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마시(魔矢)의 존재 (3)
“빨리빨리 서둘러!”
“천무학관 물품은 빼먹지 마라! 시말서 쓰기 싫으면!”
카르삭 왕궁의 남문 주변에는 작은 군영 크기의 주둔지가 있었다.
던전을 관리하는 던전 키퍼들이 상주하는, 튼튼하고 역사가 오래된 건물이다.
평시라면 전방의 초소처럼 한산하던 곳에 지금은 부산한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쿠르릉! 쿠르릉!
특히나 가장 바쁜 곳은, 작은 정자처럼 생긴 자료실이었다. 조교들 중 선임은 버럭버럭 고함을 질러 댔다.
“자료 한 장도 빼먹지 마라! 이제 다시는 구할 수 없는 거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한숨 쉬는 학관생들이 있었다.
왕릉 5단계에서 뒤늦게 구출된 운소령 일행이었다.
“…우리도 도와야 하는 거 아니야?”
따닥따닥.
따스한 모닥불을 앞에 두고 앉아 있지만, 소진은 왠지 모르게 등이 서늘했다.
주둔지를 바쁘게 오가는 조교들. 저들은 전부 천무학관의 졸업생들이다. 하늘 같은 선배들이 눈썹이 휘날리게 바쁜데, 후배인 자신들은 가만 앉아 있으니까.
“우리 때문에 던전 폐쇄라니……. 하… 이것 참…….”
“우리 때문이 아니에요. 소진.”
“맞아. 공략에도 없는 특이종이 튀어나왔으니. 더는 평가 항목의 던전으로 둘 수 없는 거지.”
필리아가 소진을 다독이고, 검을 손질하던 운소령이 한마디를 더 했다.
그녀는 광장 안에서 엄청난 무위를 보이고도, 지친 기색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뭐, 좋은 경험이었어요.”
필리아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웃어 보였다.
계속 불편해하는 소진과 달리 그녀는 뭔가 후련해 보였다.
이제껏 본의 아니게 숨겨 온 정령술이 드러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모든 능력을 후회 없이 펼쳐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 그럼 우리 수행평가는 종료된 거지?”
소진의 말에, 운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야. 우리 기수를 마지막으로 폐쇄될 거라고 했으니까.”
“서문영이나 당무련 파티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렇지 않아도 물어봤는데… 다행히 밖에 있었대.”
“서. 설마, 그 애들이 우리보다 먼저 트윈헤드를 목격한 건 아니겠지?”
“글쎄? 아닐걸. 만약 그랬다면, 우리 싸움에 조교가 더 빨리 개입했겠지.”
운소령은 살짝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죽을 뻔한데다 조교까지 개입했으니, 수행평가 낙제가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듣고 보니, 오히려 자신들의 파티가 제일 고득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들었다.
서문영의 파티는 가고일 하나를 반파. 대신 부상자가 제법 나왔고, 당무련의 파티는 부상자가 없는 대신 퇴치한 가고일이 아예 없었다.
반면 운소령 쪽은 엘리트 가고일 3마리를 해치웠다.
성과만 놓고 보아도 최고이고, 인원수를 놓고 보면 더욱 가점을 받을 것이다.
‘이한을 좀 더 살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래도 좋았다.
일단 이한과는 파티를 한 번 맺었고, 필리아와 소진이라는, 주변의 접점도 만들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접근해 간다면, 분명 그 또한 달성할 수 있으리라.
“한데…….”
운소령이 잠시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천천히 소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한은 어디 간 거야?”
* * *
흑객은 어두운 골목을 걷고 있었다.
남루한 흑의 경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장삼이사의 모습으로.
하지만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경계를 바짝 돋우고 있었다. 누군가가 뒤를 쫓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또인가.’
사흘.
정확히는 사흘하고도 반나절부터, 그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거나, 자신이 너무 예민해진 탓으로 여겼었지만 오늘로써 확실해졌다.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감시해 오고 있다는 걸.
사박. 사박.
하지만, 흑객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이 느껴질 뿐 다른 위협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상당한 고수다. 적어도 4학년 학관생과는 비교가 안 되는…….’
감시하는 자의 기척이 뚜렷하게 잡혔다면, 곧장 달려가 제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극히 짧게, 아주 찰나만 감지되는 기척이다.
저쪽인가 싶어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그냥 예민했었나 싶어 경계를 거두면 다시금 느껴진다.
이건 오로지 잠입과 감시. 그것만을 위한 특별한 훈련을 받은 자의 움직임이었다.
‘대체 누가…….’
그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은원 관계? 아니면 이익? 그도 저도 아니면 전혀 엉뚱한 제 3자?
흑객은 강호에 나와서 근래 활동을 같이했거나, 접했던 무인들의 신상 정보를 떠올려 보았다. 하나 그중에 자신을 감시할 만한 인물은, 그다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역시 이것 때문이었나.’
툭.
흑객은 품속에 간직한 주머니를 확인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흑요석.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단서라곤 이것뿐이다.
생각해 보면 시기도 일치했다. 그가 처음 시선을 느꼈을 때는, 고가의 마정석을 매입하는 마정석 전문점을 나섰을 때였으니까.
‘고용주가… 붙인 사람은 아니겠지?’
처음에 그가 의심해 본 것은 이한이었다.
같은 천마신교의 전승자.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속을 지닌 자.
그가 작정했다면 자신에게 사람을 붙일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왜? 거기서 추측은 방향을 잃었다.
애초에 이 마정석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건넨 이한이었다.
뒤늦게 가치를 깨닫고 가져가려 한다면 다시 ‘내놔’라고 한마디 하면 그만이다.
그게 이제껏 보아 온 고용주의 성품에 어울린다.
아무리 사람 속은 모른다지만, 이한은 일관되게 재물에 욕심이 없는 이였다.
정 필요하다면 자신이 아닌, 대가 집 금고를 터는 게 더 쉬울 터.
‘도둑놈 따위에겐 절대로, 절대로 뺏길 일은 없을 것이다.’
흑객의 시선에 잠깐 살의가 피어오르다 천천히 사라졌다.
투욱.
그리고 곧 한 건물 앞에서 멈추어 섰고, 그는 주변을 한 번 더 의식한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거처였다.
“흠.”
스륵.
흑객이 거처로 들어간 후, 조용한 길목에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 아래에 검상 자국이 뚜렷한 그는 건물을 한 번 더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같이 살고 있었던 건가.”
체육학 교관 임유.
그는 뇌천벽의 지시를 받고 이한에 대한 탐문 수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로써 나흘이 되는 날이다.
-호위 무사들이 없는 사이를 틈타, 가고일이 나타났다네.
-안타깝게도 일가족이 모두 죽었어. 그 아이는 살아 있던가?
제일 먼저 이한이 사는 곳을 찾았고,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수소문하여 그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짐작할 만한 것을 찾아냈다.
1학년 겨울방학 사이에, 이한이 그토록 엄청난 실력을 쌓게 된 이유.
바로 흑객, 용병단에서 특급으로 평가받는 낭인 무사.
조사에 따르면 그는 옛 마교의 후예 중 가장 걸출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했다.
그리고 옛 기록에 따르면, 마교는 단기간에 속성으로 무사들을 비약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비술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그 비술이 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보고는 이 정도면 됐겠지.”
이 정도만 해도 실마리는 충분하다. 그는 서류에 뭔가를 기입하더니 이내 품에 집어넣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렇게 다시금 집 주위가 한적해지던 중.
사박사박.
때마침, 문 안으로 들어가는 한 노인이 있었다.
* * *
“흐음…….”
흑객은 특별히 왕진을 청한 감정사를 보며 기다렸다.
품에서 외알 안경을 꺼내 조심스레 흑요석을 살피는 노인.
그는 사천에서 제일가는 아이템 감정사. 특히 마정석에 대해선 두말할 것 없이 첫째로 꼽히는 이였다.
스륵. 스륵.
석삼. 흑객에게 흑요석을 받아 이리저리 살피던 그는 한참이나 살피던 끝에 괴상한 신음을 내뱉었다.
“캬…….”
“……?”
흑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삼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외알 안경을 내려놓고, 긴 한숨을 다시 쉬었다.
“어떻소?”
“특상품 중에서도 상급입니다.”
흑객의 물음에 석삼은 단정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가격은 최소로 잡아도 금 일만 냥. 가치를 아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그 정도는 부르겠군요. 혹여 경매에 넘긴다면 몇 배는 받을 수 있을 테고.”
“설마, 그 정도나……?”
“그 정도입니다. 흑요석이면서 마정석이라는 희귀성을 감안한다면 말이지요.”
마정석.
마나를 품은 보석. 시중에 유통되는 마정석은 마법 적성이 전혀 없는 사람도 마법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아이템 취급을 받는 보석이다.
그중에서 대부분은 지수화풍.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토파즈 등이었다.
주 사용처는 마법 아이템, 불꽃의 검이나 냉기의 검을 제조할 때로 무인의 내기를 특정 속성의 마력으로 전환시키는 효능이 있다.
하지만 흑요석, 이게 마나를 품고 마정석으로 발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애초에 사대 속성의 마나가 아닌, 아직 미지의 가능성을 품은 마정석. 특이한 몬스터를 처치했을 경우에 습득 가능한 희귀품.
때문에 마법 연구에 일생을 건 마법사들에겐,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손에 넣으려 할, 귀품 중의 귀품이었다.
“다만.”
석삼은 사정을 설명하고 외알 안경을 천으로 슥슥 닦았다.
“희귀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제값을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중원 전역의 학관, 혹은 마탑들에 연락을 넣어야 하고, 그중에서 값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마법사나 연구자들이 돈을 마련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지요.”
“하면…….”
“한 달 뒤. 정기 경매가 있으니 거기 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원하신다면 이것만으로 특별 경매를 열 수도 있겠습니다만… 경비가 많이 들 겁니다. 최고급 용병들을 경비로 고용하고, 각지의 구매자들에게 지급으로 연락을 넣어야 하니… 아마 금 3천 냥은 들 겁니다.”
“…….”
매각 비용에만 금 3천 냥.
당장 흑객의 사재를 모두 털어도 그 10분의 일도 미치지 못한다.
입을 다물고 침음하는 흑객. 그 앞에서 석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달 뒤에 다시 뵙지요. 경매 일자는 인편으로 보내겠으니 부디 잘 간직하고 계십시오. 너무 큰 보물이니.”
“고맙소이다. 감정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런 귀물을 거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인이 얻는 이득이 더 크오이다.”
석삼은 흡족한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그가 나가고 난 뒤, 조용히 침묵하던 흑객.
탁자에 올려진 흑요석을 보더니 천천히 입가가 올라갔다.
그러고는 방이 떠나갈 듯 웃어 댔다.
“하하. 하하하하하!”
이 고용주는 확실히 모자란 놈이다.
이런 귀한 걸 아무렇지 않게 내놓다니.
무공 실력은 뛰어나지만, 모자람도 역시 놀라울 정도였다.
“아니지. 존경할 분이지. 이런 귀한 걸 거침없이 내놓는 대범함을 닮아…….”
“어. 안 나가고 있었구만?”
“……?!”
순간, 흑객의 눈이 반사적으로 커졌다.
이 상황에 없어야 할, 한동안 안 들어오지 않을 것 같던 고용주가 나타난 것이다.
“오, 오셨습니까.”
“어. 왔어. 그런데 어떤 노인이 우리 집에서 나오던데 누구야?”
“아, 그게 말입니다. …하하.”
흑객은 웃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요동치고 있었다.
감정을 받기 위해 내놓은 흑요석이 아직 탁자 위에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웃음을 유지하며 천천히, 어색하지 않은 동작으로 흑요석을 집으려 했다.
그런데.
촤악.
“아, 여기 있었구만.”
고용주가, 그걸 냅다 낚아챈 것이다.
“아…….”
흑객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걸…….”
흑객의 뇌리에 감정인을 이곳까지 초빙하며 쓴 돈과 노력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런 가운데서도 힘겹게 물었다.
“쓸데가 있어서.”
“…그러니까 어떤 쓸데가?”
“그런 게 있다니까.”
천마의 말에 흑객의 눈이 흔들렸다.
순간적으로 한판 뜰까 하는 이성적이지 못한 생각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 참. 너도 같이 가자.”
“…어디를요?”
“수행평가장.”
“……?”
갑자기 수행평가장이라니. 뭘 평가한다는 건지.
흑객이 이해를 못 하고 여전히 멍하니 서 있자, 천마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카르삭 왕릉. 이전에 말했던 거기야.”
* * *
“흐음…….”
허각은 천장을 유심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카르삭 왕릉의 4번째 광장. 수많은 가고일들이 그려진 북문광장에, 1, 2년 차 무공학 조교와 교관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 역시 천장에 그려져 있는 가고일을 향해 있었다.
“저기서 2마리가 붙어 나왔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회복이 덜 되어, 아직 파리한 기색으로 한운이 대답했다.
“딱히 특이한 건 없어 보이는데…….”
허각은 예전에 이곳에서 근무했던 기억과, 이후 던전 키퍼를 하던 조교들의 보고서를 보며 몇 번이고 확인했다.
불을 뿜는 용과 마법사. 그리고 도망치는 가고일.
단 하나도 예전과 다른 게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트윈헤드, 두 마리가 붙어서 나오는 융합체가 발생했단 말인가.
“던전의 마력이 높아지면, 갑자기 특이한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아마 그런 경우이지 않겠습니까?”
허각 다음의 차석 조교 소청상이 옆에서 한마디 했다.
그도 자식의 경험에 비춰 이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일단은 그런 경우겠지. 하지만 보통은 초기 단계. 1, 2등급의 잡몹들이 강해지는 선에서 그쳐. 혹은 던전 보스의 등급이 좀 오르거나 하지. 그런데 여긴…….”
허각이 뇌까렸다.
전례 없는 비상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카르삭 왕릉의 키퍼들 전원이 출동했다. 그러면서 단계별로 모든 가고일을 토벌했다.
그리고 아무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일반 가고일들의 능력은 그대로. 심지어 트윈헤드가 나왔다는 4단계 광장에서도 그대로였다.
그냥 숫자만 예전보다 많은 다섯 마리.
당시에 사태를 직접 목격한 한운과, 수행평가 중이던 운소령 일행이 아니라면, 무슨 꿈같은 소리냐고 했을 터였다.
“조사할 시간이 좀 더 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그러게. 이제 와서 새로운 비밀이라니… 천무학관에서 잔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어. 안타깝군 그래. 진작에 더 자세히 조사할 것을…….”
허각이 탄식했다.
카르삭 왕릉은 전면적으로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출입은 통제되고, 사흘 뒤엔 존재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보고를 들은 학과장이 직접 처리하겠다고 했으니.
드르륵.
때마침 문이 열리며, 조교들과 함께 남소천군이 나타났다.
막 전투를 치른 듯, 온몸에 돌가루가 가득했고, 조교 몇몇은 가벼운 상처도 입고 있었다.
“확인해 보셨습니까?”
“반응을 하지 않더군.”
“전 지역에서 말입니까?”
“그렇네. 자네 말대로 엘리트 세 마리가 나온 뒤, 추가로 2마리가 나오더군. 하지만 그뿐이었어.”
남소천군은 상황 보고를 들은 후, 손수 조교들을 이끌고 남문, 동문, 서문으로 가서 4단계 광장을 처리했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저 트윈헤드 가고일은 보이지 않았다. 나온 거라곤 오직 엘리트 가고일 뿐.
“혹시 다른 곳에서 온 게 아닐까요?”
허각은 의문을 제기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게 유일한 가능성이다. 왕릉의 다른 숨겨진 통로가 있고, 거기서 특이 개체가 나왔다는.
“글쎄…….”
남소천군은 턱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던 그는, 뭔가 떠올랐는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우리가 불러들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트윈헤드 가고일. 그 몬스터는 특이한 몬스터일세. 그렇다면 특정 조건을 필요로 하는 걸 수도 있지 않나.”
“…특정 조건이라.”
허각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생각했던, 숨겨진 통로설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남소천군은 다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왠지 유달리 가고일의 눈이 번뜩이는 것처럼 느끼며 그는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흑마법 같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힘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