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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49화 (49/156)

49화

“장사하자. 돈을 벌자. 오늘도 힘을 내자!”

하루 종일 미친 듯이 준비에 들어갔다.

시장을 가서 어묵 반죽을 사고, 각종 야채에 이것저것들까지 다 쓸어 담았다. 공사하는 동안 완전히 비웠으니 냉장고부터 꽉 채웠던 거다.

다행히 냉동 베이컨 같은 건 집으로 옮겨놔서 큰 문제는 없었다.

“고생했다, 돌돌아.”

제작할 때의 코드명은 로드 킬이었지만, 아무래도 돌돌이가 정감이 갔다.

저건 너무 살벌하잖아.

그렇게 한 짐을 가게 안에 넣으니 막 뭔가가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사실 중간에 뭔가 일이 많기는 했다.

일단 현지가 집에 와서 깽판 치고 용돈까지 뜯어갔는데, 뜬금없는 말에 쓰러질 뻔했다.

“새언니, 예쁘다드만.”

“뭐?”

“저 애들 큰 언니라는데?”

“아오, 나 아직 결혼 생각 없다고!”

“연애 좀 하다 서른 넘으면 후딱 가야지.”

“요즘 시대가 안 그렇거든?”

“아이고~ 야! 오빠가 장남이다. 우리 강 여사님이 손주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데.”

“딱 거기까지. 용돈 필요한 거지?”

“잘 아네.”

뭔가 살짝 찝찝하지만 그렇게 딜을 끝냈다.

이후 다크 엘프 아이들도 황령산 세계수 마을로 들어갔고, 라이노스 장로 그쪽은 그쪽대로 뭐 이것저것 바쁘단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야 퍼질러 자고 있을 테니, 진짜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됐겠네.

좋은 소식은, 임혜리와 임수원은 슈트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는 거다.

실전할 때마다 저 구석에서 옷 벗고 변신해서 오는 게 얼마나 민망, 난감했을까.

그런 상황에서 제 실력이 나오는 건 무리다.

이젠 언제든 주변을 신경 안 쓰고 변형이 가능하니 내가 생각한 가장 첫 번째 문제, ‘자신감!’을 얻었다.

이건 정말 중요한 거였다.

농담 삼아 지지리 궁상이라 했던 게, 둘의 성장을 막았던 거니까.

그 결과.

“헤헤, 사장님. 몇 명까지 받을까요?”

“일단 다 받고, 여덟 명까지만 대기실로.”

“옙!”

임혜리는 아주 발랄해졌고, 임수원은 손이 겁나 빨라졌다.

“몇 개?”

“라면 여섯, 불라면 둘 같이 나갑니다.”

“호영아, 김밥은?”

“바로 여섯 줄 말았습니다.”

“호석 씨는요?”

“장어묵 덮밥 네 그릇 됐습니다.”

“오케이!”

분식집 확장에 대한 우려가 거의 날아갔다.

아니, 애들이 날아다니고 있어!

어쨌든 전체적으로 분식집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물론 중간중간 약간의 조정이 있기는 했다.

원래는 호영이가 장어묵 덮밥을 맡을 예정이었는데 아직 그 정도 급은 안 되더라.

놀란 건 정호석이었다.

참을성 있고, 침착하고 무엇보다 제대로 익을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았다. 임수원보다도 세팅을 섬세하게 할 정도로 기본기가 제대로 잡혀 있었던 것이다.

하도 궁금해서 나중에 곽준열 삼촌과 통화를 했는데 의외의 사실도 들었다.

-원래 걔 손이 야무지더라고. 괜히 어머니하고 식당 해보겠다고 한 게 아니야.

“아, 그게 그렇게 된 건가요?”

-사실, 철거부터 공사할 때 잠깐 써봤는데 너, 가게 2홀 대기실하고 섀시는 그 친구가 한 거야.

단순히 예전 살던 집터가 가게로 바뀌어서 그런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런 말은 웃기지만, 가게 확장한 부분 주소랑 정호석 집 주소랑 숫자가 고작 세 개 차이 났다. 그러니 당연히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지.

문제는…….

“사장님, 정말 죄송한데 가불 좀 해 주시면…… 죄송합니다.”

딱 수습 끝나고 보름째였다.

잠깐 당황했는데, 일단 이야기나 들어보자 싶었다.

“호석아. 솔직히 이야기해 줘.”

“그게…… 제가 좀 실수를 해서 약간 급하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죄송하다는 말은 그만해도 되고.”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 된다고 배우고 자라 왔습니다. 그래서…….”

하! 들어 보니 기가 막혔다.

내가 지불한 집값이 10억.

근데 그 집 대출이 6억이나 된다더라.

일단 집을 팔았으니 먼저 은행에 돈을 갚아야 했고, 새로 얻은 집도 전세금을 올려야 했단다.

근데 보증금이 2천만 원이라고.

“뭐가 계산이 좀 안 맞는 것 같은데?”

“사고가 나서 빚이 좀 더 됩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크흠. 돌아가시는 바람에 사업이 부도났고, 그 빚이 5억이 넘습니다.”

더 황당한 건 이 친구가 군대 있을 때 사고가 났고, 어머니가 잘 몰라서 넘긴 게 문제가 생겼다고.

후, 순간 울컥했다.

꼭 내 과거를 보는 것 같아서.

“크흠, 아버님이 어떤 사업을 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철거 창고 사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그 말은 보관 중이던 물건들이 다 날아갔다는 거다.

피해액은 예상이 안 될 정도.

“아버님이 보험으로 처리 안 되는 부분을 다 정리하신다고 대출을 좀 하셨는데…… 거기서 문제가…… 크흑.”

곰 같은 놈이 갑자기 우는데, 잠깐이지만 나도 머리가 정지되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가 어디야?”

“혹시 돌산 마을 아십니까?”

“아, 우리 집 뒤 고개 끝?”

“예. 그 일대에 위쪽으로 200평 창고입니다.”

내가 산 집이 저렴한 이유 두 번째.

그 일대는 정말 가격이 싸다고 해도 쉽게 이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공기가 청량하다.

산 바로 아래 마을이고 마을버스가 지나가긴 하나, 정거장과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거기서 또 등산을 20분 이상 해야 하고.

즉, 차가 없으면 못 다닌다는 거지.

“어떻게든 수습을 해보려고 했는데, 거기에 군대가 차단선을 쳤습니다.”

“정부 보상금은?”

묻고 나서 잠시 후회했다. 산 밑이란 이유로 뭐 같은 돈을 주고 끝냈겠지.

아마 땅은 남아 있겠지만 출입이 통제된 곳이 팔릴 리가 있겠는가?

“오천 정도 받았습니다만 은행에서 먼저…….”

게이트가 터진 산속.

200평이 넘는 땅.

군부대가 차단선을 쳐서 출입도 안 되지만, 애초에 위치가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곳이다.

물론 차단선을 풀고 통행이 자유롭게 되도 팔릴지 모르는 곳이긴 한데…… 어라?

“아는 곳이잖아?”

“예?”

“아니, 됐고. 이달 월급부터 먼저 입금해 줄게. 그 정도면 괜찮겠니?”

“가, 감사…… 합니다.”

곰 같은 놈이 벌떡 일어서서 머리를 숙이니 나조차 순간 섬뜩했다.

어쨌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녀석이었다.

곽준열 삼촌의 말도 있고, 같이 일해보니 사람이 참 괜찮다고 해야 하나.

웃긴 건, 임혜리가 발랄해지면서 바로 위화감 없이 우리 가게에 섞여들었다는 거다. 원래라면 다들 흠칫흠칫하면서 일했을 텐데.

그리고 처음 알았다.

곰이 웃는 게 의외로 귀엽다는 것을.

* * *

“그러니까, 거길 관할하고 싶다고?”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할까요?”

“확실히 그건 그렇지. 애초에 분란이 생기면 피곤해지니까.”

부산 시장 김성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위에서 연락이 왔다.

그냥 협조하란다.

그래, 돈 한 푼 안 떨어져도 어지간한 건 해줄 수 있지.

문제는 새로 엘프 마을이 생겼다는 거다.

클랜, 길드, 그 아래 급도 안 되는 쓰레기들까지.

별의별 놈들이 이쪽저쪽으로 연락과 압박을 넣었다.

“하아, 머리 아프군.”

정부는 세금을 걷는다. 대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엘프들은 국민도 아니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특수 계약인지 뭔지로 자신들만의 세상을 꾸려 나가는 것이다.

물론 그 대신, 게이트 관련해서 고생하고 있다고만 들었다.

어쨌든 세금을 투자해서 경찰을 투입해야 할까 했는데, 엘프 측에서는 그것조차 거절하더라.

다 알아서 하겠다고.

그러던 차에 평소라면 눈도 못 마주칠 놈들이 이런저런 제안을 해왔다.

관할권을 주면 우리들이 보호세를 걷어서 얼마씩 뒤로 찔러주겠다고.

물론 진짜 목적은 그게 아닌 걸 알았다.

하지만 앞에 있는 상대는 달랐다.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부길드장. 너무 욕심내는 거 아닌가?”

“저희는 최대한 조용한 걸 원합니다. 그건 길드장님 뜻이기도 하고요.”

“그건 갈매기 길드의 공식 입장이라고 봐도 된다는 거지?”

“그렇게는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서로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이봐! 나 부산 시장이야!”

“전 산하에 삼백이 넘는 길드의 부길드장입니다.”

김성우는 공소철의 웃음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당장에라도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협박을 바로 체감한 것이다.

결국 살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큿, 위에서 주시하고 있는 상황일세. 나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위에서…… 입니까?”

“아주 아주 위.”

공소철은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어느 선까지를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VIP.”

“그 정도면…….”

“그 위.”

잠깐 공수철은 이 시장 새끼가 돌았나 싶었다.

대체 대한민국 통수권자 위로 누가…… 아! 있구나.

“알아서 하게. 최대한 잡음 없이. 어쨌든 난 모르는 일이야!”

김성우는 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익도 없는 대화를 더 오래 이어갈 필요는 없으니까.

공소철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 *

“와, 매상이……!!”

진심으로 놀랐다.

재오픈, 그리고 한 달 지나서 뽑아봤는데 어마어마했다.

대충 계산하면 쉬는 날은 제외하고 라면만 천만 원이 넘는다. 김밥이야 크게 남는 건 아니고, 의외로 장어묵 덮밥이 미친 수익률을 남겼다.

입소문, 대회 대상, SNS에 손강희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 라면 덕후가 블로그에 이제 제대로 리뷰를 남긴다고 때려 버렸으니까.

이전에는 이곳이 라면 하나만 팔아서 제가 글을 제대로 못 올렸어요.

사실, 제가 어릴 때 몸이 병약해서 어머니가 라면도 못 먹게 했거든요. 근데 여기 분식집 오빠가(하트, 하트) 몰래 라면을 끓여줬어요.

그러면서 면덕후가 됐습니다. ㅎㅎㅎ

하지만 평가는 냉정하게!

라면, 솔직히 만 원 가까이 가는 일본식 라멘에 비하면 조금 애매함이 있어요.

호불호도 있을 것 같고.

하지만 가성비는 만점 주겠습니다.

분식집 5,000원 라면, 하지만 계란에 베이컨에 이 정도 퀄리티는 부산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불라면도…… 사실 사장 오빠랑 친해서 제가 조언을 하긴 했는데 저 밸런스를 맞추는 건 쉽지 않거든요. 어쨌든 가성비로는 만점.

다만 고급 음식점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저 가게는 철저하게 편안한 분식집을 목표로 한다고 하니까요.

김밥은 제 평가보다는 검색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마지막 장어묵 덮밥.

전포제 대회 대상 음식이에요. 물론 그때보다 퀄리티가 높습니다.

농담이 아니고요.

아, 여기 오빠 인터뷰도 달아야 하나?

그때는 야외 식당이라 못 한 거고, 하여간 이것저것 더 때려 넣었다고 들었는데…… 크흠, 만 원, 이만 원 하는 장어덮밥보다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너무 가게 홍보 같아서 딱 여기까지만 할게요.

하지만 제 이름을 걸고, 근처 갈 일 있을 때 들리면 가성비로는 후회할 일 없다고 맹세합니다. ^^

“삼천 팔백이라.”

원가율을 계산하면 이천 넘게 빠질 거다. 여기에 애들 인건비가 대충 천만 원 전후니…….

“나 한 달에 팔백이나 벌은 건가?”

군인 헌터로 버는 수익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었지만, 묘하게 뿌듯했다. 목숨 걸고 일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땀 흘려 일해서 보상 받는 느낌이 아닌가.

“흐아! 사장님. 아니, 오빠! 월급이, 월급이…….”

“1절만 해라.”

“형, 사랑해요.”

“넌 반절만.”

“형, 진짜 숫자 맞아요?”

“호영아, 은행 가서 확인해.”

“사장님, 감사합니다.”

“호석이는 진짜 고생 많이 했다.”

다 점심에만 일을 한다.

문제는 그 네 시간이 지독히도 바빴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 준비 뒷정리까지 치면 거의 여섯 시간 정도 된다.

진심으로, 중간 휴식 없이 거의 풀타임으로 일을 한다는 건 어지간한 체력으로도 불가능했다.

정신력 이전에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방식이 체득되어야 하니까.

안 그러면 죽어난다.

특히 임혜리, 임수원은 슈트까지 차고 일했으니 마치면 거의 매일 기진맥진이었다.

여기에 중간중간 실전이 있었고, 임민혁도 아카데미에 허락받아 함께했으니 진짜 고된 한 달이었다고나 할까.

특히 정호석은 저녁 메뉴 준비까지 도왔다.

자신이 알고 있는 레시피까지 아낌없이 주면서.

사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냥 이상하게 월급+성과급을 주고 싶더라.

엘리스 때문에 뭔가 더 가족적인 쪽으로 쏠린 건지도.

어쨌든 돈을 푸니 다들 좋아했다.

아. 이 맛에 돈 버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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