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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화 : 천마 특급 (2) (191/210)


191화 : 천마 특급 (2)
2022.09.19.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잠깐.”

진천우가 천마 특급 마차에 올랐다가 곧바로 다시 내리려던 찰나, 천마가 나직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사실 멈출 틈이 없었지만,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마는 그저 아무 힘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을 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아마 본인이 딱히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경지.

진천우는 그걸 느끼고 놀란 눈으로 천마를 바라보았다.

‘전보다 더 강해졌다?!’

헤어지고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강해진단 말인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아니, 하늘을 꺼꾸러트릴 마(魔)였다.

“흠…….”

천마가 멈춰선 진천우를 보고 잠시 턱을 집었다.

“어찌할까?”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절로 긴장되었다.

자신이 이 상황에서 천마를 이용하려 했던 건 분명한 사실.

그게 의도한 거든, 악의가 담겼든 상관없었다.

천마 자신이 기분 나쁘냐 그렇지 않냐가 중요했다.

천마는 존재 자제가 이미 재앙이다.

재앙이란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도, 가늠할 수도 없기에 재앙이다.

조금 전까지 불사신에 흥미를 보였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할지 몰랐다.

‘그리 되면 내가 그를 상대할 수 있을까?’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눈앞의 천마는 아주 아득한 존재.

그러나 진천우가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건, 단순히 겁을 먹어서가 아니었다.

‘천마는 어디까지나 소천마의 것.’

그랬다.

천마를 상대하는 일은 자신의 역할이 아니었다.

진천우는 이자를 상대하는 것이 자신의 반신이 할 일이라 정해두었다.

물론 그 반신이 천마를 상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꽈악!

생각하는 것만으로 저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다.

“결정했다!”

그 순간, 천마가 갑자기 소리쳤다.

너무 놀라 하마터면 움켜쥔 주먹을 그대로 뻗을 뻔했다.

진천우는 자신의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몸을 굳힌 걸 다행으로 여겼다.

-알려줄 것이 있다.

“?!”

휙!

그는 천마의 다음 말을 듣자마자 바로 몸을 돌렸다.

“무슨 일인가?”

“……!”

상황을 지켜보던 현석이 급히 뒤따라오며 물었지만, 대꾸할 틈이 없었다.

진천우는 그저 바쁘게 달려갔다.

“어딜 감히!”

그때, 간신히 부활에 성공한 중년인이 등장했다.

그는 달아나는 진천우와 현석을 보고 눈이 뒤집혔다.

여기서 신물과 신수를 놓칠 수 없었다.

‘특히 가면 쓴 저놈!’

저놈은 신수뿐 아니라 신물인 마도까지 함께 사용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그것!

중년인이 그렇게나 찾고 찾던 바로 그것.

그것이 제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찌 놓칠 수 있을까!

휙!

그가 급히 양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우우웅!

그러자 주위 공기가 빠르게 흔들렸다.

진법이 작동되었다.

그것도 보통 진법이 아니다.

경계 너머에서 만들어진 진법은 가장 간단한 것도 경계 바깥에서는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뛰어난 절진급이다.

허나 이곳에 설치된 진법은 경계 너머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절진.

팟!

앞서 달려가는 진천우의 앞에 투명한 벽이 솟구쳤다.

“흥!”

진천우는 그것을 보고도 더 빨리 달려나갔다.

벽이 솟아오르는 속도보다 그의 발이 더 빨랐다.

이대로라면 진천우는 빠져나갈 수 있지만, 그 뒤를 따르는 현석은 무리였다.

‘멍청한 것!’

그러나 중년인은 둘 다 놓칠 생각이 없었다.

신수와 신물을 둘 다 다루는 놈도 확보해야 하나, 신수 하나를 다루는 저놈도 놓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저 녀석은 경계 너머에서 지금껏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신수의 최종단계를 이뤄냈다.

‘저놈도 반드시 붙잡아서 신수는 물론이고 신수의 진화 지식까지 남김없이 털어야 한다.’

중년인이 손을 더 빨리 움직였다.

우우웅!

곧바로 투명한 벽이 솟구치는 속도가 배가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우우웅!!

바닥이 아니라 하늘에서도 투명한 벽이 떨어졌다.

위아래에서 동시에 벽이 튀어나오자 빠져나갈 곳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처럼 좁아졌다.

허나 상관없었다.

휙!

진천우가 더욱 속도를 높였다.

분명 벽의 속도는 말도 안 되게 빨랐지만, 그의 신법은 그조차 뛰어넘었다.

소림 제일이자 천하에서 가장 자유로운 신법인 대나이신법.

확실히 그것만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했겠지만.

슥!

진천우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갑자기 공간이 비틀렸다.

여덟 걸음.

최상승 무공인 대나이신법조차 뛰어넘는 초월 무공.

이게 발휘되자 바늘구멍이 주먹만 해지고, 주먹이 머리만 해지며, 마침내 사람 하나쯤 지나갈 수 있을 크기로 변했다.

“놓치지 않겠다!!”

결국, 보다 못한 중년인이 양손으로 아래로 내렸다.

쾅!!

그 직후,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이건 정말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야 하는데.’

그러나 지금이 바로 이것을 써야 하는 순간이었다.

중년인이 진법을 스스로 무너트렸다.

쉽게 말해 자폭.

그가 일부러 진법을 무너트린 이유는 간단했다.

“벽이?”

진천우가 신음을 흘리며 바라봐야 하는 광경.

사람만 했던 통로가 갑자기 사라졌다.

진법이 무너짐과 동시에 진법을 이루던 기운들이 사방에 흩어졌다.

그 기운이 이 공간을 완전히 단절시켰다.

원래 이 기능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진법의 주인만은 안전하게 몸을 빼기 위해 만들어놓았다.

그야말로 최후의 기능을 이렇게 사용하게 되다니.

뿌득!

중년인이 이를 갈며 진천우를 노려보았다.

“이제 네놈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 그리고 확실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뿌드득!!

이렇게 멀리 떨어진 거리까지 중년인의 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훗!

진천우가 그것을 듣고 낮게 웃었다.

그건 틀림없는 조소였다.

이 상황에서?

중년인은 틀림없이 허세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슥!

진천우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휘몰아치는 기운에 휩쓸릴 뿐이다.

저 정도로 강대한 기운에 휩쓸리면 결코 무사할 수 없었다.

“설마 자살?!”

그럴 놈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허나 이 순간에도 진천우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안 돼!”

중년인이 뒤늦게 기겁하며 앞으로 달려가려는 그때.

슥!

진천우가 소매에서 뭔가를 꺼냈다.

중년인은 한눈에 그것을 알아보았다.

“그건!!”

어째서 신물에 신수에 이어 저것까지!?

스륵!

진천우가 양손에 푸르고 희며 누렇기까지 한 천을 휘둘렀다.

그러자 앞을 가로막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흩어졌다.

휙!

진천우는 바로 그 틈새로 몸을 날렸다.

“나도?”

휙!

그리고 뒤따라오던 현석도 잠시 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다가, 틈새 너머로 튀어나온 손에 멱살이 끌려 안으로 사라졌다.

“으아아아아!!”

이를 본 중년인이 다시금 기겁하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가 틈새 앞까지 다가간 그 순간, 흩어진 기운이 거짓말처럼 다시 원상복구되었다.

결국 중년인은 바로 코앞에서 신물과 신수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제길!”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당장 요동치는 기운을 진정시켜야 했다.

어차피 이 공간의 주인은 자신이었다.

자폭시킨 탓에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곧 진정시킬 수 있고, 이곳을 진정시키기만 하면…….

“그럴 틈이 없을 텐데?”

“뭐?”

그때, 누가 말을 걸었다.

누구?

아,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누군가 들어왔었나?

중년인은 부활하자마자 진천우와 현석만 신경 쓰느라, 미처 새로 온 신인을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은 바쁘니까 봐주겠다.”

그렇게 말했으면서 중년인은 상대를 향해 빠르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십여 개의 칼바람이 튀어나왔다.

하나하나 그 어떤 명검보도에도 뒤지지 않는 기세를 담은 바람이다.

이 정도면 경계 너머의 고수 한 수레가 덤벼도 도륙낼 수 있는 수준.

당연히 중년인은 이거면 충분하다 여기며 즉시 다시 폭주한 기운을 진정시키려 했는데.

퍽!

그 직후, 머리가 날아갔다.

꾸물꾸물!

잠시 뒤, 머리가 부활했다.

퍽!

그리고 다시 머리가 날아갔다.

꾸물꾸물!

아까보다 더 빠르게 머리가 부활했다.

“오? 정말 한번 부수면 처음보다 강해져서 부활하는군.”

“……누구냐?”

그제야 중년인은 새로운 신인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퍽!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다시 머리가 날아갔다.

꾸물꾸물!

천마가 부활 중인 머리 없는 중년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열 번만 박살 난 뒤 이야기를 나눠보지.”

과연 몇 번 더 온몸이 박살 나야 네가 날 뛰어넘을지, 아니면 육체든 정신이든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박살 날지.

“넌!!”

퍽!

천마가 입꼬리를 한껏 비틀며 또다시 중년인의 머리를 박살 냈다.

* * *

“어디로 가고 있나?”

현석이 급히 소리쳤다.

진법에서 빠져나온 뒤부터 앞서가던 진천우의 속도가 느려졌다.

뭔가를 찾는지 자꾸 좌우로 왔다 갔다 하고, 잠시 눈을 감아 기운을 탐지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더 앞서 나아가니, 정말 신법 하나만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찾았다. 따라오게!”

“그러니까 어디 가냐니까!”

“급해! 오면 알 걸세!”

팟!

진천우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현석은 한순 그의 움직임을 놓친 데 놀라다 즉시 그 뒤를 따랐다.

다행히 멀리 가지 않았다.

저 앞에 진천우가 앉아있는 게 보인다.

그가 급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도대체 뭘 찾은 건…….”

현석이 말을 하다 말았다.

지금 막 그도 진천우가 찾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건 자신도 아는 것이었다.

“이 여자는?”

소천마.

자신과 함께 경계 너머로 들어왔다가 헤어진 일행.

바로 그녀가 땅에 누워있었다.

누가?

도대체 누가 그녀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거지?

“천마.”

진천우가 그 의문에 짧게 답했다.

-여기서 나가 동쪽으로 가보거라. 그년이 있을 테니.

이 장소를 알려준 게 그였다.

즉, 천마가 소천마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렇게 되도록 그냥 내버려 둔 건 분명했다.

나머지는 그녀를 깨운 다음 들으면 되는 일.

“천마가 이랬다고? 왜? 둘은 같은 교의 소속일 텐데?”

현석은 여전히 이 둘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표면상 둘은 교주와 소교주 관계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진천우는 그에게 이것에 관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설명할 틈이 없었다.

“컥!”

주륵!

소천마가 갑자기 각혈했다.

화륵!

그런데 각혈과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시뻘건 불이 뿜어져 나왔다.

“이건 또 뭔가?”

“?!”

현석이 놀란 듯 두 눈을 치켜떴다.

허나 진천우는 반대로 두 눈을 가늘게 모았다.

이 순간, 그는 의원이었다.

입에서 불을 뿜는 일이 몸에 좋을 리 없었다.

심지어 지금처럼 온몸의 기혈이 전부 헝클어진 상태에서는 더더욱.

슥!

진천우는 바로 소천마의 맥을 잡았다.

쿨럭! 화르륵!

곧바로 소천마가 다시 각혈과 함께 불꽃을 토했고, 진천우의 낯빛은 어두워졌다.

역시…… 그녀는 지금 최악의 상태다.

‘어떻게 저항하는 것 같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촤르륵!

그는 바로 품에서 침통을 꺼내 바닥에 펼쳤다.

그리고 빠르게 입을 뗐다.

“지금부터 바로 대법에 들어간다. 자네는 호위를 봐주게.”

참으로 오랜만에 요상절초 십팔수를 펼치게 되었다.

요상절초 십팔수는 전설의 의선이 만든 최고의 응급처치법.

당연히 이렇게 된 소천마도 거뜬히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 진천우가 바로 첫 침을 그녀의 몸에 박는 그 순간.

화륵!

“이건?!”

그녀와 그녀의 몸에 박힌 침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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