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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리치왕의 무림을 부수다-120화 (121/310)

120화. 몬스터의 반격 (2)

흑객과 소진은 천마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곧 합류했다. 적당히 눈에 뛰는 야산이었다.

“흐흐흐. 저기 있군요. 녀석들.”

노달은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웠다.

자세히 보면, 어딘가 잔뜩 들떠 있는 모습 같았다.

“그러고 보니 말입니다만, 오신 김에 본 교의 새 거점을 보고 가심이 어떠십니까?”

“새 거점?”

“예.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만, 나름 대업을 도모할 만합니다.”

사실 그는 천마의 유지를 받은 이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갖은 고초를 겪는 가운데서도, 본 교가 이 정도로 잘 이겨 내고 있다고.

마치, 아이가 어른에게 자기가 만든 장비를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회회리(恢恢里)라는 마을은 이제 막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듯했다.

정확히는 이제 막 만들어지는 중에 있는 마을이었다.

“여기가 본 교의 비밀 분타라고?”

노달과 함께 회회리로 들어선 천마는, 화려한 전각을 보고 놀라워했다.

마을회관, 공무에 쓰이는 이장의 거처다.

민가는 아직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 기반 시설은 충실했다.

대장간과 벌목소. 우물과 빈 건물들. 사거리를 중심으로 조밀하게 구성된 시가지는 아직 빈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도로만큼은 단단하고 선명하게 다져져 있었다. 길 끝에는 농경지로 개간된 땅이 너르게 너르게 펼쳐져 있었다. 심지어 수로까지 닿아 있었으니.

“이건… 사람만 들어오면 되는 땅이네. 맙소사.”

소진이 보고 말한 감상이었다.

보통 마을이나 도시가 성립될 때는 인구가 가득 차고, 그 뒤에 땅이 없어서 허물을 벗듯 힘겹게 자라나는 법이었다.

사람은 옮기기 쉽고, 건물은 옮기기 어려우니까.

그럼에도 이 마을은, 생활에 필요한 기본 설비가 미리 갖추어져 있었다.

일자리고 농지고 다 준비되어 있었다.

소진 말처럼, 사람만 들어와서 뚝딱뚝딱 제집만 지으면, 바로 제 기능이 가능한 마을이었다.

“계획도시라고 하더군요. 서역의 도시 계획을, 중원에 맞춰 적용한 방식입니다.”

“음. 좋은데… 이게 무슨 비밀 분타야?”

천마는 의아했다.

상식적으로 비밀 분타라면 으레 기밀을 요하게 마련.

사람의 인적이 드물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터를 두고 은밀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노달은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오히려 그걸 노린 겁니다. 개방이나 하오문 같은 경우는 주변을 어지럽게 만들어, 난민이나 유민을 두르고 음산한 공간을 만들지요.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비밀 분타는, 오히려 최우선 조사 대상이 됩니다.”

“음!”

“나뭇잎을 숨기려면 숲에. 장기간 활동하긴 위해선 음지가 아닌 양지가 더 효율적입니다. 관청에 세금을 후하게 내고, 이권이 나는 곳에 보호금이라고 돈을 쥐여 주면, 지들이 알아서 도와줍니다. 일이 생기지 않게요.”

이곳은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 남이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번화가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소소하게 사람들의 왕래가 있을 것 같은 마을.

그래서 장래성이 기대되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피해 여기저기 흩어진 남이현 사람들. 그 수는 수만에 달한다.

그중 일부만 이 회회리에 들어서더라도, 마을은 급속도로 발전할 터였다.

계획도시. 일자리는 넘쳐나고, 사람만 있으면 되는 마을.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살기 좋은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대장간 옆에는 포목점, 잡화점이 서 있었고, 농지로 연결되는 쪽에는 마굿간과 목장 터가 준비되어 있다.

“크기로 보니 여기가 사천에서 본 교의 유일한 거점이겠군?”

“아닙니다. 몇 개 더 이런 곳을 가지고 있긴 하지요. 다만 이곳이 본 교로 자금을 보낼 거점 중 제일 큰 곳이지요.”

“자금?”

“예. 돈이 있어야 먹고사니까요.”

“음… 돈이라…….”

천마의 마음이 약간 불편해졌다.

그는 전생의 오랜 기간, 아니, 거의 대부분을 무공에 미쳐 있어서 교단의 사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이 있었고, 셈에 밝은 총관이라든지 총명한 군사들이 알아서 본단을 세우고, 제자들을 양성하고 규열과 체계를 잡았다.

자신은 그저 필요할 때만 나서서 일을 해결해 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고 천마신교는 망한 이 시점.

본 교의 유지를 받은 자들은 이렇게 근근히 목숨을 연명해 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노력이, 이렇게 변한 세상이, 이런 환경을 만든 현실이.

솔직히 그에겐 너무 낯설었다.

“제자님, 저 건물입니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사이 노달이 한 건물을 가리켰다.

이 주변에서 가장 큰 3층 전각이었다.

투욱. 툭.

전각 내부로 들어온 천마는 절로 가구들에 시선이 갔다.

내부는 밖에서 본 것보다 더 화려했다.

잘 정돈된 수납장과 서탁.

그리고 전신이 보이는 면경.

무엇보다 고급스런 탁자와 의자, 한쪽에는 시종들까지 서 있었다.

“대인, 오셨습니까.”

때마침 자신들을 발견한 풍채 좋은 한 중년인 하나가 다가왔다.

나름 무예를 할 줄 아는 자라는 것을 보여 주듯, 그는 허리춤에 화려한 검을 차고 있었다.

장귀산(蔣歸山).

이곳 전각의 주인이자 천마신교 비밀 분타의 분타주.

사천 지역의 자금 관리를 맡은 핵심 자원으로 상계에 인맥이 넓은 자였다. 특히 눈치가 빨라 어떤 사건이 터지면, 수습할 때 가장 일선에서 움직이는 자였다.

“여기 있네.”

노달은 통과의례처럼 그에게 배낭을 내밀었고.

“오. 역시.”

그걸 받아 드는 장귀산의 눈도 커졌다.

늘 그렇듯, 노달이 가져온 것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명색이 분타주라는 놈이 매번 이렇게 대인께만 의지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한데 이분은……?”

“귀한 분이시다.”

“……!”

중년인의 눈빛이 변했다.

노달은 천마신교의 태상장로였다.

그런 그가 이토록 공경하는 바를 보고도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면, 비밀 분타의 분타주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터.

스윽.

장귀산은 재빨리 뒤에 떨어져 있는 호위 무사를 부르더니, 먼저 언질을 줬다.

처억!

그리고 즉시 노달과 천마를 돌아보며, 절도 있는 포권과 함께 말을 이었다.

“3층으로 안내하겠습니다.”

* * *

1층이 화려하다면 3층은 매우 단출했다.

서탁 하나와 탁자 하나.

그리고 옷장과 침상을 제외하곤 그다지 값어치 보이는 건 없었다.

교탁에 올려진 화분 하나만 방의 고즈넉한 느낌을 환하게 비춰 줄 뿐이었다.

“저…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안내를 끝낸 장귀산이 내려가자, 노달은 조심스레 천마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에 들어와서부터 왠지 모르게 천마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노달.”

노달은 뭔가 중요한 말이 나오나 싶어, 평소보다 더 예의를 차렸다.

“예, 제자님.”

“돈이… 그렇게 중요한가?”

“……?”

노달은 잠시 머뭇거렸다.

어떤 의중으로 이렇게 묻는지 잠깐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이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매우 중요합니다. 어쩌면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것일지 모릅니다.”

“그 정도야?”

“예, 신도들이 생활하는 데는 늘 돈이 쓰입니다. 돈이 많이 있으면 음식과 장비, 무기를 모두 좋은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고수가 되어 몬스터를 잡기까지는 긴 세월이 걸린다.

하지만 하수라도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무기를 들면, 빠른 시간 안에 전력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돈을 불리려면, 웃기게도 또 돈이 필요합니다. 식량을 만들려면 땅을 개간하고, 농토를 늘려야 합니다. 사람이 움직여야 하고, 보수를 주어야 합니다.”

“…….”

“장비를 만드는 이. 재료를 구해 오는 이.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이. 이 모든 이들은 돈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죽은 신도들의 가족을 위한 보상금도 준비되어야 합니다.”

노달은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아 보였다.

헤아리자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양 손가락을 다 꼽을 정도였다.

천마는 그런 그를 보다가 불쑥 물었다.

“…저건, 학관이냐?”

“비슷합니다. 겉으로 보면 그냥 마을의 형태지만.”

노달이 역시, 라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짐작하셨다시피, 지금 이 땅과 건물들. 그저 본 교의 신분을 숨기는 데만 쓰기엔 아깝지요. 이곳에서 활동하는 신도들은 일을 하며, 돈을 벌며, 수련을 함께합니다.”

작은 무관(武館), 표국, 사냥꾼, 벌목꾼 등.

힘을 쓰며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 직군은 많았다.

그 속에서 교인들은 조용히 수련을 하고, 혹은 새로 들어오는 신입을 받아들여, 천천히 새 교인을 늘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회회리는, 치밀한 사전 계획 끝에 만들어졌다.

천무학관처럼, 이곳의 모두가 최정예의 인재이고 고수들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신 회회리는 마을 전체가 학관의 역할을 하며, 인재와 신도들의 싹을 틔워 내는 농토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돈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보를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 말을 듣자마자 천마는 수긍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정보를 입수하는 데는 굉장한 노력과 시간, 인력이 들어간다.

자신의 귀를 따갑게 했던 본 교의 군사 마귀선(魔鬼先).

그는 늘 금력의 힘을 강조하곤 했었다.

사람이 부족할수록, 중요한 정보일수록, 시급을 다투는 일일수록 더더욱 금력을 강조했다.

재미있게도, 자신이 천하제일고수가 되고 나서도 중원 침공을 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돈 때문이었다.

당시 무림맹에서 어마어마한 금은보화를 보내며 평화협정을 맺자고 했기 때문에.

“…….”

3층 창가로 이동한 천마가 잠시 주변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눈에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을 다 돈으로 매수했을 터.

그럼에도 마공을 익힌 본 교의 사람들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재건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리일 것이다.

왠지 모르게 흑객이나 노달이 돈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 * *

흑객이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정확히는 소진, 소가상단의 후예가 새로 지어지는 계획도시가 궁금하다고 매달린 탓이다.

“사부께서는?”

“예. 3층에 계십니다.”

전각의 문 앞에 서서 묻자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무사가 대답했다.

3층으로 향하던 흑객을 시종이 붙잡았다.

“아, 올라가시기 전에… 장 분타주께서 전할 말씀이 있으시답니다.”

“왜?”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꼭 먼저 들리라고 하셨습니다. 저기, 아이템 감별방입니다.”

“음…….”

흑객이 갸우뚱하고, 무사가 가리키는 문을 향했다. 소진은 아이템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뒤를 따랐다.

끼이이익.

“어, 왔느냐.”

긴 탁자 위의 뭔가를 내려다보던 장귀산.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뭔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 먼저 들르라고 하셔서…….”

“아, 위에서 중한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서. 먼저 내려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더라고.”

“…….”

흑객은 그 상대가 천마라는 걸 깨달았다.

뭐, 그렇다면 일단은 빠져 주는 게 맞았다.

“한데, 뭘 그리 보고 계십니까?”

돋보기 같은 물건으로 손에 든 뭔가를 살피고 있던 장귀산. 그는 보고 있던 것을 들어 올려 보였다.

“아, 이거 말인데…….”

붉은 돌. 크기가 어른 주먹만 한, 아마도 몬스터를 처치하고 얻은 것일 터.

한데 마정석인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보석 특유의 영롱한 빛이 전혀 없는 것이다.

“태상장로께서 가져오신 건데… 아무리 봐도 영문을 모르겠단 말이야. 대가리 셋 달린 와이번이 떨어뜨렸다는데.”

붉은 돌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장귀산. 그는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흑객에게 말했다.

“너도 한번 볼래?”

“예.”

흑객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고는 붉은 돌을 이리저리 매만져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아이템 맞습니까?”

“네 생각에는 어떠냐.”

“도통 모르겠습니다. 칼에 박을 마정석도 아니고, 마력구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암만 봐도 아이템이 아니라 그냥 돌인데 말이지요.”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장귀산은 팔짱을 끼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내저었다.

“뭐… 장로께서도 실수하실 때가 있지. 싸움이 한창인 곳에서 잘못 보셨던 모양이다.”

그냥 돌이다.

은은한 붉은색을 띤 것 말고는, 마력도 뭣도 없는 그냥 돌.

그는 그렇게 판단하고 미련 없이 돌을 내던졌다.

탁. 데구르르.

“저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소진이 물었다. 장귀산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흑객에게로 향했다.

본 교 사람도 아닌 자를 이곳에 데려온 것도 그렇고, 그가 천무학관 출신이라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소가상단의 이공자. 아이템에 관해선 제법 아는 아이입니다. 한번 맡겨 보시지요.”

“크음…….”

하지만, 노달의 일행이라고 하는데 어쩔 것인가.

장귀산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수락하자마자 바로 돌을 주워 든 소진.

그는 한참 미간을 찌푸린 채 돌을 이리저리 돌려 보고 툭툭 두드리더니, 바닥에 대고 스윽 긁어 보았다.

치이익!

그러자 희미하게 불꽃이 일었다. 그와 함께 따듯하게 달아오르는 붉은 돌.

“…아!”

“뭔지 알 것 같으냐?”

장귀산의 말에 소진은 두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삼음절맥의 뇌리에 남은, 소가상단의 수많은 아이템 기록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않지만?”

“음.”

소진은 천천히 돌을 들어 올려 보았다.

뜨끈뜨끈!

마나도, 마력도, 어떤 이능도 보이지 않는 붉은 돌. 그런데 돌의 열기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이게 그게 맞다면… 아마 용광로에 쓰는 걸 겁니다. 불의 온도를 올려 주는 보조 아이템일 거예요.”

“보조 아이템?”

그 말에 장귀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고 크게 실망한 듯 혀를 찼다.

“에잉. 아이템이긴 한데 별거 아니구만. 난 또 뭐라고…….”

“별거 아니긴요.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이게 만약 용광로에 쓰이는 마법 돌, 룬스톤이라면… 대략 이 아이템의 가치는…….”

소진의 표정이 어느덧 진지해졌다. 소가상단의 이공자. 소가백화점의 책임자로서.

“여기 일대의 건물을 모두 사고도 남을 겁니다.”

“……!”

그는 단언했다.

* * *

‘그러고 보니 나도 참 교단에 신경 쓰지 않았구나.’

천마는 모처럼 감상에 빠져 있었다.

수련에 빠져 산 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른다.

수하들을 이끌고 교단의 최고가 되었을 때는, 밑에 사람들이 알아서 해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관심을 두지 않았을 때부터, 그사이 교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지 않았는가.

어쩌면 무공에만 집착한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달리 너무나 바뀐 이 세상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재 양성부터가 시작이 아니겠는가.

“한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조용히 둘만이 있는 공간에 들어선 노달이 물었다.

밑도 끝도 없는 질문 같았지만, 그 대상은 명확했다.

두 사람은 쿠아토와 오크로드, 그리고 오거들이 이동하는 것을 보았으니까.

“아무래도 쿠아토, 그놈 잡아야겠다.”

“예?!”

노달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네 마실 가자는 투로 할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상대가 허투루 말할 사람이 아니기에 그냥 듣고 넘길 수도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상대해 보지 않았지만, 그놈의 수준은 기껏해야 나와 동수일 터.”

천마는 그의 능력을 그리 감지했다.

상대의 권능이 뭔지는 모르나, 어떤 변수가 있어도 그 정도 수준.

“주변의 수하들이 있다면 패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이다. 나에게도 나름 하나의 무기가 있다. 그 녀석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그 녀석쯤은 쉽게 제압할 수 있지.”

“예? 무슨…….”

“그게 말이지. 정령과 비슷한 놈인데… 이름이…….”

다그닥 다그닥.

갑자기 계단에서 다급한 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한 사내가 그들 앞에 부복했다.

“급보입니다! 급보! 허억…….”

“무슨 일이냐?”

그는 터져 나오는 거친 호흡을 내쉰 뒤,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홍매학관에… 홍매학관에… 몬스터가 침입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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