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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화 : 함께하는 싸움 (2) (186/210)


186화 : 함께하는 싸움 (2)
2022.09.07.


쉐에엑!

필중의 창이 하늘 높이 날아갔다.

정말 모습을 숨긴 적을 향해 날아간 걸까?

‘그럴 리 없지.’

창을 던진 당사자인 진천우는 속으로 확신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면서 몇 번이나 창을 직접 다뤄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필중은 창은 사방에 뇌기를 뿌리며, 진천우의 손을 거부했다.

전 주인인 노선인이 죽은 탓에 주인 없는 보패가 되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 주인을 죽인 원수의 것이 될 순 없었기 때문인 듯했다.

물론 전 주인을 죽인 건 엄밀히 따지면 진천우가 아니라 천마였지만, 그가 전 주인의 죽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독한 놈!’

진천우는 아직도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필중의 창을 노려보며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의 손바닥은 창이 내뿜은 뇌기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만큼 반항이 심했다는 소리.

진천우가 계속 창을 노려보며, 만약 저것을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주웠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했다.

-건방진 창이군!

아마 소천마라면, 창이 자신에게 뇌기를 뿜자마자, 미련 없이 그것을 꺾어버렸을 거다.

-탐나는데?

하지만 무왕의 재기라는 무진이 창을 얻었다면, 그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설령 온몸이 완전히 지져지는 고통을 겪고서라도 끝까지 창을 움켜쥐고 놓지 않았겠지.

그리고 그는 결국 필중의 창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허나 진천우는 그 둘과 달랐다.

“…….”

슥!

그는 창을 부수지도, 완전히 설득하지도 않고 중간에 애매하게 포기했다.

그러나 진천우는 창을 포기함으로써 녀석을 딱 한 번, 온전하게 쓸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휙!

필중의 창이 갑자기 공중에서 한 번 꺾였다.

‘거기군!’

팟!

바로 몸을 날렸다.

이미 창은 까마득한 높이까지 올라왔지만, 그 정도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진천우는 천하에서 가장 자유롭다는 소림의 비전 신법인 대나이신법을 펼쳐 하늘 위까지 올랐다.

그는 빠르게 창의 뒤를 쫓았다.

필중의 창은 틀림없이 자신이 아니라 새 주인을 찾으러 갔을 터.

진천우도 제 싫다는 창은 필요 없었다.

그저 이 기회를 이용해 숨어있는 적을 찾는 게 목적일 뿐.

쿠릉!

그런데 이를 적도 눈치챘다.

-감히!

콰르릉!

“이런!”

쾅!

갑자기 마른하늘에 떨어진 벼락!

진천우가 급히 몸을 틀어 벼락을 피했다.

다행히 그것은 자신을 노리고 떨어진 게 아니었다.

파르르!

난데없이 벼락을 맞은 필중의 창이 허공에서 가볍게 몸을 떨었다.

-꺼져라!

곧바로 하늘에서 불쾌한 감정을 담은 목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새로운 주인될 자는 창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

우우웅!

그럼에도 필중의 창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헌데 목소리의 주인은 소천마 과였다.

-어리석은!

쾅! 쾅쾅쾅!!

연거푸 벼락이 떨어졌고, 필중의 창이 그 모두에 격중되었다.

녀석은 순식간에 온몸이 검게 타버렸다.

부르르르!

그대로 필중의 창은 허공에서 다시 몸을 떨다가.

쾅!!

마지막 벼락을 맞고, 결국 아래로 떨어졌다.

덥석!

그걸 진천우가 받았다.

“이런 건 계획에 없었는데?”

그는 하늘을 노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설마하니 저자가 필중의 창을 포기하고 도리어 공격할 줄 몰랐다.

창의 전 주인이 그렇게 애지중지한 걸 보면 제법 귀한 보패라 생각했는데, 이걸 이렇게 버려?

‘잘됐군.’

빠직!

진천우는 자신이 움켜쥐니 또다시 뇌기를 뿜어대는 필중의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창이 내뿜는 뇌기는 이전처럼 창 자체에서 뿜어대는 뇌기가 아니라, 아까 워낙 많은 벼락을 맞은 탓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뇌기였다.

그는 쉬지 않고 사방에 뇌기를 내뿜는 창 쪽으로 입을 가져갔다.

“어떻게 할래?”

빠직……?

“그냥 이대로 끝낼 거냐?”

빠지직!

필중의 창이 계속해 뇌기를 내뿜었다.

이번에는 벼락에 묻어나는 뇌기 외에도 녀석이 직접 내뿜는 뇌기가 포함돼 있었다.

녀석은 바보가 아니다.

당연히 지금 진천우가 하는 말이 이간질인 걸 느꼈다.

이간질하는 당사자도 이를 숨기지 않았다.

저 비겁한 표정, 간사한 말투.

역시 이놈은 자신의 주인될 자격이 없다.

“그렇게 얻어맞으면서도 저거한테 충성하겠다고?”

허나!

“너 바보냐?”

빠지직!!

주인을 잃은 뒤에도 경계 너머에 충성하려는 자신을 배은망덕하게 토사구팽하려는 저것보다는, 그래도 이쪽이 훨씬 낫다!

빠직! 빠지지직!!

필중의 창이 뇌기를 사방에 뿌렸다.

본래 가지고 있던 기운 외에도, 조금 전 연거푸 벼락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모아진 기운까지 모두 흩뿌렸다.

그 뇌기는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중 무엇도 진천우를 상처입히지 않았다.

드디어 필중의 창이 그를 주인으로 인정한 것.

빠지직!

다만, 녀석은 이번 한 번뿐이라고 말하듯, 아주 미약하게 뇌기로 새 주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솔직히 진천우는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다 여겼다.

‘원래는 이 녀석이 숨은 적에게 찾아가는 그 순간을 노려 역공할 생각이었는데.’

엉뚱하게 진짜 주인이 되고 말았다.

진천우는 필중의 창을 강하게 움켜쥔 다음, 다시 허공을 향해 날렸다.

쉐에엑!!

창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제대로 된 주인이 던진 탓일까?

녀석은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날아갔다.

-이놈이 감히 배신을!

이번에도 불쾌한 목소리가 하늘에서 울리더니.

쾅!

그 직후 눈부신 번개가 창 위로 떨어졌다.

쉑!!

허나 필중의 창은 속도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기운도 전과 비교할 수 없었다.

녀석은 이까짓 벼락 정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며, 아니 오히려 벼락에 담긴 기운마저 흡수하며 더욱 빠르게 앞으로 쏘아졌다.

콰릉! 쾅쾅쾅!!

그대로 창에 몇 번 더 벼락이 쏟아졌지만 마찬가지였다.

쉐에엑!!

필중의 창은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욱 거세게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휙!

그리고 마지막에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

챙!!

잠시 뒤 뭔가 깨지는 높은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누군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찾았다!”

진천우가 그 즉시 몸을 날렸다.

상대는 의외로 젊었다.

앞서 본 다른 선인처럼 긴 도포를 둘러맸지만, 그 색이 검었고 덩치가 아주 컸다.

특히나 우락부락한 인상과 검은 수염은 선인이 아니라 그냥 건장한 무림인이었다.

“이런!”

검은 도포의 중년인이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빠지지직!!

필중의 창이 곧바로 사방에 뇌기를 내뿜었다.

쨍강!

그러자 중년인이 창을 막는 데 사용한 검은 패가 완전히 박살 났다.

이미 첫 번째 공격을 막느라 금이 간 상태에서 필중의 창이 내뿜는 뇌기를 견디지 못한 까닭이다.

검은 패가 사라지자, 중년인은 더는 몸을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귀한 보패를 이렇게 허무하게 잃게 될 줄이야!

“네놈!”

중년인이 노기를 터트리며, 허공에 떠 있는 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때, 그의 손에 정체 모를 기운이 번뜩였다.

그러자 필중의 창이 몸을 떨었다.

절대 저 손에 닿으면 안 된다.

하지만 창은 마치 호랑이 앞에 선 사슴이 된 것처럼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부르르!

필중의 창이 파괴를 각오하고 거세게 몸을 떠는 그때!

“어딜!”

진천우가, 아니 정확히는 그가 든 타구봉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건 평범한 타구봉이 아니었다.

타이쿤의 ‘타구’ 스킬이 담긴 특별한 타구봉이었다.

쾅!

우수수!

허나 그것은 중년인의 손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래도 진천우는 그 틈을 노려 즉시 필중의 창을 회수해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저게 뭐지?”

부르르!

“널 던질 때 나타나는 방해불가 효과랑 비슷한 건가?”

부르르르!!

필중의 창은 진천우의 물음에 연신 몸을 떨며 대답했다.

단순히 떨기만 하는 답변이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중년인은 그것과 비슷하면서 더욱 강한 효과를 쓰는 것 같았다.

‘그럼 그때처럼 독고를 몽둥이처럼 들고 휘두를 수 없겠군.’

다른 방법은 없나?

진천우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자, 중년인이 속마음을 읽은 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소용없다. 네놈이 어떻게 보패를 다루는 법을 익혔는지 모르겠지만, 보패에도 격이 있는 법. 필중의 창으로는 내 흑암수를 당할 수 없다.”

중년인은 말로만 끝내지 않고 실제로 흑암수의 위력을 보여주려는 듯 바로 몸을 날렸다.

휙!

허나 순순히 당할 진천우가 아니었다.

“제법?”

“느리군.”

“뭣!?”

되레 그는 중년인을 희롱하며 분주히 발을 움직였다.

당장 진천우가 사용하는 대나이신법은 천하에 손꼽히는 최상승 절기.

거기에 그는 아직 비장의 수인 여덟 걸음조차 꺼내지 않았다.

단, 그것은 함부로 꺼낼 수 없었다.

우우웅!

“쳇!”

진천우는 막 중년인의 배후를 붙잡으려다 뒤로 물러났다.

흑암수인지 뭔지 모를 정체불명의 보패 때문에, 분명 발재간은 자신이 훨씬 우위인데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이를 본 중년인이 다시 으스대며 입을 놀렸다.

“그래, 어디 네놈이 얼마나 더 쥐새끼처럼 달아날 수 있을지 보자.”

“쥐새끼?”

진천우가 발끈하며 발을 멈췄다.

중년인이 그 즉시 바로 달려들었다.

보통은 적이 갑자기 이렇게 행동하면 한 번쯤 의심할 텐데.

‘도대체 뭘 믿고 저리 막무가내지?’

흑암수?

확실히 그것도 평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천우는 그것 외에 중년인의 자신감을 지탱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일단 껍질부터 차근차근 벗겨내야겠군.’

이를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내놓았다.

휙!

진천우의 코앞까지 흑암수가 뻗어온 그 순간.

“음?!”

갑자기 중년인이 내뻗던 손을 회수하고 뒤로 물러났다.

“컥!”

그리고 곧바로 각혈했다.

검녹색 피.

독이다.

스스스!

진천우의 품에 있던, 진화한 독고의 독이었다.

그 독은 처음 중년인을 발견했을 때부터 뿌려지고 있었다.

즉, 진천우는 중년인 주위를 맴도는 와중에 주위에 잔뜩 독을 뿌렸던 것이다.

“이 자식! 컥!”

그러니 저렇게 멀리 물러났다고 해도 중독을 피할 수 없었다.

‘혈색, 호흡, 기척 등등…….’

진천우는 누구보다 뛰어난 독인이었다.

그는 눈앞의 중년인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며 중독 여부를 확인했다.

혹시나 이자가 거짓 중독을 꾸미는 게 아닐까?

답은 아니었다.

“크헉!”

중년인은 확실히 독에 중독되었다.

진천우가 지닌 독인으로서, 의원으로서 모든 경험과 지식이 그렇게 말했다.

휙!

그는 곧바로 독에 괴로워하는 중년인에게 달려들었다.

“걸렸다!”

허나 그자는 진천우가 지척까지 다가가자 갑자기 각혈을 멈추고, 언제 중독됐냐는 듯 몸을 틀었다.

그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재빨랐다.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

파스스!

진천우가 타구봉 대신 든 검이 흑암수에 닿자 그 자리에서 가루가 되었다.

이것도 처음부터 중년인을 의심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다.

‘분명 독에 중독됐는데?’

그것도 그냥 독이 아니다.

진화한 독고의 독.

독괴가 만든 그 어떤 극독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걸 순식간에 해독한 건가?

도대체 어떻게?!

이때, 중년인이 여전히 독에 중독된 몸으로 진천우에게 달려들었다.

중독되기 전에 똑같은 속도로.

“그걸 피하다니, 운이 좋군.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당신도 운이 좋은지 궁금하군.”

“?!”

그 순간, 중년인 뒤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얼굴에 가면을 쓴 이상한 놈.’

하지만 실력만은 확실하고 이상하게 자신과 마음이 맞는 놈!

그는 처음 중년인을 발견한 뒤부터 끊임없이 싸움에 참가하려고 했지만, 진천우가 몰래 손짓을 보내 이를 말렸다.

독을 뿌렸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째서인지 그가 전투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더는 막을 수 없었다.

가면 쓴 놈이 커다란 도를 아래로 휘둘렀다.

중년인은 이번에도 자신만만한 얼굴로 흑암수를 쳐들었다.

“어리석긴!”

“흥!”

그런데 그 직후!

챙!

커다란 소음이 터지고, 둘 사이에서 무언가가 위로 튀어올랐다.

“?!”

진천우가 그걸 가장 먼저 발견하고 두 눈을 치켜떴다.

지금 허공에 비산하는 그것은 누군가의 손이다.

‘누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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