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 각자의 싸움 (2)
(183/210)
183화 : 각자의 싸움 (2)
(183/210)
183화 : 각자의 싸움 (2)
2022.08.31.
소천마의 기습은 기습이되 기습이 아니었다.
정말 그녀가 천마를 기습하려 했다면, 멍청하게 죽으라고 소리칠 리 없었다.
누구보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일격을 날렸겠지.
하지만 그 방법은 쓸 수 없었다.
‘은밀하고 조용한 일격으로는 천마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없으니까.’
애초에 소천마는 천마를 정면에서 무릎 꿇리길 원했다.
그렇기에 여기서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녀는 바로 천마를 돌려보내려 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넝마가 된 옷자락과 전신에 새겨진 상처가 보였다.
자신 외에 다른 누군가가 천마를 저 정도로 몰아붙이다니!
그러나 그것 외에 천마는 여전히 멀쩡했다.
그가 멀쩡히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건, 그 상대는?
굳이 더 물을 필요도 없었다.
허나 저렇게 격한 흔적이 남은 걸 보면, 적어도 천마가 상당한 내공을 소모해 지쳤으리라 여겼는데.
‘내 착각이었군.’
소천마는 천마와 첫 일격을 나누기 직전에, 그 착각을 바로 잡았다.
쾅!
둘의 손이 맞부딪치고, 커다란 굉음이 터졌다.
“큭!”
소천마가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입가에 한 줄기 붉은 선혈이 맺혔다.
반면, 천마는 아무렇지 않았다.
“쯧!”
되레 매우 귀찮다는 얼굴로 소천마를 내려다보았다.
“이번 한 번은 봐주마.”
봐줘?
천마가?
나를?
믿기지 않는 일.
하지만 이는 천운이었다.
소천마는 이미 천마와 한 수 나누며, 그가 전혀 약해지지 않음을 알아챘다.
애초에 그녀가 천마에게 소교주 자리를 원한 것도, 당장은 그를 넘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다음 기회를 노린 것.
평소의 그녀라면 여기서 바로 물러나야 했다.
소천마의 영민한 머리도 이에 동의했다.
“하!”
그러나 그녀의 입은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
“웃기는 소리.”
휙!
그 직후, 소천마가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우우웅!
양손에 검은 기운이 맺혔다.
천마신공.
전설로 내려오는 지상최강의 무공.
특히 지금 그녀의 손에는 전에 천마와 붙었을 때의 배가 넘는 기운이 둘러져 있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소천마는 소름 끼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천재의 재능.
그녀 자신도, 제 재능이라면 언젠가 천마를 뛰어넘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흥!”
천마는 입가에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우웅!
“?!”
소천마가 이를 보고 크게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저런 종이 한 장보다 얕은 천마신공으로 제 천마신공과 부딪칠 생각인가?
역시 천마는 앞의 싸움에서 대량의 내공을 소모한 게 분명…….
쾅!!
“컥!!”
그녀의 생각이 다 끝맺기도 전에 몸이 뒤로 날아갔다.
퉁! 퉁퉁!
소천마는 그대로 땅에 몇 번이나 패대기쳐지며 삼십 장 가까이 날아갔다.
몸이 땅에 부딪쳐 온몸에 금이 갈 때마다, 그녀의 상식 또한 함께 금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천마가 강해졌다!!’
그것도 그냥 강해진 게 아니다.
제 예상과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월등하게 강해졌다.
‘어떻게 저기서 더 강해질 수 있지?’
“컥!”
주르륵!
소천마가 땅에 무릎을 꿇은 채 입에서 한 바가지가 넘는 피를 쏟아냈다.
단 일 합에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역시나 천마!
지독히도 강하다.
“내가 분명 한 번만 봐주겠다고 했을 텐데?”
그리고 그저 지독하다.
“죽어라.”
휙!
소천마가 제 쪽으로 날아오는 기운을 느끼고 바로 몸을 날렸다.
쾅!
그러나 정신 차렸을 때는 또 땅을 뒹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충돌 직전에 호신강기를 펼쳐 몸을 보호하지 않았으면, 방금 일격에 죽었을 것이다.
“확실히 제법이야.”
천마가 순수하게 감탄해주었다.
확실히 그가 진심으로 죽이려 했는데 죽이지 못한 자는 손에 꼽는다.
소천마는 그 몇 안 되는 예외 중 하나.
허나 안타깝게도 여기서 이만 퇴장해야 할 예외이기도 했다.
쾅!
“허어!”
그 안타까움이 더 깊어졌다.
설마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살아날 줄이야.
“크윽!”
더 놀라운 건, 그녀의 눈빛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바로 저거다.
천마가 항상 아쉬워하고, 아끼고, 그리고 기대하는 이유.
본디 제 적을 문답무용으로 처리하는 천마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몇 번이나 소천마를 살렸다.
어째서?
그 이유는 단순했다.
천마는 소천마가 이대로 계속 강해질 거라 직감했다.
그리고 그녀가 끊임없이 자신을 노릴 거란 예감도 함께 느꼈다.
어쩌면 자신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그 성장이 절정에 달했을 때, 천마는 직접 소천마의 목을 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강함을 모두 흡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
“역시 넌 부족하군.”
천마가 자신을 노려보는 소천마의 날카로운 눈빛을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아무리 자신을 노려봐 봤자, 가짜 천마가 짓던 무표정보다도 섬뜩함이 덜했다.
그랬다.
비록 가짜이긴 하나 자기 자신과 싸워 결국 이긴 천마에게, 소천마는 더는 먹음직스런 먹이가 아니었다.
쾅!
“쯧!”
확실히 대견스럽긴 하나, 이제 그녀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는 꼴을 지켜보는 것도 귀찮다.
‘내가 너무 봐준 모양이군.’
이번에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공격을 해주지.
천마가 한 손에 천마신공을 둘렀다.
우우웅!
전처럼 종이 한 장보다 얕게 두르는 게 아닌, 한 뼘이 넘는 두께.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위력이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화륵!
거기에다 그는 가짜 천마와 마지막 격돌에서 깨달은 정체불명의 불꽃까지 섞었다.
흠칫?!
불꽃이 모습을 보인 순간, 소천마가 발작하듯 몸을 떨었다.
그녀는 저 불꽃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그저 본능적으로 저것의 위험을 알아차렸다.
‘호?’
이를 본 천마가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확실히 대견스럽다.
정말 가짜와 나눈 일전만 아니었으면, 계속 그 재능을 아쉬워하며 끝까지 살려두었겠지.
하지만 더는 아니다.
‘최소한 내 최고 절기로 끝내주마.’
그게 그나마 천마가 한때 기대와 애정을 가졌던 대상에게 보내는 마지막 배려였다.
우우웅! 화륵!
천마가 천마신공과 신비한 불꽃을 두른 손을 앞으로 뻗었다.
이건 앞의 공격처럼 피할 수 없을 터.
아마 이대로 일대 전체가 날아갈 것이다.
“치잇!”
그러나 소천마도 순순히 당할 생각이 없는지, 급히 가지고 있는 내공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이걸로도 한참 부족했다.
우우웅!
그녀는 제가 가진 모든 내공을 양손에 둘렀다.
이래도 부족함은 가시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적어도……!’
쉭!
그 순간, 소천마가 천마보다 한층 더 빠르게 손을 뻗었다.
이걸로는 천마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이제 상관없었다.
‘내가 죽더라도 저놈에게 한 방 먹인다!’
단 한 방!
그 한 방을 위해 소천마가 목숨을 건 일격을 날렸다.
쉭!
그녀가 지닌 모든 재능을 다해 깎고 깎은 천하에서 가장 예리한 일수(一手).
쾅!!
허나 그 직후, 다시 뒤로 날아간 건 소천마였다.
-쩍!
확실히 그녀의 일수는 찰나지만 천마의 천마신공을 갈랐다.
그러나 가른 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미처 다 가르지 못한 천마신공이 그대로 소천마를 덮쳤다.
천마가 날아가는 소천마를 보며 두 눈을 치켜떴다.
생각보다 대단한 일격이라서?
그게 아니면 마지막 순간이라도 지켜보려고?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깨졌어?’
그래, 분명 깨졌다.
자신의 천마신공이 소천마의 온몸을 깨트렸다.
하지만 방금 천마가 느낀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쩍!
‘아까 그 소린, 분명!’
제 안의 벽이 깨지는 소리.
어떻게?
가짜 천마를 쓰러트렸을 때조차 꿈쩍하지 않던 벽이 왜 지금?
‘그러고 보니 천마신공의 위력이 감소했어?’
분명 천마는 이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생각으로 천마신공을 날렸다.
그런데 그것이 소천마와 부딪치기 직전에 난데없이 위력이 떨어졌다.
천마는 그 이유를 알았다.
화르륵!
제 몸 안에서 피어오른 불꽃.
이 정체 모를 불꽃은 천마신공과 호응에 그 위력이 몇 배로 끌어 올렸다.
그런데 그 불꽃이 마지막 순간, 소천마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때문에 위력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줄었다.
‘네년, 도대체 뭘 한 거지?’
덥석!
천마가 뒤로 날아가는 소천마를 땅에 떨어지기 직전에 붙잡았다.
툭! 툭툭!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찔렀다.
혈도를 눌러 응급조치를 한 것이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소천마의 몸을 뒤져 그 이유를 알아내려 한 것인데.
우우웅!
예기치 못한 저항이 나왔다.
천마신공.
그녀의 몸 안에 있는 천마신공이 천마가 흘려 넣은 기운에 저항했다.
웃기는 소리.
천마는 이미 천마신공의 극의를 이뤘다.
소천마가 지닌 천마신공으로 반항할 수 있을 리 없다.
아니, 애초에 같은 천마신공이면 이처럼 반발할 리도…….
‘아!’
깜빡했다.
그녀가 익힌 건, 천마의 천마신공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원초의 천마신공이었다.
‘하지만 원초라고 꼭 강하단 법은 없지.’
아니, 천마는 이미 자신의 천마신공이 원초를 뛰어넘었다고 확신했다.
그건 지금 당장이라도 증명할 수 있었다.
우우웅!
천마가 가볍게 천마신공을 일으켰다.
그러자 소천마의 천마신공이 다시 거세게 반발했다.
이걸 자신의 천마신공으로 찍어누르면…….
“안 되겠군.”
슥!
그는 바로 기껏 일으킨 천마신공을 도로 회수했다.
이 이상 기운을 불어넣으면, 지금도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소천마의 몸이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이다.
그럼 누구의 천마신공이 더 뛰어난지 증명할 수 없게 된다.
특히나 천마가 알아내려는 건 천마신공의 우위 따위가 아니었다.
‘네가 어떻게 내 몸속에 피어오른 불꽃을 흡수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
아쉽게도 소천마는 조금 전 충돌로 혼절한 상태.
이 상태로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그러나 천마는 의문을 나중으로 미룰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질문 대신.
화륵!
바로 몸 안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곧바로 그 불꽃을 소천마의 몸에 밀어 넣었다.
‘말이 아니라 내 눈으로 직접 대답을 들으면 그만이니.’
우우웅!
이번에도 소천마의 몸에서 천마신공이 기세를 일으켰다.
화르륵! 화륵!
그러나 그것은 천마의 주입하는 불꽃을 보고 반발을 멈췄다.
‘역시! 이 불꽃은 천마신공과 특별한 반응을 하는 게 맞군.’
자신의 천마신공과 소천마의 천마신공 모두에 불꽃이 반응했으니 틀림없다.
다만, 천마의 천마신공보다 소천마의 것에 좀 더 불꽃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쿨럭!”
그 순간 소천마가 발작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남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천마는 그 발작을 보고도 전혀 불꽃을 거두지 않았다.
화르륵!
오히려 처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불꽃을 그녀에게 불어넣었다.
“크헉!”
소천마가 결국 참지 못하고 각혈했다.
그럼에도 천마의 불꽃은 계속 주입되었다.
이대로면 그녀는 속절없이 죽는다.
천마 역시도 그렇게 여기고 있을 때.
“흠?”
우우웅!
소천마의 몸에서 갑자기 전에 없던 반응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