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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77화 (77/156)

77화

“인간아.”

“으억!!”

현지의 드롭킥이 기습적으로 날아왔다.

사실 피할 수 있었지만 후환이 두려워서 맞아줬다.

근데 파워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거 분노가 진심이네.

“대체 뭐 한다꼬 이제 올라와서 메뉴를 새로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아니, 그게 사정이 좀 있어서…….”

“사정이고 나발이고, 더 맞아!”

이번에는 이단 옆차기네.

그렇게 생각하고 맞아주는데, 삼단 킥이었다.

텁!

마지막 발차기를 막아준 건 엘리스였다.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요.”

“으, 여왕님. 그래도 저 인간은…… 아니, 우리 오빠죠.”

“저랑 살면 제 오빠도 된답니다.”

“물론 저는 허락하긴 했는데, 지금은 좀 맞아야 되지 않을까요? 몇 달을 그렇게 고생했는데.”

“……인정.”

엘리스 너까지 이러기야?

그 직후 현지는 진심으로 죽일 듯 주방 칼까지 들었다.

물론 칼날이 아닌 등으로 마구 후려 때리더라.

“내 전에 그랬제?”

“어? 어?”

“대충 할라면 직인다고!”

“아, 그게!! 아야야, 야!”

“진짜 확 불 질러삔다!”

“여긴 불 지르면 큰일나, 동생아.”

산림 공원 수준의 동네라 진짜 난리 난다.

물론 현지가 그 정도도 모르고 불 지를 애는 아니지만, 한다면 하는 성격이라 또 몰랐다.

결국 난 무릎을 꿇었다.

“내가 잘못했다.”

“알면……!”

“월급 인상.”

“용돈도.”

“콜.”

“그래도 맞을 건 맞아야지.”

“야야야야야!!”

현지의 분노는 3개월치 이상이었다.

하긴, 거의 여름 내내 여기 박혀 있었는데 그걸 뒤엎겠다고 했으니…… 흥분할 만도 하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그 정도만 해.”

“그래도!”

“이번엔 내 차례거든.”

“오.”

손강희가 소매를 걷으니까 현지도 물러났다.

그렇게 등짝을 대여섯 번 맞고 나서야 두 여자가 손을 멈췄다.

물론 엘리스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거 진짜 체면이 말이 아니네.

그래도 뭐, 가족이니까 그렇게 쪽팔리진 않았…….

“오빠는 굳이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엘리스가 갑자기 축복을 걸어줬다.

그러자 몸이 뜨거워지면서 아픔이 전부 사라졌다.

생각해 보니 여긴 세계수 아래였다. 여기서 엘리스는 거의 무적에 가깝지…….

“고, 고맙다.”

“헤헤, 내 남편은 내가 챙겨야지.”

그러면서 얼굴을 붉히는데, 하필 그걸 라이노스 장로가 봤다.

“축하드립니다. 저희 일족은 진심으로 위대하신 존재를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미 신혼방도 준비되어 있으니 걱정 마시길…….”

“제발 거기까지만 해주세요.”

“그럼 신혼방까지만…….”

아, 이런 분위기는 진짜 곤란했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어르신을 협박(?)할 수도 없고.

결국 긴 한숨으로 답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아니, 뭐가…….”

미엘, 리엘, 로엘부터 거의 백여 명에 가까운 엘프들이 저 산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현지의 광폭함에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라니.

그럼 내가 두들겨 맞는 걸 다 봤다는 이야기 아닌가.

순간 확 얼굴이 달아올랐다.

“에, 엘리스…….”

“걱정 마요. 다들 결혼식 하객인걸요.”

“으으으……!!”

하아, 진짜 이런 개그 같은 상황은 이제 그만 겪었으면 좋겠다.

* * *

“그동안 만들었던 거 보여줄 수 있어?”

“당연하죠.”

손강희는 어느 정도 내 주문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일단 처음 나온 건 유명한 핑거 푸드였다.

비스킷 위에 두 종류의 치즈를 바르고 방울토마토 절반과 시럽이 약간 올라간 것.

우물우물.

확실히 약간의 신맛 덕분에 고소하고 단맛이 확 올라왔다. 풍미 또한 강해서 와인하고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

분명 이탈리아 대표 요리 중에 비슷한 게 있는데. 그걸 응용해서 한입 먹거리로 만든 거겠지.

“어? 토마토 밑에 허브가 있었네?”

아주 소량이지만 피자에 올라간 그거와 비슷했다.

“레몬 즙에 살짝 적신 바질이에요.”

“확실히 맛이 확 사네. 근데 손이 많이 가지 않나?”

“밑 준비는 좀 걸리는데, 나갈 때는 어렵지 않아요. 애초에 치즈 살짝 녹일 때 토치 쓰는 거 말고는 거의 조리가 없잖아요.”

손강희는 그렇게 말한 뒤 시범을 보였다.

비스킷을 깔고, 치즈 올린 다음 살짝 토치로 그을려 향을 올렸다.

거기에 바질, 방울토마토에 시럽 살짝이 끝.

확실히 한입 요리에 맞고, 나오는 것도 빨랐다.

“역시 문제는 포장이 어렵다는 건데.”

“매장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포장이라고 해봐야 여기서 저기까지 거리라…….”

“이걸 저기까지 들고 갈 수 있겠어?”

잠시 망설이던 손강희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흔들려도 모양이 다 망가지는 걸 깨달은 것이다.

“확실히 어렵네요.”

“다른 것도 있나?”

“일단 샌드위치 세 종류 정도에 김밥 두 종류, 핑거푸드 두 종류 정도요.”

손강희가 하나하나 만들어 주는 걸 차분히 맛봤다.

다 기본 이상은 됐는데, 아쉽게도 평범한 메뉴에 가까웠다.

“미안, 미리 사 와서 먹는 사람들 생각하면 우린 특색이 좀 더 강해야 해. 즉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는 거야.”

사실 반 동업이라고 했지만 실제 상대해야 할 대상은 본성 푸드가였다. 말 그대로 고급 김밥천국 느낌에 수준과 퀄리티가 진짜 높았던 것이다.

아마도 주력 상품은 김밥이 되겠지.

때문에 다른 방향의 메뉴를 준비해야 했다.

일단 뻥튀기 크레페와 핫도그, 해물 짬뽕 만두는 아예 장르가 달랐으니 논외로 치자.

“뭔가 한식 느낌인데 좀 색다른 걸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다른 손님들이 밑에서 포장해 오지 않을 것 같은 메뉴?”

“그래. 일단 하나씩 이야기해 보자고, 가장 대표적인 패스트푸드는?”

“햄버거?”

“한식 종류로는 역시 김밥?”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했지만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처음 행복 분식을 차릴 때가 불쑥 떠오르더라.

“가만, 밥버거는 어때?”

“그거 유행 지난 지가 언젠데.”

“그러니까 더 좋지. 가게가 거의 없잖아.”

이제는 번화가나 학교 앞 일부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찾기도 힘드니 사 오는 사람도 거의 없겠지.

이걸 제대로 응용해서 만들면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 같았다.

포장해서 이동하기도 편하고 먹기도 쉽게 한 손 푸드로 만든다면?

순간 머리가 번뜩였다.

“그래, 업그레이드 밥버거를 만들자.”

* * *

“분명 이전에도 생각해 본 적은 있었어.”

장어묵덮밥을 만들 때, 거기 틀에 밥을 넣고 한 번 구워봤다. 화력 문제인지 훅 타 버려서 누룽지 수준을 넘어버렸지만.

“틀을 만들고 철판을 쓰자.”

“그건 무슨 개념?”

“이것저것 짬뽕?”

어차피 필요한 건 라이노스 장로한테 말하면 바로 구해줄 거다.

이곳에도 무기 만드는 대장간이 있으니 간단한 건 어렵지 않겠지.

더욱 다행인 건, 현지와 손강희가 엘프들한테 제법 인기가 있다는 거였다.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많은 메뉴들을 무상으로 엘프들한테 나눠 주며 꽤나 호감을 산 것이다.

“제일 좋아하는 건 파절임에 가까운 샐러드더라고.”

“뭐? 엘프들이?”

이 무슨 엘프들이 삼겹살에 신김치 구워 먹는 소린가.

근데 황당하게도 진짜였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거지?”

“들 보니 전에 무인도에서 살 때는 거의 생선만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아…… 반은 자급자족에 가까웠다고 듣긴 했어.”

“지금은 해산물 잡을 데가 없잖아요.”

손강희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높은 산 속에서 낚시하는 건 정신에 문제가 있는 미친놈뿐일 테니까.

“그러고 보니 조온달도 치킨 삼겹살에 환장했지. 이슬도 겁나게 마셨고.”

이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고 있는 엘프가 아니다. 단지 그게 가장 위화감이 없는 호칭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러달라고 할 뿐.

“엘리스도 치킨에는 못 이겼고.”

“그래서 잘 어울릴 수 있는 거죠. 우린 가끔 치킨도 튀겨서 선물하거든요.”

“앵? 여기서 치킨도 튀겨?”

“우리도 먹고 싶으니까 장로님한테 종종 재료 부탁하거든요. 그럼 막 생닭 삼사십 마리씩 사오는데 어쩌겠어요. 한 번에 다 튀겨야지.”

“하, 그랬구만.”

몇 달 사이, 엘리오스 마을은 큰 변화를 맞이한 모양이었다. 특히 현지나 손강희는 같이 생활했으니 더욱 잘 알겠지.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충 감이 오더라.

여기 엘프들은 완전 한국인이 다 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따로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겠네.’

이어 손강희가 툭 말하더라.

“특히 좋아하는 건, 설탕 뿌린 누룽지더라고요.”

* * *

조금 황당하긴 했다.

바싹 구운 누룽지보다 살짝 쫀득쫀득한 식감을 아주 좋아한단다.

‘그렇다면 그걸로 밥버거를 만든다면 어떨까.’

그렇게 며칠 고민하는 사이, 라이노스 장로가 거의 모든 준비를 해줬다.

“좋아. 이제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자.”

먼저 기본 밑간을 살짝 한 밥을 철판 위 틀에 얇게 폈다.

화력은 중불보다 살짝 높게.

그런 다음 미리 볶은 돼지 불고기를 올리고, 적당할 때 말아버렸다.

대충 맥버거 스낵랩과 비슷했는데 쫄깃함은 훨씬 더했다. 거기에 불고기까지 가득 넣으니까 풍미나 맛이 제대로 살더라.

“일단 반으로 자르자.”

크기가 작아서, 딱 자르자마자 거의 한입 사이즈가 되었다.

예전의 밥버거와는 다르게 가볍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느낌이랄까.

“강희야, 어때?”

“이거라면 여자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겠네.”

“현지, 너는?”

“양이 조금 적다는 느낌이 들기는 해.”

“그럼 한 팩 포장에 네 개 정도 들어가면?”

“같은 맛으로?”

유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좀 더 다양하게 만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기본은 훈제 삼겹살, 간장 불고기, 매콤한 두루치기, 매운 불닭 정도로 생각하고 있거든.”

“쌈이나 야채는 안 들어가나?”

“그것도 염두에 두고는 있어.”

미리 재료를 볶아놓고 쌈을 듬뿍 싼 다음, 밥을 말기 직전에 넣으면 될 것 같았다.

어차피 바깥은 쫄깃하지만 안쪽은 촉촉했으니 조금 시간이 지나도 큰 문제는 없겠지.

현지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걸 밥버거라 해야 하나, 누룽지 버거라고 해야 하나.”

“그래, 누룽지 버거. 그걸로 가자!”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지니 이것저것 해볼 만했다.

현지가 재료 손질에, 손강희가 밥을 굽는 걸 맡고, 유현성이 고기에 불맛을 입혔다.

며칠 동안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대충이나마 맛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제 보다 깔끔하게 밸런스만 잡으면 되겠네.”

아직은 조금 잡스러운 맛이 있다고나 할까?

뭔가 식감에 껄끄러움 같은 게 있었고, 속이 편하지 않았다.

그만큼 부대끼는 게 있다는 건데.

“양념에 문제가 있나?”

“그거보다 맛술을 좀 많이 넣어보면 어때요?”

“좀 질척대지 않을까?”

“고기 볶을 때 화력을 더 올리면 될 것 같은데요?”

“확실히 좀 더 얇게 썰고 잡채 같은 느낌으로 푸짐하게 넣으면 되긴 하겠네.”

확실히 세 사람이서 대화하며 방향을 잡아가자 진도가 빠르게 나갔다.

여기에 엘프들의 호응도 더해졌다.

“확실히 맛있네요.”

“이건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입니다!”

“여기에 쌈을 더해서 좀 더 푸짐하게 만들면 배부를 것 같은데요?”

“전 치즈 같은 메뉴도 있으면 좋겠다고 봅니다.”

“비빔밥 맛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의견이 모이니 일이 점점 커져가더라.

그렇게 일주일.

메뉴는 거의 열 가지나 되었고, 드디어 누룽지 밥버거가 완성되었다.

그때, 또 한 종족이 엘리오스를 방문했다.

“아니…… 백곰족이 왜 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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