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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73화 (73/156)

73화

“이런 미친!”

성일태의 진심이었다.

상대는 딱 봐도 술 냄새가 풀풀 나는 데다, 동공까지 반쯤 풀린 상태였다. 게다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지 휘청대기까지 했다.

그런 놈이 뜬금없이 튀어나와 10억을 내놓으라니?

제정신이 아닌 걸 넘어, 어이없음이 당연했다.

성일태는 고개를 휙 돌렸다.

주정뱅이 뒤쪽에 수하들이 보였다.

다들 황당한 표정이었고, 일부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아마 문을 열어주자마자 이 취한 놈이 뛰어든 모양인데…….

“하아…… 답답하네.”

성일태는 순간적으로 혈압이 치밀었다.

일문 길드의 덩치를 불리기 위해 두 개, 아니, 이제 세 번째 클랜을 끌어들인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실력자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 D급에서 조금 나은 정도였다.

그 외 수하들 대부분 E급이라 겨우 행세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즉, 지금 일문 길드는 오히려 이전보다 수준이 한참이나 떨어진 상황이었다.

“하아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딴 놈을 여기 응접실까지 들여보내?”

“야! 십억 내놓으라고!”

“이 새꺄. 니가 누군데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거냐?”

“나? 흐음, 내가 누구더라. 아! 맞다. 차일수가 누구냐?”

“뭐?”

성일태는 황당해하며 정면을 쳐다봤다.

동시에 삼차 길드의 대표인 차일수가 벌떡 일어났다.

한창 중요한 협상 자리인 만큼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야 하니, 직접 처리할 생각으로 말이다.

“나다.”

“그럼 네놈이 10억 내놔.”

“뭐 이런 미친놈이……!! 너 누구야, 이 새끼야?”

차일수는 목을 가볍게 돌려가며 넥타이를 풀었다.

하지만 유현성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피는 못 속인다고, 차태명과 무척 닮았으니까.

무엇보다, 이상도가 아주 친절하고 세세하게 보고까지 해주었다.

삼차 클랜의 상황과 오늘 있을 협상까지.

“차태명이 니 새끼지?”

“뭐?”

“내가 술 마시는데 그 병신 같은 새끼가 술병으로 뒤통수를 까더라고. 잠시 기절했는데 내 지갑을 털어갔네?”

“씨발, 좀 잠잠히 있으라고 했더니.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고.”

“지갑은 돌려받았는데 현금도 없고 카드도 사라지고, 물어내라 하니까 돈 없으니 당당하게 지 애비한테 가서 받으라더라고.”

“아우…….”

차일수는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후우, 벌써 몇 번째인지.

아들 녀석은 자신의 힘으로 처리가 안 되면 상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직접 배상하겠다고, 미리 말해놓을 테니 삼차 클랜 사무실을 찾아가면 다 처리해 줄 거라고.

이후 상대가 뭣도 모르고 찾아오면?

당연히 자신이 개입한다.

힘으로 찍어 눌러 찍소리도 못하게 해버리는 거다.

원래라면 안 되는 일이지만, 거들 수밖에 없었다.

아들 역시 클랜의 일에 상당히 협조(?)적이었으니까.

“이야, 아들 사랑 지극한 차일수 씨. 들어 보니, 끄윽, 꺼어억……!”

면전에서 대량의 술 냄새와 꾸리한 냄새를 맡아버렸다.

순간 차일수의 속에서 확 올라오는데, 상대가 먼저 맥을 끊었다.

“아, 미안미안, 오징어를 좀 많이 씹었더니…… 됐고. 삼차 클랜이라길래 동네 아저씨들끼리 모여서 술 모임 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말이야?”

“쓰읍…… 그래서.”

“정말 대단하던데? 아들 팔아 사고 치게 만들고 그걸로 협박해서 삥 뜯어내고. 그걸 아주 삼형제와 조카들, 거기에 클랜 전체가 돌아가면서 일을 벌이는데, 수법이 아주 대단해요?”

“헙……?”

차일수는 움찔했다.

클랜의 일이 밝혀져서 놀란 게 아니었다.

분명 술기운 때문인지 상대의 눈빛은 반쯤 풀어진 상태였다.

한데 그 속에서 뭔가가 번뜩였다.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 성일태가 나섰다.

“그만하지?”

“왜?”

“뒤를 봐라.”

유현성이 고개를 돌리자 십수 명의 사내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

특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근육질 사내가 바로 뒤에 있었다.

수틀리면 작정하고 목을 꺾어 버리겠다는 듯이.

“오, 덩치 크네. 그래서?”

“여긴 일문 길드다. 얌전히 무릎 꿇어! 그리고 10억 같은 개소리는…….”

퍽!!

슈우웅-

쿠와아앙!!!

“……뭐라고?”

“아…… 아니…….”

상대가 그냥 가볍게 휘두른 주먹에 길드 서열 3위가 사라졌다.

단지 응접실 가벽이 뚫린 것만 보일 뿐.

“너, 너…… 뭐 한 거…….”

“왜 니들은 되는데 난 10억 달라고 하면 안 돼?”

“그…….”

순간, 성일태의 눈앞에서 유현성이 사라졌다.

휘익!!

그 직후 뭔가가 날아갔다.

바로 일문 길드의 서열 5위, 이상기였다.

그것도 벽에 처박힌 뒤에야 겨우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콰아아아아-!!!

그게 시작이었다.

쿠아앙!! 쾅!!!

“10억 내놓으라고!!”

쿠콰콰콰쾅!!

우지직.

“씨이버어억……!!”

“으아악!!”

퍼퍼퍼펑!!

쿵, 쾅쾅!! 쾅!!

“그만!!! 그만해!!!”

“…….”

성일태가 버럭 소리를 치는 순간, 거짓말처럼 침묵이 찾아왔다.

후우우웅…….

창문에서 시작된 바람이 사무실을 휩쓸고 천장으로 사라졌다.

‘처, 천장?’

흐름을 따라 성일태가 고개를 들어 보니 지붕이 뚫려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여긴 성일태 소유의 3층 건물.

1층은 상가만 네 개요. 2층은 사무실만 여덟 개로, 그만한 면적의 3층 전체를 칸막이만 치고 길드 사무실로 쓰고 있었는데…….

이젠 온 사방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벽기둥을 제외하고 애초부터 벽이라곤 없었던 것처럼.

뿐만 아니었다.

책상이며 소파며, 무수한 서랍장도 원래의 형체가 아니었다.

모조리 찌그러지고 압축된 상태로 외벽으로 밀려나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사이로 보이는 건 쓰러진 채 일어나지도 못하는 길드원들이었고.

“헉!”

성일태는 휙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아끼던 장식장까지 박살 나 있었다.

수백 병의 고급 양주를 비롯해 수십 년 된 담금주까지 모조리 쓰레기가 된 것이다.

“크흑, 저, 저걸…… 어떻게 모은 건데……!!”

그때였다.

“씨이이입억!!!”

욕 같은 목소리가 왼쪽 귀에서 들렸다.

성일태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그 방향으로 주먹을 날렸다.

부우우웅-!!

빠악!!!

허공을 가르는가 싶더니, 곧 빠악 하는 소리가 울렸다.

“컥!”

그리고 정통으로 얼굴을 처맞은 상대가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바로 차일수가.

“뭐 하냐, 병신아.”

“너, 너 이 새끼……!!”

“이제 돈 줄 생각이 들었냐? 고작 10억인데?”

“크흑…… 좋아. 줄 테니까. 주면 조용히 물러날 테냐?”

“아니, 필요 없어.”

순간 성일태는 깨달았다.

상대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 * *

“으음? 뭐가 이렇게 시끄럽냐?”

분명 시간은 새벽을 향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쿵쾅쾅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 시간에 어디서 공사하나?”

“너 취했냐?”

“아니, 뭐가 쿵쿵 하잖아.”

일행이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특별한 건 느끼지 못했다.

유흥가의 흥청거림과 노래방 입구에서 울리는 소리뿐.

“내가 착각했나?”

“됐고. 2차 어디로 갈까? 할매집? 이모네? 고모네?”

“외갓집으로 가자.”

그렇게 술 취한 사람들은 피도 안 섞인 가족을 찾으러 사라졌다.

밤중에 벌어진 한 건물에서의 소란도 그렇게 묻혀 버렸다.

* * *

“흐으읍.”

성일태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놀림받고 나서야 겨우 정신이 돌아왔고, 현실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너, 너 이 새끼…… 대체 어디서 보낸 놈이냐?”

“누가 뭘 보내?”

“오가 길드냐? 아니면 개용 길드?”

“그건 모르겠고, 나는 저 삼차 클랜에 돈 받으러 온 거거든. 하여간 기분 더러워서.”

“그래서 애꿎은 남의 사무실을 박살 냈다?”

“뭐, 너도 떳떳한 건 아니잖아?”

으드드득.

성일태는 이를 갈며 상대를 정면으로 주시했다.

분명 오다 가다 본 듯한 흔한 인상에, 딱히 특출해 보이지도 않았다.

조금 체격이 탄탄한 정도?

심지어 기세조차 평범했으니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아냐. 방심해선 안 되지.’

실력자가 적은 일문 길드.

그럼에도 갈매기 길드에서 일문 길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유는, 바로 자신 때문이었다.

지금은 C+급이지만 조만간 B급에 이를 인재.

갈매기 길드의 평가관이 평가한 그 잠재력 때문에 ‘어장 관리’ 비슷하게 당하고 있는 상황.

아마 자신이 길드를 포기하고 단신으로 들어간다면 받아주겠지.

그만큼 실력만은 자신이 있었다.

“너, 살아 나갈 생각은 버려라.”

성일태는 자신의 능력을 끌어냈다.

갈매기 길드도 탐내는 스킬을!

동시에.

퍽!!

“큭, 크헉!!”

“선빵!”

퍼퍼퍼퍽!

“으윽, 칵!!!”

“필승!”

성일태의 머리가 샌드백처럼 흔들렸다.

보는 사람이 지릴 정도로 사방에서 주먹이 몰아치는데, 아주 그냥 전신 마사지 같다고나 할까.

그러다 빡! 하는 소리가 들리고, 성일태가 풀썩 쓰려졌다.

아마 살짝 정신이 나간 모양이었다.

“이 녀석도 참 멍청하네. 수작질 하려면 숨어서 하든가. 대놓고 하는 건 죽여달라는 거 아닌가.”

유현성이 먼저 선빵을 친 게 그래서였다.

생존 습관이기도 했고.

“그래도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을 겁니다아.”

유현성은 고개를 돌려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난장판, 아니…… 폐허라고 해야 할까?

마치 리모델링 전 철거 공사를 진행한 것처럼, 온 사방에 박살 난 잔해밖에 없었다.

그 사이 곳곳에 기절한 사람들이 박혀 있었고.

“확실히 엉망이군. 쳇, 이거 정말 상도 말대로 히어로 놀이가 돼버렸네.”

이상도의 보고는 무척 친절했다.

지금까지 삼차 클랜이 저지른 범죄는 명확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경찰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야 당연하겠지.

상대는 각성자고, 피해자는 평범한 인간이니까.

무엇보다 악질적인 건 이놈들이 명분을 만들어낸다는 거였다.

차태명 같은 애들을 동원해 시비를 걸고 그 싸움에 부모가 개입하게 됐다, 정도로 말이다.

거기에 피해자의 가족들까지 물고 늘어지면, 결국 피해 보상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도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

아주 단순하다. 그냥 계좌를 털어 본 거다.

원래라면 불법이지만, 특무 부대에는 합당한 명분과 권한이 있었다.

빌런으로 의심되는 조직이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는 명분 말이다.

그렇게 자금 흐름만 파악하면 정보부에서 알아서 분석해서 값을 뽑아낸다.

이놈들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 정부에서 개입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당연히 이런 잔챙이들은 확인 즉시 개입 불가가 떨어진다.

“범죄 코드만 알면 뭐 하는 놈들인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지. 그리고…….”

삼차 클랜의 자금 절반 가까이가 여기로 흘러들어 왔다.

당연히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해, 여기 오기 전 일단 차태명을 붙잡아 몇 가지를 물었다.

‘새끼, 얼마나 쫄았는지 술술 다 불더라.’

그걸로 파악은 끝이었다.

유현성의 시선이 다시 성일태를 향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놈은 방금 정신을 차렸고 지금 죽은 척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까이 다가오길 바라는 모양인데, 바라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어이. 정신 차린 거 아니까 일어…….”

푸화학-!!!

순간, 엎어졌던 성일태가 갑자기 손을 휘둘렀다.

먼지가 피어나며 일순 공간을 뿌옇게 만들었다.

촤라라라락-!!

“음? 이건…….”

그러더니 그 사이로 무언가가 솟아났다.

뭔가 튀어나온다 싶어 손을 대자마자 휘어지더니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그건 반대편에서도 마찬가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개의 밧줄에 온몸이 휘감긴 상황.

하지만, 뭐.

“뼈 채찍인가? 뭔가 좀 다른데. 흐음…… 이거 기분 더러운 건 확실한데.”

“큭. 기분만 더러울까? 이제 곧 지옥을 보게 될 텐데……!!”

성일태는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몸을 일으켰다.

멀쩡한 양팔 아래 좌우로 갈비뼈 네 개가 옷을 뚫고 튀어나와 있었다.

그게 문어 다리처럼 유현성의 온몸을 휘감은 것이다.

“힘으로는 풀리진 않는다. 이건 아주 특별한 스킬이니까!”

“스킬이라…… 꼴보기 싫은 스킬이네. 어…… 어라?”

“오! 생각보다 빠르게 느끼는 모양이군. 맞다. 이건 상대의 마나와 움직임에 반응해 진동이 가해지지.”

그 말대로인가 싶어 왼쪽 어깨를 움직여 봤다.

진짜 빨판 같은 게 쭈욱 하고 빨아당기는데, 마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 혼자 삽질하는 기분이었다.

이상하다 싶어서 다른 부위를 움직여 보니,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든 전부 빨아들이더라.

“헐, 이거 전혀 힘을 못 쓰겠네.”

“당연하지. 이것만 유니크에 가까운 B랭크 스킬이니까.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니다!!”

“흐읍……?”

빨판은 진짜 빨판이었다.

조금씩 마력을 빨아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전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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