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2화 : 구조 요청 (1) (192/210)


192화 : 구조 요청 (1)
2022.09.21.


화륵!

소천마의 몸에 침을 꽂은 자리에서 검은 불꽃이 일어났다.

이미 입에서 불을 토할 지경.

그 말은 몸 안 가득 정체 모를 불꽃이 가득하다는 뜻이니, 서둘러 대법을 시행해야 했다.

“…….”

그러나 진천우는 잠시 손을 멈추고, 소천마의 몸에서 일어난 불꽃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었다.

뚝!

“빌어먹을!”

절로 욕이 나왔다.

뚝!

조금 전, 그녀의 몸에 침을 꽂은 자리에 은색 물방울이 맺혔다.

물방울은 소천마의 백옥같은 피부를 타고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진천우가 다시 한번 침을 들었다.

화르륵!

역시나 이번에도 침을 꽂자마자 불꽃이 튀어나왔다.

불꽃이 몸에 꽂은 침을 녹여 은색 물방울로 만들었다.

이래서는 대법을 시행할 수 없다.

‘도대체 이 불꽃은 정체가 뭐지?’

무슨 불꽃이길래 소천마의 몸 안에 쌓였고, 이렇게 대법을 방해하는 걸까?

그는 다시 그녀의 맥을 짚었다.

지금 소천마의 몸은 혼돈 그 자체였다.

몸 안에 온갖 기운이 뒤엉켜 요동쳤다.

그중 자신이 잘 아는 기운들이 느껴졌다.

화후의 내단의 기운, 대환단의 기운, 용의 심장의 기운.

하나하나 천하에 손꼽히는 전설적인 영약의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 모두를 압도하는 천마신공의 기운까지.

그런데.

화르륵!

‘이 불꽃은 도대체 뭐냐?’

그녀 몸 안에 있는 불꽃은 믿기지 않게도 그 천마신공을 밀어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천마신공이 어떤 무공인가.

교의 교주에게만 내려오는 무공으로, 그 괴물 같은 천마가 사용하는 전설상의 무공이 아닌가?

그것이 이렇게 쉽게 밀린다고?

천마신공은 정체 모를 불꽃이 마치 자신의 상극인 것처럼 끝없이 피하고 또 피했다.

그러다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화륵!

“음?!”

화르륵!

느닷없이 소천마의 몸에서 불꽃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진천우를 덮쳤다.

‘이놈!’

설마 맥을 통해 자신을 엿본 걸 알아챈 건가?

그렇다고 해서 불꽃이 몸 밖으로 튀어나와 자신을 공격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건 마치 이 불꽃이 따로 의지를 가진 것 같지 않은가?

어쨌든 당장은 그걸 알아낼 때가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검은 불꽃이 진천우를 향해 해일처럼 달려들었다.

깜짝 놀라 바로 뒤로 몸을 빼려는데.

핏!

무언가 그의 품에서 검은 물방울이 불꽃 해일을 향해 쏘아졌다.

진천우도 그 광경을 보았다.

분명 제품에서 튀어나온 물방울은 단 한 방울.

그런데 그것이 불꽃 해일에 닿자마자.

화르륵?!

거세게 일던 불꽃이 느닷없이 꺼졌다.

완전히 다 꺼진 건 아니고, 처음의 십분지 일만 남았다.

간신히 남은 불꽃은 급히 다시 소천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마치 깜짝 놀라고, 또 겁에 먹은 듯한 행동.

불꽃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파스스!

그때, 그의 품에서 독접이 잘게 날갯짓했다.

진천우는 독접에게 이제 나비가 됐으니 혹여나 부드러운 날개가 상할까 제 어깨 위나 머리 위에 올라타라고 했지만, 녀석은 애벌레 시절을 잊지 못했는지 굳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다행히 독접의 반투명한 날개는 매우 질기고 단단했다.

과연 영물 중의 영물다웠다.

덕분에 품에 품어도 별문제 없다는 걸 알게 된 그는 독접이 원하는 대로 품에 넣고 다녔는데, 녀석이 지금 막 그의 품에서 기어 나왔다.

슥!

긴 주둥이에 한 방울의 검은 물방울을 머금은 채.

“그건?”

진천우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녀석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라는 양 마주 고개를 들었다.

그건 아주 지독한 독이었다.

그것도 극한까지 압축된 독.

“독으로 불을 끈 거냐?”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파스스!

진천우가 좀 더 자세히 그것에 대해 물으려는데, 독접이 갑자기 날아올랐다.

그러더니 천천히 소천마에게 날아갔다.

진천우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다 뭔가를 발견했다.

반짝!

“?!”

독접의 다리 끝에 가늘고 얕은 침이 달려 있었다.

“자, 잠깐!”

이를 본 진천우가 놀라서 급히 말리려는데.

푹!

그 순간, 독접이 소천마의 몸에 침을 찔렀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녀석은 앞서 몇 번이나 진천우가 대법을 옆에서 봤기에 첫수만은 어디에 꽂는지 기억했다.

심지어 그녀의 몸에 한 번 침을 꽂은 위치가 은색 물방울이 흐른 자국으로 남아있어, 절대 틀릴 리 없었다.

화르륵!

침을 꽂자마자 또다시 검은 불꽃이 튀어나왔다.

불꽃이 바로 몸에 꽂힌 침을 녹이려는데.

핏!

독접이 바로 독을 한 방울 날려 불꽃을 날려버렸다.

파스스!

그 뒤, 녀석이 뒤로 살짝 고개를 돌려 날갯짓했다.

이제부터 정체불명의 불꽃은 자신이 맡을 테니, 주인은 다시 대법을 완성하라는 듯.

허나 진천우는 그럴 수 없었다.

“무슨 짓을!”

그가 급히 소천마의 안색을 살폈다.

독으로 어떻게 불을 껐는지 궁금했지만, 그것보다 방금 독접이 뿜은 건 틀림없이 독이다.

그걸 그녀의 몸에 뿌리다니.

틀림없이 독에 중독됐을 거라 생각 했는데.

“멀쩡하네?”

진천우가 몇 번이나 소천마의 몸을 살폈지만, 어디에도 중독 증상은 없었다.

그만큼 독접의 하독 능력이 독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 탓이다.

물론 그 외에도 소천마가 멀쩡한 이유는 두 개나 더 있었다.

‘그녀가 자체적으로 가진 독 저항력이 상당하다. 이건 거의 경지에 이른 독인에 맞먹을 정도.’

소천마는 알고 보면 전대 교주의 딸이다.

당연히 기본적인 독 내성은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뒀을 터.

거기에 그녀는 금지에 감금되면서 더욱 절치부심해서 독 저항을 쌓았다.

그러나 소천마가 독접의 독에 무사할 수 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팟!

그때, 진천우의 눈앞에 갑자기 푸른 현판이 나타났다.

그는 현판에 적힌 글귀를 읽고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영물 마스터의 효과로 ‘펫’은 ‘주인’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바로 타이쿤의 개입이었다.

좀 더 정확히는, 소천마가 자신과 반신을 나눴기에 타이쿤조차 이를 헛갈린 탓이다.

‘어쨌든, 이거라면 소천마가 독접의 독에 중독되는 일은 없겠군.’

진천우가 크게 안심하며 빠르게 침을 들었다.

두 번째 침이 들어갔다.

화르륵!

바로 또 침을 놓은 자리에서 불꽃이 튀어나왔지만.

휙!

독접이 뿌린 독에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대로 기세를 타고 세 번째, 네 번째 침을 놓았다.

화륵! 화르륵!

그때마다 새로운 불꽃이 피어올랐지만, 그때마다 독접이 불꽃을 꺼주었다.

그것도 열 번이 넘자 더는 불꽃을 끌 필요가 사라졌다.

화……륵!

‘불꽃이 약해졌군.’

열한 번째부터 침을 놓은 자리에서 튀어나오는 불꽃의 화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이런 불꽃으로는 더는 대법을 펼치는 침을 녹일 수 없었다.

이는 곧 대법의 효과가 제대로 발동한다는 뜻.

역시나 의선이 만든 최고의 구명지초다웠다.

쉬지 않고 열두 번째, 열세 번째 침을 놓았다.

슥!

어느새 열여섯 번째 침을 꽂았다.

“…….”

이제 마지막에서 하나 남은 열입곱 번째를 놓으려던 찰나.

화륵!!

아직 침을 놓지도 않았는데, 침을 놓을 자리에서 느닷없이 거센 불꽃이 일었다.

핏!

독접이 얼른 독을 뿜었지만, 이번에는 그걸로 꺼지지 않았다.

열한 번째부터 불꽃이 나오지 않은 건 힘이 약해진 탓도 있지만, 이때까지 힘을 비축해 놓았다가 한 번에 터트리려 했기 때문이었다.

저쪽에 자신의 천적인 수(水) 계열의 최종 진화 영물이 있는 이상, 대법을 막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계획대로 독접의 독은 이전처럼 한 번에 자신을 끄지 못했다.

잠깐만 틈을 만들 수 있다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바로 다른 침을 녹일 수 있다.

침 하나라도 녹여버리면, 대법은 실패로 끝날 터.

녀석의 계획은 완벽했다.

단, 딱 하나의 결점이 있었으니.

그건 하필 놈의 상대가 진천우라는 점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진천우는 이미 타이쿤을 통해 온갖 말도 안 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겪었다.

그런 그에게 불꽃이 무슨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에게는 사람 뺨치게 영리한 벌레가 있었다.

그리고 지인 중에 저 혼자 움직이는 인형의 주인도 있었다.

화르륵!

불꽃이 침을 덮었다.

허나 침은 녹지 않았다.

화륵?

검은 불꽃이 약간 끝이 올라가는 소리는 내자마자, 침의 겉을 얕게 둘러싼 기운이 올라왔다.

우우웅!

사전에 이럴 일이 발생할까 싶어 침에 내공을 둘러놓았다.

물론 워낙 불길이 거세, 침이 그 화력을 견딜 수 있는 시간은 촌각에 불과했지만.

픽! 픽!!

그 틈에 독접이 바로 주둥이에서 독방울을 연거푸 쏘아 검은 불꽃을 완전히 잠재웠다.

끝났다.

화르륵!

간신히 남은 불꽃이 어떻게든 대법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독접은 더 이상 방심하지 않고 약간의 불길이 보인다 싶으면 쉬지 않고 독을 쏘아댔다.

진천우가 지체 없이 마지막 침을 놓으려는데.

덥석!

누군가 그의 손을 잡았다.

누가 감히!

진천우가 쌍심지를 올리고 그 손을 쳐내려다…… 급히 기세를 잠재웠다.

“됐다.”

소천마가 깨어난 것이다. 진천우는 반색하면서도 일단 그녀에게 물었다.

“뭐가?”

“됐다니까. 대법 덕분에 정신을 차렸으니까 더는 할 필요 없다.”

“그 말은 저 불꽃을 내버려 두겠다는?”

“그럴 리 없지.”

슥!

소천마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확실히 그녀 몸 안의 불꽃은 감히 자신을 집어 삼키려 했다.

그러나 소천마는 불꽃에 집어삼켜지기 전에 눈을 떴다.

그녀는 천마가 이 불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았다.

‘천마신공이 이것에 반응했지.’

천마신공이 불꽃과 합쳐져 더욱 강해졌다.

안 그래도 전설의 무공으로 일컬어지는 천마신공이?

보통은 절대 믿지 않았겠지만, 소천마는 제 눈으로 직접 그 광경을 목격했다.

그러니 안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해야 할 일도 하나였다.

“이 녀석은 내 거다.”

자신을 집어삼키려 했던 불꽃?

아니, 이제 자신이 이 불꽃을 삼켜야 한다.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 여부는 상관없었다.

무조건 삼킨다.

특히나 이미 천마가 삼켰다면, 더더욱 자신이 삼키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소천마는 천마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었다.

화르륵!!

거기까지 듣자 정체불명의 불꽃이 ‘감히 자신을 지배하겠다고?’라고 말하듯 거칠게 불꽃을 일으켰으나!

우우우웅!!

그 직후, 소천마의 몸속에 있던 천마신공의 기운이 주인의 의지에 따라 불꽃을 덮쳤다.

천적의 기운?

그까짓 것은 제 주인이 정신을 차린 뒤부터 아무 상관도 없었다.

우와아앙!!

천마신공이 그대로 용의 형상을 이루며 소천마 몸속의 검은 불꽃을 단숨에 삼켰다.

* * *

우우웅! 화르륵! 우웅!! 화르르륵!!

“…….”

“저리 내버려 둬도 되는가?”

현석이 온몸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소천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몸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눈을 뜨자마자 가부좌를 틀더니, 끊임없이 운공을 시작했다.

저것이 제 몸을 원래대로 돌리려는 시도가 아닌, 무언가 새로운 힘을 집어삼키려는 행위임을 모를 리 없었다.

그야말로 목숨을 도외시한 미친 짓.

그러나 이를 누구보다 앞서서 말려야 할 진천우가 침묵했다.

“괜찮습니다.”

도리어 그는 굳게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

현석은 잠시 소천마와 진천우를 번갈아보며 무엇이 이 둘을 그렇게 단단히 묶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저 둘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째서일까?

그러고 보니 처음 소천마와 조우했을 때도 그의 몸은 그녀를 공격하는 걸 거부하려 했다.

‘아무래도 저 둘 중 한 명이 기억을 잃기 전의 나와 뭔가 연관이 있는 모양인데?’

현석은 그리 확신하고서, 제 얼굴을 덮은 가면을 벗으려 했다.

-도와주게!

그런데 하필 그때, 누군가 전음이 그들의 귀에 들어왔다.

그나저나 도와달라고?

-누가 이걸 들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경계 너머의 인물이라면 서둘러 우리를 도와주게!

“이 목소리는?”

“아는 목소리인가?”

진천우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는 목소리의 주인을 돕기 위해 몸을 뺄 생각이 없었다.

아직 소천마가 눈을 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직후, 다시 한번 울리는 목소리에 진천우는 두 눈을 치켜떴다.

목소리의 주인이 그것을 찾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