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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37화 (37/156)

37화

“뭐야?”

고개를 돌려 보니 불이 나고 있었다.

모락모락 연기를 내뿜고 있는 건 바로 발전기.

“꺅!”

“부, 불이야!!”

다들 당황해서 굳었고, 뒤편에 있던 일부는 놀라서 넘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

촤악!

빠른 압력으로 물이 뿌려지자 순식간에 불이 꺼졌다.

쾅- 화르륵- 촤악!!

이게 불과 10초도 안 되는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으, 곤란하게 됐네.”

유현성은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들고 있던 물통을 내려놨다. 수시로 소스를 보충하고 구이기를 닦기 위해 미리 받아놓은 물을 단번에 쏟아버린 것이다.

물론 그런 걸로 단번에 불이 꺼지진 않는다.

그래서 약간의 마력을 더했다.

“무슨 일입니까?”

다급히 다가온 두 청년은 진행 요원으로 보였다.

유현성은 태연히 말했다.

“아, 발전기가 갑자기 터지더니 불이 나더라고요.”

“예? 잠시만요.”

한 청년이 고개를 돌려 재빨리 발전기를 확인했다.

하지만 갈라진 흔적을 제외하면 딱히 이상이 보이질 않았다.

“별, 문제는 없…… 앗! 차가!”

손으로 확인하려던 청년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분명 불이 났다고 들었는데, 뜨거운 게 아니라 아예 얼음 같았다.

유현성은 전기 발전기라 혹시나 싶어 얼려 버린 걸 감추기 위해 다급히 둘러댔다.

“아, 불 끈다고 얼음물을 좀 쏟아부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거 어떻게 하죠?”

“예?”

“요리를 해야 하는데 발전기가 고장났잖아요. 한참 손님들 기다리는데…….”

유현성이 보란 듯 조리대 쪽으로 손을 뻗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간 청년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하필 청재킷을 입은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망할!

청년이 얼굴로 감정을 드러내며 당황하는데, 다행히 그 상대가 웃으며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아, 그, 그렇죠. 바로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교체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20분, 아니, 10분 안에 바꿔드리겠습니다.”

청년이 화들짝 일어나 동료를 불렀다. 그리고 몇 가지 지시를 내리더니 다시 다가와 발전기를 정리했다.

그사이 유현성은 발전기와 연결된 멀티탭을 확인했다.

순식간의 일이긴 하지만 플러그 바로 앞까지 얼리면서 다행히 자동 차단이 됐는지 그을린 흔적조차 없었다.

아무래도 밥솥이나 인덕션을 쓰기에는 무리가 없는데, 문제는 구이기였다.

‘이거 곤란한데.’

새로 발전기가 온다고 해도 10여 분.

그 이후 구이기를 예열시킨다고 해도 몇 분은 걸릴 테고, 다시 음식이 나가기까지는 짧게 잡아도 7~8분이었다.

‘그럼 무려 20분이란 시간을 날리게 되는 건데. 흐음.’

유현성이 생각하는 사이 몇몇 진행 요원이 몰려든 사람들을 정리했다.

갑자기 확 쏠린 인파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서였다.

“아, 괜찮습니다. 예. 별일 아닙니다. 바로 정리됐으니까, 물러서 주세요.”

“예. 물러서 주십시오. 예. 예~”

그렇게 사람들이 빠지자 청바지의 청재킷을 입은 아저씨가 선반 위로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곤 다소 짓궂은 표정으로 유현성을 보며 물었다.

“근데, 우리 음식은 어떻게 되는 건가?”

“멍청아.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발전기가 불났으면 기다려야지.”

툭 쏘아붙인 상대는 함께 왔던 반백발의 정장 아저씨였다.

그때 유현성이 말했다.

“금방 됩니다.”

“뭐?”

유현성은 최대한 부드럽게 웃으며 물러나란 제스처를 취했다.

“바로 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주방에서 물러나 주세요. 위험하거든요.”

두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아는 것 같았다.

비록 간이 주방이지만, 주방에선 주방장이 왕이었다.

자신들은 손님이니 피해주는 게 당연하지.

“뭐, 알아서 해주게. 근데 오래는 못 기다려.”

반백발 아저씨에 이어 청재킷 아저씨가 말했다.

“기대하겠네. 현성 군.”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갑니다. 수원아, 준비.”

“예. 준비됐습니다.”

역시 수시로 교육시킨 보람이 있었다.

일단 지시하면 토 달지 말고 무조건 할 것. 궁금한 건 끝나고 물을 것.

임수원은 곧바로 손님들이 볼 수 있게 컵 도시락 그릇 네 개를 꺼냈다. 그리고 밥을 담고 소스를 뿌리고, 또 밥을 담고 지단을 올렸다.

그 직후, 고개를 돌려 짧게 한숨을 내쉰 다음 정성스럽게 토핑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임수원을 보던 아저씨 둘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

분명 전기가 차단됐건만, 구이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다 됐습니다.”

임수원의 말에 다시 손님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방금 전의 사고(?)를 생각하면 당황하거나 흐트러질 만도 하건만, 컵 도시락 안에는 정확히 삼등분으로, 파와 생강채, 후리카케가 ‘아름답게’ 놓여 있었다.

“호오~”

청재킷 아저씨의 짧은 감탄사.

동시에 구이기가 열리더니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유현성은 당연하다는 듯 손을 움직였고, 소스를 묻힌 커다란 어묵이 날듯이 컵 도시락 위에 놓였다.

“자, 다 됐습니다.”

반백발 아저씨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뭔가 슥삭슥삭하길래 고개가 몇 번 좌우로 움직였다. 그런데 순식간에 눈앞에 탐스러운 장어덮밥이 있는 게 아닌가.

청재킷 아저씨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잘 먹겠네.”

* * *

‘그게 되는 거였다니!’

임수원은 솔직히 믿기지가 않았다.

분명 유현성은 평소대로 어묵 반죽을 틀에 담고 칼로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래, 일반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 거다.

하지만 주방 안쪽에 있던 임수원에게는 오히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유현성의 왼손, 정확히 말하면 둥그렇게 말린 엄지와 검지 사이에 구이기의 전기 코드가 끼여 있었다.

거기서 ‘빛’이 났다.

임수원이 아무리 허접 각성자라지만, 아카데미가 기본 수준에 불과하다지만, 마력을 느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아니, 확실했다.

지금 유현성은 오른손 하나만으로 능숙하게 반죽을 다루고 있었고, 왼손으로는 마력을 전기로 변환시키고 있었다.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하지만 명확히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구이기가 닫히고, 왼손에서 뿜어지는 빛이 점점 강해졌다.

유현성이 그걸 가리기 위해 앞치마 안쪽으로 손을 짚어 넣었다.

치이이이이익-

그 순간, 임수원은 유현성과 시선이 마주쳤다.

꿀꺽.

여기서 실수하면 난 죽는다!

임수원은 바로 고개를 돌려, 이전보다 토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말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나온 게 그래서였다.

“다 됐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유현성이 웃어주더라.

* * *

“미친……!”

유현성의 작업을 본 사람은 임수원만이 아니었다.

조일섭은 최대한 유현성의 눈에 안 띄게 김요성을 따라다녔다.

희한한 건, 김요성이 이예지와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는 것.

심지어 거의 쫓아다니듯이 하는 게 아닌가.

분위기가 묘했지만, 김요성은 미식가이자 요리사이기 이전에 확실한 ‘사업가’였다.

조일섭은 이전에는 그런 걸 이해할 수 없었다.

헌터로써 살아왔기에, 또한 능력의 특성상 감정을 숨기는 게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김요성을 따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지금 저 두 사람이 미묘한 협상 중이라는 걸.

“흠, 이 집은…… 마라 향이 지나치군.”

“맞아요. 유행이 지나간 건 둘째 치더라도 과해요. 이러면 고기를 미리 재우면서 속에 배인 밑간과 양념까지 다 가려지잖아요.”

“맞아. 텁텁하군. 그럼 다음 가게로.”

“이거 감자 핫도그, 아니, 타코 핫도그 식감이 아주 괜찮은데요? 핫도그에 이렇게 작게 큐브 형태로 박을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감자 대신 가문어라…… 괜찮군.”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맛있어요.”

“소스가 타코야끼에 가깝네.”

“아! 그러고 보니 거의 그 맛이네요. 생각해 보니 그 많은 핫도그 프랜차이즈 메뉴 중에 타코 핫도그는 없었던 것 같아요.”

“……맞아.”

그런 식으로 품평을 이어가는 가운데, 진동이 울렸다.

조일섭은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어딜?”

“저, 화장실 좀.”

김요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자리를 빠져나온 조일섭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장어묵 덮밥집을 살폈다.

확실히 소란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었다.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렸고, 어수선한 게 바로 눈에 들어왔으니까.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그 앞에 있는 반백발과 청재킷 아저씨들의 조합이었다.

‘허! 저 두 사람이 같이 다니다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거지?’

김요성과 이예지만큼이나 앙숙(?)인 두 사람이었다.

물론 본질은 달랐지만.

어쨌든 그 영향인지 진행 요원들은 긴장하며 움직이고 있었고, 고장난 발전기는 순식간에 치워졌다.

조일섭도 이 정도에 만족했다.

어쨌든 흐름은 끊겼고, 재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까.

하지만, 황당하게도 상황은 예상보다 빠르게 정리됐다.

그렇게 확인했다.

유현성이 미지의 존재라는 것을.

‘미친…….’

헌터들 중에도 전기를 뿌리는 능력자들이 있었다.

그 능력이 최고에 이르면 거의 번개를 다루는 것에 가깝다는 말도 들어봤다.

하지만 저렇게 미세하게, 그리고 일정하게 조절한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니지 않는가.

더 황당한 건, 저 구이기인지 뭔지가 작동이 끝날 때까지 능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이 비록 C급 헌터에 불과하지만, 저게 무얼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는 아니다.

A급도 저건 못한다.

S급도 가능할까? 모르겠다.

저건 단순히 마력을 전기로 변환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력 자체를 지배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맙소사…… 내가 뭘 본 거지?”

큰 충격을 받은 조일섭은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저건 사람이 아니라고.

* * *

“미쳤군.”

“그러게. 이게 7,000원이라면…… 자네 쪽에 3호점까지 낸 장어 도시락 가게가 있었지?”

“문 닫아야겠지.”

“물론 경쟁한다면 그래야겠지만, 조금 포지션이 애매하긴 해.”

“아니, 난 심각해.”

반백발 아저씨, 김병철의 표정은 진지했다.

분명 어묵 반죽이었다.

눈앞에서 그걸 구이기에 집어넣는 걸 똑똑히 봤고, 소스에 들어갔다 그릇에 올라가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러니까 당연히…….

“이건 어묵이어야 해!”

“누가 뭐라고 했나?”

“그런데 왜 장어 맛이 나냐고!”

“그게 기술이겠지.”

“분명 중간에 바꿔치기를 한 걸 거야!”

“자네, 노안이 온 건 알았지만 눈알까지 삔 줄은 몰랐어.”

청재킷 아저씨, 이철구가 놀리는데도 김병철은 진지했다.

“소스 맛이 장어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알아. 특히 생강채가 더해지면서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장어덮밥이라고 느끼게 한 것도 안다고.”

“그런데?”

“하지만 어묵이잖아.”

“그래서?”

“왜 장어 맛이 나냐고!”

“모르겠거든 물어봐!”

그 즉시, 김병철이 일어났다.

뚜벅뚜벅 향한 곳은 바로 장어-묵 덮밥 가게.

새로 발전기가 왔는지 여유롭게 장사를 이어가다, 때마침 10분 휴식 팻말을 걸었다.

“잠시 실례해도 되겠나?”

김병철은 그렇게 말하더니 주방 입구 쪽에 버티고 섰다.

“무슨 일이시죠?”

“이것 때문일세.”

“아, 제가 치워 드리죠.”

“뭐?”

“빈 그릇…… 아닌가요?”

그 말에 김병철이 고개를 숙였다.

바닥까지 삭삭 긁어먹어 밥알 한 톨 없는, 말 그대로 빈 컵 도시락 그릇이었다. 계속 고민하면서 먹다 보니 다 사라진 것도 몰랐다.

“아, 그게 아니라…… 바로 묻지. 이거 어묵 맞나?”

“어이구, 모난 친구야. 그렇게 물어보면 누가 이야기해 주겠나.”

“넌 꺼져!”

“됐고, 현성 군. 궁금한 게 있어서 찾아왔네. 잠시 시간 좀 빌릴 수 있을까?”

이철구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유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까도 궁금했다.

저 청재킷 아저씨는 누구기에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그런데 누구시죠?”

“아, 옆의 이 친구는 김병철이라고 하고, 난 이철구라고 하네만.”

“아, 전 유현성이라고 합니다.”

“행복 분식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네. 그리고 이 친구는 2구역 조합 대표고, 난 1구역을 맡고 있네.”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냥 심사 위원이라 짐작했을 뿐인데, 이 두 사람이 조합 대표라고?

더 황당한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난 이예지 애비 되는 사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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