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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리치왕의 무림을 부수다-101화 (102/310)

101화. 백중지세 (2)

“사람이 아니라 주변을, 바로 그 옆을 노리는 거야. 땅을 때리거나 얼굴 옆으로 빗나가게. 마법을 캐스팅할 때는 집중이 필요한데, 그걸 깨뜨리는 거지.”

“아!”

서문영의 말에 모두가 이마를 쳤다.

마법은 마나만 있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도의 연산과 상상력이 필요하기에, 극도로 집중해야 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초보 마법사는 갑옷도 못 입는다고 할 정도다.

몸을 무겁고 단단한 쇠가 조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집중이 깨져서 마법이 실패한다고.

“그러니까. 겁주자는 거지? 위협하는 거?”

“그래. 바로 발 앞에서 땅이 깨져 나가면, 사람인 이상 움찔할 수밖에 없을걸?”

수업 시간에도 나왔다.

마법을 쓰는 몬스터에겐 일단 화살이나 검기부터 날리라고.

캐스팅 중에 공격당하면 마법은 캔슬된다.

공격이 빗나가도 상관없다. 놀라거나 겁에 질려서, 마법사가 집중을 잃으면 마법은 실패한다.

서문영이 말한 의미를 알아들은 3반은.

“실력이야 어쨌든, 마법사는 항상 후방이었지?”

“눈앞에서 칼이 날아다니는 걸 본 적이 있을 리 없고.”

“큭큭큭. 좀 살살 해 줘야 하는 거 아냐? 너무 놀라서 오줌이라도 싸면?”

당장이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런 반 학우들을 보고 천마는 팔짱을 끼며 피식 웃어 보였다.

‘이제 좀 전술답군.’

무투반과 마법반의 대항전.

아니, 그냥 싸움 놀이.

별것 아닌 놀이라도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장점을 드러내고 약점을 감춰야 한다.

그건 마법이든 무공이든 마찬가지.

이제까지의 결과로 보면, 4반은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단봉이라는 무기의 제한에 걸리지 않고, 눈보라든 염동력이든 자신들의 전력을 투사했다.

반면 3반은 이제까지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상대가 마법사이기에, 약한 학관생에게 자칫 치명상을 입힐까 봐, 그렇게 자제하다 지나치게 자기 손을 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법 기대가 된다.

“소진? 잠깐만.”

“어? 어…….”

서문영이 소진을 불렀고,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였다.

소진의 눈이 커지더니, 다시금 서문영을 보았다.

“정말 4반이 그렇게 나올까?”

“아마도. 그러니 시도는 해 봐. 실패해도 상관없으니까.”

“…알았어.”

소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서문영은 이내 한 여인을 불렀다.

“당무련.”

“…응.”

시무룩해 있던 당무련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이제껏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이 맘에 걸린 것이다.

서문영은 그녀의 어깨도 탁탁 두들겼다.

“이번 전략에는 네 역할이 제일 중요해. 4반이 하는 걸 보고 좋은 생각이 났는데… 방윤!”

서문영은 뒤이어 소림의 방윤도 불렀다.

셋이서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서문영이 몇 마디를 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당무련의 눈에 확 하고 이채가 서렸다.

“정말? 그게 가능해?”

“방윤 생각은?”

“음… 가능해. 별로 안 어려워.”

방윤이 크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

이후, 당무련과 방윤이 몇 마디 더 주고받았다.

“자, 그럼…….”

서문영은 다른 학관생들을 불러 작전 지시를 하고, 4반을 돌아보았다.

스르르륵.

4반의 마법사들은 이미 학익진으로 쫙 퍼진 채,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서문영은 수업 시간에 들었던 한마디를 떠올렸다.

‘기다려 준 건 아닐 거야. 마법사니까.’

자신들이 계획을 짜던 와중에도, 딱히 공격하거나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던 4반.

이제 와서 친절하게 작전 짤 시간을 배려해 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마 미리 캐스팅을 해 두고, 자신들이 달려들 것에 대한 계획을 짜 놓았을 터.

‘좋아. 너희가 뭘 준비했든 이번에 결판을 내 주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서문영은 외쳤다.

“추행진 대형으로 서라!”

타타타탓!

그의 말에 살아남은 19명의 3반 학관생들은 쐐기(∧) 모양의 대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서문영이 있었다.

“준비.”

처억.

단봉을 든 학관생들.

나름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이윽고.

“돌격!”

“와아아!

“가자아아!”

서문영의 외침과 함께 3반 학관생 모두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건곤일척(乾坤一擲). 전부를 건 총공격이었다.

* * *

우두두두!

3반의 모두가 동시에 달려 들어오자, 4반 학관생들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

“온다! 준비해!”

“준비!”

하지만, 반장의 호통에 이내 냉정해졌다.

애초에 정면 돌격은 3반의 가장 위협적인 공격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미 실기시험 전부터 그에 대응할 방법을 연구했었다.

그리고 연습하던 대로만 하면, 충분히 격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삐이익!

3반 인원들이 중앙을 지났을 때쯤.

하백운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미리 캐스팅해 놓고 있었던 학관생 16명은 곧장 마법을 펼쳤다.

“스네어(Snare)!”

“스네어(Snare)!”

쫘아아악!

끈끈한 거미줄을 생성하는 마법.

일단 걸리면,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이동을 못 하게 된다. 중앙에서 달려오는 서문영을 기점으로 20미터 범위를 마법의 거미줄이 덮어 버렸다.

“윽!”

“이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자그마치 11명. 반사적으로 피해 낸 몇 명을 제외하고, 3반의 대부분이 걸렸다. 달려오는 속도가 확 줄자.

“홀드 퍼슨!”

“홀드 퍼슨!”

4반의 마법사들은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기다시피 느릿하게 걸어오던 3반은 그냥 마법의 표적이었다.

연이어진 캐스팅에 몸이 꽁꽁 묶여 버린 것이다.

“어? 이거 신기하네. 진짜 안 움직여.”

웃기는 건 그들 사이에 천마도 껴 있었다는 것.

적당히 다른 애들과 보조를 맞춰 달리다가, 4반의 광역 마법에 걸려 버린 것이다.

‘어디 한번?’

천마는 시험 삼아 내공을 실어 보았다.

찌이이익!

그러자, 미세하게 몸이 움직여졌다.

“와. 대단한데.”

끈적한 거미줄은 예상외로 질겼다.

거기에 속박 마법. 형태 없는 마법의 밧줄까지 더해지니, 효과가 중첩되어 본래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하게 몸을 묶고 있었다.

‘내가 이 정도로밖에 못 움직이면…….’

다른 애들은 그냥 포승줄에 꽁꽁 묶인 정도일 터였다. 그런데 4반의 준비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어스 몰(Earth Mall)!”

4반 반장 하백운이 한참을 캐스팅한 끝에 마법을 뿌렸다.

드드드득!

그러자, 모의전을 치르는 경기장이 통째로 흔들렸다. 정확히는 한쪽이 크게 솟구쳐 오른 것이다.

“아…….”

“안 돼!”

4반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있었다.

무투파인 3반이 총돌격을 해 오면, 마법으로 묶고 경기장 바닥에 거대한 흙더미를 생성시킨다.

그러면 엄청난 경사가 생기고, 몸이 꽁꽁 묶인 3반 애들은 데굴데굴 굴러서 경기장 밖으로 떨어져 나가게 된다.

‘필리아는 뭐 하는 거지?’

으아아아! 주르르륵.

천마는 같은 반 학관생 10명과 같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며 필리아를 찾았다.

상대가 지면 경사를 올리는 마법을 썼다면, 필리아가 정령술로 낮춰 버리면 된다.

그런데 아무런 대응을 않고 있는 것이다.

“----! ----!”

천마는 그 이유를 빠르게 확인했다.

필리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학관생들과 같이 몸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소진이 붙잡아서 굴러떨어지는 걸 막고 있다는 것.

‘오호. 이놈들 봐라?’

천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필리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입만 크게 뻐끔거리는 걸 보고 마법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마법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과 관계가 있다는 것도.

침묵(Silence).

마법사를 일격에 무력화시키는 마법이다.

최고위급 마법사가 아닌 이상, 마법은 영창(Casting)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영창은 소리를 기반으로 한다. 소리를 내지 못하면, 영창도 할 수 없다.

그리고 이건 정령사에게도 해당되었다.

필리아도 필사적으로 정령을 부리려 하지만, 침묵에 걸린 상태라 아무 명령도 내리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노리고 노린 노림수였구만. 아니, 근데 사일런스는 꽤 고위 마법 아니었나?”

천마는 말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으으윽!”

소진은 있는 힘을 다해 필리아를 지탱했다.

그는 다른 학관생들과 달리 거미줄도, 속박도 걸리지 않았다.

서문영의 예상처럼.

-소진, 4반은 아마 너를 무시할 거야. 너는 기부금 입학이니까. 마법 쓸 마나도 아깝다고.

-사, 사실이지. 하하…….

-하지만 그래서 네 역할이 중요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을 테니.

-어떤 걸 하면 돼?

-필리아를 보호해 줘.

-어……?

-4반은 반드시 필리아를 견제할 거야. 침묵 마법이라든가 그런 걸로. 틀림없어.

과연, 필리아는 시작부터 마법에 당해 침묵 상태였다. 소진은 그녀를 붙들며 생각했다.

‘고작 2학년이 사일런스를 쓸 수 있을 리가 없어.’

침묵 마법은 마법사를 무력화시키는 마법. 그렇기에 상당히 고위급이다.

아무리 하백운이 4반 최고의 마법사라도, 2학년 주제에 그걸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 ----!”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필리아를 본 소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렇다면 이 마법 하나가 남는다.

2학년 학관생이 쓸 수 있는 마법이라면. 거기서 개인이 개량한 2차 마법이라면.

‘흡음(吸音: Sound Absorption). 소리 흡수다!’

소진은 필리아를 바싹 당겨서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했다. 그러자 당황하는 필리아.

“필리아, 오해하지 마. 이건…….”

중간에 말을 하다 말고 소진의 확 얼굴이 밝아졌다. 역시나 소리를 흡수하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 ---!”

“---! ---!”

소진은 필리아의 얼굴 가까이에서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

한 손으로 퍽퍽 제 어깨를 때리기까지 했다.

그가 알기로는 분명.

소리 흡수는 실드 마법을 응용한 것.

실드가 일정 이상 대미지를 받으면 깨지듯, 소리 흡수도 그 한계를 넘기면 풀려 버릴 것이다.

흡수할 수 있는 소리에 한계가 있을 테니까.

우르르르!

“와! 딴생각하다 떨어질 뻔했네.”

경사진 경기장에서 3반 학우들이 와르르 굴러떨어졌다.

그사이 천마는 아슬아슬하게 가장 아래쪽, 경사가 기울어진 경기장 끝단에 다리를 걸쳤다.

그럼에도 곧바른 자세는 아니었다.

마치 박쥐가 벽을 붙들 듯, 평평하게 누운 상태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럼 난, 느긋하게 싸움 구경이나 할까.’

일단 몸이 안정되니, 졸지에 관전 자세로 돌아선 천마.

경사진 위쪽에서는 싸움이 한창이었다.

3반 9명. 그리고 4반 17명의 상황에,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3반 학관생들의 반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 * *

“플라이!”

“플라이!”

경기장을 크게 기울여 놓고, 4반 학관생들은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플라이(Fly). 비행 마법.

3반의 근접 공격에 맞지 않게 거리를 둔 것이다.

아무리 3반의 무예가 고강하다 해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곧 예상도 못 한 반격에 기겁했다.

“하앗!”

패애애애액!

“하앗!”

쉬이이이익!

3반의 서문영, 운소령 등 가장 강한 6명이 살아남아 내공으로 검풍과 검기를 마구잡이로 뿌려 대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아아!”

“이것들이!”

부반장 서린은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도 3반이 검풍이나 벽공장(장풍) 공격 정도는 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대응할 마법도 준비했다.

하지만 그게 검기까지 막아 낼 수 있는 마법은 아니었다.

3반이 설마하니 살수를 자신들에게 쓸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미쳤어? 우리가 다치면 저 녀석들 정학인데?’

‘설마 정학당해도 좋다는 각오인 거야?’

씨잇! 쉬이익! 패액!

날카롭고 살벌한 검기가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체계적으로 훈련이 되어 있는 4반 학관생들조차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겁을 먹었고, 그들 머리에는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어!”

“으아아아!”

결국 4반 마법생들의 집중력이 깨졌다.

플라이 마법이 캔슬되고, 허공에서 무려 6명이 쏟아져 내렸다.

툭. 투투툭. 투툭. 툭. 아악!

그렇게 떨어진 4반은 곧장 경기장 밖으로 밀려났다. 자연적으로 탈락이 된 것이다.

남은 수는 3반 9명. 그리고 4반 11명.

3반의 반격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슈우우욱!

한번 전장이 휘청거린 이후에도, 맹렬한 바람 한 줄기가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었다.

한 명.

슈우우욱!

그리고 또 한 명.

슈유유유육!

검풍에 실려 날아드는 먹 조각은, 무려 3명의 마법사들의 옷에 진한 흔적을 남겼다.

남은 수는 3반 9명. 그리고 4반 8명.

“운소령이야!”

“제길, 운소령을 막아!”

4반은 당황했다. 검풍으로 허공의 마법사들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운소령.

빙그르르! 팟!

그녀는 떨어질 만하면 계속해서 다시 솟아올랐다.

무당파의 제운종. 이래서야 대체 체공 시간이 얼마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쟤를 어떻게든……!”

“내가 처리할게. 그녀를 유인해 봐. 인비지빌리티!”

이를 가는 하백운의 아래로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플라이를 해제하고 인비지빌리티, 투명화 마법을 쓴 것이다.

‘한 명만 더…….’

팟! 팟!

운소령은 공중을 또 한 번 박찼다.

4반은 아직까지 공중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그건 운소령처럼 검풍을 쓸 수 있는 검수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플라이 마법을 쓰고 있는 이상, 동시에 다른 마법을 쓸 수가 없었다.

아무리 4반이 뛰어나다 해도 더블 캐스팅, 동시에 두 가지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하백운. 4반의 반장.’

그녀가 알기로는 단 한 명뿐이었다.

다시 말해, 하백운만 계속 견제하면 지면에서 버티는 3반 학우들은 안전할 수 있었다.

휘이이익!

“어딜!”

그 하백운이 갑자기 낮게 이동했다.

운소령은 즉각 검 끝에 기를 모았다.

어떤 준비든 하기 전에 방해부터 할 생각이었다.

패애애앵!

재빠르게 쏘아진 그녀의 검기.

하백운이 향하는 지면, 바로 그 앞을 노린 공격이었다.

치익!

“아악! 크… 맞아 버렸네.”

“…아?!”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나타났다.

그가 치켜든 손등에는 분명히, 검기가 스치며 만든 상처가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당황하는 운소령은 말을 잇지 못했다.

팟.

한순간, 눈앞에 나타난 교관이 그녀와 이경을 낚아채 버린 것이다.

그러고는 경기장 밖으로 재차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남은 수는 3반 8명. 그리고 4반 7명.

미세하게 우세한 상황에서 3반은 핵심적인 자원을 잃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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