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 반역
(167/210)
167화 : 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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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 반역
2022.07.25.
주인의 반신?
-현석아!
“큭!”
현석이 눈을 감았지만 소용없었다.
아니, 눈을 감자 더욱 선명히 그리운 잔상과 목소리가 떠올랐다.
-현석아!
“놈!”
허나 귀청을 울리는 커다란 고함이 강제로 눈을 뜨게 했고.
눈을 뜨자, 소천마의 천마수가 자신을 향해 날아왔다.
현석이 기겁하며 허리를 틀고, 반사적으로 마도를 휘둘렀다.
뚝!
그러나 이번에도 마도는 그녀의 눈앞에서 딱 멈췄다.
대신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자신은 소천마를 벨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이다.
머리로 아무리 부정해도, 자신의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부정하던 머리조차 마음 한쪽으로 이렇게 느끼니까.
저자는 자신이 그렇게 찾던 이의 반신이라는 걸.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이번에도 공격을 멈췄군.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닥쳐!!”
쾅!
현석이 거칠게 바닥을 밟으며, 다시 마도를 휘둘렀다.
전력을 다한 움직임에 큰 충격파가 터졌다.
이걸로 일단 소천마를 뒤로 물리자.
그다음 여기서 빠져나와 정신을 가다듬으려 했지만.
“어딜 도망가려고!”
아쉽게도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충격파?
그녀는 코웃음 치며, 오히려 그대로 현석의 품에 들어와 천마수를 휘둘렀다.
소천마의 천마수는 어떤 명검보도에도 뒤지지 않는 날카로움을 지녔다.
현석이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 노력했지만, 소천마는 쉬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마수는 점점 더 빠르고 정교하게 날아들었다.
그때마다 현석은 등 뒤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그야말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이것만 봐도 둘의 실력차는 극명했다.
거기다 현석에게는 제 주인은 건드릴 수 없다는 괴상한 사고의 족쇄까지 있었다.
멈칫!
또 중요한 순간, 움직임이 멈췄다.
“이번에도냐.”
그러자 소천마가 한껏 목소리를 깔았다.
그동안, 무슨 이유인지 알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
일부러 힘을 빼 천마수를 펼쳤고, 일부러 빈틈을 만들어 공격을 유도했다.
그때마다 현석은 정확히 빈틈을 치고 들어왔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 꼭 손이 멈췄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너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는 모양이군.”
소천마는 현석이 매번 손을 멈출 때마다 그의 표정을 살폈다.
현석 자신도 도무지 제 손이 멈추는 이유를 알지 하는 눈치였다.
당황하는 게 역력한 표정.
그렇담 되었다.
일부러 자신을 모독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알았다.
그러니 되었다.
“이제 죽어라.”
소천마는 더 이상 시간 끌 이유가 없다며 바로 손을 뻗었다.
휙!
천마수.
그것은 지금껏 펼친 그 어떤 천마수보다 빠르고 강했다.
“…….”
현석은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천마수를 보고 두 눈을 치켜떴다.
‘이건 막을 수 없다.’
막아도 그대로 몸이 꿰뚫린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허나 이것을 피해 봤자 무슨 소용인가?
자신이 소천마를 공격하지 못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여기서 끝나는 게…….’
현석은 순간적으로 너무 약해졌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그리운 기운이 긴장을 풀었고, 그와 동시에 지독한 배신감이 온몸에 퍼졌다.
이 순간에도 천마수가 현석을 향해 날아왔다.
이제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대로 자신은 소천마의 손에 꿰뚫려 죽겠지.
그 순간!
-현석아!!
“?!”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또다시 뇌리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렸다.
그 목소리는 점점 더 크게 울렸다.
-현석아!!!
뿌득!
그 직후, 현석이 바로 몸을 움직였다.
이제 피하는 건 물론 막는 것도 한참 늦었지만, 그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현석이 생각하는 건 단 하나.
‘넌 내 주인이 아니다!’
아무렴!
자신의 주인은 한 명뿐.
반신?
주인의 몸?
“웃기지 마!”
번쩍!
현석이 스스로도 놀랄 속도로 마도를 휘둘렀다.
우우웅!
거기에는 당연히 그가 지닌 붉은 기운이 둘러싸고 있었다.
까가깡!!
마도와 천마수가 엇갈리며 눈부신 불똥이 튀었다.
“!?”
이를 본 소천마가 눈썹을 찌푸렸다.
지금 공격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이놈, 진심이군.’
제 몸을 얽매던 족쇄를 극복했나?
그 잠깐 사이?
믿을 수 없는 일.
하지만 그렇다고 이 위기를 극복할 만큼은 아니었다.
소천마가 이대로 손에 힘을 죽이지 않으면, 현석의 마도를 튕겨내고 놈의 심장을 움켜쥘 수 있었다.
대신 그 대가로 오른팔에 아주 큰 상처, 어쩌면 영구히 치료되지 않을 장애가 남을지 모르지만.
‘이만한 사내의 심장을 취하는 대가로는 싸지.’
그녀는 결심했다.
설령 제 한 팔을 내주는 한이 있더라고 끝까지 가겠다고.
헌데.
쿠르릉!
갑자기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쾅!!
난데없이 연무장의 천장이 무너졌다.
그리고 사방에서 정체 모를 진법과 기관이 쏟아졌다.
“!?”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소천마는 단번에 이 사태의 주범이 누군지 눈치챘다.
‘도망친 둘째 놈이군!’
역시 그때 놈의 멱을 땄어야 했는데.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무리했다간, 눈앞의 사내의 심장을 취하더라도 까닥하면 자신까지 뒈지게 된다.
거기다.
-이, 이런!
-진법이다. 모두 뭉쳐라!
-기관도 있다.
저 멀리서 진법과 기관에 빠진 수하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젠장, 운이 좋군.”
결국, 소천마는 혀를 참과 동시에 손을 비틀었다.
쾅!
그녀의 천마수와 현석의 마도가 부딪쳐 큰 굉음을 냈다.
소천마는 그 충격에 그대로 몸을 실어 쏟아지는 진법과 기관을 피했다.
그 즉시 그녀는 수하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여기까지 놈들을 데려온 건 그녀였다.
최소 사도련주의 목을 땄다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쓸데없이 수하들을 희생시킬 순 없었다.
소천마는 현석을 향해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등장만큼이나 깔끔한 퇴장.
“…….”
현석은 소천마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지켜보다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소천마를 노리던 진법과 기관이 자신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에.
“…….”
그는 가장 먼저 제 쪽으로 날아오는 검은 암기를 바라보더니.
슥!
다시 마도를 휘둘렀다.
쾅!!
그 즉시, 엄청난 폭음이 터졌다.
* * *
“어떻게 됐지? 그년은 죽었나?”
사도련주의 둘째 제자가 수하를 닦달했다.
그는 련주의 처소에서 죽음의 함정을 발동시켰다.
감히 교의 무인들이 련의 심부까지 쳐들어오다니.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
련의 간부들도 죽음의 함정을 발동하는 데 동의했다.
허나 생각과 달리 함정의 위력은 미약했다.
“노, 놓쳤습니다.”
“뭣?!”
“지금 즉시 연계 함정을 발동하겠습니다.”
“절대 놓치지 마라. 반드시 죽여야 된다. 반드시!”
둘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수하들을 독촉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최악이었다.
“일문(一門)이 격파당했습니다. 곧바로 삼문(三門)도 격파당했습니다.”
“아, 지금 막 오문(五門)도……!”
“무슨?!”
말도 안 된다.
죽음의 함정을 발동한 지 얼마나 됐다고 세 개의 문이 동시에 박살 나는가!
“이 함정은 본래 사부에게……!”
다행히 둘째는 거기서 바로 입을 닫았다.
이 이상 쓸데없는 헛소리를 내뱉었다가는 바로 반역이다.
이미 한 번 반역을 했고, 그러다 실패한 그는 여기서 또다시 반역을 저지를 용기가 없었다.
그 사이, 죽음의 함정의 칠문과 팔문이 연달아 파괴되었다.
‘내 예상보다 죽음의 함정이 훨씬 약했던 건가?’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진행 속도만은 이해되지 않았다.
거기다 방금 막 박살 난 칠문과 팔문의 위치를 생각하면…….
‘잠깐!?’
“십삼문(十三門)이 파괴돼 완전 개방되었습니다. 침입자가 그곳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놈들이 당한 피해가 상당합니다. 특히 침입자를 이끄는 여자의 상태가 매우 나쁩니다. 이건 기회입니다!”
“둘째 공자님, 어서 추격대를! 지금 정예 추격대를 보내면, 저것들을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둘째가 무언가 의문을 느끼고 있을 때, 수하들이 급히 그를 재촉했다.
어쨌든, 놈들을 련에서 내쫓았다.
물론 사도련의 심처에 침입자를 들인 것부터가 그들에게는 다시없을 오명이었다.
그렇기에 그 오명을 씻기 위해 여기서 서둘러 추격대를 보내, 저것들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전멸시켜야 했다.
그래야 사마대전을 사도련의 승리로 끝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수하들은 어서 빨리 추적대를 보내자고 둘째에게 애원했다.
“지, 진정해라!”
허나 둘째는 아무리 상황이 급해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바로 이 침착함이 그가 사도련주의 둘째 제자가 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냉정함도 크게 쓸모가 없었다.
“추적은 없다.”
처소 입구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그 목소리에 거센 반응을 보냈다.
“누구냐! 아, 아니…… 넷째 공자님?”
현석이 돌아왔다.
련의 무인들은 그의 등장에 조금 놀랐지만, 그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방금 넷째 공자가 한 말이 문제였다.
“추적이 없다니. 그 무슨 소리입니까?”
“그걸 물을 대상은 내가 아니다.”
현석이 턱짓으로 둘째를 가리켰다.
그러자 수하들의 고개도 뒤로 돌아갔다.
허나 그는 모두의 시선을 받고도 여전히 흐트러지지 않는 표정을 유지했다.
‘칫!’
물론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둘째는 일부러 현석과 소천마가 함께 있는 순간, 죽음의 함정을 발동시켰다.
그것도 수하들 모르게.
그런데도 곧장 자신을 찾아오다니.
‘눈치가 좋은 놈이군.’
그리고 운도 좋고.
그렇지 않고서야 기껏 작동한 죽음의 함정에서 저리 멀쩡하게 돌아올 리 없었다.
‘역시 삼문과 칠문을 박살 낸 건 저놈이었나?’
그 두 개의 관문은 소천마가 수하들과 함께 달아난 방행과 정반대다.
녀석이 그렇게 힘을 분산시킨 탓에 교의 무인들을 놓쳐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
“네놈! 너 때문에 다 잡은 침입자를 놓쳐버렸다!”
그의 큰 외침에 주위의 수하들이 모두 눈을 치켜떴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현석이 처음 함정이 발동됨과 동시에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조사를 하면, 삼문과 칠문을 부순 이가 누군지는 밝힐 수 있다.
때마침 사도련주도 이 자리에 없다.
둘째는 이 기회를 살려, 망나니 같은 사제 놈을 단단히 길들일 생각이었다.
헌데 그 사제 놈이 제 생각을 훌쩍 뛰어넘을 줄 누가 알았으랴.
슥!
현석이 어느새 마도를 꺼냈다.
여기서 무기를 꺼내다니.
하수 중의 하수.
아마 분노로 눈이 뒤집히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을 수.
그런데 지금 자신을 노려보는 저놈의 눈은 절대 격정에 휘말린 눈이 아니다.
‘저놈?! 설마!?’
그 순간, 둘째의 뇌리에 불안한 느낌이 스쳐 갔다.
그가 반색하며 수하들에게 저 자식을 당장 내 눈앞에 꿇리라고 소리치려는 그때.
“그래서 뭐 어쩌라고?”
현석이 한발 먼저 입을 뗐다.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이…… 이…… 개망나니 같은 놈이!
“내가 그 자리에 서겠다.”
반역!
현석은 사도련의 오랜 정통인 ‘반역’을 둘째에게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