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 구조 요청 (3)
(194/210)
194화 : 구조 요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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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화 : 구조 요청 (3)
2022.09.26.
-마지막 괴물은 너무 강해 쓰러트리기도 힘들지만, 쓰러트리면 문제가 더 커진다.
이게 무슨 말인가?
다행히 제갈민이 고민할 틈 없이 바로 답을 알려주었다.
-녀석은 마지막에 죽으면서 자폭한다.
“자폭?!”
-그래, 그리고 여기 기록에 따르면, 폭발하는 즉시 그 일대가 아예 사라질 거라고 돼 있다.
“그런!?”
현석은 사도련주가 괴물을 쓰러트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말인즉, 괴물은 반드시 죽고 자폭하여 그 일대를 완전히 쓸어버릴 거란 소리.
그곳에는 맹의 정예 무인과 수만 관병이 모여있었다.
‘그나마 련의 무인은 없다는 게 다행인가?’
아니, 그렇기에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빴다.
솔직히 그는 괴물이 자폭한다 해도 련주만은 무사하리라 봤다.
그럼 그 뒤는?
맹과 관이 전멸하고 그 자리에 사도련주만 살아남는다?
안 그래도 인식이 나쁜 사파가 그 책임을 뒤집어쓸 게 분명했다.
설령 제갈민과 다른 책사들이 나중에 사람들에게 이에 대해 설명한다 해도, 사도련주에 대한 의심은 완전히 해소될 리 없었다.
그리되면 맹과 관은 물론이고 어쩌면 교까지 합세해 련을 압박할지 몰랐다.
그게 아니더라도 경계와 싸우는 이때, 이번처럼 다양한 세력이 손을 잡을 일은 다시는 생길 수 없었다.
“우린 여기까지인 것 같군.”
현석이 바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앞서 말했듯, 진천우는 소천마가 눈을 뜰 때까지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다.
애초에 이 사실을 알리는 역할의 최적임은 자신이었다.
련주는 누가 뭐라 하든 제 갈 길을 가는 자다.
그러니 괴물이 자폭한다는 사실을 알려도 귓등으로 들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제자의 말이라면?
아무리 사도련주라도 뭔가 다른 방법을 사용할지도 몰랐다.
이 때문에 자신이 가야만 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지.”
슥!
현석이 조용히 주먹 쥔 한 손 위에 다른 한 손을 포갰다.
진천우도 이를 따라 했다.
둘은 그렇게 짧은 포권지례를 나누고 곧바로 헤어졌다.
휙!
현석은 그대로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부디 무사하길.’
진천우는 사라지는 현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애써 불안한 마음을 억눌렀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진천우는 뒤로 시선을 돌렸다.
우우웅!
“…….”
소천마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크라라!
그때, 머릿속으로 갑자기 괴물의 비명이 울렸다.
“뭣?!”
진천우가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괴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크락!!
또다시 울리는 비명 소리.
‘이거?’
그제야 이 소리가 제 쪽이 아닌 저쪽에서 나는 소리임을 알았다.
-젠장, 아직 남아있는 괴물이 있었군. 하나, 둘, 셋……. 빌어먹을, 왜 이렇게 많아!
-크라라!
“괜찮……!”
진천우가 급히 상황을 물으려던 찰나.
휙!
저 너머에서 청명한 바람소리가 울렸다.
그건 너무나 귀에 익은 소리.
그리고 듣자마자 바로 안심이 되는 소리였다.
진천우는 그 소리의 정체를 한 번에 알아챘다.
이번에도 영민한 제갈민이 바로 답을 알려주었다.
-무진!
“역시!”
저쪽에 그가 있었다.
하긴 제갈민과 다른 책사들이 맹에서 나왔으니, 당연히 그도 같이 있을 터.
그깟 괴물이 아무리 많다 해도 무왕의 재기를 지닌 무진의 상대가 아니었다.
-크라라라!!
예상대로 얼마 뒤 괴물의 소리가 잦아들었다.
들리는 건 오직 맑고 맑은 바람 소리뿐이었다.
슥!
잠시 뒤, 그 바람 소리마저 멎었다.
끝났구나.
진천우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자네, 제법이군.
제법?
가당찮은 소리에 헛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딱히 화는 나지 않았다.
제법이라고 말하는 제갈민의 목소리가 전에 없이 떨렸기 때문이었다.
꽤 놀란 상태란 걸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보다 지금 어디냐고 넌지시 물어보려는데.
-이건 뭐지? ……비밀 통로 경로인데?
“?”
저쪽에서 뭔가를 찾은 모양.
-지하로 내려가는 길? 이 모양대로라면 안쪽에 아주 큰 공동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그곳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거지? 이봐, 그쪽에는 다른 단서가 없나?
제갈민이 다른 자료를 찾고 있는 동료들에게 물었지만, 그들도 딱히 대단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흐음……. 이게 도대체…….
‘난 까맣게 잊은 모양이군.’
그 말처럼, 제갈민은 그가 하는 말을 진천우가 듣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계속 눈앞의 자료를 해독했다.
한 가지에 꽂히면 다른 쪽은 신경 쓰지 않는 학자 특유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허나 진천우는 제갈민이 정말 자신을 잊은 건 아니라고 여겼다.
‘아마, 내가 알아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여긴 거겠지.’
그 말대로 제갈민이 공유하는 정보는 한정돼 있었다.
저쪽에서 모든 정보를 취합하지 않는 이상, 대단한 성과는 얻기 힘들었다.
이를 반대로 풀이하면, 제갈민이 일부 정보를 공유하고 만약 거기에 진천우가 아는 정보를 풀면, 저쪽은 더 완벽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자네는 뭐 아는 바가 없나?
역시나 약간의 틈을 두고 제갈민이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런데 진천우는 여기에 따로 아는 정보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아는 게 없었지만, 제갈민이 공유한 정보를 토대로 그는 지하 동공에 무엇이 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비록 완전히 확신하는 건 아니지만.
‘그곳에 그 불사신의 힘의 원천이 봉인돼 있을지도.’
그럴 가능성이 아주 컸다.
그렇다면, 지하 동공을 서둘러 찾아 불사의 힘을 봉인해야 했다.
될 수 있으면, 그 힘을 빼앗아 활용하는 것도.
-아는 게 있으면 빨리 알려주게.
이때, 진천우가 뜸을 들이는 걸 보고 뭔가 있음을 확신한 제갈민이 그에게 재촉했다.
그러나 그런 재촉에 넘어갈 진천우가 아니었다.
‘그 부분은 꼭 내가 아니어도 된다.’
하지만, 진천우는 굳이 재촉이 아니더라도 이 정보를 제갈민에게 공유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둘러 그자의 불사성을 빼앗아야 한다는 점이다.
괜히 이를 독점하려고 욕심냈다가 저쪽에서 먼저 조치를 취하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한 가지 짐작 가는 게 있네.”
-뭐든 상관없어. 아니다 싶으면 이쪽에서 알아서 걸러 들을 테니.
“좋아, 그럼…….”
진천우가 그 즉시 자신이 아는 바를 모두 말하려는데.
화륵!
“윽!”
갑자기 그의 손에 검은 불꽃이 치솟았다.
불꽃은 크게 뜨겁지 않았지만, 순간 놀라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다행히 불꽃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손에 따로 화상도 없었다.
다만, 방금 전 불길로 인해 손에 쥐고 있던 검은 구가 새까만 재가 되었다.
“!?”
이를 본 진천우는 크게 놀랐지만, 그 놀람은 검은 구가 사라진 것 때문이 아니었다.
이 불꽃이 왜 생겼겠는가?
“일어났습니까!!”
“아아……. 머리 울리니까 큰 소리 내지 말고…….”
소천마가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여전히 얼굴은 붉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아직 몸을 다 추스르지 못한 듯.
바로 품에서 검은 환단을 꺼냈다.
덥석!
아니, 직접 먹으라고 내민 건데, 소천마는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그의 손에 입을 내밀어 환단을 받아먹었다.
으직! 으지직!
그렇게 급하게 먹는 것도 아닌데.
“느긋하게 먹을 시간이 어딨다고.”
그녀는 진천우의 걱정을 한마디로 정리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환단을 먹고 다소 몸을 회복한 듯, 안색이 훨씬 좋아졌다.
그 모습을 보니 절로 안심되었다.
상세가 좋아졌다면, 따로 할 일이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저쪽이랑 연락을 끊었냐고? 더할 필요가 없으니까.”
“네?”
“너도 저쪽이 하는 말 듣고, 대충 그 지하 동공의 위치를 알아냈잖아.”
그랬다.
제갈민이 해석한 내용 중 지하 동공의 좌표가 있었다.
이 좌표를 이용하면 지하 동공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위치를 안다고 해서 지하 동공에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같이 들었을 텐데요? 지하 동공으로 내려가는 데 세 개의 관문이 있고, 각 관문마다 위험하거나 복잡, 그리고 최악의 시험이 있다는 걸.”
위험, 복잡, 최악.
제갈민이 해석한 관문에 관한 정보였다.
이 단어들이 정확히 무얼 뜻하는지는 해석이 더 필요했고, 그런 관문을 통과하는 정보 역시 해석해야 했다.
아무래도 그런 걸 알아내는 데는 자신보다 제갈민을 포함한 맹의 책사진들이 최적이었다.
그런데 그들과 연락할 방도를 완전히 끊어버리다니.
‘혹시 중간부터 들어서 거기까지 못 들은 건?’
“그 눈초리.”
“네?”
“마음에 안 드는군. 날 못 믿나?”
어째서일까?
분명 조금 전까지 아무리 그녀라도 실수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그 한마디에 의심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무척 신기한 경험.
그러나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 이거지!’
부르르!
진천우는 몸을 잘게 떨며, 소천마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니, 되레 뛰어넘었다.
화륵!
“그건?”
갑자기 소천마의 온몸에 검은 불꽃 피어올랐다.
그 짧은 사이, 저것을 완전히 집어삼킨 건가?
그 의문은 엉뚱하게 타이쿤이 알려주었다.
[사용자가 세 번째 신수, ‘성화(聖火)’를 얻었습니다.]
‘성화? 그리고 타이쿤은 또 그녀를 나로 착각한 건가?’
진천우가 눈앞에 나타난 푸른 현판의 글귀를 읽고 눈을 반짝였다.
어쨌든, 저 불꽃이 자신의 독접과 가면의 사내의 목각 인형과 같은 신수라고?
그럼 녀석이 가진 능력은 뭘까?
“이 녀석은 천마신공과 상성이 좋더군.”
“그렇군요.”
당연히 진천우는 그것 외에도 또 다른 능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천마가 저 불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그러니 소천마가 성화의 사용법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쾅!
그녀가 맨주먹으로 바닥을 무너트렸다.
휙!
진천우는 무너진 바닥 아래로 떨어지면서도 여전히 소천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다음 능력은?
쾅! 쾅쾅! 쾅!!
“어?”
진천우는 그대로 그녀가 다섯 층을 내리 맨주먹으로 무너트린 다음에야 뭔가 잘못됐단 걸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걸 알아차린다 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쾅쾅쾅! 쾅!!
소천마는 계속 바닥을 부수고 부수고 다시 부쉈다.
여기 바닥은 절대 얇은 게 아니었다.
가장 얇은 것도 단단한 석재로 다섯 치 이상이고, 두꺼운 건 한 장도 넘었다.
쾅!!
그런데도 그녀는 쉬지 않고 바닥을 부쉈다.
콰쾅!!
마침내 더는 맨주먹으로 바닥을 때려도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땅이라는 소리.
쾅쾅!!
그러나 소천마는 여전히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쾅! 쾅쾅쾅!!!
“자, 잠깐!”
이를 본 진천우가 놀라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저러다 다시 쓰러지면 어쩌려고?
쾅!!
허나 소천마는 그 잠깐 사이에 어찌나 세게 땅을 후려쳤는지, 어느새 그녀가 서 있던 곳이 한 장 넘게 움푹 파일 정도였다.
콰쾅!!
거기서 또 땅을 후려쳤다.
이제 두 장이 되었다.
쾅!
삼 장.
콰콰쾅!!
다섯 장!
으직!
그 순간, 갑자기 땅 전체에 균열이 갔다.
“이, 이건?!”
진천우가 화들짝 놀라며 바로 소천마에게 달려들었다.
조금 늦었다.
그가 그녀를 껴안은 순간.
우르릉!!
느닷없이 땅이 무너져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