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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리치왕의 무림을 부수다-228화 (229/310)

228화. 게이트 (6)

피익! 휘르르르!

허공에 너댓 줄기의 하얀 선이 이어졌다. 투석(投石)하듯 내던져진 주먹 크기의 하얀 구.

키륵?

특별한 이상함이 없기에, 몬스터들의 반응은 느렸다.

애초에 어둠나무 주변은 셀 수도 없이 많은 비행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아무 기운 없이 날아드는 돌쯤은…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된통 당했다.

꽈아아앙! 콰르르릉!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허연 가루가 튀었다.

후트득. 치이이익!

그리고 그 가루는 곧 연기를 피워 올리는 불꽃이 되었고.

키이이익! 무오오옥!

난데없는 불벼락에 웬딩고, 신장 5미터짜리 사슴 머리 괴물들은 괴이한 기성을 질렀다. 전신에 성에가 버적버적 낀 채로.

휙! 휙! 휙!

뒤이어 2격, 3격이 날아왔다. 얼핏 보기엔 하얀 자갈 같은 둥근 구.

피익! 화아아악!

하지만 당연히 그건 자갈이 아니었다. 소가상단의 신제품, 백린벽력탄이었다.

휘르르륵!

겉 표면에 발린 백린이, 주변의 공기와 닿으며 불이 붙었다. 던져지는 속도가 빠를수록, 공기와의 마찰이 더해져 더욱 가열차게 타올랐다.

화악!

그러면 그 아래의 적린이 반응한다. 백린이 피워 낸 불을 적린이 받아 거세게 키워 낸다. 처음엔 푸르스름하던 불이 곧 시뻘겋게 변하고.

씨이이잇!

한층 강화된 열기가 내부를 점화시켰다. 벽력탄 내부의 작약은 급속도로 불타오르며 대량의 연기를 뿜어내려 했지만.

뜨드득. 뜨드드득.

둥글게 감싸진 철구에 막혔다. 당연히 내부의 압력은 급속도로 높아졌고.

찌징! 찌징! 꽈득.

-------------꽈아앙!

이윽고 강철의 인장력을 뛰어넘은 압력이, 철구를 터뜨리며 일시에 사방으로 쏟아졌다. 바로 폭발이었다.

파밧! 파밧! 화르르륵!

사방으로 깨져 나가는 철 파편, 그리고 하얀 백무들.

솨아아악! 화르륵!

그것 역시 백린이었다. 운무로, 혹은 분말로 뿌려진 백린들은 사방에서 타오르며 불길을 퍼뜨렸다.

무오오옥! 무오오옥!

키에에에엑!

웬딩고들이 비명을 질렀다.

원래 불은 언데드를 상대하는 데 효과적인 무기 중의 하나. 그런데 이놈들은 얼음 속성의 언데드였다. 폭발과 화염이 쏟아부어지자 이중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메에에엑… 메에에엑!

파편과 함께, 얼어붙어 있던 피가 녹아서 쏟아져 내렸다. 붉은 눈동자에는 흉악한 초점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괴물들은 곧 방향을 인지했다.

게----에엑!

계속해서 던져지는 백린벽력탄. 그게 어디서 날아온 건지를 보고, 그 방향으로 일제히 머리가 향한다.

우두두두두!

뒤이어 돌진. 길이 2미터짜리 뿔을 창처럼 겨눈 언데드. 사슴뿔을 달고 말처럼 달려드는 웬딩고가.

자그마치 수백 마리였다.

“옵니다!”

“전투 준비! 적이 이쪽을 알아차렸다! 은엄폐 근시간부로 해제!”

유장위의 지시에 정찰조 전원이 즉각 반응했다.

“하!”

“으아아아!”

급박한 상황에 내리는 명령은, 딱 적정 정도의 빠르기가 필요하다. 지휘관의 말이 빠르면, 보통은 긴장을 끌어올리고 기민하게 대처한다.

하지만 너무 빠르면? 아, 이 양반도 겁먹었구나, 하고 무리에 동요가 일어난다.

“성수 사용. 성물 개방. 파사부 사용!”

챙! 챙! 촤악! 화륵!

성수가 뿌려지고, 부적에 불이 붙고, 염주니 불진이니 하는 것들이 와르륵 꺼내 내밀어진다.

이제껏 적이 감지할까 봐, 꺼내지도 못하고 있던 각 도관이나 사찰의 오래된 유물들이, 대기에 서린 사기를 맞아 크게 진동한다.

우우웅!

성수와 파사부. 거기에 성물까지 더해지자, 다들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후우…….”

“화아…….”

흑객만 빼고.

“크으… 쿨럭쿨럭…….”

애초에 마공을 익힌 데에다 흡혈귀의 힘까지 깃든 그는, 온몸이 고춧가루 물을 퍼부은 듯 따갑고 화끈거렸다.

흡사 상태 이상이라도 걸린 것 같았지만, 이건 참는 수밖에 없었다.

“무인들은 앞으로! 품(品) 자 대형으로! 마법사들은 뒤로 세 걸음. 최대한 빠르게 진지 작성!”

“예엡!”

타닥. 차자작!

무인들 셋이 앞에 나서고, 뒤로 물러선 마법사들이 중얼중얼, 내용도 알아먹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후우우웅.

마법의 영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사전에 준비하기라도 한 것인가, 잘 모르는 이들이 느끼기에도 세 마법사들의 영기는 흐름이 유사했다.

드드득. 구르릉. 구르릉.

그리고 그건 곧 사실로 드러났다. 비슷한 파장으로 맞춘, 마스터급 마법사 셋이 손을 잡자, 주위에 강력한 물리적 영적 방어막이 생겨났다.

슈오오오오…….

흐릿하게 반투명한 구조물이 그림자처럼 어둑어둑한 거대한 바위 원의 형상을 갖춰 나갔다. 흑객은 따끔따끔한 눈을 문지르며, 그 형태의 모습을 확인했다.

‘스톤헨지……? 돌 시계?’

두두두둑! 무오오옥!

“옵니다!”

“일단! 가진 것들 다 던져!”

“하아아압!”

휘휘휘휙! 쏴아아악!

반절가량 남아 있던 백린벽력탄을, 무인들이 무더기로 집어 던졌다.

겨냥이고 뭐고 없는 급한 투척이었지만, 어차피 몰려드는 웬딩고의 수는 수백.

화르륵! 펑! 꽈광! 콰르릉!

이미 지근거리였기에 대충 던져도 폭발 범위 안에 무조건 들어갔다.

좀 높이 날아간 것은 놈들의 머리 위에 불의 소나기를 뿌렸고, 낮게 날아간 것은 땅 위에 화염의 판을 깔았다.

무오옥! 네에에엑!

냉기 속성 언데드인 웬딩고가, 일순간에 수십 마리는 죽어 나갔다. 그 폭발력과 열기에 쪼개지고 녹아내렸다.

두두둑! 두두두둑!

물론, 그러고도 놈들은 달려들었다. 애초에 언데드는 공포심이란 게 없는 존재. 소멸되든 말든 생명에 대한 무한한 증오를 품을 뿐이다.

키이이잉!

그리고 그 순간, 마법사들의 합체 마법이 완성되었다.

-물리력 배척에 들어갑니다. 가동 시간은 최대 일각. 그 안에 가급적 많은 피해를 입히고 이탈하겠습니다.

“좋군.”

우렁우렁하게 메아리치는 마법사들의 말을 들으며 유장위는 끄덕였다.

물리력 배척. 아군의 물리력은 상승시키고 상대의 물리력은 저하시키는, 전에 한 번 겪어 본 적 있는 사기적 마법이었다.

고위급 마법사 셋이 손을 잡고 만들어 낸, 일종의 유사 성역(聖域).

애초에 언데드를 상대로는 신성력이나 화염 공격이 제일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정찰조에는 팰러딘 같은 성기사나 남궁호 같은 화염 검사가 없다.

그러니 철저하게 물리력, 검기의 날카로움보다, 둔중한 물리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 또한 대언데드 퇴치법이기는 하니까. 날붙이로 베는 게 아니라, 아예 찌부러뜨리는 압력에 주를 두는 공격.

“그럼 어디… 합!”

촤아아악!

무술 교관 하나가 도기를 쏘아 냈다. 조금 느리지만 대신 두텁고 웅혼한, 그만큼 치명적인 범위 공격이었다.

치치직! 카강! 크뤠에에엑!

불꽃이 튀고, 분류상 생물체였을 웬딩고의 뿔에서 금속음이 울렸다. 삭풍에 휩싸인 나뭇가지처럼 우르르르 잘라져 쏟아지는 뿔 무더기.

뭬헤헤헥!

머리가 반쯤 날아간 몇 마리가, 비척거리다가 진창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위로 사슴뿔을 창처럼 휘두르는 아군들이 휩쓸고 지나갔다.

두두두둑! 두두두둑!

삽시간에 곤죽이 되는 언데드. 동족을 밟고 달려오는 것에 아무 거리낌도 없는 놈들이다. 그 겁 없는 시체들을 향해, 다음으로 권사가 주먹을 내질렀다.

“야압!”

딴에는 힘을 잔뜩 모아서 내지른… 강기였다.

쩌어어엉! 콰드득!

흔히 말하기를, 마법사에게 시간을 주면 더 강력한 마법이 날아온다 한다. 그건 분명 사실이지만, 권사나 검사도 실은 마찬가지다.

위력이 큰 기술을 쓰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건 마법이나 무예나 매한가지. 그래서 아예 작정하고 쏘아 낸 강기는, 달려드는 사슴 창병들을 정면에서 ‘밀어’ 버렸다.

쿠구구구! 콰드드득!

중간이 움푹 뒤로 밀려 버리는 웬딩고 무리.

숫자가 수백에 달했기에, 지금의 강기에 후려 맞은 놈들은 적게 잡아도 백은 되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주먹이, 무리 지은 놈들을 꾸-욱 밀어 버린 듯 한 모양새였다.

“허어어…….”

“이, 이게 내가 한……?”

직전에 도기로 적을 벤 교관보다, 권강을 뻗어 낸 권사가 더 당황했다. 자신의 실력과 파괴력을 가장 잘 아는 것이 그 자신이었으니까.

일순 그가 얼타는 사이, 유장위의 지시가 속사포처럼 쏘아졌다.

“집중 잃지 마! 좌우에서 온다! 내가 우측! 흑객이 좌측 요격! 두 사람은 다음으로 개별 공격!”

부우우욱!

유장위의 검에서도 강기가 피어올랐다. 자그마치 현경의 고수가 뿜어내는 검강이다.

쫘아아악! 쌔애애액!

그건 일반적인 검강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종횡으로 펼쳐진 수십 개의 창살. 위력을 줄인 대신 숫자를 잔뜩 늘이는 바람에, 검강은 그 찬란함을 잃고, 검기에 가깝도록 가늘어졌다. 하나.

“우오아아아아!!!”

유장위의 쩌렁쩌렁한 고함과 함께, 검기처럼 가늘던 검강들이 점차로 굵어지고 선명해졌다.

우드득! 우드드득!

선제후발의 묘리를 뒤틀어 먼저 초식을 펼친 다음, 내력으로 강화시키는 그만의 수법이었다. 다시금 번뜩이는 검강이 그물처럼 번지며, 웬딩고 무리를 휩쓸었다.

콰드드득! 쫘아아아악!

강기. 검으로 펼쳐 냈으니 검강.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권능에, 죽음을 모르는 언데드들이 네다섯 토막으로 쪼개져 나갔다.

무옥! 묵… 케히힉! 콰드득!

그건 검막, 혹은 검벽이라고 부르는 기술을 거대하게 만든 무식한 수법이었다. 원래라면 방어 일변도였을 검기, 아니, 검강 다발이 십 장 너비로 흩뿌려지고.

투학! 투학! 투학! 투학!

뒤이어 땅이 진동하며, 여기저기 폭격이라도 퍼부은 듯 터져 나가는 대지. 우측에서 달려오던 백여 마리의 웬딩고 무리가 일시에 ‘증발’해 버렸다.

“허억… 허억… 허억…….”

“이, 이게 뭔… 어억……?”

어마어마한 한 방을 쏘아내고, 유장위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 놀라운 무위에 경악하던 무인들이, 또 한 번 눈을 부릅떴다.

키드등!

달려들던 사슴뿔의 기병(?)들을 유장위가 일 합에 날려 버린 다음, 자연히 좌측으로 시선이 향했는데.

콰드득! 쫘아아악!

검기도 검강도 아닌, 금속성의 거대한 나무뿌리가 땅에서 치솟았다.

꽈드드득! 팟! 팟! 팟!

생긴 모습은 흉측하고, 띠고 있는 빛은 불길한 은빛. 처음에 십여 개로 벌어졌던 나무뿌리는 점차 커지고 가지를 치며, 이윽고 수십에 달하더니.

“끄---아아아압!”

흑객의 기합과 함께, 끼긱, 끼긱,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과----아아아아악!

수십 개의 창이, 전방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휘영청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렸던 창대가 점차 빨라지더니 불과 몇 초 뒤에는 질풍처럼 빨라졌다.

따다다닥! 따다다닥! 빠박! 빡!

흡사 강철로 만든 거대한 싸리비가 후려쳐진 듯했다. 곧게 뻗은 형태가 아닌, 부정형의 구불구불한 창대 뭉치는 거세게 회전하며 사정없이 범위 안의 모든 것을 후려갈겨 댔다.

펑! 펑! 펑!

땅이 패고, 웬딩고들은 뿔이 박살 나고, 팔다리가 부러졌다.

뭬헤헤헹… 끼릉! 끼릉!

몸통에 쇠 창대를 맞은 놈들은, 데굴데굴 굴러가며 저희들끼리 부딪혀 쓰러졌다. 언데드 한 무리를 그대로 쓸어 버린 어마어마하게 큰 싸리비는.

“크… 하하학…….”

츄륵! 츄륵! 츄르륵!

점차로 줄어들어, 다시 땅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제야 뒤늦게 숨을 몰아쉬는 흑객. 그가 팔꿈치까지 팔을 땅에 쑤셔 박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무슨…….”

“쿨럭! 뭣들 하고 있어! 연격! 연격!”

유장위의 호통에 아차 하며 화경의 무인들이 정신을 차렸다. 잠시 저게 4학년 학관생의 힘이라니 말이 되나? 싶었지만, 당장 자신들의 공격도 확산되었으니, 그 일환이라 보면 될 터.

“으아아아!”

“야아아아!”

남은 웬딩고의 수는 불과 수십, 사정없는 학살이었다. 크게 힘을 쏟아 낸 유장위는 쿨럭쿨럭 밭은 기침을 한 후, 마법사에게 물었다.

“남은 시간은!”

-바, 반각… 그 이하입니다! 조금 전에 너무 많은 힘이 쓰여서… 곧…….

“충분해! 그 정도면!”

유장위의 눈이 사납게 번득였다. 그의 시선은 눈앞의 시체 무더기를 지나.

꿀럭꿀럭…….

여전히 불길한 기운을 피워 올리는 어둠나무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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