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 천마전 (1)
(204/210)
204화 : 천마전 (1)
(204/210)
204화 : 천마전 (1)
2022.10.19.
말도 안 된다!
있을 수 없다!
허나 지금 제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우우웅!
중년인의 손이 검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 손에 담긴 검은 기운.
‘틀림없는 천마신공의 기운이다.’
진천우는 천마와 소천마가 펼치는 천마신공을 직접 보았다.
심지어 그 자신조차 반쪽짜리지만 천마신공을 익혔다.
그런 그가 천마신공을 잘못 볼 리 없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눈에 중년인의 천마신공은…….
“어떻게 그 정도로 완벽하게 정순한 천마신공을 네놈이 펼칠 수 있는 거지!”
이게 말이 되는가?
진천우의 눈에, 중년인이 펼치는 천마신공은 절대 겉핥기로 배운 어설픈 게 아니었다.
진짜, 그것도 최강에 가까운 천마신공이었다.
믿을 수 없지만, 믿기지 않지만 그 수준은 소천마의 천마신공보다 오히려 더 상위에 있었다.
“하하하하!!”
중년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거기에도 천마신공이 깃들어 있는지, 장기판 전체가 쩌렁쩌렁 울렸다.
진천우는 거기에 견디기 위해 억지로 내공을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중년인은 더 크게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간신히 웃음이 그치자.
‘가라!’
진천우는 중년인 몰래 푸른 현판을 조작했다.
-우두두두두!!
곧바로 청옥을 깎아 만든 화려한 수레가 중년인을 향해 돌진했다.
수레 위에는 단단한 갑주를 두른 장수가 타고 있었다.
그가 손에 쥔 창을 움켜쥐고 단숨에 앞으로 내찔렀다.
난데없는 기습과 함께 이뤄지는 전광석화 같은 일격!
그만큼 도무지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공격이었지만.
“흥!”
으직!
중년인은 곧바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창을 붙잡더니, 그 뒤 아무렇지 않게 창을 부쉈다.
당연히 거기서 끝나지 않고.
퍽!!
천마신공을 사용해 단숨에 수레 장군의 가슴을 꿰뚫었다.
-……!
장수는 잠시 뻥 뚫린 제 가슴을 내려다보더니 그대로 바닥에 허물어졌다.
“하하하하!!”
또다시 광소가 터졌다.
진천우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럼 이제 내 차례군.”
“차례?”
“어디 보자…….”
중년인은 진천우의 질문을 무시하고 한 발짝 앞으로 걸어왔다.
“음?”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이때, 그의 표정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진천우가 이를 조심스럽게 표착했다.
‘뭐지?’
“쯧!”
그러더니 중년인은 낮게 혀를 한 번 차더니 천천히 대각선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게 끝이었다.
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속셈이지?”
“속셈 따위 없다. 그저 방금 내 차례를 끝마쳤으니, 이제 다시 네 차례일 뿐.”
웃기는 소리!
방금 중년인이 앞으로 이동하고 대각선으로 움직인 건 바로 마(馬)의 움직임이었다.
설마 이제 와서 장기의 규칙을 지키겠다는 건가?
진작에 먹혔어야 할 규칙을 두 번이나 무시하고도?
‘날 기만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어서?’
휙!
진천우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네놈이 지금 날 기만하는 거든, 다른 속셈이 있든, 아니면 둘 다든 상관없다.’
어차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하나.
슥!
진천우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더는 장기가 장기가 아니게 되었다.
서로 다른 기물을 이용한 대리전쟁이 헝클어졌다면, 지금부터는 자신이 직접 전투를 벌이면 그뿐.
“호오? 네놈이 나서겠다고?”
우우웅!
이를 본 중년인이 한껏 비웃음을 흘리며 양손에 천마신공을 둘렀다.
그는 아직 진천우의 진면목을 몰랐다.
중년인이 진천우와 만난 직후, 그 대신 천마가 나섰기 때문.
모른다는 건 자칫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소리지만, 중년인은 그런 걱정 따위 추호도 하지 않았다.
“이 몸을 상태로, 네놈 따위가!!”
우우우웅!
그 직후, 천마신공의 기운이 더 짙어졌다.
이제는 앞에서 숨을 쉬기도 버거울 정도의 강렬한 기세.
‘운이 좋았다.’
정말 그랬다.
불사성을 잃고 죽음 직전까지 간 그 순간, 갑자기 천마가 사라진 게 그 첫째였다.
그리고 한 번 튼 운은 그다음부터 파죽지세로 저 멀리 뻗어나갔다.
‘거기서 이걸 발견할 줄이야.’
꽈악!
중년인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힘이 한없이 들어갔다.
매우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주운 것.
그러니까 자신의 새로운 몸.
‘설마 거기에서 목 노인의 절기를 찾을 줄은!’
목 노인은 경계 너머에서 천마와 싸웠던 노인.
그는 천마를 상대로 영혼까지 탈탈 털린 끝에 급기야 자신의 비장의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눈앞의 천마를 모방해 형태를 바꾼 것.
바로 가짜 천마.
가짜 천마의 위력은 주인은 목 노인은 물론이고, 녀석과 싸운 천마의 예상조차 아득히 초월했다.
놀랍게도 녀석은 천마를 상대로 대등한 손속을 나눈 것.
비록 그 뒤에는 스스로 벽을 뛰어넘은 천마에게 패배했지만, 그것만 해도 놀라운 결과였다.
가짜 천마는 진짜 천마에게 졌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뛰어난 존재를 모방한 탓에 마지막에는 주인인 목 노인의 속박에도 벗어났다.
그 덕에 박살 난 몸체지만, 어떻게 바닥을 기어 경계를 벗어나려던 찰나.
-……!
하필 중년인에게 발각되었다.
중년인은 경계의 주인인 동시에, 경계에 존재하는 모든 보패를 다루는 자.
그는 바로 가짜 천마를 흡수해 제 몸으로 삼았다.
그것이 중년인이 천마신공을 쓸 수 있는 이유였다.
그는 가짜 천마를 흡수한 뒤부터 온몸에서 끓어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 힘은 이전까지 자신이 다루던 불사신의 힘조차 뛰어넘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오라!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 몸으로 네놈에게 질 리가 없다!”
중년인이 승리를 확신하며, 진천우가 제 쪽으로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이미 자신의 차례가 지난 탓이다.
진천우는 그의 그런 태도에 인상을 찡그리며 바로 제 옆의 화려한 수레를 찾았다.
그런데 그가 막 수레 위로 올라가려던 찰나!
쾅!!
난데없이 장기판 한쪽 벽이 무너져 내렸다.
“찾았다!”
무너진 벽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
“네년은!”
진천우와 중년인이 동시에 소천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쾅!!
그 순간, 이번에는 반대편 벽이 무너졌다.
현석이었다.
진천우가 의자와 함께 사라지자, 둘은 그 즉시 가지고 있던 모든 능력을 동원해 그를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아마 조금 전 벽 너머에서 느껴진 강대한 파동과 기괴한 웃음소리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휙!
소천마와 현석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쾅!
그러나 둘은 또 동시에 멈춰야 했다.
“이건?”
“무슨!?”
둘은 제 앞을 가로막은 투명한 막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장기판 전체에 신묘한 기류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것이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하하하, 소용없다.”
중년인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둘을 비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경계의 법칙을 다루는 조정석이다. 그곳에 자격 없는 자는 결코 들어올 수 없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진천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매가 매서웠다.
그럴 수밖에.
방금 말은 반대로 말하면, 이 안에 들어온 진천우는 자격을 갖췄다는 소리니까.
경계의 완전한 지배권을 지닌 건 자신뿐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감히!’
그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진천우를 노려보며 양손을 들었다.
우우웅!
그 손에 천마신공이 둘러졌다.
무려 그 천마와 대등한 승부를 겨뤘던 가짜 천마의 천마신공이.
쾅쾅쾅!
그때, 소천마는 제 앞을 가로막은 벽을 후려치고 있었다.
확실히 저자가 어떻게 천마신공을 사용하는지 놀라웠지만, 그것보다 이 안에 들어가는 게 먼저였다.
‘두 번 다시!’
그때와 같은 경험은 겪고 싶지 않았다.
진천우가 의자에 묶인 채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지켜봐야만 했을 뿐.
만약 그 순간 정체불명의 괴인, 아니, 진천우의 아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제 더는 그때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마침 지금 제 앞을 가로막은 이상한 기류는 진천우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운.
‘즉, 내가 부숴도 된다는 거겠지?’
경계의 법칙을 다루는 조정석? 자격이 없는 자?
그게 다 뭐냐!
자신은 소천마, 천마를 쓰러트릴 자다.
이딴 게 무엇이든, 하늘을 꺼꾸러트리는 천마보다 지독할 순 없었다.
중년인이 그런 그녀를 보자, 경계 전체가 무시당했다는 느낌에 크게 소리쳤다.
“어리석긴! 자격 없이 그저 힘만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더냐!”
그가 바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주위를 둘러싼 기운을 배로 늘렸다.
중년인은 여전히 이곳 경계의 지배자.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이 기운은 그저 힘이 세다고 뚫을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저년이 아무리 강하고 지독해도 결코 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그러니 그 전에.
‘저 자식부터 처리해야겠지.’
우우웅!
중년인이 양손의 천마신공을 더욱 짙게 흩뿌리며 진천우에게 다가갔다.
마침 이번에는 그의 차례.
게다가 지금 이동하면 바로 진천우의 코앞까지 나아갈 수 있다.
진천우는 연거푸 벌어지는 사태에 당황한 듯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중년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죽어랏!”
그가 순식간에 앞으로 이동해 양손을 뻗었다.
지독히도 강한 천마신공의 기운.
헌데 진천우는 제 코앞까지 날아오는 천마신공을 보고도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겁에 질려 몸이 굳은 걸까?
그게 아니면 완전히 포기한 것?
둘 다 아니다.
애초에 그는 포기를 모르며, 이깟 일에 몸이 굳지도 않는다.
진천우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는 굳이 그 자리에서 움직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쾅!!
그 순간, 장기판을 두른 신비한 기운이 산산이 흩어졌다.
“뭣?!”
어떻게!?
중년인이 기겁하며 두 눈을 치켜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
아까 말했듯 장기판에 들어오려면 어떠한 자격이 필요했다.
그 자격은 오직 경계를 다루는 권한을 지닌 자만이 내줄 수 있고, 자신은 그러한 자격을 저 둘에게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
그 직후, 중년인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씨익!
진천우가 그와 눈을 맞추며, 한껏 입꼬리를 비틀었다.
“도대체 언제?”
네놈도 경계를 다루는 권한을 얻은 거지?
‘네놈이 나타나기 직전에.’
진천우는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적에게 뭣 하러 그걸 알려줄까?
이때, 그가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소천마는 오른쪽으로, 당신은 왼쪽으로!”
진천우는 그 즉시 소천마와 현석을 흩어지게 했다.
그 지시는 매우 이질적이었지만, 둘은 군말 없이 따랐다.
그들도 자신들이 이 안에 들어온 게 진천우가 한 일인 걸 안 탓이다.
소천마와 현석이 정확히 진천우가 지적한 자리에 섰다.
그러자
-히이잉!
-뿌오오!
둘은 그대로 마(馬)와 상(象)이 되었다.
그중 이미 상대 기물에 먹힌 것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쪽이 먼저 규칙을 깼으니.’
이쪽도 먹힌 기물을 마음대로 부활시켜도 상관없겠지.
슥슥!
그 상태로 진천우는 바로 현판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죽엇!!”
먼저 소천마가 몸을 움직여 중년인에게 달려나갔다.
우우웅!
그녀의 오른손에 피어난 압도적인 기세.
바로 천마신공의 기운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화륵!
소천마의 왼손에는 성화까지 피어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한 기운을 펼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초한전의 두 번째 전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