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 리치왕의 무림을 부수다-20화 (21/310)

20화. 귀식대법(龜息大法) (2)

혈수마공.

극양의 열기를 담아 내는, 이른바 마교를 대표하는 마공 중 하나다.

연성 수준은 총 9단계.

초기엔 손이 붉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일정 내공이 쌓이면 옷을 태울 정도로 뜨거워진다.

그것을 넘으면 손에 불꽃이 생성되는데 여기가 3단계, 3성이라 불리는 곳이다.

나아가 불꽃을 생성해 낼 수 있으면 다섯 단계, 5성이라 한다.

콰아아아아앙--.

“케애애액!”

천마가 생성한 혈수마공은 지면을 긁으며 몬스터들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했다.

그로 인해 같은 동선에 있던 자이언트 스켈레톤 다섯이 날아갔고, 맨 뒤에 서 있던 한 놈의 ‘스켈레톤 메이지’까지 한 줌의 재가 돼 버렸다.

이것은 8성이다.

혈수마공으로 십 장 이상까지 날려 보내기 위해선 그 이상의 연성 단계까지 올라야만 가능했다.

‘이 무슨…….’

흑객은 턱이 빠진 사람처럼 입을 쩍 벌렸다.

방금 고용주가 펼친 혈수마공.

그 불꽃은 몬스터들을 정확히 일직선 방향으로 관통했고, 스쳐 지나 간 바닥까지 태워 버렸다.

“어? 안 떨어지잖아.”

충격적인 광경을 만들어 낸 천마.

그는 흑객과 달리 아무렇지 않은 말을 걸어 왔다.

그리고 한 손을 들고 재차 불길이 자나간 곳을 유심히 살펴본 후, 흑객에게 물었다.

“태워서 그런가? 그냥 박살 내야만 떨어지는……?”

“조심!”

잠깐의 방심은 곧 화를 불렀다.

분노에 찬 스켈레톤 메이지 하나가 구동어를 읊었고, 곧장 얼음 마법을 날린 것이다.

쩌어어억.

천마의 몸에 얼음이 뒤덮였다.

분명 그렇게 보였다.

쩌저저저적.

우연히 들었던 왼손. 거기에만 시린 한기로 인해 얼어 버렸다.

그 외에는 없었다.

천마의 몸 어떤 곳에도 한기가 스며들지 못한 것이다.

“하. 참. 이 몸께서 말을 하던 중이면…….”

팟!

그는 사라졌다.

동시에.

쿵!

바닥에 균열이 나듯 큰 울림이 일었다.

천마는 도약하자마자, 적의 머리통을 잡아채 바닥에 냅다 내리꽂아 버렸다.

“주둥이를 닫고 있어야지.”

쩌저적. 퍽!

그걸로 끝이었다.

천마의 손아귀에 잡힌 스켈래톤 메이저의 머리통.

한순간에 얼음이 되고 다시 알갱이가 되어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대체…….’

흑객은 눈을 의심했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저건 소수마공이다.

혈수마공도 그렇고 어떻게 소수마공까지 구현해 내는 것일까.

“어?”

머리가 박살 난 스캘레톤 메이저.

무슨 조화인지 검은 연기로 증발해 버렸고, 그 아래에 조그만한 뭔가가 튀어나왔다.

“이거 조개껍데기처럼 생겼네.”

주먹만 한 조개. 천마는 그걸 이리저리 들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봐. 이거 아이템 맞아?”

“위험해!”

일순, 흑객이 소리쳤다.

천마가 뛰어든 전장. 그곳은 적진의 한가운데였다.

그리고 그 말은 이제 모든 적의 표적이 된 것을 의미했다.

“크오오오!”

“크아아아앙!”

괴성을 지르는 몬스터들.

보다 못한 흑객이 뛰어들려는 그때.

“어이 용병, 거기 밑에 있는 닭 좀 들고 있어 봐.”

“……?”

그가 말을 걸던 그때는 이미 도와 줄 기회를 잃어버렸다.

몬스터들이 떼로 천마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동시에 전장의 중심에서 천마의 미약한 읊조림이 흘러나왔다.

“혈수폭렬장(血手爆裂掌).”

그것은 천마의 두 손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순간 발현되었다.

혈수마공의 9성. 불(火)에 불(火)을 더하는 것으로 전방위로 쏟아지는 모든 적을 섬멸시키는 폭열의 마공.

“꿰에에악!”

“뀌에에엑!”

혈수의 불꽃들이 전후좌우, 아래위 할 것 없이 무려 육십 네 방향으로 찢어졌다.

쩌어어어어엉-! 콰르르릉! 콰아앙!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천마의 지척까지 다가왔던 스캘레톤은 형체 없이 사라졌고, 조금 떨어져 있던 녀석들은 신체 부위가 타 버리며 결계의 벽에 부딪쳤다.

구구구--.

불꽃의 잔재들이 허공으로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건 흑객이었다.

“허. 허. 허. 허…….”

흑객은 그저 헛바람만 집어삼켰다.

눈앞의 광경은 현실로 받아들이기엔 자신의 생각과 너무나 괴리감이 컸던 것이다.

꼬고고고-.

어느새 그의 품에 들어가 있던 닭 한 마리가 그저 현실임을 자각하게 해주었을 뿐.

“아, 예전 몸이 아님을 잊어버렸군.”

걷힌 그 속에서 천마는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삼분지 이를 없애 버렸지만, 뭔가 불만스러운지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원래는 완전히 모두 타 버려야 했다.

하지만 이한의 몸 상태와 내공, 무공의 경지가 그것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어이 용병, 아무래도 이놈들에겐 아이템이 없나 보다.”

말을 걸어 오는 고용주.

흑객은 뭔가를 보았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응?”

쿵.

미약한 소음.

쿵. 쿵.

이번엔 소리가 조금 컸다.

쿵. 쿵. 쿵.

종국엔 누구라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굉음으로 변했다.

“뭐야?”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걸어나온 자이언트 스캘레톤.

하지만 보통의 놈들과 달랐다.

크기는 천마의 4배가 넘었고, 모양도 독특했다.

특히, 몸에는 특이한 모양의 갑주를 차고 거대한 대검을 들고 있었다.

‘자이언트 스켈레톤 로드.’

흑객은 몬스터의 종을 단번에 파악했다.

자이언트 스켈레톤은 몸짓으로 서열은 나눈다. 덩치로 보건대 앞서 나온 이들의 주인인 듯했다.

“호오. 이놈은 덩치가 좀 있네?”

주변을 둘러본 자이언트 로드.

부하들이 떼죽음을 당한 광경을 목격했는지 갑자기 소리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구궁.

그의 괴성에 지하 미궁 전체가 들썩였다. 흑객은 음파로 정신을 뒤흔드는 공격에 급히 내공으로 정신을 보호했다.

그리고 고용주에게 눈길을 돌리던 그때.

-크아아아악!

갑자기 괴성 소리가 바뀌었다.

뭔가. 비명 같은…….

“시끄러 인마.”

퍼억!

어느새 몬스터의 지척까지 다가선 천마가 그의 머리를 냅다 후려갈겼다.

그것이 종결이었다.

자이언트 스켈레톤 로드가 얼굴 반쪽이 함몰된 채 뒤로 나자빠지고 있었다.

쿵.

그것은 검은 연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동시에 일부 남아 있던 몬스터들도 연기와 함께 증발해 버렸다.

“…….”

흑객은 이젠 어떤 감정 없이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호오. 이봐. 이거 아이템인 것 같은데?”

천마는 바닥에 떨어진 갑옷 하나를 들어 올렸다.

겉보기엔 질 좋은 가죽 갑옷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두 장의 가죽 사이에는 얇은 철판이 들어 있었다.

더욱이 거대한 덩치와 맞지 않게 천마의 체형보다 조금 큰 모양이었다.

“한번 입어볼까?”

천마보다 별생각 없이 입어 봤다.

그 순간.

스스스슥-.

옷은 체형에 맞게 작아졌고 가슴 부위에 착 하고 달라붙었다.

“이봐 용병, 이거 아이템이 맞는 거 같애.”

“…….”

천마의 행동에 흑객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렸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그.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얼었다.

“고작 몬스터 몇 마리 상대했다고 요란스럽게 굴지 마시오. 빨리 저기 안으로 들어갑시다.”

포탈을 가리키며 그는 발을 움직였다.

어느새 천마를 만나기 전.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 * *

“잠깐.”

꽈악.

지하 2층으로 들어서자마자, 던전학 수석 교관 루위는 바닥을 한 번 쿵 찍었다.

던전한 교두인 월산은 그저 그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사사삭.

대열이 멈춰 선다.

실전학과 조교들이 사방을 경계하는 가운데 루위는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그었다.

스윽.

"실입니다. 어두운 곳이라서 보이질 않죠."

공략군의 몇몇이 루위의 손끝을 보았지만, 그 말처럼 잘 보이지 않았다.

루위는 작은 주머니를 꺼내 허공에다 살살 흔들었다.

사락사락

“…허.”

가루가 뿌려지더니, 허공에 희미한 빛의 선이 그어졌다. 실의 궤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깨진 야광주 조각들을 빻아 만든 겁니다. 밟지 말고 넘어오십시오."

루위는 후열이 볼 수 있도록 함정의 장치를 드러낸 것이다.

“훌륭하구려.”

제운비는 월산 교두에게 다가가 말했다.

던전 길잡이.

던전학 차기 교두가 될 인물답게 그의 재능에 칭찬을 건네는 것이다.

“전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보입니다. 한데… 저걸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려는 거 같습니다."

"모른다면… 기관을 그냥 해체하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제운비의 말에는 근거가 있었다.

화살이 쏟아져 나온다거나, 칼날이 솟구치는 함정 같은 거라면 이 자리에서 처리하는 것이 나을 터였다.

나중에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그래서 쫓기는 상황이 되면, 함정을 피해 달리는 것은 쉽지 않을 터.

이에 월산은 고개를 저었다.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겁니다. 기관은 침입자가 해체 시도를 할 경우를 상정해서 만들어집니다. 당장 여기서 독무가 뿜어져 나올 수도 있고, 불이 솟구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당장은 작동하지 않아도 아래층의 연쇄적인 기관을 작동시킬수도 있다.

침입 시도가 감지되면, 통로를 폐쇄해 버리는 건 어지간한 기관에서 기본적으로 쓰는 방침이다.

따라서 모를 때는 건드리지 않는 게 던전 토벌의 기본.

“해체하는 게 좋겠소.”

“…….”

그러나 제운비의 생각은 달랐다. 그 말에 루위가 얼굴을 찡그렸고 이에 월산의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던전 토벌은 이득을 보는 싸움이 아니다. 안전을 생각하신 게야.”

“아, 죄송합니다.”

월산의 부연 설명에 루위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시간은 들겠지만, 어차피 이번 던전은 네크로맨서와 싸워야 한다.

한 명의 부상자라도 발생시키게 되면 곧장 몬스터로 변하는 끔찍한 상황이 재연될 터.

루위는 거기까지 생각한 뒤에야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그럼 해체하겠습니다. 전원 십장 밖으로 대피하십시오.”

“십장 밖으로 대피.”

“대피.”

짤막한 복명복창이 퍼져 나갔다.

사사사삭. 빠각. 빠각.

통로의 인원들이 철수하며 바닥의 인골을 박살 냈다.

네크로맨서의 던전이라는 특성상, 형태를 갖춘 뼈는 언제든 스켈레톤으로 변할 수 있다. 그게 사람의 것이든 동물의 것이든 간에.

‘왜 굳이 이렇게까지…….’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남궁호는 조금씩 의문이 들었다.

고작해야 2층. 나오는 몬스터라 해 봐야 별것 아닌 스켈레톤 정도다.

그런데 모든 기관을 의도적으로 발동시키고, 조심스레 접근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금 의아하긴 하지?”

그때 분명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 남소천군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왠지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렇습니다. 골목마다 나오는 함정들의 수준도 그렇고. 왜 그냥 격파하지 않는지…….”

남궁호의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두 경험을 쌓으려는 거다.”

“경험이라면…….”

“우리는 용병이 아니다. 오로지 임무 수행에만 목적이 있지 않지. 던전 구조에 대한 학습. 그게 더욱 중요한 법이지.”

“아!”

남궁호는 그제야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다.

던전 구조. 몬스터. 기관 장치.

이 모든 건 하나의 수업 교재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학관 출신들.

후인을 양성하기 위한 책임도 가지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무례한 생각을…….”

“괜찮다.”

남소천군은 이해한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금 한마디를 덧붙였다.

“어차피 좀 더 아래로 내려가면 네가 버거워할 상대는 수도 없이 많이 나올 테니.”

“몇 층부터인가요?”

남궁호는 궁금해졌다.

어느 층부터 제법 쓸 만한 몬스터가 나오는가 물은 것이다.

“7층이다.”

남소천군이 추가적으로 말을 덧붙였다.

“6급 이상의 몬스터가 나오는 곳. 저주 계열의 마법이 동반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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