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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리치왕의 무림을 부수다-251화 (252/310)

251화. 징조 (2)

두우우웅!

굉음과 함께 후욱 하고 거대한 용의 거체가 추락한다. 산처럼 큰 덩치가 땅으로 내려꽂히는 광경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

“성공했다!”

“잡았다!”

대열에서 환호가 일었다. 갑작스러운 난입이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학관생들은, 거대한 용의 거체가 떨어지는 모습에 찬탄성만 울렸다.

“조심해! 충격이!”

“너무 큰 녀석이야!”

쿠----왕!

교관과 교두들 몇이 경호성을 울렸다. 하지만 조금 늦었달까.

으드드득! 쿠구구궁!

대지가 울린다. 산만한 크기의 뼈 무더기. 본 드래곤의 추락은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굉음을 일으켰다.

“---!”

“---!”

일순, 모두의 귀가 먹었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굉음 뿐.

소리가 사라졌다. 거대한 뼈 무더기가 땅을 뒤흔드는 충격에 인간의 조직력이 마비된다. 누군가가 열심히 외치긴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황.

“……!”

“……!”

-물러서라고! 이 멍청한 자식들아! 위험하다니까!

다행히도, 이 와중에도 이백여 명의 천무학관 모두에게 의지를 전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천마였다.

-마법사가 메시지 마법을... 제기랄! 안 되겠지! 그럼 퇴각! 전원 퇴각! 무조건 물러서!

하지만 어지간한 그도 지시를 내리다 말고 꼬였다.

마법사의 메시지 마법은 이런 때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마법사들은 죄다 탈진한 상태.

부들부들. 바들바들.

가진 마력을 죄다 앞으로 쏟아냈던 후열의 마법사들은 안색이 하얗게 질려 힘겹게 몸을 떨고 있다. 전형적인 마력 고갈의 현상이다.

그리고 전열에서 중력포를 쏘아 낸 마스터급 마법사는, 시뻘겋게 얼굴에 피가 몰린 상태다.

마법은 그냥 쏘고 땡이 아니다. 이번 중력 마법처럼 적을 묶는 마법은, 특히나 사용 후의 유지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구우우우웅! 와드드드득!

계속해서 굉음을 울려대는 뼈의 무더기.

작은 뼈 하나가 집 한 채만 하다. 다리뼈나 척추뼈 무더기들은 대저택의 몇 배는 되는 크기였다.

그런 것들이 땅에 쑤셔박히고, 다시 일어나려다 또 중력에 붙들려 세차게 내동댕이 쳐진다.

드드득. 드드드득.

과연 고룡. 고작 땅에 떨어뜨린 정도로는 꺾이지 않는다. 열두 명의 마스터급 마법사의 합체 공격을 받고도 놈은 저항했다. 그 덕에 귀가 아니라 몸이 충격을 받을 정도의 굉음이 이어졌다.

후---욱!

그러던 와중, 고룡의 한참 위 상공에, 누덕누덕 더럽혀진 옷을 입은 이가 날아들었다. 자칫 놓칠 수도 있는 한 올의 작은 점이었지만, 제운비는 안력을 집중해서 살폈다.

‘저……?’

그리고 동공이 흔들렸다. 유장위다. 수많은 사달의 주범이다. 하지만 지금 고룡 쉐이크를 상대로 하는 와중에, 그를 적대해야 하는가? 아니면?

투욱!

판단을 내리기도 전, 일이 먼저 벌어졌다. 너울너울 허공을 날던 유장위가, 화살 맞은 새처럼 뚜욱 떨어진다. 아니, 허공에서 땅으로 쏘아낸 화살처럼 쏘아져 내려간다.

----!

그리고 쩍 하고 갈라지는 고룡의 두개골.

“……!”

“……!!!”

먹먹한 귀에 우드드드 하는 진동이 느껴졌다. 뼈 무더기가 힘을 잃고 다시 땅에 박힌다. 그리고 3분의 1 정도로 잘려 나간 거대한 용의 머리.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사에 누군가는 탄성을 질렀고, 누군가는 중력장의 한가운데 선 인간-유장의를 걱정하여 비명을 질렀다. 어차피 귀가 먹먹해서 들리지는 않았지만.

‘어째서……?’

그리고 제운비는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뭔가 께름칙한 불길한 예감이 있었던 것이다.

출발 전부터 천마가 말한 바가 있었다. 이번 레이드 행사에, 분명히 유장위가 끼어들 것이라고. 대놓고 적대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어떤 일을 벌일지는 예측 불가라고..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전속 이탈! 전속 이탈! 파리 떼가 온다!

“……!!!”

천마의 벼락같은 고함 소리에 제운비는 창백해졌다.

파리 떼. 마법사들의 보고에 따르면, 생명이라고 볼 수 없는 끔찍한 존재들. 그것이 고룡 쉐이크. 거대한 본 드래곤의 갈라진 두개골에서 쏟아졌다.

스으으윽. 주르르륵.

마치 시커먼 오폐수의 폭포가 쏟아져 땅으로 흐르는 듯하다. 하지만 그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치명적인 죽음으로 변할 수 있었다.

저 끈끈한 액체 같은 것의 정체는 바로 쌀알 크기의 파리들.

당장이야 마법사들의 중력 마법 때문에 땅에 쑤셔박혔지만, 그걸로 일망타진 될 턱이 없었다. 흑객이라는 자의 말이 맞다면, 마계의 마왕이 부리는 수하들이 아닌가.

-다들! 물러나라! 구 대협의 말대로!

-물러나! 어서! 위험하다!

제운비. 뇌천벽. 그 외 화경에 접어든 무인들이 어기전성으로 교관과 조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긴박한 상황이라 존대를 쓸 틈도 없다. 무한히 쏟아지는 검은 폐수는, 어느새 파도라도 치듯이 주변 대지로 흘러나오는 상황.

좌아악. 좌아아악.

떠---엉!

검은 물보라에 오색 찬란한 검격이 후려 갈겨진다. 새카맣게 연기를 피워 올리며, 삽시간에 타 들어가는 파리 떼의 사체.

‘유장위! 이런 개자식!’

얼핏 보기엔 돕는 것 같았지만, 제운비는 경각심을 돋웠다.

저 검강은 분명 유장위의 것. 그렇다면 마냥 천무학관을 순수하게 도울 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떠---엉!

촤아악!

뒤이어진 검강이 검은 파도를 좌우로 갈라 버리며 지나갔다. 그 공격은 쓰러진 본 드래곤까지 닿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수백 수천만의 검은 물방울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스스스스… 왜애애애앵!

물방울이 검은 안개처럼 퍼지며 끔찍한 날개 소리를 피워 내기 시작했다.

찌…이이잉! 끼이이잉!

“…아아악! 으아아악!”

마비되었던 청각이 돌아오며, 제일 먼저 들린 것은 비명이었다. 흠칫 놀라 돌아보자, 쌀알만 한 검은 파리에 온몸이 파먹히고 있는 천무학관 학관생이 있었다.

“뒤로 물러서! 어서… 빌어먹을!”

왜 지시를 따르지 않느냐고 화를 내려던 제운비. 하지만 그는 곧 눈앞이 암담해졌다.

파리 떼에 갉아 먹히고 있던 학관생은 로브 차림의 마법사였다. 신체 능력이 뛰어난 무인들은 애초에 이미 물러섰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마법사들이 먹이처럼 붙잡힌 것이다.

“뇌천벽! 하청청!”

“알고 있어! 으아아아!”

지이이잉!

검강을 얇게 펼쳐 낸 뇌천벽이 수차례 휘두르며 그 구성을 다르게 한다. 검강 수십이 삽시간에 겹쳐서 만들어지는 것은 바로 검벽.

“흐아!”

쏴아악!

그걸 쏘아 보낸다. 반투명한 막 같은 검벽은, 쭈욱 뻗어 나가면서 크기를 키웠다. 코가 작은 검기의 그물로 변해 파리 떼를 덮치는 검벽.

파즈즈즈! 촤아악!

벌레를 가두는 포충망이랄까. 한순간에 1장에 가까운 너비의 범위 안 모든 파리 떼가 사라진다. 하지만.

왜애애애앵!!!

“제기랄!”

그 뒤를 꾸역꾸역 채우며 몰려오는 미친 파리 떼들. 그 모습은 가히 거대한 파도와 같아, 보는 사람의 이지를 마비시킬 지경이었다.

-정신 차려! 독! 화약! 기름! 뭐든 퍼부어서 저지해!

-연수향! 엘리샤! 당소소! 더 누구 없냐! 야! 제운비!

…아!”

다행히도, 그렇게 빠지려는 정신을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엄청난 호통에 뺨을 맞은 듯 확 정신이 든 제운비. 그는 이런 때에 가장 필요한 사람을 허겁지겁 호출했다.

“연수향 교두! 지금 바로……!”

“네! 알아요!”

이미 호명되자마자 움직이는 연수향.

눈썹이 가늘고 얼굴선이 둥근 그녀는, 천무학관의 의무실을 맡은 교두였다.

그녀가 주로 다루는 것은 의약. 하지만 독과 약은, 사용하기에 따라 한 끝 차이다.

촤아악! 펑! 펑! 펑!

평시에는 약품으로 쓰던 것들을 마구 혼합해서 뿌리니, 그 서슬에 파리 떼가 기성을 지르며 터져 나간다. 뒤이어 축성받은 성수를 뿌리고, 영험하기로 유명한 모산파의 부적을 태우자, 일대의 사기가 씻은 듯 빠져나간다.

“미샤입니다! 돕겠습니다!”

휘우우우웅!

뒤이어 난입한 미샤. 그녀는 학관에 단 둘뿐인 정령사였다.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와 새파란 벽안은 요족의 증명.

하지만 그 머리는 온통 엉켜 있었고, 하얗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일순에 가진 정령력을 다 끌어내는 모습이었다.

“템페스트!”

푸와아악!

거센 돌풍이 일어나며, 십여 장 범위의 새카만 파리들을 휘말아 버린다. 뒤이어 불붙은 부적들이 바람의 소용돌이에 끌려 들어가며, 시퍼런 정화의 불길을 뿜어냈다.

바즈즈즉! 파즈즈즉!

왜애애애앵…….

파리들이 발작을 한다.

아무리 마왕 바알의 수하라 해도, 가진 형체가 고작해야 작은 파리에 불과한 것들. 그 흉성이 어떻든, 하늘을 나는 벌레라면 요족이 부리는 바람을 상대할 방법이 없다.

거기에다.

“다들 물러서요! 죽기 싫으면!”

“으아악! 당무련!”

“당가의 미친년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줄 알았던 독화, 사천당문의 후예가 소진의 등에 업힌 채 나타나 소매를 휘둘렀다.

화르륵. 타닥. 파사사삭!

사방으로 마구마구 뿌려지는 분말.

독이다. 설영화, 학정홍, 미인소, 신선폐 등. 당문의 칠대 극독 중 광역으로 쓸 수 있는 모든 독들이 날아가 뒤엉켰다.

퍽. 퍽. 퍼엉! 퍽!

작은 폭염. 그리고 피어나는 매캐한 연기들. 독과 독이 서로 반발하며 일어나는 반응이다.

파---즈즈즈!

그 바람에 수도 헤아릴 수 없는 파리들이 녹아 내렸다. 그런데 당무련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제기랄! 이거 돈이 얼마인지 알아? 나중에 손해 배상 청구할 거야!”

본래 독술사는 여러 가지의 독을 한 번에 함께 쓰지 않는다. 음양. 혹은 금목수화토의 오행 속성을 지닌 만큼, 어떤 독은 엉키는 순간 상쇄되고 중화되기 때문이었다.

“그 청구! 기꺼이 하기 바란다!”

“힉?! 제운비 교두님?”

당무련이 투덜거리다가 식겁한다. 아무렴, 그녀가 독으로 유명한 가문 출신이라도 학관생 신분. 천무학관의 제2인자에게 호령을 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 학생은… 혹시?”

“예! 그, 제… 제… 말입니다!”

“마… 말 아닌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당무련을 업은 소년. 그는 상단에서 지원하는 ‘신속의 장화’를 신은 소진. 소가상단의 후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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