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 리치왕의 무림을 부수다-68화 (69/310)

68화. 무공학 수행평가 점수 공개 (1)

“흐읍! 흐읍! 후…….”

천마와 흑객은 며칠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거동도 하기 힘들었다.

카르삭을 처치하고 워프 포인트를 빠져나간 건 천마였지만, 그러느라 모든 힘을 다 소모했다.

때문에 그를 거처까지 데리고 온 건 흑객이었다.

그는 영문 모를 빈혈에 고생하며 천마를 집까지 옮겼고, 돌아오자마자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운기조식에 매달렸다.

“후우우우.”

천마는 우선 내상부터 치료하는 데 힘을 쏟았다.

내공은 역혈신공으로 급히 회복했지만, 그도 사람인 만큼 한계가 있었다.

내상과 외상. 전투 중 부러진 뼈와 몸속 장기들이 타격을 받은 것을 다스릴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에 새로이 얻은 내공, 카르삭의 1갑자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흡성대법은 타인의 내공과 진원지기를 빨아먹을 수 있지만, 남의 내공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건 또 다른 고도의 집중과 시간이 필요했다.

하물며 상대는 인간도 아닌 가고일.

온갖 탁기(濁氣)와 잡스러운 사기(邪氣)가 섞여 있었기에, 이것들을 걸러서 정제하고 나니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남은 반 갑자가량의 내공을 역혈신공, 천기혼신법, 마혼보공 등 천마 자신이 아는 심법을 총 동원하여 정순하게 만드는 데에만 사흘을 필요로 했다.

와그작!

“…이건 말도 안 돼.”

천마가 고생하는 동안, 흑객은 다른 종류의 고생을 하고 있었다.

바로 신체 변화. 첫 번째론 예전과 달리 몸이 본인 것이 아닌 것처럼 이질감이 들었다.

살이 제 살 같지 않고, 뻣뻣하고 감각이 둔한 곳이 곳곳에 생겼다.

부상의 후유증인가 싶어서, 몸을 풀어 보다 사고가 날 뻔했다.

단련용 목각 인형은 폭발하듯 터져 나갔고, 놀라서 주저앉은 바닥은 돌이 얼음처럼 깨져 나갔다.

내공이고 내력이고 단 한 가닥도 끌어내지 않았는데.

“킁킁.”

또 한 가지는 후각과 청각이 지독하게 예민해졌다는 것이다.

몇 집 건너서 애가 울어 대는 소리가 다 들리고, 주변 인가의 식재료에서 나는 피 냄새, 혹은 역한 마늘 냄새가 강렬하게 코를 찔렀다.

꼬르르륵!

마지막으로 계속해서 허기에 시달렸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그런가 싶어, 닭이고 돼지고 잔뜩 삶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딱 두 그릇 이상을 먹지 못했다. 배가 불러서.

그런데도 여전히 지독한 허기는 계속되었다.

꼬르르륵!

분명 배가 부른데도, 뭔가가 먹고 싶었다. 다른 걸 먹고 싶었다.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요괴 때문이다.”

그 답은 사흘이 지난 아침, 며칠 동안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천마가 나오며 내려 주었다.

“좀 괜찮으십니까?”

“뭐, 이제는. 하아. 별것 아닌 놈에게 이 정도 타격을 받을 줄이야.”

흑객 자신은 상대가 되지도 않는 카르삭을, 천마는 그렇게 별것 아닌 놈으로 정리했다.

“한데 요괴 때문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네 몸. 그 녀석의 체질로 변한 거다. 그러니 그런 괴력을 쓸 수 있는 것이지.”

“…하면, 저는 이제 어떻게 합니까.”

흑객의 낯빛이 급속하게 어두워졌다.

“어떻게 하긴, 뭘. 오히려 좋은 거지. 뭐 마계의 귀족? 그렇게 불리던 놈의 힘을 쓸 수 있잖아?”

“이미 제 체질이 변했다면서요? 그놈이 다시 깨어나서 절 잡아먹으려 들면 어찌합니까?”

“버텨야지.”

“버티지 못하면요?”

“그럼 별수 없지. 먹히는 수밖에.”

“아…….”

흑객은 그만 뒷목을 잡았다.

아무리 천마라는 걸 알아도, 고용주의 저 성격은 정말이지 지랄 맞았다.

하지만 천마가 보기에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흑객은 이미 한 번 죽었던 몸이다.

운 좋게 자신이 개입하여 몸의 제어권을 되찾아 왔지만, 죽었던 몸을 살려 내면서, 이미 흡혈귀가 그 몸을 제 입맛대로 바꿔 놓은 뒤였다.

“용공인가 블라두인가 하는 놈은 분명 기어 나올 거다. 네가 약해지는 틈을 타서.”

“방법이 없는 겁니까? 천마님도?”

“나한테야 있지. 그런데 넌 내가 아니잖아.”

“아…….”

흑객은 다시 한번 뒷목을 잡았다.

그러고는 우울해졌다.

이한은 그냥 성질 더러운 천마신교의 간부도 아니고, 까마득한 과거의, 마의 하늘. 천마신교의 지존.

아무리 싸가지없이 굴어도, 감히 화낼 수도 없는 상대. 그러니 힘만 빠지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

흑객이 아닌 천마였다면, 이 정도는 우습게 넘겼을 테니까.

“뭐, 너무 낙심할 필요 없어. 이길 수 없다고 해서 제어도 못 하는 건 아니니까.”

“방법이… 있습니까?”

번뜩.

간절함 때문인지, 요기(妖氣) 때문인지, 흑객의 눈이 불길하게 빛났다.

“그냥 협력자가 되면 돼. 못 이길 상대라면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는 거지.”

“손을 잡는 게… 가능할까요?”

“원하는 것을 주면.”

“……?”

흑객은 의아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그놈에게 직접 물어봐. 그게 제일 확실해.”

흑객은 곰곰이 생각했다.

천마에게 들은 대로라면, 자신을 되살린 흡혈귀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단 일격에 자신을 격살한 카르삭과, 거의 동수로 맞붙을 정도의 녀석.

그런 녀석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얘기를 나눌까요?”

“나도 모르지. 극한까지 몰리면 놈이 눈을 뜰 수도 있고.”

“음…….”

흑객은 고민을 했다.

흡혈귀라니까 피를 마셔야 할까? 아니면 거꾸로 흡혈 욕구와 싸워야 하나? 아니면 명상?

혹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싸움?

“그래도 그놈이 있어서 살아남은 거야.”

고민하는 흑객에게 천마는 씨익 웃어 보였다. 이게 그나마 가지고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내 눈엔 흡혈귀란 요괴 놈. 저랑 같은 몬스터들을 쳐 죽이는 걸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거든? 피의 굶주림처럼 말이다.”

천마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지고 먼저 문을 나섰다.

흑객에겐 정말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 * *

2학년 3반은 수업 시간 전부터, 학관생들의 대화로 시끌시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칠판 앞에 무공학 수행평가의 점수표가 공표된 것이다.

“말도 안 돼. 고작 네 명으로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거야?”

“아니, 잠깐. 이한? 그리고 소진? 돈으로 들어온 기부금 입학생들 아냐? 그놈들이 활약했다고?”

“필리아가 정령사? 진짜? 전혀 몰랐어!”

대자보처럼 붙어 있는 종이는 모두 3개의 조에 대한 활약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덕분에 대부분의 시선은 운소령조 쪽으로 몰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행평가 만점.

가장 적은 인원수로 가장 월등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특히나 네 번째 광장에서 보인 이들의 활약은 3반 학관생들에겐 감탄의 연속이었다.

필리아가 정령사였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지만, 그녀가 펼친 정령술은 교관이 평가하기로, 최소 중급 정령사의 모습이었다.

이제 겨우 2학년이 중급 정령사? 학관생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강력한 라이벌에 긴장해야 했다.

“월녀검이라고? 거기에 무당 제운종?”

“거기에 아이템… 미친. 완전 쾌검의 극이잖아?”

또한 운소령의 검술에 대한 평가는 같은 2학년의 것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을 정도로 높았으며.

심지어 소진이 사용했다는 특제 석궁과, 그로 인한 활약에는 모두가 입을 벌렸다.

“돈으로 들어온 기부금 주제에…….”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한이 엘리트 가고일을 혼자서 처리했다는 기록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길.’

그렇게 이목이 쏠린 학관생들 사이로, 서문영의 얼굴은 구겨진 종잇장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100점 만점 중 90점.

나쁜 점수는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는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그는 무력과 관계된 수행평가에 한해 대부분 만점을 받아 왔었다.

점수도 점수지만, 누군가에게 뒤쳐졌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엄청난 수모였다.

‘대체 어떻게…….’

그는 필사적으로 냉정을 유지하며, 운소령 조의 활약을 분석했다.

-헤이스트와 페더폴. 몸을 가볍게 하고 빠르게 움직여 빙결 속성의 검으로 가고일을 무력화. 핵을 찔러 처치.

‘그럴 만해…….’

글로 보기만 해도 이해가 갔다. 만약 자신이 운소령이었다면 저럴 수 있었을까?

애초에 운소령은 천무학관 2학년 전체를 통틀어, 한 손에 꼽힐 정도의 쾌검수다. 월녀검과 제운종은 그런 그녀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했다.

약점이라면, 쾌검수들이 으레 그렇듯, 빠르긴 해도 치명타를 주지 못하는 얕은 공격력.

‘무게를 보충하는 게 아니라 버렸다. 이거지.’

특히 물리 공격 내성인 가고일을 상대로는 상성이 나쁘다. 때문에 서문영은 운소령이 중검이나 둔기를 들고 공격력을 올릴 거라고 여겼는데…….

그녀의 선택은 반대였다.

제한된 역량으로 약한 부분을 보충하는 대신, 강점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약점이 있다 해도, 그 약점을 공격당할 시간을 빼앗아 버리면? 약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

‘도박 수이긴 해도 배울 만하군.’

서문영은 다음으로 필리아에게로 넘어갔다. 말수도 없고 존재감도 없던 그녀가 중급 정령사?

조금 놀랐지만, 전혀 예상 못 한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렇게 얌전한 소녀가 천무학관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보아도… 두 놈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기부금들.’

소진이 운소령의 위기를 구하고, 엘리트 가고일 하나를 파괴해 냈다는 부분에서, 그는 잠시 어이가 없어졌다.

자신도 잡지 못한 엘리트를, 저 나약한 소진이 잡았다는 조교의 기술.

평가를 직접 보니 더욱 열이 받았다.

소가백화점이 만들었다는 특제 석궁. 그걸로 벽력탄보다 몇 배나 강한 위력을 펼쳐 보이다니.

‘이건 반칙이다. 이딴 식이면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는 거잖아!’

서문영 자신도 아이템의 덕을 보았다는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원래 사람은 머리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때가 더 많은 법이었다.

특히 서문영 같은 만년 우수생이, 낙제생이나 다름없는 소진에게 ‘밀렸다’는 사실은, 화나는 걸 넘어서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안 가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이한.’

-엘리트 가고일 2체를 상대로 시간 지연. 탁월한 경공술, 혹은 감각.

-난전 중에 틈을 노려 엘리트 1체 파괴.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눈으로 보지 않으면 결코 믿어 줄 수가 없는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

“뭐. 폐관수련이라도 거쳤나 보지.”

부글거리는 서문영 옆으로 종천도가 지나가며 피식거렸다.

“폐관? 이한 그놈이 폐관은 무슨 폐관?”

“겨울방학 있었잖아?”

“방학 때? 고작 그 몇 달의 수련으로 엘리트 가고일을 잡았다고? 말이 되는 이야기야?”

“뭐… 그럼 운이 좋았나 보지.”

부글부글 끓는 이들과 달리 종천도는 느긋했다.

그는 자신의 조가 가고일 하나도 완파하지 못했지만, 과락을 면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

“이봐, 너는…….”

물론 다 그렇지는 않았다.

서문영 옆에 있던 언규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다 시선을 뒤쪽으로 옮겼다.

학관생들의 목소리가 그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해!”

“무슨 아이템을 쓴 거야?”

“석궁으로 엘리트 가고일의 머리를 날려 버린 거야?”

“정말 혼자 해치운 거지?”

한편, 운소령과 필리아, 그리고 소진과 천마에게로 다른 반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반이 다르다 보니 딱히 시기심이 없었고, 고작 4인 파티가 엘리트 가고일 공략에 성공한 것에 크게 관심을 가졌다.

어떤 무공을 썼는지. 위험한 상황에선 어떤 식으로 대처했는지 알고 싶어 한 것이다.

“내가 다 한 게 아냐. 조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

처음에는 운소령에게 몰려들었지만, 그녀는 담담히 대답했다. 조용하지만 확실히 선을 긋는 모습에, 아이들은 더는 말을 붙이지 못했다.

“숨기려고 해서 숨긴 건 아닌데…….”

그리고 필리아는 유난히 부끄러워했다.

평소 관심을 받는 걸 부담스러워했던 그녀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녀는 칭찬을 오히려 불편해 했다.

그 때문에 학생들은 만만한 쪽으로 몰려갔다.

“우. 운이 좋았어. 정말이야.”

소진은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늘 학관생들의 인정을 받고 싶긴 했다. 하지만 갑자기 떼로 몰려들어 칭찬해 대고, 이것저것 물어 대고 하니 적응이 안 되었다. 사실 그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와는 다른 이가 있었으니.

“그게 뭐 대단해서. 너희들도 하면 돼.”

쏟아지는 관심을 받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이한.

그는 적당적당히 대답하고 대답하기 곤란한 것은 넘겼다. 거기서 더 나아가 다른 학관생들에게 충고까지 했다.

“멍청한 녀석. 아니, 거기서 피하면 어떡하냐. 더 달려들어야지. 아? 대장이 서문영이었다고? 그럼 별수 없었겠다.”

꽈악.

이한의 얘길 들은 서문영이 주먹을 꾸욱 말아 쥐었다.

흑빛으로 변한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재수 없는 년.’

한편, 팔짱을 낀 채 무리와 떨어져 있던 당무련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와 방윤의 조는 수행평가 80점.

일단 우수하다는 평가는 받았지만, 다른 조에 비해 점수가 떨어졌다.

부상자를 한 명도 내지 않은 건 좋았지만, 엘리트 가고일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까닭이다.

덕분에 엘리트 3마리를 잡은 운소령과는 엄청나게 비교당하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군.”

그녀가 옆을 바라보자, 씩씩대며 밖을 나가는 이가 있었다.

반장 방윤이었다.

* * *

쿵! 쿵! 쿵!

“제길, 제기랄.”

방윤은 복도를 걸어가며 이를 갈고 있었다.

시험이 중단되는 바람에 가장 억울한 것이 그였다.

첫 시도에서 그의 파티는 엘리트를 단 한 개체도 처치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자도 없었다.

부족했던 건 아이템일 뿐.

남은 기한 내에 당무련이 사천 당문의 맹독을 추가로 가져오면 보란 듯이 처치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랬는데.

“이한, 저 녀석 때문에…….”

그는 다른 누구보다 가장 분노하고 있었다. 그것은 시기심보다도 경계에 가까웠다. 이한 때문이었다.

체육학 시간에 당한 수모. 당시 방윤은 이한이 무슨 수를 썼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다. 그만큼 일방적인 패배였다.

그 수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한 방 먹은 것이다.

“두고 보자. 내 반드시 오늘 일을… 어?”

“어이, 반장.”

그런 그 앞에 한 명의 청년이 나타났다.

“…백무룡?”

옥상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소식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보습을 보이지 않던 동급생. 방윤은 소림의 제자답게, 곧 신색을 회복하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오랜만이네. 너, 요즘 왜 수업을 안 들어와? 무슨 일 있었어?”

“아… 뭐. 이래저래. 좀 사정이 있었어.”

백무룡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방윤은 반장답게, 점잖게 충고했다.

“그래…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수업을 들어. 언젠가 모두 우리의 뼈와 살이 될 말씀들이야.”

“알지. 알아. 너 정말 여전하다.”

백무룡은 질색하는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다가 방윤이 스쳐 지나가자 툭, 던지듯이 말했다.

“걱정 마. 그놈은 내가 처리할 테니.”

“……?”

순간, 방윤의 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뒤돌아 백무룡을 바라보았다.

“처리라니. 누굴?”

“누구겠어. 갑자기 나대는 자식. 이한이지.”

백무룡의 얼굴에 시익, 악독한 웃음이 걸렸다. 방윤은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결석하기 전, 백무룡이 이한에게 ‘두들겨 맞았다’는 소문이 있었다는 것이.

“3학년 선배님께서 곧 움직이실 거야.”

“…3학년.”

“응.”

백무룡은 자신감에 찬 미소를 띠며 말했다.

“비검대 1인자께서 그놈을 찍었거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