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화 : 공동 전선 (1)
(178/210)
178화 : 공동 전선 (1)
(178/210)
178화 : 공동 전선 (1)
2022.08.20.
“너, 넌?”
현석이 놀란 얼굴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놀란 건 그만이 아니었다.
“저자는!”
“어떻게 여기에?!”
뒤따라온 련의 정예들이 곧바로 무기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자 뒤에 있던 다른 무인들도 기세를 끌어올렸다.
우우웅!
좁은 동공 안에서 두 세력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리자 강한 공명이 발생했다.
이것만 봐도 두 무리 모두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허나 그 강한 기운은 한 명이 사이에 끼어들면서 갑자기 사라졌다.
“이것들이……. 내 앞에서 죽으려고?”
슥!
사도련주가 두 기운 사이에 들어가자, 뭉쳤던 기운이 터졌다.
“컥!”
“커억!”
그렇게 반발된 기운에 역공당한 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련에서도 반대쪽에서도.
사도련주 정도 되는 절대고수라면 누구도 상하게 하지 않고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걸로 저희 쪽에도 사람이 추려졌군요.”
스윽!
맞은 편 무리의 수장인 소천마가 제 사람들을 확인하고, 다시 사도련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제한돼 있다.
사도련에서는 여기까지 급히 오면서 인원을 간추렸으니, 교에서도 인원을 간추릴 필요가 있었다.
“허나……!”
휙!
그 직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소천마가 사도련주를 향해 천마수를 뻗었다.
쾅!!
당연히 련주는 그것을 가볍게 막았다.
“음?”
다만 막은 뒤, 그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게 그 전설의 천마신공?
“약하군.”
빠직!
소천마가 이마에 굵은 힘줄을 새기며 다시 몸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공격이 아니었다.
그녀는 어느새 처음 서 있던 자리로 물러났다.
방금 전의 공격은 어디까지나 경고.
다시는 제 허락 없이 수하들을 공격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도련주의 무위를 눈앞에서 보고도 공격하다니, 역시 보통 담력이 아니었다.
‘그리고 내 도발에도 가볍게 물러나는 걸 보면 판단력도 확실하군.’
슥!
사도련주가 조용히 올린 손을 아래로 내렸다.
분명 조금 전에 소천마의 공격이 약하다고 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
천마신공은 과연 전설에 어울릴만한 위력이었고, 그 시전자 역시 매우 뛰어났다.
만약 그녀가 도발에 넘어가 반격했다면 그 즉시 련주의 손에 박살났을 텐데, 용케 뒤로 물러났다.
그 정도면 되었다.
“좋다. 너희도 이 통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마.”
“네?”
“련주?”
사도련주의 말에 련의 정예들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잘못 들었나?
방금 련주께서 뭐라고?
“저희보고 저들과 함께 통로로 들어가라는 명이십니까?”
“불만이냐?”
“아뇨.”
현석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누구의 말이라고 감히 불복할까?
게다가 사도련주의 말대로 저들은 확실히 자신들과 통로에 들어갈 자격이 넘치고도 남았다.
다만 저들과 함께하라는 말은…….
“련주께서는 저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겁니까?”
“후후!”
현석의 질문에 사도련주가 낮게 웃었다.
역시 이 녀석도 보통이 아니다.
“그래.”
웅성웅성.
또다시 련의 무인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멍청한 것들.
겨우 이런 일로 저리 당황하다니.
하지만 현석은 여전히 가라앉은 눈으로 련주를 바라보았다.
거기다 뜻밖에서 셋째 역시 미동 없이 그 옆에 서 있었다.
평소 같으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반발했을 녀석인데?
“흠…….”
사도련주가 이를 아주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녀석도 성장한 거군.
“난 따로 볼일이 있다. 그러니 너희끼리, 아니 저것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라.”
련과 교의 협력.
이것이 사도련주가 맹주와 따로 한 협의에서 마지막에 맹주를 놀라게 한 그 제안이었다.
맹에서도 교의 전력을 탐냈지만, 아무래도 맹의 대쪽 같은 무인들이 교의 무인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그에 반해 사파인들은 원체 성적이 지랄맞아서, 이런 것도 련주가 한마디 하면 그냥 수긍하는 것 외 다른 도리가 없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말 한마디가 통하지 않기도 했다.
그 경우, 가벼운 유혈사태로 얼마든지 제 뜻대로 찍어누를 수 있었지만.
“련주님의 명을 받듭니다.”
다행히 그의 넷째, 아니 이제 둘째가 된 제자는 다시 한번 순순히 고개를 숙이며 제 뜻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사마대전보다 더 충격적인 지금껏 무림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사마협력체계가 이뤄졌다.
* * *
사도련이 한쪽 통로에 진입하려는 무렵.
다른 쪽 통로에서도 경계 너머로 들어가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를 주도한 건 당연히 맹이었다.
맹은 사도련처럼 단순히 강한 무인만 파견하지 않고, 뛰어난 책사들도 함께 보냈다.
“상당히 꺼림칙한 공간이군.”
“그래, 진법도, 기관도 아니면서 분명 어떠한 기운이 계속 주위를 맴돌고 있군.”
“이런 기운은 제갈세가에서도 못 느낀 건데…….”
문왕의 재능을 지닌 현소와 종리우, 제갈민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단숨에 통로를 통과하지 않고, 차근차근 주위를 둘러보고 무언가 이질점을 찾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
그리고 그런 책사진들을 무왕의 재능을 지닌 무진과 그 수하들이 지켰다.
이때, 수하 중 하나가 조용히 불만을 터트렸다.
“정말 이렇게 시간을 끌어도 되는 겁니까?”
한 명이 봇물을 터트리자, 다른 이들도 차례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희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비록 맹주가 이들에게 모든 설명을 해준 건 아니지만,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몇 번이나 말해주었다.
특히 그들은 이것과 비슷한 통로에 사도련과 교가 진입한 것을 알았다.
언제나 경쟁관계에 있던 맹이었기에 그것에 상당히 민감했다.
물론 그 이상으로 지금 자신들이 있는 장소가 매우 꺼림칙해서 되도록 오래 머물고 싶지 않는다는 이유가 컸다.
“…….”
허나 무진은 수하들의 불만을 가볍게 억눌렀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곳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단 한 사람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진천우.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는 자네가 이곳에 왔어야 했는데…….’
무진은 결코 자신이 부족한 자가 아니라고 여겨왔지만, 머릿속에 떠올린 한 사람 앞에서는 언제나 부족함을 느꼈다.
그러나 맹주에게 선택된 이는 자신이었다.
진천우가 아니라.
그건 정말 실력순이었을까?
만일 자신이 지금까지 맹이 전력으로 키운 인재가 아니었다면?
화륵!
“멈춰!”
그때, 무진이 갑자기 일행에게 고함을 질렀다.
너무 큰 소리에 선두로 나간 책사진들이 몸을 떨었다.
수하들은 무진이 그제야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좋아라했다.
반면, 책사진들은 무식한 것들이 그새 기싸움을 벌이려는지 알고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들은 그냥 방구석 먹물질이나 하는 그런 이들이 아니었다.
제갈세가, 종리세가.
문사가문인 동시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무가이기도 한 유수의 가문의 후계자들이다.
“이참에 분명히 말해둬야겠군. 맹주님께서 자네를 총책임자로 정했지만…….”
“비켜라.”
“?!”
특히나 고고한 성정의 제갈민이 뭐라 한마디 하려다, 느닷없이 눈앞에서 무진이 튀어나오는 걸 보고 기겁하며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여기 오기 전에 가문의 비전 암기를 몇 개 숨겨두었다.
설마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동료에게 암기를 쓸 생각은 없다.
그저 그만큼 무진이 위협적으로 다가왔기에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장 의지할 무언가에 손을 올린 것이었다.
휙!
그러나 무진은 제갈민이 품 안의 암기에 손이 닿기도 전에 그의 어깨를 잡고 그대로 뒤로 밀어버렸다.
그 탓에 제갈민이 다섯 걸음이나 뒤로 물러나는 순간.
화르륵!!
조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불꽃이 떨어졌다.
“어엇?!”
“적습이다!”
“모두 경계해!!”
뒤늦게 책사진과 호위대들이 무기를 꺼내고 주위를 경계했다.
이때, 무진은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화르르르륵!!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크고 거센 불꽃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휙!
무진이 이번에는 허리춤에서 신검을 뽑았다.
하지만 어찌 칼로 불을 벨 수 있을까?
슥!
허나 놀랍게도 그는 칼로 불을 베었다.
신검에 담긴 신묘한 기운과 검선이 직접 전수한 오묘한 검술이 눈앞에서 펼쳐지며, 커다란 불벽을 반으로 갈랐다.
그러자 거센 불꽃 뒤에 숨은 괴물들이 모습을 보였다.
화륵! 화르륵!
“저건?”
“도마뱀?”
당연히 평범한 도마뱀이 아니었다.
당장 덩치만 해도 사람만 했고, 온몸을 뒤덮은 검붉은 비늘은 관군의 갑옷보다 더 촘촘하고 단단해 보였다.
무엇보다.
화륵!
녀석이 가볍게 숨을 내쉴 때마다 입에서 새빨간 불꽃이 튀어나왔다.
그런 게 무려 스무 마리.
처음에는 도마뱀 중 한두 마리만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극!
그런데 한 마리가 자신들을 보며 뭐라 울음을 터트리자.
-극!
-그그극!
-그극!!
곧바로 남은 녀석들도 차례로 고개를 돌렸다.
저것만 보더라도 놈들이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걸 알 수 있었다.
서로 의사소통이 되는 도마뱀?
심지어 입에서 불꽃까지 뿜는?
“영물이군.”
무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책사진들이 눈을 밝혔다.
“영물?”
“영물이라고?!”
원래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진법과 기관이지만, 일반 동물과 비교조차 불가능한 영물들도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허나 그 관심을 충족하기 위한 대가는 혹독했다.
-그그극!!
-극!!!
마지막에 책사들이 지른 비명이 불도마뱀을 자극했다.
화르르! 화륵! 화르르르르!!
녀석들은 곧바로 입에서 아까와 같은, 아니 그것의 배가 넘는 불꽃을 내뿜었다.
그렇게 맹의 정예들과 영물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콰쾅!
“하!”
진천우가 눈앞의 광경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냐!”
휙!
“컥!”
또 새로운 선인이 등장하자마자 천마의 일격에 쓰러졌다.
이런 일이 벌어진 횟수가 벌써 두 자리가 넘었다.
‘이번에 나타난 선인은 딱 봐도 보통이 아니었는데?’
처음 나타난 선인 사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당장 몸에 품은 기운과 등장할 때 몸놀림만 봐도 범상치 않았다.
“네놈!!”
또 새로운 선인이 튀어나왔다.
그는 오는 중 참상을 목격했는지, 등장과 동시에 무기를 휘둘렀다.
철컹철컹!
새로운 선인이 휘두르는 무기는 끝에 다섯 줄기 사슬이 매달린 지팡이였는데, 놀랍게도 지팡이 끝 사슬이 길게 늘어나며 천마를 덮쳤다.
하나하나 검기를 머금은 검처럼 날카롭고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나.
“쯧!”
팡!
사슬들은 천마 주위 일 장에 닿자마자 갑자기 가닥가닥 끊겨 부서졌다.
“어?”
그 광경에 사슬 지팡이를 휘두른 선인이 기가 찬 소리를 흘렸고.
주륵!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반으로 갈렸다.
천마의 공격은 사슬을 박살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허!’
다시 감탄하기 무섭게 천마가 그를 불렀다.
“다음은?”
“네넷! 다음은 오른쪽입니다.”
진천우가 정면의 갈림길 중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기에도 선인들의 함정이 있을 터.
허나 무적의 천마는 그게 무슨 함정이든 다 박살낼 게 분명했다.
덕분에 그는 정말 편하게 왔다.
역시 천마 급행 마차는 최고였다.
헌데 그들이 정면의 모퉁이에서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휙!
느닷없이 기습이 들이닥쳤고.
“흥!”
천마는 언제나처럼 낮은 코웃음과 함께 손을 휘둘렀다.
그런데.
쩡!!!
“음?”
천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그의 공격이 처음으로 상쇄되었다.
“어떤 녀석……!?”
“어?!”
이때, 천마와 진천우가 동시에 소리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게 눈앞에 새로 나타난 존재는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