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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63화 (63/156)

63화

“아오! 도저히 못 참겠다!”

솔직히 화가 안 난다면 정상이 아니다.

5월 20일, 예정대로 냉라면을 개시했다.

생각 이상으로 호평이 이어졌고 하루 50그릇 한정 판매가 15분 만에 주문 매진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결국 80그릇까지 늘렸음에도 1시 전에 다 나가더라.

-행복 분식 냉라면 진짜 시원하고 개운하고!

일단 밀면과 달라요. 솔직히 유명한 밀면집은 면 위에 무절임, 오이, 양념장에 고기 한두 점, 여기에 계란만 올라가잖아요?

근데 여기 냉라면은 와!! 진짜 이름만 냉라면이지 고급 냉면집 요리 같아요.

일단 사진만 봐도 비주얼 대박!

거의 손바닥만 한 장어묵이 올라가는데 식감도 장난 아니고요.

양배추에 무채에 특히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까지.

강추, 초강추입니다.

-알코올 쓰레기 15년 인생.

해장의 새로운 길을 봤습니다.

사실 요즘처럼 날 더울 때, 뚝배기에 펄펄 끓는 해장국은 이상하게 꺼려지더라고요.

솔직히 부산 사람들은 다 아시잖아요?

뜨뜨시한 온육수에 시원한 밀면 한 그릇.

이거면 해장 끝판왕이죠.

여긴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기본 온육수를 한 사발 주시는데, 라면 끓일 때 들어가는 육수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이게 참 묘하게 감칠맛이 있어요.

기존 밀면집들의 닭발 우린 육수는 끈적하고 걸쭉한데, 여긴 뭔가 쫘악 시원하게 내려가는 느낌이더라고요.

냉라면 역시 작살입니다.

단순히 시원하고 개운한 정도가 아니라 면발이 미쳤어요. 30초 더 삶은 쫄면 면이라고 하는데 진짜 부드럽습니다.

부산역 앞에 50년 장사했다는 그 집의 쫄우동보다 더 부드러우면서 탄력이 느껴진다고 할까?

하, 댓글에 저 알바로 모는데 제가 쓴 글 검색해 보시죠.

-인정. 이 집 냉라면은 기존의 시큼투성이 일본식 냉라멘과 결이 다름.

-9,000원짜리 밍숭맹숭 냉면보다, 5,500원짜리 여기 냉라면을 먹겠음.

-고명이 고기가 아닌 어묵인 게 더 부산 느낌임.

-난 맛존못알임. 솔직히 3대 밀면, 4대 밀면 하는데 식초 겨자 맛이 전부임. 근데 여긴 좀 다름.

그냥 라면이랑 MT 가서 새벽까지 놀다가 아침 해장으로 전날 먹다 남은 해물 잔뜩 때려 끓인 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음.

냉라면이 특히 그런 느낌임.

이건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때려 넣고 시원하게 만들었다임.

-야! 한 번 먹지 말고 두 번 세 번 먹어라.

이게 진짜 부산식 냉라면이다!

검색하면 이런 식으로 호평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왔다.

더불어 한정 판매 그릇 수를 늘려달라는 요청도 넘칠 정도.

결국 주말에 빡시게 준비해 100그릇까지 늘렸는데도 손님들의 요구는 이어졌다.

다른 메뉴 다 접고 여름 한정 이것만 팔아도 하루 500 그릇은 너끈하다고나 할까.

“솔직히 매출만 보면 역대급이긴 하네.”

라면만 일매출 150만 원이 넘고, 여기에 냉라면만 포함해도 200 만 원은 가볍게 찍었다.

월 매출 5천만 원 정도는 우수운 상황.

문제는 왕왕 떡볶이집에서 양념어묵덮밥에 이어 냉라면까지 카피를 내놨다는 거였다.

간장, 식초, 설탕으로 기본 맛을 내고 장어묵 대신 삶아서 기름 뺀 핫바를 올려 팔았던 것이다.

여기에 양념장으로 떡볶이 소스를 때려 부었다. 더 매콤하고 자극적이며 니글니글 기름 둥둥 냉라면을 신 메뉴로 내놓은 꼴이라니.

맛은 솔직히 지옥혼탕이었다.

불닭볶음면에 시판용 냉면 육수, 여기에 대패삼겹살집 기름장을 섞은 맛이라고나 할까.

그 영향 때문에 매출이 아주 그냥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안정적이라기보다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

“아악! 대체 무슨 악감정을 가진 거냐고!”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이예지와 박종후가 찾아왔다.

아쉽게도 첫 말이 이거였다.

“죄송해요.”

* * *

“후…… 답이 없더라고요.”

왕왕 떡볶이는 1구역 번화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프랜차이즈는 조합에서 받아주지 않기로 해서 강제력이 없다고 하더라.

“극단적으로 헌터들을 동원해 가게를 다 때려 부…… 크흠, 죄송합니다.”

내가 인상을 쓰자 박종후는 시선을 돌렸다.

본인도 그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겠지.

“하여간 조금 복잡하게 됐습니다.”

이예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구역 조합에서 대상이 나왔으니 어떻게든 지키고 손님들을 끌어야 하는데, 짝퉁 가게 때문에 평판이 망가진 것이었다.

특히.

“사장이 아주 막무가내더라고요. 그냥 말이 안 통해요.”

분명 요리 대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양해를 부탁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딱 한마디였단다.

“배 째!”

순간 발끈한 박종후가 진짜 배 째고 변비약 집어넣으려다 참았다고 했다.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상대였고, 혈압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답답했다는 거다.

“정말 거기서 그렇게 말했습니까?”

“예. 음식에 특허가 어디 있냐면서, 김치찌개는 다 김치찌개라면서, 자신들도 몇 달간 공들여 연구한 어묵덮밥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타이밍이 안 좋았다고…….”

흐음, 몇 달 연구한 게 핫바 올린 덮밥이라고?

거기 직원들은 전부 병신만 모아놨나.

“그냥 말이 안 통합니다. 오히려 건물주 입장이란 걸 이용해서 거기 가게들 조합에서 빠지라고 했다 들었습니다.”

박종후도 난감한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이예지가 거들더라.

“보통 저 정도면 눈길을 주기라도 할 텐데 아예 고개조차 안 돌리더라고요. 그냥 모르겠다가 전부라…….”

표현이 좀 애매하긴 한데, 일종의 미인계도 실패한 모양이었다. 이예지는 누구나 돌아볼 정도의 미인인데 말이다.

“하아, 진짜 간섭하기도 지랄 같고, 이대로 놔두자니 골치 아프네요.”

“저희 쪽에서도 최대한 돕고 싶은데, 저쪽이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정도밖에는 모르겠네요.”

“이유가 있다?”

슬슬 뭔가 간질간질한 게 느껴졌다.

그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는 말이잖아?

“가격 조정도 건의해 봤는데 자기들은 무조건 못 바꾼다고 하더라고요.”

확인한 바, 양념어묵덮밥이 5,900원.

짝퉁 냉라면이 4,900원이었다.

우리보다 낮춰서 팔기에 좀 어중간하다 싶었는데, 이게 또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용돈 적은 학생들한테 나름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이거 개쓰레기임. 왕왕 떡볶이 다른 지점은 나쁘지 않는데, 유독 서면 남포점만 먹고 나서 폭풍 설사에…… 나이 스물아홉에 피똥 싸서 치질 검사 받으러 감.

-왜요? 이 정도면 괜찮죠. 원래 본점 분식집은 시간도 맞추기 어렵고 한정 판매라 학생들은 못 먹어요. 주말도 쉬니 방학까지 기다려야 한다고요.

-맞음. 거기 장사 마인드가 너무함. 분식집이 주말에 안 한다는 게 말이 됨?

-ㄴㄴ 전혀 다른 가게임, 왕왕 떡볶이는 프랜차이즈고 행복 분식은 요리 대회 대상 가게. 거기 요리 베끼는 거임.

-솔직히 장사야, 사장 마음이지. 거기 주말에도 이런저런 준비한다고 바쁘다고 하던데. 근데 원래 가게에서 먹은 사람들은, 왕X 떡볶이에서 먹고 욕하고 나온다고 함.

-위에 분들 돌았나? 5,900원에 이 정도면 혜자임, 편의점 도시락도 요즘 비싼 건 이 가격 함. 솔직히 짜장면 가격으로 짝퉁 장어맛 덮밥이면 괜찮은 거 맞음.

-진짜 알바 많이 쓰네. 진짜를 먹어 보면 그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 건지 알 텐데. 난 너무 감동적이라 울 뻔했음.

-와! 병신들 많네. 맛도 비슷한데 가격이 천 원 더 싸면 거기를 응원해야지.

-맞아. 나도 양념어묵덮밥 맛나게 먹음. 좀 자극적이긴 한데, 돈 아깝다는 느낌은 없었음.

-제대로 먹어 보고 판단해라. 얘들아.

-먹어봤으니 하는 이야기임. 행복 분식 장어묵덮밥은 비싸기만 하고 SNS용에 가까움. 깊은 맛이 없음.

-혀가 아니라 뇌까지 조미료에 절었나. 행복 분식에서 냉라면 나오고 일주일 만에 비슷한 걸 내놨는데…… ㅅㅂ 급이 다르다.

하여간 음식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박 터지게 싸우는데, 이 역시도 결코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결국은 같은 급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으니까.

“왕왕 떡볶이에서 알바들을 동원해 댓글 작업하는 건 맞기는 해요. 이미 과거에도 몇 번 걸렸는데, 법으로 딱히 제재할 수단이 없거든요.”

어느새 조사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테스트 가게인 서면 마케팅 비용이 유독 높다고 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분석했단다.

근데 사실과 다른 부분에 복사 붙여넣기 비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일단 행복 분식 영업시간을 다르게 적는 건 둘째 치고, 없는 메뉴가 나오고, 있는 게 사라지기도 했으며 심지어 어떤 건 줄을 선 손님들을 지운 사진도 올라왔다.

악의적인 작업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진행됐다고나 할까.

“골치 아프네. 이런 분위기라면 다음 신메뉴도 안 베낀다는 보장이 없군요.”

“예. 이번 경우만 해도 메뉴 두 개가 동시에 겹치는 터라…….”

차기 메뉴로 가을 정도 되면 중식집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걸 응용해서 제대로 된 짬뽕 라면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 외에 다른 메뉴도 준비하고 있으니 심각하게 고민될 수밖에.

“이런 식으로 계속 평판이 떨어지면 확장성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요.”

“저희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긴 해요. 전포 지하철역 8번 출구 유동 인구 조사를 했는데 유의미하게 줄었다는 수치가 나오더라고요.”

“헐, 그렇게까지 해요?”

“상권 분석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죠. 건물주들 입장에서도 몇억, 혹은 몇십억이 왔다 갔다 하는데 조사비 몇백만 원을 아낄 리가 없잖아요.”

확실히 돈의 단위가 다르니 그런가 싶었다.

어쨌든 결론은 간단했다.

저 썩을 놈의 새끼가 행복 분식의 메뉴를 카피해서 내놓은 것이고, 그걸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거다.

결국,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말인데.

이 상황에서 이예지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김요성 대표님 한 번 찾아가 보세요.”

* * *

“아오. 머리야…….”

솔직히 논란으로 홍보가 될 것 같았는데, 덩달아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기껏 힘들게 쌓아 올린 이미지가 폭락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왠지 꺼려진단 말이지.”

요성인지 요괴인지 모르겠는데, 김요성 대표의 사무실은 예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내부는 얼마나 잘 꾸몄는지 모르겠지만 외관은 거의 창고에 가까웠던 것이다.

“잘 왔네.”

“아, 예.”

“사무실 이전 관계로 좀 어수선한 분위기인 걸 이해해 주게나.”

그러면서 환하게 웃는데, 우리가 이럴 사이는 아니지 않나 싶었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그러니까 왕왕 떡볶이집 문제 때문에 날 찾아온 거라고?”

“예. 한두 번은 넘어간다 쳐도 나중을 생각하면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일단 현재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솔직히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고.

근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허, 그건 박 사장 스타일이 아닌데.”

“예? 아시는 사이십니까?”

“잠깐 동업을 했는데 갈라졌지. 지향점이 다르니 오래갈 사이도 아니고.”

“동업…… 이요?”

김요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더욱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 박 사장인가 뭔가는 모르겠지만, 김요성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투자하고 밀어주고 뽑아먹었지 동업은 안 맞지 않나 싶었던 것.

특히나 핫도그 사장님이 그러더라.

자신이 과한 욕심만 안 부리면, 솔직히 김요성 대표만큼 지원해 주는 사람이 없단다. 억소리 나는 계약금에, 가게도 내주고 추후 지점의 로열티도 약속했다고.

단, 점포 계약에 대한 선점을 가져갔지만 시간 지나고 보니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했다.

괜히 전문가가 아니라나.

그런 김요성이 동업을 했다는 건, 분명 그만큼의 매력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음식이 개판인데?

“자네가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 것 같네. 하지만 오해야.”

“뭐가 오해란 거죠?”

“애초에 왕푸짐 푸드는…… 학생들끼리 만든 거라네.”

“예?”

김요성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와 친구 세 명이서 처음 만든 회사라고 해야겠지.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지고 오해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김요성은 파일철을 꺼내 하나씩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하나를 꺼내더니 메모지에 뭔가를 적었다.

“직접 가서 듣게.”

“이게 뭡니까?”

김요성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메모지를 내밀었다.

“왕푸짐 푸드, 거기 사장 연락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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