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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리치왕의 무림을 부수다-23화 (24/310)

23화. 뱀파이어 이빨(Vampire Tooth) (2)

빛 한 점 없는 암굴이었다.

지하로 이미 8층이나 내려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자박. 자박. 버서석.

발에 밟히는 것은 오로지 돌.

‘답답하구나…….’

남궁호는 곤두선 긴장을 다스리려고 애썼다.

던전 1층부터 8층까지.

학관 일행은 최단 동선으로 8층까지 내려왔다.

바로 길잡이라 불리는 월산 교두와 그 수제자의 능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곳, 8층부터는 입구에 들어서기 무섭게 캄캄한 어둠만이 있었다.

더욱이 밴시와 레이스들.

그들의 귀곡성은 8층부터 더욱 광범위하고 강렬하게 정신을 침투해 오고 있었다.

“기도비닉(企圖秘匿)을 펼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느새 남소천군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기도비닉이란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비밀스럽게 감춘다는 뜻.

관련된 무공을 써 호흡이나 인기척을 줄이라는 뜻이었다.

확실히 이따금씩, 저 멀리서 들려오는 귀곡성에서 선배들은 이미 적응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상대할 적들은 이렇다. 밑의 층으로 내려갈수록 무력이 높은 자보다 정신을 붕괴시키는 몬스터들이 많이 등장할 게다. 시야가 아닌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거라.”

“아… 예.”

남궁호는 끄덕였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이곳은 빛 자체가 전혀 들지 않는 곳이다.

내공을 담아 안력을 높여도 작은 빛에도 반응이 좋아지는 것뿐, 빛 자체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니까.

‘차라리 해골들을 상대하는 게 낫겠다.’

남궁호는 당장에라도 칼을 꺼내 들고 사방에 뿌려대고 싶은 감정을 꾸꾹 눌렀다.

무력이라면 웬만한 몬스터도 제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곳에선 통하지 않았다.

여긴 단순히 무력으로만 헤쳐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따라오길 잘했다.’

투툭. 툭.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남궁호는 여러 형태의 사선(死線)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겪었던 ‘일반’ 던전과 달리, 이런 공략 불가의 던전 경험은 그 자체가 기연이다.

황금을 내고도 얻을 수 없는 경험.

살아 나갈 수만 있다면, 자신은 큰 성장을 이룰 것이었다.

-후으으응. 우오오옹.

-우으으응. 아아아앙.

그때였다.

이제껏 울려 오던 호곡성이 갑자기 크게 휘몰아쳤다. 남궁호의 얼굴은 해쓱해졌고, 남소천군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친! 또 온다!”

조교 중 한 명이 소리쳤다.

“호심공 운용! 전원 경계 태세!”

“전원 집결! 등 붙여!”

사사사삭! 타닥!

‘으윽.’

누군가의 등이 닿는 순간, 남궁호는 칼을 휘두르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참아 냈다.

-후와아아앙! 으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악!

찌잉 하고 귀가 울렸다.

육신을 잃은 망자가 울어 대는 소리는, 머리로 바로 들어왔다. 곧이어 토할 것 같은 거북함이 전신 모공으로 밀어 닥쳤다.

“지금이다!”

남소천군이 신호를 내자 남궁호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검 끝에서 피어나는 화염의 불빛.

허공에서 그어지는 검로를 따라 불이 옮겨 붙는 기이한 현상이 그들을 파고들었다.

-크… 하하학!

-죽기 싫어어어!

수르트의 불꽃이 그들을 관통했다. 칠흑 같은 공포는 불꽃 앞의 어둠처럼 천천히 꺼졌다.

눈앞의 밴시 셋을 요격한 남궁호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검을 내렸다.

그러자 그 옆에서 남소천군이 어깨를 쳤다.

“훌륭하다. 심마를 버텨 냈구나.”

“…심마라고요?”

“그래.”

상기된 얼굴을 한 남소천군은 내심 그의 행동이 기쁜 듯 말을 이었다.

“특정 몇몇 밴시들이 광범위한 저주를 건 듯하다. 보통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다만 너는 그걸 이겨 냈고, 처리까지 했지. 이 정도면 훌륭하다.”

그는 뭔가 뿌듯해하는 말투로 실전학과장에게 다가가 보고했다.

“학관생 4년 차 남궁호도 계속 따라가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가?”

“예.”

“호오.”

몇 마디 나누던 중 저 앞에서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관생? 조교가 아니라?”

그 목소리에 남궁호는 바짝 긴장했다.

검왕 제운비의 목소리였으니까.

남소천군은 재차 보고했다.

“예, 학관생입니다. 본인의 강력한 요청으로 본 토벌대에 참여한 인원입니다. 원래는 후발대로 편성될 예정이었으나, 자질이 보여 6층까지 내려왔습니다.”

“…좋군.”

짧게 말한 그는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여기서 잠시 대기한다!”

“옙!”

삽시간에 왁자지껄해진다. 퍽퍽 빛이 들어온다. 선배 조교와 교관들이 야명주를 꺼내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사이 멀리서 제운비가 남궁호 앞으로 다가왔다.

“보기 드문 학관생이로군.”

“감사합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다만, 잘 큰다면… 졸업 후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

남궁호의 눈썹이 꿈틀댔다.

졸업 후에 만난다는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다름 아닌 천무학관을 대표하는 실전학 교관이 된다는 것이다.

벅찬 감격에 괜히 목이 빳빳해졌다.

남궁호가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이려고 고개를 들 때, 제운비는 이미 하청청 교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뭔가 조금 이상해서 말입니다.”

“…어떤 것이 말입니까?”

“가끔씩 미세하게 떨리던 주변의 울림도 그렇고.”

“뭐, 미궁이란 게. 지하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까? 그럴 때가 있었지요.”

“음.”

하청청은 잠시 턱을 괴더니 말을 이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으나, 좀 전의 6층에서는 몬스터들이 보이지 않았소. 지하 미궁은 어느 곳이든 몬스터가 출몰하는 것이 기본인데 말입니다.”

“그거야 월산 교두께서 최단 동선으로 움직여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특히 바로 위층에서는 5층, 7층 사이에 동선이 매우 짧지 않았습니까.”

“뭐. 그러긴 했으나…….”

그때 던전학과 월산 교두가 다가오며 말했다.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제 손목에 있는 이 구멍쥐의 팔찌(Rattus bracelet)는 사기에 반응합니다. 그 말은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목적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가 팔을 감싸고 있는 팔찌를 들어 보였다. 보호대처럼 말려서 기이한 문양들이 뒤섞인 물건. 아이템이다.

쉬이잇.

그 팔찌는 문양 사이로 녹색빛을 뿜어냈고 그 틈으로 연기가 새어 나오며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하청청 교두는 그 모습을 보며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뭐. 그렇다면 걱정은 없겠습니… 어?”

쿠쿠쿵!

순간, 천장에서 거대한 폭발이 들렸다.

주변에 돌가루가 떨어지며 굉장한 충격이 전해져 왔다.

무인들은 저마다 주변을 바라보다 서로를 응시했다.

“이게 무슨 소리…….”

“어어. 이거 무너지는 거 아냐?”

울림과 굉음. 뒤이어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들.

혼란스러운 가운데 제운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그는 천장을 바라다본 채로 남소천군에게 물었다.

“우리 말고 또 누군가 여길 온다는 얘길 들은 적 있소?”

* * *

“됐네.”

대충 문양 몇 개를 찍어 누른 후 천마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말릴 새도 없이, 너무도 간단히 발동시킨 모습에 흑객은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그그극. 가가가가가각.

그런데 이번에 1층에서 봤던 반응과 달랐다.

딛고 있던 땅의 일부가 제멋대로 움직이더니. 갑자기 무언가에 의해 쾅! 하고 부딪쳤다.

피이이이익-.

동시에 흰빛이 주변을 감싸자 대략 삼십 장은 될 듯한 공간이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리고 흰빛은 이내 서서히 사라지며 주변이 짙은 어둠으로 변해 버렸다.

“이 무슨…….”

흑객은 당황했다.

이동한 땅도 그렇지만 주변에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다.

흙바닥이었다.

딛고 있는 땅 주변에는 간간히 빛이 감돌고 있었지만, 사방에 깔린 어둠은 너무도 짙어, 이곳과 너무나 대비되고 있었다.

“어? 저놈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천마의 말에 그의 고개가 정면으로 움직였다.

원을 그리는 희미한 빛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몬스터.

다그닥. 다그닥.

히히히잉.

뼈 말을 탄 갑주의 해골을 보며 흑객이 소리쳤다.

“망할! 데스나이트!”

그건 죽음의 기사라 불리는, 위험 등급 8급 이상의 몬스터였다.

“아, 저놈이 데스나이트? 어디서 봤다 싶었다.”

등장부터 압도적인 위압감을 뿌리는 놈이었다.

흑객은 잔뜩 긴장해 있었지만 천마는 평온했다.

건들거리며 팔짱을 끼는 모습도, 그가 싸움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

“조심하시오! 이제껏 상대한 놈들과 다르오! 저자는 죽음의 기사라고 불리는… 이런!”

흑객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키히히잉!

급작스럽게 말을 타고 도약한, 데스나이트를 본 것이다.

흑객은 반사적으로 튀어 나가며 곧장 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서로 맞댄 두 검에서 강렬한 공명음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큭!”

흑객은 자세가 흔들렸다. 반면 데스나이트는 충돌의 여파를 말을 탄 상태에서 여유롭게 흩어 내고 있었다.

“오. 이제야 좀 그럴듯한 놈이 온 것 같군.”

팔짱을 낀 천마를 뒤에 두고, 둘은 다시 엉키며 격돌했다.

파파파팟.

몇 번의 부딪침 후, 흑객은 보법을 밟으며 곧장 마공을 뿌렸다.

촤아악.

도움닫기를 생략한 재빠른 공격.

키히이잉!

한데, 놀랍게도 뼈 말의 움직임은 그보다 더욱 빨랐다.

갈지(之)자로 움직이던 데스나이트의 대검이 다시금 흑객을 내려친 것이다.

쩌저저저저저정!

이후, 굉음을 일으키며 격돌이 시작되었다.

검기와 공간 이동, 근접전의 발길질과 기습적인 각법.

이제껏 전력을 감추고 있던 흑객이 온 힘을 다해 다양한 초식과 무공을 펼쳤다.

-크흐흐.

하나 과연 죽음의 기사단이라 불리는 데스나이트였다.

놈이 탄 뼈 말은 살아 있는 말이라면 도저히 보이지 못할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허옇게 빛나는 대검은 부드럽게 휘며 충격을 흡수했다.

급기야 흑객이 날린 검기를 상쇄시키는 광경도 연출하고 있었다.

쩌어엉!

이번엔 소수마공을 가미한 냉기(冷氣)가 펼쳐졌다.

거의 정면까지 다가선 회심의 일격.

지이이익.

그대로 냉기를 둘러쓴 데스나이트가 삼 장이나 밀려났다.

“헉, 헉. 제길. 막았어.”

흑객의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데스나이트는 여전히 그 자세로 뼈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정통으로 맞은 줄 알았던 것은 본체가 아닌, 그의 대검이었다.

그나마도 얼음이 유리처럼 깨지며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이보시오. 고용주.”

흑객은 데스나이트를 응시한 채로 천마를 불렀다.

“왜?”

“아무래도 그대를 도와 줄 여유는 없을 것 같소. 당신이 네크로맨서를 찾으시오.”

“……?”

“데스나이트는 결코 혼자 다니지 않소. 이놈이 있다는 것은 주위에 그놈이 있다는 거요.”

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네. 근데…….”

하지만 말을 듣기도 전에 흑객은 움직이고 있었다.

“합!”

카카카캉!

눈 깜짝할 사이에 도합 이십 초를 겨룬 흑객과 데스나이트.

호흡은 불규칙했으나, 흑객은 쉽게 밀리지 않았다.

캉! 캉! 캉! 캉!

그렇게 근접전으로 이어지던 가운데.

“그놈이…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천마의 질문과 동시에 흑객의 검기가 상대를 밀어냈고, 그는 시간을 벌었다.

“어떻게든 찾으시오! 그래야 우리가 목숨을 부지…….”

“아니, 저길 봐.”

흑객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리고 조심스레 데스나이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그렇게 천마가 가리킨 곳을 본 그는, 이제 다시 데스나이트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크아아아아아-.

어둠 속에서 해골들이 다가왔다.

시야가 미치는 주변 사십 장, 그 끝은 보이지도 않았다. 하염없는 어둠 속에서 수십, 수백의 숫자가 드러나 있었다.

크흐흐흐흐흐-.

전면에 비척거리며 추한 얼굴을 드러낸 구울들.

둘러쓴 로브 아래로 녹광을 일렁이는, 뼈만 남은 스켈레톤 메이지들.

거기에 반투명하게 빛을 발하는 밴시와 레이스.

무엇보다, 그 속에는 뼈 말을 타고 뼈 창을 든 데스나이트 하나가 더 있었다.

“…미친.”

흑객이 신음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수천 마리. 보이지 않는 것까지 치면 어쩌면 수만.

그런 숫자가 어둠 속에서 천마와 자신 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저놈 아냐?”

그 와중에 천마가 한 놈을 가리켰다.

녹색으로 일렁이는 영기. 일 장(3미터)에 달하는 긴 해골 지팡이. 온몸에 두른 것은 칠흑 같은 로브였다.

호위하듯 바싹 달라붙은 자이언트 스켈레톤 사이에서 하얀 해골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살아 숨 쉬는 자들에 대한, 한없는 증오를 품고.

“…맞는 것 같소.”

흑객이 절망적인 신음으로 답했다.

자신들이 찾던, 이곳 미궁의 주인. 네크로맨서였다.

다닥다닥.

‘어?’

흑객의 고개가 다시 옆으로 돌아갔다.

눈앞에서 곧장 덤벼들 것 같았던 데스나이트가 갑자기 물러선 것이다.

그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주변을 가득 메운 스켈레톤들. 그들이 서서히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제기랄.’

흑객은 내공을 모조리 끌어올려 검에 집중시켰다.

순식간에 검기가 삼 척까지 길어졌지만, 그의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숫자가, 아니, 이건 군세라고 해야 했다.

끝없이 주변을 메운 저들의 군세에, 싸울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였다.

불행하게도, 공간은 어둠으로 차단되어 있어 어디에도 빠져나갈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배운 것보다는 훨씬 위협적인데…….”

천마는 준동하는 적들을 향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이 용병, 괜히 걸리적거리지 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

“좋은 구경 한번 시켜 줄 테니까.”

가아아악-!

때마침 괴이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네크로맨서가 해골 지팡이를 들자마자, 해골들이 반응한 것이다.

사방을 에워싸던 몬스터들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뼈만 남아 삐걱거리면서도 보통의 남성이 달리는 속도보다 더욱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흑객의 시선이 혼란스럽게 움직였다.

고용주의 말을 무시하고 먼저 움직여야 하느냐.

아님 그의 말을 듣고 일단 지켜보느냐.

보통은 그냥 움직였겠지만, 조금 전 보여 준 잔혈마공 때문에 그의 말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았다.

가아아악-.

거리는 이제 적들이 선명히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빛이 자리 잡은 공간에 보이는 해골들의 군세만 해도 수백. 공중에서는 레이스와 밴시가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었다.

이젠 손을 써야 한다.

오 장 내로 파고들면, 대응하기에도 힘들다.

“흐아아아-----!”

흑객은 결국 천마를 무시하고 검을 마공을 주입했다.

첫 교전이라면 압도적으로 제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적들에게 만만치 않다는 걸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적들 전원이 아닌, 일부만 달려들고 있었다.

“좀 조용히 좀 해.”

흑객이 괴성과 함께 검을 들 때쯤, 천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염화공.”

‘…뭐?’

그 말에 흑객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천마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화아아악-!

천마의 정수리 위로 솟은 한 줄기 불꽃.

기존의 붉은 색이 아닌, 새파란, 자신이 아는 불꽃과 어딘가 모르게 달랐다.

솟아오른 불꽃은 곧이어 고용주 주변의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지지지지지직.

바닥에 내려앉던 불꽃은 삽시간에 오 장(七丈) 밖으로 퍼져 나갔다.

그사이 해골들과 레이스, 밴시들이 들어왔고. 십 장까지 뻗어 나가자, 스켈레톤 메이지 영역까지 들어섰다.

‘……!’

그리고 자신의 주위로 생성된 불의 띠.

딱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둥근 원을 남겨 놓고 있었다.

“…염화구원진(炎火球原振)!”

쾅!

그것은 심히 거대한 불꽃이었다.

자신과 고용주만 제외하고 십 장 내에 있던 공간 안에서 화염에 치솟아 올랐다.

지면까지 통째로 터져 나갈 정도의 폭발.

더욱이 놀라운 것은.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흑객의 귀청을 때리며 무려 반경 십 장 내의 모든 공간이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그야말로.

대폭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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