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결과물 (2)
똑똑.
제운비는 의료실의 문을 두드렸다.
평소와 달리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드르륵.
“들어오시죠.”
“…실례하겠소.”
지민 교두가 문을 열고 맞이했고, 제운비는 의료실로 들어섰다.
쉬이익- 쉬이이익-.
병상에는 체구가 건장한, 하지만 핏기가 하나도 없는, 이제 곧 죽을 것 같은 모습의 천극태가 누워 있었다.
덜덜덜덜… 찌익.
천극태는 제운비를 조우하자마자, 손을 들어 코와 입을 가리는 두건을 찢어 냈다.
“지민 교두, 그걸.”
그러고는 당장이라도 꺼져 갈 듯 가느다란 소리로 말했다.
“꼭 이래야겠어요? 당신 아직…….”
“어차피 가망 없어. 알잖아.”
뭔가 말리려던 지민 교두는, 천극태의 오른쪽.
쿠아토가 먹어 치운, 팔에서 가슴까지의 공백을 보고는 더는 말하지 못했다.
확실히 이 정도의 상처를 입은 무사에게 재기는 불가능했다.
“마음대로 해요. 그럼.”
달칵. 주르륵.
그녀는 노란 약병을 들어 천극태의 입에 붓고, 머리 옆의 몇 군데 혈을 쿡쿡 눌렀다.
“저기…….”
보고 있던 제운비가 멈칫했다. 지금 지민 교두, 그녀가 지금 찌른 혈자리는.
하나같이 치명적인 사혈이었던 것이다.
“후우… 좀 살겠군.”
기이하게도, 사혈을 여러 겹으로 짚힌 천극태는, 거꾸로 안색에 핏기가 돌아왔다.
“1각 남았어요. 잘 가요, 천 교두. 그동안…….”
말을 차마 잇지 않고, 지민 교두는 정중하게 고개 숙이고 병실을 나갔다.
눈가에는 눈물이, 목에는 울음기가 가득한 채로.
드르륵. 탁.
“…….”
제운비는 둘이 남게 된 상황에서 잠시 침묵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없었던 탓이다.
분명 중태에 빠진 홍매학관 교두 천극태가 급히 자신을 불렀다고 해서 왔는데.
“내게 무슨 할 말이 있소. 천교두?”
“하, 할 말이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 아닌가.”
물었더니 천극태가 비죽 웃으며 왼팔로 더듬더듬, 침상에 손을 넣었다.
그러다가 꺼낸 것은 담뱃잎이 가득 찬 파이프였다.
꾸욱. 칙! 칙!
입에 문 파이프에 서툴게 불을 붙이는 천극태.
제운비는 환자가 병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어차피. 1각도 남지 않은 생명이기에.
“평소부터 우리 학관에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으시던 모양이던데.”
쓰읍. 후우.
발그레하게, 혈색이 좋아진 천극태가 진하게 담배를 한 모금 마시고 뱉었다.
“계집애처럼 뒤에서 입이나 털지 말고. 이참에 말씀하시오. 대체 뭐가 문제요? 검왕, 제운비?”
“…….”
제운비의 입술이 꾸욱 다물렸다.
“나는 보다시피 이제 곧 죽을 몸이오. 당신이 홍매학관에 무슨 악감정이 있든, 어디다 말도 못 한단 말이지. 자, 그러니 말해 보시오. 사내답게. 무인답게.”
“…….”
“설마하니 이제 곧 죽을 놈이 겁나시오? 아니면, 내가 죽은 다음에 눈도 못 감게 하실 생각이요?”
천극태의 물음은 집요했다.
제운비는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홍매학관의 전신은 화산파로 알고 있소만.”
“맞소.”
천극태가 대답했다.
“그 화산파의 송문고검을, 귀 학관은 시중에다 염가로 팔고 있지. 내가 상관할 처지는 아니지만, 명문의 가르침을 받은 입장이라, 솔직히 기분이 복잡하오.”
“그러신가.”
“얼마 전에 들은 거지만, 홍매학관은 송문고검을 넘어서 이젠 매화검까지 판매하려 한다고 들었소. 사실이오?”
“…….”
천극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부정하지 못했다.
제운비는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요. 내가 홍매학관에게 화가 나는 것이. 나 역시 검을 배우면서 화산의 매화검을 익혔소. 아니, 사실 내 주 된 검술이 매화검이라 해도 무방하지.”
매화 24검.
검으로 펼칠 수 있는 극한의 기예 중 하나.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고고한 기상을 담은, 화산의 검술이자 옛 화산파의 정신 그 자체였다.
검왕 제운비가 처음 배운 검이 바로 매화 24검이었고, 말년에 화경에 이르게 된 계기 또한 매화검이었다.
스승의 스승이 옛 매화검수라, 제운비는 사라진 화산파에 대해 큰 감사함과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화산파의 후예인 홍매학관이.
화산파의 마지막 자부심이라 할 수 있는 매화검까지 시중에다 팔아 버린다고 들었다.
그것도 질 낮은 모조품으로.
“화산파가 세운 학관의 정신이 뭐요? 눈 속에서 피어나는 매화! 이제 와서는 다들 잊어버린 군자의 도! 그걸 돈에 팔면서 어찌 감히 화산의 후예라고 말하는 거요!”
제운비의 얼굴이 붉게 상기 되었다.
그는 따지고 보면 화산파의 직전제자도 아니었다. 속가의 속가라 할 수 있는 처지였다.
그런데 막연히 동경하는 화산파, 그 후예라고 하는 자들이 옛 선조들의 유산을 더럽히고 팔아 버리는 것을 보았다.
검에 일생을 건 검사라면, 특히 화산 같은 명문의 몰락을 안타까이 여긴 사람이라면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천극태의 표정은 담담했다.
뭐 그게 화가 날 일이냐는 그런 감정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었다.
“…돈 걱정 해 본 적 없는 귀한 집 도련님다우시군.”
“무어라?”
제운비는 벌컥 했다.
이내 천극태는 분노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돈, 돈. 그놈의 돈 때문에 홍매학관은 학과장, 옛 화산 장문인의 혈육을 잃은 적 있소. 제 교두, 당신이 그런 심정을 아시오?”
“……?!”
제운비는 멈칫했다. 한편, 천극태는 잔뜩 감정이 격앙되었다.
“입바른 소리만 하던 녀석들은 정작 혜택이란 혜택은 다 받으면서 명예를 외치지. 누군들 그걸 모를 것 같소? 그런데 현실은 학관이 파산까지 몰리는 현실을 본 적도, 맞닥뜨린 적도 없지. 당신이 뭘 알아! 스승님 끼니 걱정 한 번 해 본 적 없는 귀한 집 자식이 뭘 아냐고!”
“……..”
“홍매학관은… 아니, 화산파는 학관 연합에 찬동했소. 모든 걸… 모든 걸 바쳤지.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 거요.”
대격변의 날 이후.
리그웨더는 학관 연합이라는 제도를 제창했다.
몬스터라는 인류 공통의 적에 대항하기 위해, 정파 사파 가리지 않고 중원의 모든 무림인이 서로의 힘을 모으자고.
크나큰 대의였기에, 명문 정파는 이 일에 앞장섰다.
수많은 비전 절기와 무예가 모였다. 은거 고수들이 은둔 생활을 깨고 나와 무예를 절차탁마하고, 후인 양성에 애썼다.
화산파는 그중에서도 특히나 열의를 보였다.
그들은 오래도록 비전으로 전수되던 상승의 무공을 풀어 냈다.
그리고 쫄딱 망했다.
“돈을 쫓지 않고 가르치는 일에 성심성의를 다하면, 제자들이 어찌 보답하는지 아시오?”
천극태는 어느새 눈이 붉어져 있었다.
“떠난다고! 더 큰 물을! 더 좋은 자리를 찾아서 떠나 버린다고! 스승께 대한 보답? 염병! 그런 건 진작에 죽었지! 굶어서!”
“…….”
“그래서 판 거야. 처음에는 토지. 다음에는 도관. 문파 대대로 내려오던 값진 것들 말이지. 하나하나 팔아서 생활에 보탰어. 교관들 조교들 급여를 준 거지.”
교육생이 없으면, 학관은 한산해진다. 제자가 없으면 스승은 일을 쉬게 된다.
홍매학관의 교두들은 그렇게 비게 된 시간을 오로지 수련과 연구에 바쳤다.
그것은 무인으로서 바른 행동이었지만, 치명적인 실수였다.
아무리 고매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사람은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였으니까.
스윽.
제운비는 그의 계속된 말에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 천극태가 하는 말은, 그로서는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일찍부터 재능이 뛰어나 항상 승승장구했던 검왕은, 가난이 그토록 무서울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원망하지는 않아. 그래, 가난으로 쓰러진 홍매학관이 아니라 다른 데서라도 잘되면 좋지. 끼니 걱정 안 하고, 좋은 옷 입고. 제자들도 가르치고. 근데 그렇게 살 만한 곳이 어딘지 아나? 바로 너희 천무학관이야! 검왕 제운비 당신의 스승님들! 원래 홍매학관의! 우리 사부님들이었던 분들!”
콜록콜록! 커헉!
천극태가 말 끝에 고통스런 기침을 터뜨렸다.
하얀 병상에 시뻘겋게 번지는 피.
당장이라도 사람이 죽을 만한 출혈량이었다.
“…….”
하지만 시체에 가깝기는 천극태보다 제운비가 더했다. 그는 온몸이 굳어서 꼼짝도 못 했다.
“군자의 도를 돈에 팔아넘겼으니 자격이 없다고? 거 맞는 말씀이군. 반박을 못 하겠어. 그럼 어디 검왕, 당신이 한번 해 보시지. 말리지 않아.”
“…….”
“홍매학관으로 오시라고. 돈만 찾는 장사치들로 변한 놈들 몰아내고, 사리사욕 챙기는 놈들 엄벌에 처하고, 옛 홍매학관, 그 이전의 화산파의 기상을 세워 보시라고. 본인이 직접.”
“…….”
말로 사람을 잡는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이제껏 홍매학관이 자격 없다고, 경멸하고 냉소 지었던 감정이 고스란히 스스로에게 돌아온 것이다.
“이제 내 자리가 비었잖소. 당신이 홍매에 온다면, 학관전체를 마음대로 주물러도 막을 사람은 없을 거요. 아, 참고로 급여는 기대하지 마시오. 식비만 고작 나오는 정도… 거든?”
후우우.
담배 연기가 뿜어졌다. 냉소 짓는 천극태의 웃음은 칼날 같았다.
제운비는 그런 그를 한참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천 교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에 뒤늦게 깨달았다.
“천극태 교두!”
노려보고 있는 천극태가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음을.
* * *
룬스톤.
보석에 마력이 깃든 마정석처럼, 돌이나 광물에 룬의 힘이 깃든 것을 일컫는다.
룬은 고대의 마법. 이미 잊혀 버린 옛 신들의 잔재로, 그 자체가 작은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한때 알려졌다’.
“룬스톤 따위가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여기서 ‘한때 알려졌다’라고 과거형이 되는 까닭은, 룬스톤의 힘을 연구하고 분석한 지 백여 년이 지나는 가운데, 쓸 만한 것이라곤 거의 없다고 판정이 났기 때문이다.
“그게, 놀랍게도 쓸모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곳, 용광로의 안에 들어섰을 때는요.”
노달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자, 장귀산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태상장로께서도 아시다시피, 좋은 무기는 좋은 철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좋은 철이 나오려면, 뜨거운 열기가 필요합니다. 돌도 쇠도 녹일 뜨거운 열기가 말이지요.”
그는 숨 막힐 듯 뜨거운 열기가 뿜어지는 용광로를 가리켰다.
“철광석은 돌 속에 철이 들어 있는 광석입니다. 그래서 순수한 철을 뽑아내려면, 돌을 녹여 버릴 만한 열이 필요하지요.”
“토법 고로 말이로군. 하나 그런 조잡한 고로에서 나오는 철이라면, 속된 말로 똥철이 아닌가?”
노달이 반문했다.
철광석을 녹여서 오래 두면, 돌이 녹은 것은 가벼워서 위로 떠오르고, 순수한 철은 무거워서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달아오른 솥을 기울여, 벌건 돌 물을 따라 내고 나면, 아래에는 무거운 쇳물만 남는다.
철이다.
하나 이렇게 얻은 철은, 불순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쓰기가 힘들다.
물렁물렁해서 때리면 푹푹 패는 연철보다 못한, 손에 쥐고 힘 조금만 줘도 뚝뚝 부러지는, 엉망진창인 잡철. 병기로는 엄두도 못 내고, 농기구로도 쓸모가 없었다.
“맞습니다. 그래서 그리 모은 잡철을 깨뜨려서, 다시 석탄을 섞어 녹이지요.”
장귀산이 시커먼 돌 더미로 가득한 솥을 가리켰다.
목탄, 흑탄, 녹탄, 갈탄 등등의 여러 가지 석탄들을, 돌 기운을 빼고 남은 철괴를, 잘게 부숴서 섞어 다시 불을 지핀다.
하지만 쇠를 녹이는 열기는 쉽게 만들기 힘들기에 대장장이들은 똥철이라 불리는 잡철에, 석탄과 석회를 일정 비율 섞고 통째로 불로 구워 버렸다.
“사실 철은 말입니다. 의외로 흔한 광물입니다. 순도가 얼마나 높은지가 문제일 뿐, 일단 철광석을 구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순도가 낮은 철광석은, 한 솥 가득 부어 넣어서 녹여 봐야 똥철 한 바가지 정도 나온다는 데 있다.
똥철은 정제하느라 여러 번 불을 지피고, 매번 새 솥을 만들어야 한다. 돈도 시간도 손도 엄청 드는 작업이다.
그래서 대장장이들은 질 좋은 철광석에 목말라 하는 것이다.
철의 질이 좋을수록, 들어가는 품이 다르기에.
“그래서? 그 룬스턴인가 뭔가가 어쨌다는 건가?”
노달이 슬그머니 천마의 눈치를 보며 말을 돌렸다.
이제껏 장귀산이 한 말은, 사실 노달도 아주 잘 아는 이야기였다. 모를 수가 없었다. 한때 맡았던 일이니까.
그런데도 일일이 장귀산의 말을 받아 준 것은, 옆에 있는 천마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핫! 그게 말입니다… 태상장로께서 주워 오신 그 붉은 돌이, 석탄이 할 일을 대신해 준답니다.”
“…뭐라고?”
“믿어지지 않으시지요? 그런데 그게 정말로 일어났습니다! 계속해서 열기를 뿜어내는 돌. 끝 없이 끝 없이 계속 열을 뿜는 돌! 그게 이번에 태상장로께서 수확해 오신 보물입니다.”
장귀산이 눈을 번쩍이며 신이 나서 용광로 한쪽을 가리켰다.
치이이익! 콰아아악!
벌겋게 녹아내린 쇳물이, 고랑을 타고 흐르며 불꽃을 마구 튀겨 댔다. 얼룩이 거의지지 않은 것이,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품질의 철인 듯했다.
“상상이 가십니까? 똥철 무더기에 저 룬스톤을 함께 넣어 두고 사흘이고 나흘이고 시간만 충분히 주면, 선철을 뛰어넘어 제대로 된 철이 나온단 말입니다! 값비싼 석탄을 쓰지 않고도! 룬스톤이 계속해서 열을 뿜어내니까! 단번에 강한 화력을 내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끊임없이! 무한정으로 열이 계속 쌓이니까!”
“……!!!”
노달의 입이 쩌억 벌어졌다. 장귀산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들었기에, 그의 놀람은 경악 수준이었다.
“내, 내가 대체 뭘 주워 온 겐가……?”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더듬더듬 손을 떨며 장귀산에게 물었다. 장귀산이 박장대소하며 되물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대체 어디서 이런 보물을 주워 오셨습니까!”
“어… 열을 내는 돌이 그렇게 중요해?”
이제껏 옆에서 듣고 있던 천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게 중요합니다. 철물을 다뤄 본 사람이라면, 용광로의 불이 꺼지는 게 어떤 사태인지 모를 수가 없습니다.”
장귀산이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철을 녹이는 작업은 험하고 오래 걸리는 일이다. 불을 거세게 피우고 열심히 풀무질을 해도 광석이 녹을 정도의 열기가 모이려면 짧아도 일주일, 길면 보름까지 간다.
그리고 그렇게 열을 올리는 동안 엄청난 양의 땔감과 연료가 소모된다. 더군다나 위험하다.
자칫 달아오른 솥이 고열로 인해 깨어지거나, 쇳물이 잘못 흐르거나 하면 반드시 인명 피해가 난다. 그렇게 사고가 나면 시기를 놓치고, 당연히 쇳물은 열기를 잃게 된다.
한 번 열기를 잃은 쇳물은, 그냥 돌과 쇠가 뭉친 쓰레기가 된다. 다시 녹이기도 불가능하고, 일일이 때려 부수자니 철광석보다 품이 더 많이 들어간다.
한마디로 가치 없는 물건. 그냥 버려야 한다. 막대한 양의 석탄과 땔감을 먹어 치우고, 귀한 주물 솥까지 못 쓰게 만드는.
작은 철장 하나를 하루아침에 망하게 만드는 사태가 바로 용광로의 불이 꺼지는 것이다.
“…아하.”
천마는 시시콜콜한 설명을 다 듣고 나서야 알아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그의 인생에 철을 전문적으로 다룰 일이 어디 있었던가?
어지간하면 수하들에게 명령해서 병기를 만들어라, 명령만 내렸고 그나마 풀무에 가장 가까이 가 본 일도 강호를 돌아다니다 대장간에 잠깐 들러 본 정도이니.
“태상장로님… 이제 시간만 있으면 본 교는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장귀산은 이제 아예 부들부들 떨면서 환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달 역시 그러했다.
천마 혼자 여전히 그게 그리 중요한가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