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9화 : 공동 전선 (2 (179/210)


179화 : 공동 전선 (2)
2022.08.22.


“나?”

“천마?”

이럴 수가!?

어쩜 이럴 수 있지?

눈앞에 있는 건, 지금 제 옆에 있는 천마와 똑같았다.

진천우가 깜짝 놀라 눈을 비볐다.

“재밌군.”

허나 천마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바로 몸을 날렸다.

쾅!

그 직후,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음…….”

천마가 조용히 제 손과 눈앞의 가짜를 번갈아 보았다.

가짜는 멀쩡했다.

그리고 자신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비록 가짜도 한발 물러났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나를 뒤로 물러나게 해?’

세상에 그것보다 놀랄 일은 없었다.

“설명해봐라.”

“네?”

천마의 말에 진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뜬금없이 뭘?

그러나 그 물음은 그가 아니라 다른 자에게 한 것이다.

슥!

갑자기 가짜 천마 옆의 공간이 갈리고 거기서 누군가 모습을 보였다.

새로 등장한 자는 청색 장삼 차림의 백발노인이었는데, 지금껏 봐왔던 다른 선인과 같은 독특한 기운을 풍겼다.

다만 그 기운이 앞의 선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허어?”

노인이 천마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아공간을 맨손으로 찢다니, 과연 천마(天魔 : 하늘이 낳은 괴물)구나.”

“아니 난 천마(天魔 : 하늘을 찢을 괴물)인데?”

둘은 같지만,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둘은 서로 틀린 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휙!

천마가 그 즉시 노인에게 손을 내뻗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리고 죽은 자가 뱉은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쾅!

그러나 그의 공격을 가짜 천마가 막았다.

이번에도 진짜와 가짜가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소용없다!”

가짜 천마 덕분에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은 노인이 천마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네놈이 경계 너머 놈들 중 아주 특출하단 건 인정하마.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 보패의 상대는 못 된다.”

“보패?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 날 닮은 가짜가 그쪽 능력인 건가?”

노인이 가짜 천마의 어깨에 슬며시 손을 올리며 답해주었다.

“그렇다. 이 녀석은 내 보패로 만든 인형. 그리고 그 능력은 정확히 너와 동등하지.”

“헛소리!”

쾅!

또다시 가짜가 진짜의 공격을 막았다.

쾅쾅쾅!!

이번에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역시 결과는 똑같았다.

천마가 한 걸음씩 총 네 번 뒤로 물러났고, 가짜 역시 그것과 똑같이 뒤로 물러났다.

하하하, 노인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내 보패와 마주한 놈들 대부분 네놈과 똑같이 반응하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네놈도 느낄 수 있을 거다. 이 녀석의 능력이 너와 완벽히 똑같다는 걸. 그 말은 곧, 네놈은 무슨 짓을 해도 이 녀석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스윽!

말을 마침과 동시에 노인이 손에 든 지팡이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 앞에 공간이 갈리고, 노인은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진법이다.’

진천우가 단번에 갈라진 공간의 기운을 느꼈다.

저것은 그냥 진법이 아니라 상당히, 아니, 아주 고도의 진법이었다.

노인이 갈린 공간 안으로 들어가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리고 내가 진법의 힘으로 따로 네놈을 공격할 거다. 어디 네 녀석이 얼마나 무력한지 뼈저리게 느껴보거라!”

하하하하하!!

노인이 갈린 공간 속으로 완전히 몸을 숨기자, 사방에서 그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빠직!

동시에 천마의 머릿속에 뭔가가 끊어졌다.

진천우가 바로 앞으로 나섰다.

마침 그에게는 모든 진법과 극히 상극인 신비한 천이 있었다.

이걸 사용하면, 적어도 노인의 진법에 대항할 수 있었다.

“제가…… 흡!”

허나 그는 돕겠다는 말을 하다 말고 급히 입을 닫았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방금 분명 천마가 이쪽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멈췄다.

만일 자신이 생각했던 말을 모두 내뱉었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나서지 마라.”

천마가 진천우에게 짧게 경고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몸을 날렸다.

쾅!!

또 한 차례 진짜와 가짜가 부딪쳤다.

쾅쾅쾅쾅!!

뒤이어 둘은 쉬지 않고 충돌했다.

화륵!

그때, 갑자기 천마의 옆에서 난데없이 불기둥이 튀어나왔다.

틀림없이 진법의 효과였다.

하지만 전마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피했다.

콰르르!

잠시 뒤, 하늘에서 굵은 폭포수가 떨어졌다.

역시나 천마는 이것을 피했다.

쾅!!

그 직후, 둘은 또 충돌했다.

이번에는 한쪽이 밀렸고, 다른 한쪽은 밀리지 않았다.

“하하!”

그런데 엉뚱하게 밀린 쪽이 웃음을 터트렸다.

진천우는 처음에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했지만, 점점 싸움이 격해지면서 진짜 천마를 놓치고 말았다.

“하하하하!”

하지만 그는 지금 웃음을 터트리는 쪽이 진짜라고 확신했다.

“하하하하하하하!!”

단순히 웃었을 뿐인데 그 안에 담긴 기운이 너무 강해 사방을 진탕시켰다.

천마가 아니면 누가 이런 웃음을 터트릴 수 있을까?

틀림없이 진법 속에 몸을 숨긴 노인도 이 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다 얼마 뒤, 천마가 웃음을 뚝 그치고 입을 열었다.

“재밌어. 정말 재밌어.”

꽉!

그가 이번에는 주먹을 쥐었다.

단순히 주먹을 쥐었을 뿐인데, 그 주먹이 한없이 검게 보였다.

꽈악! 꽈아악!!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짙어졌다.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떨릴 정도로.

그래, 저게 진짜 천마다.

“안 그래도 최근 정체기를 느끼고 있던 참에 잘됐군.”

‘정체기?’

진천우가 그 소리를 듣고 기겁했다.

천마가 정체기?

아니, 그것보다 이 이상 더 강해지려고?!

“무인에게 앞이 막혔을 때, 그것을 뛰어넘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지. 바로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것. 그런데 그러려면 눈을 감고 마음속에서 나 자신을 그리라거나 하는 그런 엉뚱한 소리만 해댄단 말이지.”

천마가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아무래도 그간 쌓인 게 많은 모양.

화륵!

천마는 마치 검은 불꽃에 휩싸인 듯 격정적인 감정을 계속 쏟아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나 자신이 눈앞에 나타나다니!”

하하하하!!

또다시 천마의 웃음이 터지자 사방이 크게 요동쳤다.

그 기운이 얼마나 거친지, 진천우도 급히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오냐! 싸우자꾸나! 싸워보자고. 나 자신아!!”

휙!

그러다 천마가 다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놈에게 몸을 날렸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보패니 진법이니 같은 건 들어있지 않았다.

그런 건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은 천마다.

그리고 천마는 누구에게도 설령 하늘에게도 지지 않아야 진정 천마였다.

만약 여기서 자신이 진다면?

“그럼 네가 바로 천마다!”

그 직후, 그가 다시 몸을 날렸다.

쾅! 쾅쾅쾅!!

진짜와 가짜 천마가 연거푸 충돌하며 거센 기파를 사방에 뿌렸다.

이 이상은 견디기 힘들다.

게다가 자신은 여기서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괜히 내가 끼어들면 나중에 천마의 분노를 어찌 감당하려고.’

그건 절대 싫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마침 아까 전에 모습을 보였던 노인도 날 신경 쓰지 않는 듯하고.’

설령 신경을 썼다 해도, 지금 그는 어떻게든 천마를 자신의 진법으로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대로 진짜가 가짜를 이기면, 그 여파를 온전히 노인 혼자 감당해야 했으니까.

이럴 때, 진천우가 할 일은 하나였다.

마침 노인이 사용하는 건 진법이 아닌가?

슥!

그가 소매에서 신비로운 기운을 담은 색색의 천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그 자리에서 휘두르자, 조금 전 노인이 모습을 숨긴 것과 같은 공간의 틈이 드러났다.

일부러 진법을 부수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 천마의 분노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편한 걸 왜 부숴?’

편해?

슥!

진천우가 공간의 틈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이 진법의 성질을 알아냈다.

‘역시!’

예상대로 이 진법은 공간이동의 효과가 있다.

그 말은 곧?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되겠군.’

진천우는 그대로 천마 특급 마차에서 진법 마차로 갈아탔다.

* * *

“흠…….”

소천마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

옆에서 현석도 아무 말 없이 주위를 살폈다.

조용하다.

주위가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이상하군. 분명 뭐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처럼 불안한데, 너무 조용해.”

“쉿!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말자고!”

“하지만 사방에 이렇게 꺼림칙한 기운이 가득한데,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거, 거참!”

소천마와 현석 외에도 그들을 따르는 자들도 이상을 느꼈다.

사실 경험만은 련과 교에서 수십 년 칼밥을 먹은 그들이 훨씬 뛰어났다.

그런 그들의 경험에도 이곳은 매우 위험했다.

그런데 왜 아무런 위험도 다가오지 않지?

왜 이렇게 빨리 앞으로 나아가도 함정 따위는 나오지 않는 거지?

슥!

“나왔다!”

그때, 누군가 전방에서 무언가 튀어나온 걸 보고 크게 소리쳤다.

곧바로 십수 명의 무인들이 동시에 무기를 꺼냈다.

“어라?”

“저게 뭐지?”

그런데 그들은 곧 무기를 든 채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그도 그럴 게 눈앞에 나타난 무언가는 너무나 뜬금없는 존재였다.

달칵?

“음?”

가장 먼저 현석이 반응했다.

‘저게 왜?’

그는 곧바로 자신의 품을 살폈다.

현석의 품에 사도련 연무장 지하에서 얻은 검은 목각인형이 보였다.

달칵달칵!

녀석은 제품에서 얌전히 움츠리고 있었다.

“설마 형제나 뭐 그런 거냐?”

달칵!

혹시 몰라 낮은 목소리로 몰래 묻자, 목각인형은 절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저건?

달칵!

“웬 인형이지?”

“잠깐, 저거 혼자 움직이고 있잖아?”

“저 혼자 움직이는 인형이라고? 재수 없게!”

“맞아, 완전 불길하잖아!!”

달칵달칵!!

재수 없다느니, 불길하다느니 소리를 듣고 현석의 품에 있는 목각인형이 사정없이 몸을 떨었다.

틀림없이 화가 난 모양새.

달칵!

그런데 현석이 조용히 하라고 달래려 하는 순간, 전방에 나타났던 인형이 바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

“어? 달아나는데?”

“어떻게 하지? 쫓아야 하나?”

무인들이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쫓아.”

소천마가 단호히 명령했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은 그녀가 아닌 현석의 명령을 듣는다.

현석은?

“……쫓지.”

그마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나머지 절반도 몸을 움직였다.

“멈춰!”

“거기 서라!”

달칵달칵!

그런데 의외로 목각인형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

물론 무인들이 진심으로 쫓으면 못 쫓을 속도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혹시 모를 함정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쫓아야 했기 때문에 전력으로 쫓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더 목각인형의 뒤를 쫓았을까?

화악!

갑자기 눈부신 빛이 흘러나왔다.

“윽!”

“큭!”

몇몇이 그 빛에 눈을 찌푸렸지만, 나머지는 억지로 빛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그 빛은 누군가의 공격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이 들어왔던 통로를 통과했다는 신호.

달칵!

저 앞에 여전히 달려가는 목각인형이 보였다.

하지만 무인들은 이제 녀석의 뒤를 쫓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

달칵!

목각 인형이 달아나다 말고 앞에서 나타난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음?”

그는 백발에 녹색 장포를 입은 노인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한 무리의 무인들을 보고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현석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상대가 먼저 그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침입자인가?”

“말하는 걸 보니 적이군. 쳐라!!”

그리고 그 답도 옆에 있던 소천마가 대신해주었다.

와아아!

그 즉시 전투가 시작되었다.

16611913495576.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