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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화 : 구조 요청 (5) (196/210)


196화 : 구조 요청 (5)
2022.10.01.


“어, 어떻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사도련주가 거도를 내려치려는 순간, 무기에 깃든 내공이 산산이 흩어졌다.

그 사도련주가 자신의 내공조차 조정하지 못하고 흘려버렸다고?

천마, 검선와 함께 천하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절대 고수인 그가?!

“네놈!”

사도련주가 즉시 자신의 애도를 고쳐잡았다.

확실히 자신의 내공이 제 의지를 벗어나 멋대로 흩어진 건 충격 그 자체였다.

다른 무인 같았으면 이것만으로 주화입마에 빠졌을 테지만, 그는 사도련주였다.

이 정도 일로 정신이 무너지긴커녕, 흔들리지도 않았다.

사실 련주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단번에 눈앞의 미친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방금 그것은 틀림없이 보패의 능력. 보패를 다루다니. 네놈, 선인이구나!”

처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온갖 괴물과 무인, 관군이 뒤엉킨 상황에 용케 여기까지 다가와 중요한 순간 몸을 날려 방해했을 때부터 보통 놈이 아니었다는 걸.

잠시 웬 미친놈인가 놀란 탓에 그만 저자가 보패를 사용할 틈을 주었다.

이제는 절대 그런 틈을 주지 않겠다.

“죽어랏!”

분명 그리 생각하며 거도를 진씨세가의 가주란 자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으려 했는데.

멈칫!

사도련주는 끝내 그것을 완전히 내려치지 못하고, 중간에 거도를 멈췄다.

이 또한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의 보패의 의한 효과가 아니라, 련주가 스스로 도를 멈췄다.

“아니!?”

그가 두 눈을 부릅뜨며, 눈앞의 무언가를 노려보았다.

상대의 손에 선명한 붉은빛의 패가 들려 있었다.

진가의 가주는 손에 쥔 패를 사도련주에게 더욱 자세히 보라며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어째서?”

그리고 그것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한 그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제 품을 뒤졌다.

슥!

사도련주가 품에서 눈앞의 붉은 패와 완전히 똑같은 패를 꺼냈다.

아니, 자세히 살피는 두 개의 패에 다른 점이 있었다.

그건 진씨세가의 가주가 지닌 패가 좀 더 낡고 붉은빛이 바랬다는 점이었다.

허나 그것 외에 두 패는 정말 완벽하게 똑같았다.

패 겉면에 매우 섬세하고 신묘하고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까지 완벽히 똑같았다.

“어째서 네놈이 련패(聯牌)를 지니고 있는 거지?”

련패(聯牌)는 사도련주를 증명하는 신분패다.

당연히 사파의 정점인 사도련주라면 그깟 패가 아닌 직접 제 실력으로 모든 걸 증명한다.

그러니 련패의 진짜 용도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사도련에 매우 큰 은혜를 입은 은인에게 훗날 반드시 그것을 보은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보증패였다.

원체 세상에 사파인에 대한 인식이 나쁘기 때문에 사도련에서 직접 그 이름을 걸고 만든, 오직 대대로 사도련주에게 전해내려오는 패였다.

이것과 똑같은 것을 사도련주가 지니고 있는 것은 그가 당대 사도련주기 때문이고, 진가의 가주가 그것과 똑같은 것을 지닌 이유는 저것이 전대 사도련주 중 누군가가 내준 패이기 때문.

그러나 련주는 딱히 저자에게 련패를 내준 전대 사도련주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사파놈들은 다 제멋대로다.

그렇다 보니 지금껏 누군가에게 련패를 내준 사도련주는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그 외 다른 사도련주는 은혜를 입어도 갚기는커녕, 딱히 은혜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인간이 태반이었다.

문제는 하필 련패를 내준 전대 사도련주가 말 그대로 ‘전대’란 점이었다.

전전대도, 전전전전대도 아닌 바로 전대.

그것도 하필 현 사도련주의 사부였다.

“그게 뭐 어쨌다고?”

설마 잊었는가?

그는 사도련주였다.

지랄맞은 사파인의 정점.

그러니까 가장 지랄맞은 사파인.

사부가 남긴 련패?

그까짓 것쯤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최악의 사파인이 바로 자신이었다.

슥!

사도련주가 다시금 거대를 하늘 높이 드는 순간.

“저 괴물은 죽으면 자폭합니다.”

“뭐?”

진가의 가주가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지껄였다.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으냐?”

“안 믿어도 됩니다. 따로 뭘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조금 전, 일격을 막은 것만으로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뭐?”

준비?

도대체 무슨 준비를 했다는…….

“…….”

사도련주는 곧바로 뭔가 달라진 걸 깨달았다.

‘맹의 무인들과 관의 병사들이?’

주위를 빙 둘러 포위 중이었다.

단 한 놈의 괴물도 달아나지 못하도록.

사실 이건 본래 사도련주가 하려던 계획이었지만, 그는 저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조금 전 한 방으로 모든 괴물을 처리하려 했다.

그걸 저자가 막았다.

그것이 지금 사도련주가 분노하는 주된 이유였다.

덕분에 기껏 모은 괴물들이 사방에 흩어져 천하에 혼란을 야기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맹과 관이 합동으로 포위진을 펼친 덕에 아직 괴물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도대체 어떻게 저 두 세력을 저렇게 협력하게 만들었냐다.

그 잔망스러운 맹주조차 간신히 관에서 지원군을 끌어들였지만 딱 거기까지.

관군의 지휘권은 따로 파견된 지휘관의 것이고, 둘은 사전에 어떤 협의 없이 함께 싸우는 게 다였다.

그런 둘이 느닷없이 이렇게 협력한다고?

설마?

“저것도 네놈의 짓이냐?”

“네, 아무래도 가문을 지키려면, 뭐든 해야 했기에.”

“?!”

그 직후, 진씨세가의 가주가 내미는 뭔가를 보고, 사도련주는 조금 전 련주를 보았을 때보다 더 크게 두 눈을 치켜떴다.

푸른 청옥으로 만든 패와 새하얀 백옥으로 만든 패.

련주는 그게 뭔지 바로 알지 못했지만, 겉에 새겨진 문양의 섬세함이 련패 못지않았다.

방금 저자에 맹과 관을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해 자신이 의문을 표하자마자 저것들을 내밀었다는 건, 설마?

“푸른 건 전대 맹주의 맹패이고, 흰 건 전대 대장군부의 군패입니다.”

“그런 걸 네놈이 어떻게?!”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게 왜 안 중요해!”

“사도련주님은 그저 원래 하려던 것을 다시 하시면 됩니다.”

원래 하려던 것?

처음에는 바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젓는 련주를 향해, 진가의 가주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그 끝에 거대 괴물이 서 있었다.

-크락?

놀란 괴물이 급히 몸을 틀자, 진 가주의 손도 함께 따라 움직였다.

그게 끝인가?

“저놈을 죽이면 자폭한다고 하지 않았나?”

“제 말은 안 믿지 않으셨습니까?”

“시답잖은 장난질을 할 거라면…….”

스윽!

사도련주가 천천히 거도를 위로 들자, 진가주가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하하하, 장난질이라뇨. 제가 무엇을 할지는 이미 한 번 보여드렸을 텐데요.”

“보여줬다고? 뭘…….”

휙!

사도련주가 의문점을 집으려다가 바로 몸을 날렸다.

조금 전 지목당한 거대 괴물이 달아나려고 몸을 돌렸다.

어디서 감히 도주를!

허나 그게 아니어도 사도련주는 이미 모든 의문이 해결되었다.

-크라락!!

괴물같은 인간이 튀어나오는 걸 보고, 거대 괴물이 기겁하며 팔을 휘둘렀다.

-크라라?

단순히 팔을 휘두른 게 아니라, 근처에 있는 다른 괴물을 사도련주에게 집어던진 거였다.

정말 더럽게 비겁하지만 동시에 썩 괜찮은 수였다.

이걸로 사도련주의 시야를 가릴뿐더러, 시간까지 끌 수 있었다.

-크라라라!

갑자기 허공에 날아올라 깜짝 놀란 괴물이 사방에 팔다리를 휘저으며 련주에게 날아들었다.

괴물의 그것은 본래 의미 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지만, 놈의 손발 끝에 달린 날카로운 비늘 때문에 그 몸부림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위험했다.

그러나 사도련주는 제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그것을 보고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스윽!

그는 그저 손에 쥔 거도를 하늘 높이 들고.

우우웅!

거도에 내공을 집어넣었다.

우우우웅!!

쉬지 않고, 끝없이.

거도에 매우 빠르게 한계 직전까지 내공이 흘러 들어갔다.

-크라락! 크락!!

이를 본 거대 괴물이 기겁하며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뚝!

지금 막 거도에 사도련주의 모든 내공이 들어갔다.

스륵!

거도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적월.”

붉은 달.

그 이름 그대로 사도련주의 손끝에서 붉은 달이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초승달부터 시작된 달이 점차 커지더니 반달로 바꿨다.

그리고 반달은 이윽고 보름달이 되었다.

그야말로 천지사방을 가득 메울 거대한 보름이.

슥!

“…….”

붉은 달은 순식간에 튀어나왔다가 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분명 조금 전에 그렇게 선명한 달이 떠올랐는데, 어느새 그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달을 만든 사도련주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거도를 도집에 집어넣었다.

그 주위에는 여전히 수십, 수백이 넘는 괴물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

-…….

녀석들은 입에 꿀을 바른 듯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러더니.

스륵! 스르륵! 스르르륵!!

차례로 상체만 비스듬이 옆으로 미끄러지더니, 그 자리에서 선명한 붉은 꽃을 피웠다.

조금 전에 떠올랐던 붉은 달과 같은 색의 꽃을.

-…….

이때도 거대 괴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스르륵!

결국 녀석도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의 반쪽만 옆으로 미끄러지며,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을 피웠다.

……

그 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거대 괴물이 죽으면 자폭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쿨럭! 컥!”

옆에서 가만히 있던 진씨세가의 가주가 엉뚱하게 각혈을 토했다.

“쯧!”

이를 본 사도련주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혀를 찼다.

-하하하, 장난질이라뇨. 제가 무엇을 할지는 이미 한 번 보여드렸을 텐데요.

진가주는 이미 한 번 사도련주의 내공을 모조리 흩어버렸었다.

그게 어떤 보패를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것으로 아니면 다른 보패로 거대 괴물의 자폭을 막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 대가가 결코 사소할 리 없었다.

적어도 사도련주는 거대 괴물을 벤 직후 녀석의 몸 안에서 뭔가가 아주 극단적으로 부풀어오른 걸 느꼈고, 그것이 진가의 가주가 흘린 무언가에 의해 봉인된 것 역시 함께 느꼈다.

그리고 그 폭발하려던 기운은 적월을 사용한 직후의 자신조차 다 막지 못할 정도로 엄청났다는 것도.

“뜻하지 않게 빚을 졌군.”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도련주가 그답지 않게 빚을 진 걸 인정했지만, 진가주는 힘겹게 고개를 저으며 이를 부정했다.

그는 딱히 련주에게 빚을 지우려고 이 짓을 한 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가문을 지키기 위해.

“사부님!!”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큰 소리를 지르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째서?”

사도련주가 바로 그를 알아보고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

그런데 진씨세가의 가주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두 눈을 치켜떴다.

‘어째서?’

어째서 진씨세가의 가장 충성스러운 누군가의 목소리가 지금 들리는 거지?

* * *

콰쾅!!

휘릭!

진천우가 바닥이 무너지는 와중에 용케 중심을 잡았다.

그대로 얼마나 아래로 떨어진 걸까?

다행히 저 아래에 바닥이 보였다.

그리고 뭔가가…….

“저건?”

그가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그때.

휙!

“!?”

갑자기 바닥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아주 빠른 속도로 진천우에게 달려들었다.

함정? 기관?

아니 그건…….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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