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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93화 (93/156)

93화

“이게 무슨…….”

도복 사내는 지금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에야 ‘뭔가 이상한데?’ 정도였지만 지금은 불가해의 영역이라고 해야 할까.

그저 슬쩍 손을 올리기만 한 것뿐이었다.

더군다나 특별한 마력도 어떤 스킬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쓰러진 이들의 반응이 너무도 격렬했다.

‘마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그런 표정…….’

도복 사내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코 그럴 리가 없었다.

뭔가를 할 만한 시간도 없었고, 고작 손을 댔다가 뗀 건 수초에 불과했으니까.

“부, 부길드장님.”

길드원의 부름에 도복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다들 전의를 상실한 듯 당장에라도 몸을 물리려는 기색이었다.

“상대를 앞에 두고 뭐 하는 거냐?! 적은 고작 한 명이야!”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앞을…….”

도복 사내가 휙 고개를 돌렸다.

정면에 있는 건 하나의 하얀 번개 덩어리(?)였다.

흐릿한 검은 형상, 그걸 중심으로 수십 개의 스파크가 튀더니 골목을 전체를 막아선 것이다.

“컥!”

상대는 어떤 스킬도 마력도 뿌리지 않았다.

하지만 보이는 이 광경만으로도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도복 사내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쥐어짜며 소리쳤다.

“모, 모두 전투. 준비!”

그에 호응하듯 상대에게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상쾌하다.”

“……?”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어 도복 사내는 몇 번이나 눈을 깜빡거렸다.

불행하게도 틀리지 않더라.

“정말이지 오랜만이네. 이런 기분.”

* * *

“확실히 참으면 병이 된다니까.”

유현성은 힐끗 뒤를 확인했다.

이건 언제나처럼 하는 평소의 습관이었다. 동시에 전투 개시의 신호이기도 했지.

천천히 팔이 들리고 손가락이 정면으로 향했다.

팅!

쿠우웅!

도복 사내의 몸이 건물 벽에 부딪혔다.

쩌저적!!

도복 사내를 중심으로 파문이 번지듯 건물 벽에 실금이 생겼다.

“컥, 쿨럭……!!”

“엄살은…….”

말이 끝나기도 전, 영웅문 길드원들이 자세를 취했다.

시선을 보아하니 도복 사내를 구하려는 것 같았다.

“너희들은 기다려. 아직 차례가 아니니까.”

유현성의 나지막한 목소리.

영웅문 길드는 다들 굳어버렸다.

크게 힘을 실은 것도 아닌데 뭔가에 홀린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니, 도망가야 하는 걸 뒤늦게 깨달았으면서도 그럴 용기조차 생기지 않았다.

‘몸을 돌리면 죽을 거야……!’

그런 의식에 전신을 지배했으니까.

유현성은 그들을 지켜봤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길드원 사이에 흐르는 마력의 흔들림을 살폈다고 보면 된다.

“아! 의리가 아니었구나. 저 친구를 버려두면…… 너네 길드장인가 한테 크게 혼난다는 거겠지?”

서너 명이 슬며시 시선을 피했고, 나머지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있었다.

“참 다행이다. 그래도 착한 애들을 건드리는 건 영 감정이 좋지 못하거든. 나쁜 짓을 한 건 너희들인데 말이야.”

흠칫.

“아니, 아니다. 이래선 안 되지?”

순간적으로 감정이 들끓었다.

비슷한 처지였던 박정철이 고작 저런 녀석들 때문에 그렇게 마음고생을 했다 하니 울컥 화가 나더라.

동시에 짜증도 났다.

내가 이런 꼴을 보려고 게이트에서 그 개고생을 했나 싶기도 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지금 똥오줌도 못 가리고 반쯤 기절한 저 세 녀석 때문이었다.

레어 속에 담그면 의식이 흐트러진다.

그 틈으로 암시를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건, 그 속을 일부나마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영웅문은 개뿔.”

크흠, 잠시지만 감정이 격해졌다.

동시에 영웅문 길드원들은 전부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이번에 몸으로 느낀 건 너무도 선명한 살기였으니까.

“후우…….”

다시 한숨으로 겨우 감정을 억눌렀다.

저 건물주가 틱틱 겁주듯이 이야기한 건, 정말 저들이 벌이는 짓의 일부였다. 주차장이나 보호료를 받는 일은 단지 위장이라는 거다.

진짜 실수익이 되는 일은 ‘불법 사채’.

다른 말로 고리대금업자라고 하지.

수법은 단순하다.

수익이 잘 안 나는 가게에 접근해 대출을 알선한다. 우리가 너희들을 보호하는데 장사가 안되면 곤란하다는 식으로 나름 친근(?)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이자는 2금융권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

그렇게 한 번 두 번 빌리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러다 돈 빌리는 데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거부해 버리지.’

핑계는 적당히 둘러대면 된다.

우리 길드도 어렵다든가, 회수 안 된 대출이 많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당근을 던지지.

예약이 많아서 후순위로는 올려줄 수 있는데 언제가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조금 비싼 이자를 지불한다면 바로 대출이 가능하다.

딱 여기까지만 하면 작업은 끝이었다. 지금부터 고리대금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여간 나쁜 새끼들이 잔머리는 좋아.”

원래라면 그냥 건물주 조카라는 놈 적당히 쥐어 패고 정보나 얻을 계획이었다.

동시에 갈매기 길드에 약간의 경고를 보내려고 했었다.

그걸로 끝났어야 정상인데…….

“쓸데없이 일이 점점 커지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혹시나 해서 약간의 도움을 부탁했다. 그러다 뜻밖에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제일 먼저 저 셋을 불러내 의식을 레어로 보냈던 것도 그래서였다.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어이, 거기 도복. 딱 보니까 넌 길드장이 아니네?”

부길드장이라 말하는 걸 들었지만, 확인 과정은 필수였다.

“아, 아닙니다.”

“그럼 누가 길드장인데?”

“이 자리에 안 계십니다.”

“불러와.”

유현성과 시선이 마주쳤지만 도복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뭔가가 그의 앞을 스쳤다.

퍽!!

길드원 한 명의 턱이 위로 올라갔다. 그 관성에 따라 검붉은 핏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빠바박!!

다른 한 명의 고개가 좌우로 수차례 흔들리면서 입에서 하얀 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당연하게도 틀니 정도로는 해결 안 될 수준.

“다시 뭐라고?”

“저, 저는…….”

퍽, 빡!!

우직끈.

순식간에 남은 길드원 일곱이 반쯤 혼절하듯 쓰러졌다. 얼마나 모질게 팼는지 신음조차 흘리지 못하고 있더라.

도복 사내는 애써 눈을 감았다.

하지만 강제로 뜨게 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자! 여기까진 몸풀기.”

“예에?”

이미 길드원 대부분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괜찮아. 스스로 대소변 봉투 정도는 달 수 있게 해줄 테니까. 팔 하나씩은 남겨줄게. 당연히 허리 아래는 필요 없겠지?”

눈을 마주쳤는데, 정말 진심 같았다.

거기서 이어진 말은 더욱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그 정도면 양호하지. 내 동료 수백, 수천 명은 마수 밥이 되는 바람에 손가락 하나 남기지 못했다. 너희 같은 새끼들이…… 이렇게 X같이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그렇게 싸운 게 아니야.”

빠드드득.

분명 몇 미터나 떨어져 있었지만, 이를 가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가 더해졌다.

“귀찮은데, 그냥 다 죽일까?”

* * *

“어때? 괜찮지?”

갈색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씨익 웃었다.

맞은편의 청년은 오히려 짜증을 냈다.

“아이, 무슨 노티 나게 대낮부터 소꼬리찜이야?”

“이 새끼. 이게 보기에는 이래도 얼마나 좋은데.”

“야, 곰탕 국물 왔다, 계란 풀어.”

“아~ 냄새나.”

“마! 먹어봐. 이거 맛 들이면 어지간한 찜은 성에도 안 차요.”

“됐고. 용건이나 말해.”

“아줌마, 여기 소주 한 병. 잔은 글라스로.”

능청스레 말 돌리는 수염 사내의 행동에 청년은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반대로 수염 사내는 군침이 도는지 앞접시에 소꼬리 한 덩어리를 옮긴 뒤, 한쪽에 새우젓을 가져갔다.

“이렇게 식기 전까지는 살점을 발라내서 새우젓하고 먹으면 되고. 적당하다 싶으면 손으로 잡고서…….”

쭈우압, 쭈우압. 훕훕.

호흡 몇 번 왔다 갔다 했을 뿐인데 정말 꼬리뼈만 남았다. 틈 사이를 솔로 문질러서 씻어낸 것처럼 깨끗했던 것이다.

“자, 한 잔 받아라. 원래 일 이야기는 술도 좀 들어가고 해야 부드럽게 나오는 법이거든.”

“미친 알콜 중독자 새끼야. 내가 당신처럼 한가한 사람인 줄 알…… 컵.”

“됐고, 쳐 물어. 여기 너만 있냐?”

“칵, 퉵. 우브브…….”

청년은 강제로 물린 꼬리찜을 내뱉고 벌떡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수염 사내가 더 빨랐다. 어느 순간 손으로 청년의 어깨를 잡더니 그대로 내리누른 것이다.

결국 청년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 씨…….”

“씩씩거리지 말고, 줄 때 처먹어. 평생 못 먹는 아가리가 되기 전에. 그리고 어린 티 내는 것도 아니고 밥투정은 성인 되기 전에 끝냈어야지.”

“나도 오늘 약속……!”

“통보는 내가 먼저 했다. 일 이야기는 네 밑에 오면 하자고.”

수염 사내는 그렇게 말한 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사장님, 시끄러워서 죄송합니다. 사죄의 의미로 지금 손님들 거 제가 다 계산하겠습니다.”

“거참, 안 그래도 되는데.”

“단골 가게 불편하게 안 오려고 그러는 겁니다. 이해하시죠?”

“삼십 년 왔으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아이고, 여기 손님들은 사십 년, 오십 년 단골도 계시다면서요? 제가 한참 어린데 예의는 지켜야죠.”

결국 수염 사내는 막무가내로 계산을 마친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또 한 명의 사내가 곰탕집 문을 열고 청년을 향해 다가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죄송합니다. 정리할 게 조금 많아서 시간이 걸렸습니다.”

“X발. 내 덕에 먹고 사는 주제에 어디서 말대꾸야.”

청년의 말에 수염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김길우,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너보다 훨씬 어른이다.”

“그놈의 나이, 나이. 이 바닥은 실력이 최고라고.”

“풉, 그 정도로 어디 가서 자랑하고 다니지 마라. 진짜 잘못 걸리면 호되게 맞는다.”

“나, 부길드장이 인정했어. 내 또래에 나만 한 실력자는 없다고 했단 말이야.”

수염 사내는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십 대 중반으로 한정한다고 해도 내가 아는 사람만 열두 명이 넘는다.”

“거짓말하지 마.”

“우물 안 개구리가 뭘 알겠냐. 고작 부산 바닥일 뿐인데. 됐고, 청수야. 일단 식사부터 하고 보고해라.”

뒤늦게 온 사내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먼저 보고부터 하고 편하게 하겠습니다.”

“쯔, 너 좋을 대로.”

수염 사내의 허락에 고청수는 김길우에게 서류 파일을 건넸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구닥다리 종이를 쓰다니. 내가 올라가면 이 방식은 전부 없애버…….”

“데이터는 해킹이 가능하다. 상부의 지시에 불응할 거면 따로 나가서 하도록.”

수염 사내의 말에 김길우는 움찔했다.

저런 표정으로 이렇게까지 말을 했다면, 더 이상 선을 넘지 말라는 의미였다.

결국 김길우는 서류 파일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2분기 수익…… 24억? 이거 1분기 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아?”

“여름 성수기는 여행 시즌이라 도심 쪽, 특히 제 관할 수익은 크지 않습니다. 해마다 그래왔…….”

“능력이 부족하다고는 안 하고?”

“죄송합니다.”

고청수는 더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대화는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해야 하니까.

“얼마 전 새로 온 경찰서장이 저희를 주시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장기 고객의 경우 유지가 되지만 신규 고객은 조금 가려 받고 있습니다.”

“왜?”

“정보 노출을 최대한 꺼려야 하는 게 저희 쪽 일이라.”

“병신아. 길드 이름을 팔라고. 치안 공백을 대신하기 위해 우리가 합법적으로 보호세를 걷는다. 싫으면 니들 경찰이 와서 해보라고 해.”

김길우의 말에 수염 사내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게 어느 정도는 맞기는 한데, 그것도 일이 년 전까지였다. 게이트가 안정화되어 가면 갈수록 헌터 길드들도 처세를 잘해야 하니, 저런 생각은 위험했다.

그때였다.

우우웅, 우우웅.

고창수가 테이블에 놓은 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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