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 광고 공유
(172/210)
172화 : 광고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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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화 : 광고 공유
2022.08.06.
‘중간광고를 공유한다니?’
이게 무슨 뜻일까?
아니, 그것 외에도 의문은 또 하나 있었다.
지금껏 중간광고는 누군가의 기억이었다.
‘그럼 이번에는 누구의 기억을 공유하는 거지?’
우문이다.
슥!
진천우가 고개를 돌려 답을 찾았다.
“…….”
그의 시선 끝에, 방금 삼킨 영물의 내단에 담긴 기운으로 독을 몰아내는 중인 무진이 보였다.
아까 손을 댔을 때 독을 몰아내는 데 주요한 혈도를 집어줬으니, 이대로 두면 알아서 독기를 몰아내겠지.
‘그러니까 그동안 내가 무진의 기억을 보는 건가?’
왜? 무엇 때문에?
의문이 들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타이쿤이 자신에게 쓸데없는 기억을 보라고 할 리가 없었다.
‘그에게 내단을 양보해서 다행이군.’
[예]
그 덕에 양심의 가책을 피한 채 중간광고 보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곧바로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 * *
‘내게 무슨 기억을 보여주려는 거지?’
진천우가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그동안 그가 봐왔던 중간광고는 의선과 독선 등 누군가의 기억이었다.
이번에는 아마 무진의 기억을 볼 것 같은데, 자신이 무슨 기억을 볼지 궁금했다.
‘설마 녀석이 맹에서 무슨 무공을 배웠는지 보여주는 건 아니겠지?’
그건 확실히 궁금했지만, 동시에 매우 곤란했다.
무공 전수는 어디든 매우 경계하는 과정으로, 때때로 이를 몰래 엿봤다는 이유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무진은 맹에서 전력으로 키우는 인재인 만큼, 맹에서 특히 중요시하는 무공을 익혔을 확률이 높았다.
그걸 자신이 함부로 보고 익혀버리면, 그 즉시 공적으로 지명 당할지도 몰랐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계속 눈 감고 중간광고를 넘겨야 하나?’
-컹!
솔직히 이미 진천우가 익힌 여덟 걸음이나 신검의 의지 등만 봐도 천하에 다시 없을 전설적인 무공.
굳이 맹의 무공을 봐서 쓸데없는 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었다.
-……크륵!
“흐음……!”
진천우가 계속 눈을 감은 채, 장고에 들어가려는데.
-크라라!
“하, 아까부터 뭐야?”
어디서 자꾸 시끄러운 개소리가 귀 아프게 울리자 어쩔 수 없이 눈을 떴다.
“헉!”
그렇게 한 번 떠진 눈은 다시 감기지 않았다.
“이, 이게 뭐야?!”
눈앞에 엄청난 수의 괴물이 보였다.
말 그대로 괴물.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덩치와 이빨, 그리고 발톱을 지닌 인간 같지 않은 괴물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그것들은 모두 한 방향으로 달려갔고, 그러다 앞을 가로막는 게 나타나면 그게 뭐든 가리지 않고 박살 내며 앞으로 나갔다.
-이놈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잠시 뒤, 괴물 군단 앞을 막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무림인과 관군?’
이건 상당히 놀라운 광경이었다.
원래 무림과 관은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이지 않는 사이.
‘하긴, 아무리 그래도 저런 괴물이 상대라면, 무림과 관이라도 뭉치지 않을 수 없겠지.’
와아아아!!
-크르르르륵!!
잠시 뒤, 인간과 괴물들이 서로 한데 뭉쳐 싸움을 시작했다.
그 광경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허나 지켜본 바로, 전황은 괴물 쪽이 우세했다.
‘이대로라면 얼마 안 가 인간 쪽이 전멸하겠군.’
진천우가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는 피와 살, 부서진 뼈가 사방에 튀는 잔인한 장면을 보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딱히 무심하거나 잔혹한 성격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눈앞의 광경은 현실감이 없었다.
‘이건 무진이 꾸는 꿈인가?’
그랬다.
진천우는 이 모든 광경이 꿈이라고 여겼다.
그게 아니고서야 말이 되지 않았다.
물론 굳이 이상한 점을 찾자면, 못 찾을 것도 없었다.
‘왜 타이쿤이 내게 이런 광경을 보여주려 한 거지?’
언제나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알려주던 타이쿤이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런 걸?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보는 게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걸까?
왜?
스륵!
그때, 갑자기 다시 시야가 어두워졌다.
딱히 중간광고에서 빠져나가는 조짐은 없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진천우는 어딘가 넓은 복도를 달려가고 있었다.
‘그래, 역시 아까 그 광경은 그냥 꿈이었어.’
정말 그래 보였다.
그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새로 바뀐 시야에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천마와 이름 모를 승려.
이 둘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반가웠다.
그런데 그때!
-크라라!
둘이 바삐 달려가는 복도 양옆에서 끔찍한 괴물이 튀어나왔다.
휙!
당연히 괴물들은 둘의, 아니, 천마 한 사람의 상대도 되지 못했다.
“…….”
하지만 진천우는 이를 보고 금방 사색이 되었다.
그는 방금 천마가 가볍게 쓸어버린 괴물의 사체를 다시 살폈다.
아무리 봐도, 조금 전에 사람들과 싸우던 그것들과 유사하게 생겼다.
단지 좀 더 덩치가 크고, 더 기괴할 뿐.
‘왜 이런 게 여기서도?’
-……하면!
-어쩔 수가……!
그때, 천마와 승려가 심각한 얼굴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둘 다 너무 빨리 움직이는 중이라 대화를 듣기가 쉽지 않았다.
-……서둘러야 하네.
-……알아!
둘은 무엇 때문인지 급히 서두르고 있었다.
평소라면 언제나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승려가 저리 서두르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항상 승려와 대립각을 세우던 천마가 주저 없이 그의 말에 긍정하며 걸음을 서두르는 게 더 놀라웠다.
그런 둘의 변화에 진천우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졌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그가 더욱 감각을 끌어올려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정확히 들으려 했으나, 그 순간 그들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입을 닫았다.
천마와 승려가 어느새 복도 끝에 도달했다.
-……?
-……!
둘은 아무 말 없이 고갯짓으로 속내를 전한 뒤, 천천히 눈앞의 문을 열었다.
-환영한다.
문이 열리자마자, 처음 듣는 음성이 머릿속에 울렸다.
그 소리는 남자의 것도 아니고 여자의 것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누구지?’
진천우가 급히 고개를 위로 들었다.
하지만 문 너머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흘러나와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용케 천마와 승려는 이 빛을 정면으로 접하고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빛 너머에 누가 있다. 누구지?’
잠시 뒤, 진천우가 간신히 그 빛에 익숙해졌다고 느끼며 급히 상대의 모습을 확인하려던 순간.
-인간들 중 처음으로 경계를 넘은 그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여기서 죽어라!
팟!
“큭!”
그 직후 너무나 눈부신 빛이 폭사하여, 진천우는 급히 눈을 감아야 했다.
그 뒤, 그가 간신히 다시 눈을 떴을 때.
-크라라라!
와아아아아!!
다시 처음 봤던 광경으로 돌아와 있었다.
-크륵!
-죽어!!
“…….”
진천우가 또다시 인간과 괴물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허나 이번에는 처음처럼 냉정히 그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팍!
“큭!”
피가 튀면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크라라!!
또 괴물이 크게 포효하면 저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아까와 달리 이 광경이 더는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탓이다.
그럼 저런 괴물들이 과거에 있었다는 뜻?
‘하지만, 어째서 그런 기록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는 거지?’
그런 의문이 들려던 찰나, 인간의 무리 한가운데에서 누군가 앞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구면이었다.
‘의선?’
-막아라! 반드시 이 땅을 사수해라!
천마와 승려에 이어 의선까지 나왔다.
이제 더 이상 눈앞의 광경을 꿈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를 깨닫는 순간, 진천우가 아까보다 더 크게 두 눈을 치켜떠야 하는 광경이 나타났다.
“이런……!”
그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맨 처음부터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나, 진천우가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어째서!!”
그는 이것을 이제야 알아차린 스스로를 책망하며, 다시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눈에 새겼다.
역시나 이건 말이 안 된다.
어째서…….
지금 싸움이 벌어지는 이곳은 바로…….
“진씨세가?!”
우우웅!
그 직후, 갑자기 중간광고가 끊겼다.
* * *
“무슨!”
진천우가 눈을 뜨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없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중간광고에서 나온 괴물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아, 물론 근처에 여덟 다리를 가지고 입에서 지독한 독을 뿜는 게 하나 있었지만.
“…….”
진천우가 말없이 여덟 다리의 사체를 노려보았다.
‘다르다.’
말 그대로 저것과 중간광고에서 본 괴물은 달랐다.
둘 중 무엇이 더 지독한지는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헉!!”
그때, 무진도 눈을 떴다.
“하아! 하!”
그는 눈을 뜨자마자 연신 숨을 헐떡였다.
딱 보기에도 창백한 얼굴.
무진도 자신과 똑같은 광경을 본 게 분명했다.
“아냐……. 아냐……. 그럴 리가……. 하지만…….”
그 직후, 두 사람이 눈을 맞췄다.
진천우는 아무 말 없이 그가 뭘 할지 지켜보았다.
휙!
무진은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자신이 본 게 어지간히 믿기지 않는 모양.
무리도 아니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다만, 진천우는 중간광고를 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을 따름이었다.
‘분명 그곳은 진씨세가였다.’
정확히는 진씨세가가 세워진 장소.
괴물과의 싸움이 벌어진 곳 뒤편에는 진가의 뒷산처럼 여겨지는 천옥산도 보였으니 틀림없었다.
이건 전부 우연일까?
‘모르겠군. 정말 우연일 수도 있으니…….’
진씨세가에 무언가 기록이 남아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다는 사실은 진천우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평생 진씨세가에서 자라왔고, 아픔을 잊기 위해 진가에 있는 모든 기록을 읽고 암기했다.
“큭!”
진천우의 상념은 옆에서 무진이 다시 괴로운 소리를 내는 것으로 깨어났다.
‘아무래도 내가 그와 같은 걸 봤다는 건 당장은 말하지 말아야겠군.’
거기까지 말했다간, 지금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질지도 몰랐다.
“일단 나가지. 급히 맹주님을 뵈어야겠네.”
다행히 무진은 바로 맹으로 돌아갈 모양.
그를 따라가면 맹이 경계에 대해 어떤 정보를 가졌는지, 또 자신과 무진이 함께 본 중간광고에 대해 어떤 결과를 내는지 자연스레 알게 될 게 분명했다.
‘그나저나…….’
진천우가 그 외에도 뜻밖에 알게 된 정보에 잠시 고민했다.
그의 눈앞에 아직 푸른 현판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중간광고, ‘피에 새겨진 기억’을 ‘공유’했습니다.]
‘피에 새겨진 기억?’
[뛰어난 재능은 대개 혈통을 이어 발현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무왕의 재능’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용자는 아주 오래 전, 이와 같은 재능을 지닌 이가 겪었던 참상을 피의 기억을 통해 공유하였습니다.]
‘이럴 수도 있구나.’
진천우가 새로 알게 된 중간광고의 활용법을 기억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이 방법으로 또 다른 기억을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
“빨리! 빨리 나가세!”
“그래.”
진천우는 무진의 재촉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여덟 다리를 해치우자, 들어왔던 문이 열렸다.
둘은 서둘러 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모두 오르자 또다시 나타난 문.
그것 역시 어렵지 않게 열었다.
끼이익!
“왔군.”
그런데 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누군가와 마주쳤다.
진천우와 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진천우가 놀란 얼굴로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구면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왔군.”
그리고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