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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99화 (99/156)

99화

얘가 지옥 길을 가려 하네?

오늘 하루, 옆에서 지켜본 바로 족발 삶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꼬박꼬박 메모는 했지만 나도 겉핥기로 배운 터라 가르쳐 줄 수준도 못 된다.

“족발을 사서, 따로 양념을 추가해서 쓰면 안 될까? 직접 하는 건 일이 너무 많아질 것 같은데?”

“이렇게 깊숙이 양념이 배이게 하려면 제대로 배워야 할 것 같아서요.”

“음, 그 말도 일리는 있어.”

사실 손강희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뭔가 해준 것보다 받은 게 훨씬 많다고 느껴서였다.

또, 잠깐씩 내려오는 걸 제외하고 거의 몇 달을 여기서 살다시피 한 데다 기껏 만든 메뉴를 엎어버리기도 했으니 내심 찔리더라.

“이건 친구 비법이라 허락받아야 해.”

“조금씩 맛을 잡아가는 건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그냥 대략적인 부분만 알려주면 돼요.”

“흐음, 그 정도는 괜찮겠다 싶기도 한데, 내 자의적인 판단이라 맞다고 할 수는 없거든. 천천히 물어볼 테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자.”

“그래도…….”

“족발 전골 자체가 생소하니까 먼저 알아보고 삶는 거 배워도 안 늦어.”

손강희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 테니까.”

“저도 좀 더 알아볼게요.”

“근데, 목살 김치찌개가 잘 안 나가나?”

“아무리 장사 잘된다는 가게라도 메뉴 하나만으로 10여 년 가까이 버티는 건 좀 그렇죠. 솔직히 변화가 좀 필요하기도 하고요.”

“인근에는 너네 가게만큼 맛있게 하는 데가 없는데? 그거 이상하네.”

“그게 아니라요.”

손강희는 주저주저하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빠 엄마가 조금씩 힘에 부치는 것 같아서요. 매일 새벽부터 나와서 움직이는데 아무래도 단가가 좀 있는 메뉴를 했으면 하거든요.”

“아! 그래서…….”

“김치찌개 양을 좀 줄이면 오후에 휴게시간을 더 늘릴 수 있잖아요. 또 저녁에 안주 팔면 지금보다는 체력적으로 부담도 덜할 거고요.”

“아무래도 그렇기는 하겠지.”

식당의 점심시간은 무척 바쁘다.

특히 목살 김치찌개의 경우 조리가 간편하다고는 하지만 거의 1인 1상에 가까웠다.

손님이 백 명이 오면 거의 백인분을 차린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전골의 경우 미리 담아서 손님 테이블에 나가면 알아서 끓여 먹는다. 그러니 육수나 밑반찬, 술만 챙겨주면 크게 손이 가는 건 많지 않았다.

물론 진상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바쁘게 뛰어다닐 일은 없겠지.

“저녁에는 밑준비만 다 해놓고 직원 쓸 거예요. 아빠 엄마는 돌아가면서 나오면 되니까요.”

“아! 그런 방법도 있구나.”

“그리고 2호점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저도 돌아가려고요.”

“뭐? 그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그럼 올해까지만 한다는 건데, 고작 반년도 남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야기했잖아요. 좀 더 배우고 경험해 보고 싶다고. 오빠 덕분에 실력도 많이 늘었고, 무엇보다 보는 눈이 좀 달라진 것 같거든요.”

“그,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니 그게 맞는 거겠지.

“일단 본성 푸드가 점장님한테도 이것저것 배웠고요. 이제 저, 웍도 돌릴 줄 알아요.”

그 말인 즉슨 강종곤 짬뽕집에서 중화요리도 해봤다는 건데?

“크레페랑 핫도그는 대충 개념만…… 헤헤.”

“진짜 열심히 했구나. 누구 동생은 연애한다고 정신이 나갔는데, 너 정말 기특하다.”

슬쩍 고개를 돌렸는데, 조달수가 큼지막한 뼈다귀를 현지한테 건넸다.

어이없는 건, 현지가 그걸 맛있게 뜯어댔다는 거였다.

아무리 내숭이 없다지만 저건 좀 아닌 것 같다 싶은데 오히려 조달수도 환하게 웃어대더라.

‘에휴~ 지들이 좋다면 좋은 거겠지.’

저절로 한숨이 나오는데, 더 긴 한숨이 들렸다.

바로 박정철이었다.

애초에 처음 삶은 족발로 근처 사장들에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그걸 엘프들이 조져 버렸다. 분명 맛만 본다고 하더니 한 입이 두 입이 되고, 두 입이 스무 입이 돼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라이노스 장로는 소매에 뼈다귀 하나를 감추다 걸리기도 했고.

그때 나타난 구세주가 강종곤 형님이었다.

뭔가 고전틱하게 신문지로 싼 커다란 덩어리를 내미는 게 아닌가.

“저 이거…….”

“뭡니까?”

“짬뽕 국밥용 삼겹살입니다. 손질 다 된 거니까 다시 삶으면 오래 안 걸릴 것 같습니다만.”

박정철은 망설이는데, 이번에는 변고웅 점장님이 나타났다.

“이거 받아!”

“이건 또 뭡니까?”

“남는 달걀 한판 삶아 왔는데, 커흠~ 족발 육수에 졸이면 별미라고 하더라고.”

결국 박정철은 다시 가게로 돌아가야 했다. 삼겹살을 삶고, 계란 장조림을 만들러 들어간 것이다.

아! 그것도 금방 박살이 나더라.

삼겹살 20인분과 계란 장조림 한판이 저 걸신들린 엘프들 배 속으로 사라지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했으니까.

그 직후 크리티컬이 터졌다.

“이거 어제 수확한 알감자인데…….”

“손질된 생닭도 졸이면 찜닭이 된다고…….”

“이건 아껴뒀던 칠면조…….”

엘프들이 이런 식으로 삶거나 졸여서 먹을 수 있는 걸 줄줄이 가져온 것이다.

하지만 박정철은 신참이었으니 결국 한 시간을 주방에서 끙끙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변고웅 점장과 강종곤 형님이 육수 한 번 맛보겠다며 안으로 들어가 거들어줬다는 거였다.

어쨌든 축제 아닌 축제가 벌어지면서 박정철은 개고생을 하게 된 거지.

근데 어쩌나?

저쪽에서 한 무리의 엘프들이 다가오고 있는데, 다들 커다란 박스 같은 걸 짊어지고 있었다.

즉, 고생길은 끝나지 않았다는 거지.

* * *

“점장님.”

“이쪽은 걱정 안 해도 돼.”

“강종곤 형님은요?”

“국밥 두 솥 끓여놨다.”

“정철아!”

“엘프들만 안 오면 충분해!”

“국숫집 이모.”

“다른 거 안 만들 거라니까요.”

“버거 샌드 형님은요?”

“50인분까지는 혼자서도 문제없다.”

식사 파트 점검은 다 끝났고, 크레페랑 핫도그가 남았다.

두 가게는 오늘 단일 메뉴로만 승부를 보겠다더라.

폭식 자매들은 제철 과일인 귤과 사과, 바나나가 들어간 초코 조리퐁 크레페를, 핫도그 사장님은 업그레이드 된 어묵 핫도그를 준비했다. 문어, 야채, 베이컨, 땡초가 섞인 어묵을 작은 큐브 형태로 잘라놨는데, 그걸 묻혀서 튀기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몇 번의 시도 끝에 반죽의 농도를 잡아냈고 속까지 완벽하게 익힐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희야.”

“밑준비 다 끝났어요. 오는 대로 누룽지만 구우면 돼요.”

행복 분식 2호점 역시 오늘은 단일 메뉴였다.

매콤한 제육볶음과 짭짤한 간장 소불고기가 반반씩 들어가는 고기고기 누룽지 버거.

장어묵 덮밥 소스를 응용해서 만든 어묵 스테이크와 오미자 요거트 소스를 넣은 계란말이를 반반씩 넣은 고급진 누룽지 버거.

이렇게 버거 두 개를 반씩 잘라 네 종류를 포장 용기에 담아내는 ‘특별한 세트’를 준비한 것이다.

오늘 초대 손님은 무려 삼백 명.

이건 김요성 대표와 이예지의 아이디어였다. 여기에 김병철과 이철구가 합세했고 관련 지인들을 데려오기로 한 것이다.

일단 각 식당의 가족들이 있었다.

강 여사와 현아, 여기에 임혜리와 임수원, 정호석에 이호영, 거기에 얄미운 조온달까지 행복 분식 식구들이 참석했으며 특별히 덕순 할머니와 이성남, 혜진 이모, 그리고 정태수까지 불렀다.

변고웅 점장님의 가족들도 함께였으며 직원들 지인들도 오기로 했단다.

그 외 앞으로 엘리오스 마을과 적극 협력할 만한 이들로만 추렸다.

‘치수 식품’ 금일봉 사장님과 금치수, 덤으로 부록처럼 따라온 임민혁.

‘생신 어묵’ 대표 김은희 누님에 강종곤의 친형인 ‘형님네 냉동’의 강성곤 형님.

각종 야채와 농산물을 납품할 ‘창용상회’ 정갑용 사장님.

앞으로 이쪽 공사를 전담하게 된, ‘콕 인테리어’ 의 곽준열 삼촌도 있었고, 또 신출귀몰한 솜씨로 온갖 잡다한 물건을 구해주는 고물상, 어사 박문수 아저씨까지.

아주 인사만 하는 데도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오송해 선생님도 특별 초대였고, 강한덕 선생은 예비 신랑 자격으로 참석했다. 박순신 교장 선생님과 보좌로 고지원이 함께했고, 헌터청 대표로 고요환과 고우환 형제도 오기로 했다.

손강희는 어머니 이임옥 여사만 참석한단다.

그 외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올라왔는데, 김요성 대표와 이예지의 관계자 같더라.

가장 어이가 없는 건 우현필 아저씨가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군출신 네트워크로 황무기 실장을 통해 연락을 받았단다.

당연히 여기에, 직접 사과시키겠다고 김길우를 달고 왔더라.

진심으로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상황이었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오늘 초대 못 한 분들은 나중에라도 따로 대접해야지.

어쨌든 정신없이 점검하고 확인하는데, 마지막으로 불을 지르는 놈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원래 나중에 등장하는 거라며 가장 원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충성! 상사 이상도. 조장님을 뵙기 위해 개처럼 달려왔습니다.”

“너, 죽여 버린다! 아니, 지금 죽일 거야!”

“왜 그러십니까? 제가 조장님 가장 심복 아닙니까?”

“삐쩍 말라 비리비리한 새끼가 볼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걸 보니까 진심으로 묻어 버리고 싶어졌어.”

“하, 하하하. 들킨 겁니까?”

“그래!”

하지만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들겨 패지는 못하겠더라.

물론 나중에는 철저하게 손봐줄 생각이었다.

행복 분식으로 끌고 가서 불라면 5단계를 강제로 입안에 쑤셔 넣어줘야지. 그러고도 살아난다면 신검 오로라를 빌려서 얼음 동상으로 만들어 버려야겠다.

바퀴벌레 특성이지만 그 정도면 충분히 죽일 수 있겠지?

내가 왜 이렇게 분노하느냐!

개고생의 원흉이 바로 저 녀석이었다. 원래 특수 임무를 받고 멀리 간 걸로 되어 있었는데, 엘리스에게 내 행적을 불어 버린 것이다.

아니라고 잡아떼지만 그럴 놈도 저 새끼 밖에는 없었고, 엘리스도 은근슬쩍 인정하더라. 물론 예지몽 때문이라도 언젠가는 들키겠지만 그 시기를 훌쩍 앞당긴 것이다.

“너 오늘 하루 내 눈에 띄지 마라!”

“이 좁은 마을에서 갈 곳이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저 위쪽 호수 바닥에 처박아 버리면 내 눈에 안 보일 거야. 스스로 할래? 숨 안 쉬어도 되게 내가 먼저 목줄 끊어줄까?”

“제, 제가 조장님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편의를 봐드리는데…… 스스로 잠수하겠습니다.”

이상도가 경례 자세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데,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안 돼요. 오빠! 호수 더러워져요.”

“컥!”

이상도는 진심으로 충격받은 듯, 나라 잃은 표정으로 엘리스를 쳐다봤다.

“형수님, 제가 성심성의껏 모셨는데 어찌 그런…….”

“그 입 다물어. 그리고 엘리스, 이 녀석 좀 어디 처넣을 데 없나?”

“세계수 지하 쪽에 강제 노역소가 있기는 해요.”

“오늘 행사 끝낼 때까지 집어넣어줄 수 있어?”

“보는 눈이 많아서 곤란해요. 어쨌든 오늘은 좋은 축제날이잖아요.”

확실히 엘리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저놈을 강제로 끌고 가는 건 무리겠지.

하아~ 저놈 면상에 주먹을 꽂아 버리고 싶었다. 마치 이 상황을 예측한 듯, 유들유들 웃고 있었던 것이다.

너 이 새끼.

반드시 지옥 맛을 보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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