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 괴물 등장
(176/210)
176화 : 괴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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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화 : 괴물 등장
2022.08.15.
“어, 어떻게?”
창의 주인이 기겁하며 두 눈을 치켜떴다.
그의 창은 평범한 창이 아닌, ‘필중의 창’이라 불리는 보패.
이름 그대로 일단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맞추는 신비한 창이다.
이 창의 목표는 진천우의 심장.
그리고 창은 이미 목표를 맞췄다.
“헌데 어떻게!?”
어떻게 저놈은 창에 심장이 뚫리고도 멀쩡한 거지?
“아아, 확실히 아팠지.”
“아프다고?”
그걸로 끝?
심장에 창이 찔려놓고 그게 끝?!
꿈틀!
“응?”
그 순간, 사내는 창 끝에서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진천우의 가슴팍 아래에 검고 단단한 무언가가 보였다.
그게 정확히 그의 심장에 안착돼 있었다.
설마 저걸로 창을 막은 건가?
‘말도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의 창은 필중의 창이다.
단순히 요리조리 방향을 틀어 목표에 다다르는 데 그치는 창이 아니다.
이름 그대로 반드시 목표를 맞추기 위해, 또 다른 능력이 하나 더 있었다.
그건 창의 경로를 막는 것들을 모조리 박살내는 힘.
실제로 진천우가 필중의 창을 쳐내려고 검으로 창대를 쳤을 때, 그 검은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 났다.
창대를 친 것만으로 검이 박살날 정도면, 심장에 단순히 단단한 걸 둘렀다고 해서 창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오히려 창과 함께 저 검은 것도 완전히 꿰뚫려야 했다.
‘그런데도 내 창을 막았다면, 그건 바로!’
사내가 경악한 얼굴로 다시 한번 검은 무언가와 진천우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꿈틀!
그때, 검은 무언가가 다시 몸을 움찔거렸다.
역시나 저건 평범한 게 아니다.
“네놈, 어째서 경계 너머의 인간이 보패를 지니고 있는 거지?”
“보패?”
“그렇다. 내 필중의 창을 막으려면 최소 동급의 힘을 보유한 보패가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네놈이?”
‘이 녀석이 보패라고?’
그럴 리가!
진천우가 코웃음 쳤다.
꿈틀꿈틀!
지금도 그의 가슴팍에 있는 ‘진화한 독고’는 방금 전 충격에 연신 몸을 틀었다.
허나 녀석이 지금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감히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이 제 주인의 목숨을 노렸다는 데 있다.
꿈틀!
녀석이 원래는 고치 상태라 꼼짝달싹 못할 텐데도 억지로 몸을 움찔거리며, 반드시 자신으로 저놈을 박살 내달라고 의사표현을 했다.
‘잠시만 참 거라.’
진천우가 잠시 팔 안쪽으로 진화한 독고를 쓰다듬으며 녀석을 진정시켰다.
꽈악!
그다음으로는 손에 더욱 힘을 주어 방금 저자가 던진 창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그래, 이거 이름이 필중의 창이라고?”
그럼 자신이 던져도 효과가 있을까?
“네놈!”
진천우가 제 창을 회수하려는 걸 본 사내가 급히 앞으로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돌아와라!”
우우웅!
그러자 놀랍게도 진천우의 손에 들린 창이 저 혼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딜!”
당연히 순순히 놔줄 진천우가 아니었다.
우우우웅!!
그러나 창의 반항이 보통이 아니었다.
물론 단순히 그것뿐이라면, 진천우가 절대 놓칠 리 없었다.
빠직!
“큭!”
창대 전체에 갑자기 짜릿한 뇌기가 흘러나왔다.
순간, 사방에 노란 섬광까지 번뜩였던 뇌기에 놀라 진천우는 그만 손을 놓고 말았다.
휙!
그 틈을 타, 창은 곧장 제 주인에게 돌아갔다.
“…….”
진천우가 그만 창을 놓친 제 손과 주인에게 돌아간 창을 말없이 번갈아보았다.
“후후!”
그 시선을 본 사내가 한껏 크게 웃으며 진천우를 비웃어주었다.
“아무렴, 네놈에게 필중의 창이 가당키나 한 줄 알았더냐!”
솔직히 진천우가 제 창을 움켜쥐었을 때, 사내는 가슴이 철렁했다.
경계 밖에서 온 상대는 어찌된 일인지 자신도 모르는 보패를 지니고 있었고, 이는 곧 녀석도 선인의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혹시나 녀석이 제 보패인 필중의 창을 꿀꺽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필중의 창은 충성심이 깊은 녀석이었다.
우우웅!
그때, 창이 갑자기 한차례 몸을 떨었다.
녀석이 방금 제 주인의 생각을 읽고, 어떻게 날 의심하냐며 소란을 떨었다.
“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다.”
사내는 어쩔 수 없이 창에게 사과하며, 녀석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내가 어쩌다 창에게 사과하는 처지가 된 건지.
우웅!
그 생각마저 읽었는지, 또 필중의 창이 부르르 창대를 떨었다.
결국, 선인 사내는 또 한 번 창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짧은 촌극이 끝나자, 사내는 처음에 보여줬던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진천우에게 창을 겨눴다.
“꿇어라.”
그가 한껏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마치 이렇게 말하면 당연히 진천우가 무릎 꿇을 줄 알고.
그러나 진천우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놈, 죽고 싶으냐?”
“순순히 무릎을 꿇으면 살려 줄 거냐?”
그럼 그렇지!
선인 사내가 입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더니, 아주 큰 선심 쓰는 양 말했다.
“최소한 고통 없이 죽여주지.”
“일 없다.”
휙!
진천우가 바로 몸을 날렸다.
그 속도는 벽을 넘은 무인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어, 엇?!”
당연히 신체 능력은 범인에 다름없는 사내가 반응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슥!
허나 그 손에 있던 창이 저 혼자 옆으로 넘어지며, 창끝을 진천우에게 겨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뒤로 몸을 피해야 했다.
‘역시 보통 창이 아니군.’
설마 저게 세 번째 능력인 걸까?
그렇게 의문을 느끼는 사이, 창의 주인이 다시 창을 던졌다.
쉭!
진천우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필중의 창.
몇 번을 피해도 끝까지 쫓아오며, 도중에 창의 진행을 방해하려 공격해도 그 모든 공격을 무효로 만든다.
챙!
하지만 진천우는 한 번 당하지, 두 번이나 당하지 않았다.
“아닛?!”
그러자 오히려 놀란 건 창을 던진 사내.
우우웅?!
그리고 필중의 창 또한 그랬다.
꿈틀!
허나 지금 진천우의 손에 들린 진화한 독고는 뭘 이런 당연한 걸로 놀라냐는 듯, 사뭇 거만한 느낌으로 몸을 떨었다.
“거참!”
어떻게 고치 상태로도 감정이 드러낼 수 있을까?
‘역시 영물은 영물이군.’
진천우는 제 손에 들린 녀석에게 한없는 든든함을 느끼며, 다시금 놈을 몸째로 휘둘렀다.
챙! 챙챙!
진화한 독고가 필중의 창을 막았다.
“이 무슨!?”
이를 본 선인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그는 지금껏 제 창이 저렇게 밀리는 걸 처음 보았다.
처음부터 막을 수 없는 효과를 지닌 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화한 독고에게는 창의 효과가 통하지 않았다.
상대가 특수한 힘을 지닌 보패라면, 독고는 특수한 힘을 지닌 영물이었다.
챙!
“큭!”
필중의 창은 밀리고 밀리다 못해 결국 제 주인이 있는 곳까지 오고 말았다.
그런데 필중의 창이 두 개 이상의 효과를 지녔듯, 진화한 독고 역시 단단한 껍질 외에 또 다른 능력이 있었다.
아니, 사실 이 능력이 단단해졌다기보다는, 애초에 지닌 녀석의 근본이었다.
그건 바로 독.
스르륵!
“억?!”
사내가 바로 독고의 독에 중독되었다.
그래도 꼴에 선인이라고 나름 평범한 범인보다 독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수록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텐데?’
꿈틀꿈틀!
진천우가 손에 든 독고를 위아래로 흔들었고, 그러자 독고의 독이 더욱 빠르게 사방에 퍼졌다.
“컥!”
결국 선인은 독을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검게 물든 피가 독이 얼마나 심한지 알려주었다.
“이놈!”
휙!
독에 중독된 사내가 마지막 힘을 발휘해 필중의 창을 휘둘렀다.
팟!
그러자 놀랍게도 사방에 퍼진 독이 모두 사라졌다.
“어?”
이를 본 진천우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엇이든 목표한 것을 반드시 맞추는 창.
그리고 이를 방해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창.
선인은 필중의 창의 두 번째 효과를 사용해 주위의 독을 모두 파괴했다.
‘생각보다 훨씬 쓸 만하군.’
진천우가 대놓고 탐욕을 드러냈다.
우우웅!
그때, 다시 필중의 창이 날아왔다.
챙!
그러나 진화한 독고를 뚫지 못하는 이상, 녀석의 공격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스르륵!
그 즉시, 독고가 다시 독을 퍼부었다.
“소용없다!”
그러자 사내가 창을 휘둘러 아까와 마찬가지로 창을 허공에 휘둘렀다.
확실히 필중의 창으로 독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독고의 독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컥!”
녀석의 독은 한 호흡, 아니 반 호흡만으로도 사지를 마비시킬 정도였다.
그리고 당연히 독고의 진짜 독성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스스스!
녀석이 점점 더 독한 독을 사방에 뿜었다.
“쿨럭! 쿨럭쿨럭!”
선인 사내가 계속 창을 휘둘렀지만, 그걸로 몸 안의 독을 해독할 수는 없었다.
덜컹!
결국, 그는 손에서 창을 놓았다.
떼구르르!
필중의 창이 굴러굴러 진천우의 발치에 닿았다.
“그건…… 내 창……!”
“알아.”
깡!
진천우는 곧바로 필중의 창을 걷어찼다.
확실히 저 창은 탐나지만, 그냥 빼앗으려 했다가는 아까처럼 뇌기를 흘릴 게 뻔하다.
물론 뇌기를 상쇄시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창을 굴복시킬 방법도 있고.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창이 아니었다.
“네놈, 경계에 대해 다른 정보를 지니고 있겠지?”
아니, 있어야 할 거다.
“무슨?”
“그래, 그래, 계속 그렇게 모른 척해도 돼.”
어차피 네놈은 반드시 알고 있는 걸 다 털어놓을 테니까.
슥!
진천우가 진화한 독고를 어깨 위로 들었다.
그 모습이 마치 몽둥이를 등에 짊어진 파락호 같았다.
잠깐, 몽둥이?
[타구 스킬이 적용됩니다.]
이것도?!
퍽!
“컥!”
진화한 독고에 한 대 얻어맞은 선인이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왜 이렇게 아프지?
독에 중독된 것보다 훨씬!
“아직 안 끝났어.”
퍽퍽퍽!
“억! 그, 그만! 그만!!”
“안 끝났다니까.”
퍽퍽퍽퍽퍽!!
뭐든 일단 패고 본다.
심문은 그다음부터다.
진천우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선인 사내에게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 * *
“크윽!”
선인 사내는 생각보다 질겼다.
퍽!
그러나 그래 봤자다.
“말하겠다. 다 말하겠어.”
“그래, 그래야지.”
퍽!
“컥! 왜? 다 말하겠다고.”
“그러니까 말해.”
퍽!
말 안 하니까 맞는 거잖아?
“크윽! 그러니까…….”
결국 그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아는 정보를 모두 뱉었다.
다소 두서없는 정보라 정리가 필요했지만, 그 성과가 상당했다.
‘그런데?’
퍽!
“컥!”
퍽퍽!
“억!!”
진천우가 계속 놈을 두들겨 패며 고개를 저었다.
‘이놈, 왜 자꾸 히죽거리는 거지?’
보통 이런 경우, 따로 꿍꿍이가 있다는 뜻.
설마 이 상황에서 반전을 노리는 건가?
“크윽, 네놈은 결코 경계 너머로 가지 못한다.”
“왜?”
퍽!
“곧 괴물이 돌아올 시간이다.”
“괴물?”
퍽!!
진천우는 바로 녀석을 날려버리고, 몸을 돌렸다.
‘이놈이 지금에서야 알려준 걸 보면 이미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달아나는 게 좋겠지?’
“하하하! 이미 늦었다. 내가 말한 괴물은 벌써 지척까지 왔을 터다.”
과연 선인 사내의 말대로 그가 나왔던 입구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슥!
“젠장!”
진천우는 그게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상황이 크게 바꿨다는 걸 눈치챘다.
지금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다.
“어?”
그런데 아까까지 넝마 같은 몰골로 으스댔던 선인 사내가 괴물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나타난 건 그가 아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진짜 괴물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