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 리치왕의 무림을 부수다-124화 (125/310)

124화. 오크로드의 권능 (2)

크와아아! 캬우우욱!

홍매학관에 침입한 쿠아토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진격했다.

콰드득! 와지지직!

그는 제일 먼저 별당 내에 있는 어느 수업관을 쳐들어가 부쉈다.

마침 마법학 수업을 끝내고,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고 있던 학생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우아악!”

“저게 뭐야!”

3, 4학년 학생들은 반사적으로 마법을 쏘아 냈다.

쏴아아악! 화르르륵!

하지만 네임드 몬스터를 상대로 급하게 쏘아 낸 저위급 마법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

쿠아토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파이어 볼이고 아이스 볼트고 간에, 그의 피부 저항력도 뚫지 못하는 산들바람 수준이었다.

크아아아! 와드득! 우직!

어설픈 반항을 하는 핏덩이들을, 쿠아토는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다음으로 학관의 기숙사를 덮쳤다.

쿠드드등! 콰드드등!

이번에는 더 쉬웠다.

수련과 공부로 곯아떨어져 있던 학생들은 난데없이 건물이 무너지자 기겁해서 뛰쳐나왔고, 그렇게 우수수 튀어나오자마자 쿠아토와 그의 호위 오거들에게 목숨을 헌납했다.

쿠오오오!

다음으로 그는 학관 내에서 가장 두 번째로 큰 건물, 홍매학관의 별당으로 향했다.

우지직! 콰드득!

거칠 것 없이 그저 파괴와 살육으로 뚫고 나가는 길.

학관의 귀중한 연구시설이나 도서 및 기록물이 보관된 주요 건물들을 폐허와 잿더미로 만들며, 그는 사방으로 피와 죽음, 그리고 노성과 포효를 뿜어 댔다.

다들 나를 보라고, 이곳으로 와서 나를 상대하라고.

“이노오오옴!”

치이이잉!

그리고 그러기를 한참, 겨우 좀 상대할 만한 반격이 날아들었다.

홍매학관의 교관들이 요격에 나선 것이다.

“클클클.”

카드득! 빠드드득! 쿵!

검기와 중위급 마법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몇몇은 석궁으로 벽력탄 같은 물리적인 폭발을 일으키는 공격을 해 왔다.

하나, 그 정도의 공격으로 쿠아토에겐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타아앗!”

체육학과, 아니면 무공학과일까,

검에서 선명한 푸른빛을 뿜어대며 교관 세 명이 달려들었다.

부우웅! 휘익!

하지만 쿠아토는 그 덩치가 무색하게 날렵하게 움직였다. 하나는 발로 걷어차 밀어내고, 하나는 피한 다음, 가장 가까이 있던 교두를 붙잡아.

“끄…….”

우드득!

한 방에 목을 꺾었다.

일순간에 명을 달리한 불운한 교두는 쿠아토의 거대한 아가리에 씹혀 버렸다.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제기랄! 어디서 이런 괴물이!”

탁! 탁! 타닥!

교두 하나가 손을 떨며 급하게 수인을 맺었다.

바우우웅!

마법과 주술이 결합된 이능. 고대언어학과 요의림(姚義臨) 교두는 태초의 술법을 써서 쿠아토를 가리켰다.

“쇠약해질지어니!”

스읏-.

느리게, 천천히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이형의 힘.

그게 잔잔한 물결처럼 몰려가는 것을 보며 그는 미소를 지었고.

크우우우우---.

“……?!”

그리고 그 이형의 힘을 거대한 아가리가 ‘들이마셔’ 버리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뭐야…….”

방금 그가 쓴 것은 고대 언어에서 파생된 태고의 술법.

후대의 마법이나 주술에 비해 세련되지도 못하고 파괴력도 약하지만, 대신에 무조건 먹히는 술법이다.

상대의 저항력을 깎고, 기력을 소모시키는 전방위적인 디버프.

맞기만 하면 무조건 적용되는 건데, 이 괴물은 그 힘을 피하기는커녕 흡수해 버린 것이다.

“설마……?!”

뒤이어 뒷머리에서 맹렬하게 경종이 울렸다.

이제껏 실제로 겪은 적은 없지만 저런 이능을 가진 몬스터, 기록상에서지만 분명히 본 적 있었다.

다행히 패퇴시키기는 했지만, 무려 화경의 고수 셋과 대마법사 둘의 공격에 대응하다 표표히 사라졌다는 네임드 몬스터.

“포. 폭식?”

와드드득! 와드드득! 우지지직!

기왕 정체가 드러난 김에 더 거칠 것이 없다고 여긴 것인가, 놈의 패악질이 더욱 사나워졌다.

“으아악!”

“아악!”

잠깐 사이에 열 명의 학관생과 교관 둘.

그리고 교두 하나가 저 녀석에게 잡아먹혔다.

쉬이이익! 파아아앗!

수많은 교관이 나서 마법을 뿌려 댔지만, 모두 허사였다.

어떻게 된 건지 검기 따윈 통하지 않았고, 일부는 분명 몸에 맞혔지만, 자연스럽게 소멸되기까지 했다.

“그… 그만하시오! 저놈… 기록에서 등장하는 폭식이외다!”

크르르르르!

검기를 한참이나 얻어맞은 듯 보였으나, 실제적으론 기공을 흡수한 쿠아토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검기 발출이나 투사 마법은 효과가 없습니다! 직접 타격하거나! 아니면 놈의 흡수력을 넘기는! 검강급 위력의 마법을 써야 해요!”

폭식. 말 그대로 마구잡이로 먹어 치운다는 뜻.

그 이름에 어울리게 쿠아토는 상대의 약한 공격을 맞으면 오히려 힘이 늘어나고 더 강해지는 놈이었다.

“뭐. 뭐라고?”

“미친! 말도 안 되는!”

요의림의 말에 다른 교관 교두들은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이제껏 죽어라고 전력을 다해 왔지만, 왜 놈이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유를 알았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는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욱 나빠졌다.

-카아아아아압!

건물 하나를 무너뜨리고, 일부는 삼켜 버린 쿠아토가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교관들을 향했다.

이제껏 장난치듯, 느긋하게 대응했던 그의 행동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슈오오오오----!

교관들이 처음 느낀 것은 맹렬한 바람이었다.

쿠아토의 아가리. 사람 서넛은 우습게 삼킬 거대한 입이 주변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폭식이 공기를 마구잡이로 먹어 치웠다.

“우와앗!”

“으헉!”

공기가 사라지자 급작스런 진공이 생겨났다.

그리고 진공을 채우려 드는 공기의 이동. 곧 맹렬한 바람이 일어났다.

체육학과 교두들은 반사적으로 천근추를 발휘해 몸을 멈췄다.

마법학과 교두들도 가진바 온 힘을 쥐어짜 땅에 몸을 박거나, 아니면 다른 교두들에게 매달렸다.

-쿠우우우우웁!

하지만 바람은 점점 더 강하게 몰아쳤다.

이제는 숫제 태풍이 몰아닥치는 지경이었다. 입은 옷이 찢어질 듯 나부끼고, 펄럭거리는 소리는 천둥이 치는 듯했다.

“으윽!”

“크윽!”

교관들은 이제 싸움이 아니라 몸의 고정에만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고도 모자랐다.

지이익. 지이이익.

하나둘. 맹렬한 바람에 밀려, 쿠아토에게 질질 끌려가는 교두들.

이쯤 되면 이건 일반적인 바람이 아니었다.

그보다 좀 더 근원적인 무엇. 절망적인 자연재해를 닮아 있었다.

‘완전 흡수……?’

고대언어학과 요의림 교두의 얼굴에는 경악이 드리워져 있었다.

폭식의 쿠아토.

오크로드 아락취의 오른팔이자, 위험 등급 14급의 네임드 몬스터. 기록상에 그놈은, ‘조우 시 즉각 대피 권고’가 기재되어 있었다.

문헌으로 읽을 때는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 놈인가 싶었는데, 직접 마주쳐 보니 이건 14등급이 오히려 박한 감이 있었다.

이놈은 상대해선 안 된다.

화경의 극에 올랐거나, 현경급의 초인이 아닌 이상, 만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하는 존재였다.

쿠아아아아앙!

거대하게 벌어진 채로, 공기고 돌이고 바닥을 구르던 불운한 시신들까지 죄다 삼켜 버리는 아가리.

저 흡입력에는 저항할 수 없다.

저놈은 약점이 없다. 대개의 몬스터들에겐 피하고 싶은 부위나 약점이 있기 마련.

하지만 저놈은 아가리로만 먹는 게 아니다. 그 존재 자체가 모든 걸 먹어 치우는 놈이었다.

일정 이하의 공격력이나 파괴력은, 피부에 흐르고 있는 폭식의 권능으로 먹어 버린다.

검기든 마법이든 쏘아 봤자 저놈의 활력만 더해 줄 뿐이었다.

말 그대로 무적. 무적에 가까운 권능. 그리고 최악인 것은, 공격하지 않아도 천천히 힘을 빼앗아 간다는 것.

지직. 지지직.

땅을 붙잡은 자신의 팔에서 힘이 빠진다.

아마도 저놈, 폭식이 일으켜 흡입하는 바람이 요의림 교두의 내력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것일 터.

“으으으… 으아아악!”

찌이이익!

옷자락이 찢겨 나갔다.

요의림의 몸이 떠올랐다.

내력이 바닥나 천근추를 쓸 수 없게 되자 더 이상 미친 듯한 광풍을 버텨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으아아아!”

“아… 안 돼!”

그리고 그건 요의림만 당하고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무공학과나 체육학과 등 기본적으로 내공이 심후한 무인들이 아닌, 마법학과나 던전학과에 속한 전투 전문이 아닌 교관, 교두들이 전부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다른 교두를, 혹은 땅을 붙잡은 손이, 천천히 힘을 잃어 쿠아토의 아가리로 딸려 들어가려던 순간.

피잇!

눈부신 광망(光芒) 두 줄기가 허공을 갈랐다.

“……!”

쿠아토는 즉각 반응했다. 놈은 즉각 아가리를 닫고, 날아드는 빛줄기를 피해 뒤로 도약했다.

콰드득! 쏴아아악!

대지가 깊게 파이며 흉악한 상처를 드러냈다.

평생 무도에 정진한 이들 중 극소수만 손에 넣을 수 있는 파괴의 권능. 검강이었다.

크르르르…….

쿠아토가 비로소 긴장하며 뒤로 물러섰다.

아무리 폭식의 권능을 지닌 놈이라 해도, 이것만큼은 먹지 못한다.

강기는 소화해서 흡수할 수 있는 경계를 넘어선 힘이니까.

앉은 자리에서 소 한 마리를 먹어 치울 수 있는 거한도, 한 뼘 칼날을 삼키면 내장이 찢어져 죽고 마는 것과 같았다.

쉬익! 피이잇!

검강. 그리고 이번에는 도강이 날아들었다.

쿠아토는 역시 재빠르게 몸을 피했다. 하지만.

파----지지지직!

“…끄!”

놈이 몸을 피한 그 자리에서 새하얀 뇌전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일렉트로닉 트랩(Eletronic Trap). 자그마치 7서클에 해당하는 전격 마법.

함부로 이동할 수 없고, 공격 범위도 제한되어 있지만, 그렇기에 단일 공격 마법으로는 최고라 할 화력을 지닌 마법을 정통으로 처맞은 것이다.

쩌저저저저쩍!

“끄으으으윽!”

쿠아토가 처음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아무리 폭식의 권능을 지녔다 해도, 놈이 먹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하나는 검강, 도강 같은 강기.

즉, 소화하기 전에 몸이 먼저 찢겨지는 초고밀도의 에너지 공격. 그리고 또 하나는, 그의 소화력을 넘어서는 강력한 마법이나 이능이었다.

지지지직! 지지지직!

꿈틀꿈틀!

7서클짜리 전격 마법은 그 위력도 위력이지만, 격중당하게 되면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이것만은 아무리 쿠아토라 해도 방어하기 힘들었다.

권능을 가졌든 어쩌든, 몬스터든 뭐든, 놈 역시 일단은 생물이고, 혈육으로 이루어진 몸이니까.

쫘아아아아-.

“크륵!”

그랬기에 다음 공격, 강맹한 도강과 검강이 연거푸 쏟아질 때는 그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

몸이 강력한 전격에 마비되어 피하기가 힘들어지자, 쿠아토는 입을 벌렸다.

쿠와아악! 까드드득!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일고, 놈의 모습이 사라졌다.

“…뭣?!”

콰콰콰쾅! 콰콰콰콰앙!

뒤이어 오직 파괴만을 위한 힘, 도강과 검강이 쿠아토가 있던 자리를 날려 버렸다.

대지에 흉악한 상처를 남기는 공격이었지만, 그 자리에 이미 쿠아토는 없었다.

“…땅을 먹어 치워서 내빼다니.”

놈은 일순간 수 미터의 지하로 파고들어, 공격을 피한 것이다.

어이없어하는 제운비와 뇌천벽. 그리고 천극태의 시야에, 저 멀리 드드득, 땅이 진동하며 솟구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쿠와아앙. 퍼엉!

“클클클클.”

땅속에 거대한 굴을 파 버린 쿠아토가 전신에서 피를 흘리며 웃고 있었다. 제법 위험한 처지에 처했으면서도 놈이 왜 저렇게 웃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좋아, 이걸로 마나트는 자유로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쿠아토는 천천히 별채와 별당, 본관에서 멀어지며, 마나트가 활동할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