 적룡의 능의 붕괴가 가속화되었다.

그는 곧바로 눈앞의 청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일단!”

“그래, 우선 여기서 나가도록 하지. 이쪽으로!”

청년이 급히 다시 위로 몸을 날렸다.

진천우가 그 뒤를 따랐다.

‘대단히 뛰어난 경공이다.’

그가 또다시 청년의 무공 수위에 감탄을 표했다.

청년 또한 진천우가 아무렇지 않게 제 뒤를 따라오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콰쾅!!

그 순간, 적룡의 능의 붕괴가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서두르지 않으면 이대로 파묻힌다.’

슥!

진천우가 속도를 올렸다.

스윽!

청년 역시 속도를 올렸다.

슥! 스윽!

슥! 스윽!

진천우가 올리면 청년 역시 속도를 올렸다.

둘은 급격한 내공 소모로 얼굴이 창백해지는 와중에도 결코 발을 멈추지 않았다.

휙! 휙!!

잠시 뒤, 둘이 거의 동시에 지상으로 올라왔다.

아주 근소한 차이지만 승자는…….

쾅!!

결국, 적룡의 능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진천우가 먼저 밖으로 올라왔다.

“휴!”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무너진 통로를 바라보았다.

만약 자신이 조금만 더 느렸다면.

‘내 생각이 비껴나갔다면, 내가 길을 잘못 들었으면, 내가…….’

무엇 하나 조금만 틀어졌어도 목숨을 잃을 뻔했다.

가능하면, 두 번 다시 오늘같이 위태로운 줄타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진천우는 자신의 이런 결심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걸 모르지 않았다.

“이런!”

그때, 자신과 함께 탈출한 청년이 무너진 통로를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왜 갑자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걸까?

“간신히 검봉에 대한 단서를 찾았는데!”

“응?”

진천우가 청년을 바라보며 두 눈을 치켜떴다.

“방금 뭐라고?”

저도 모르게 그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왜 네가 검봉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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