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15화 (115/156)

115화

“와, 매출이 다르네.”

“그러네요. 형님.”

강종곤이 크게 놀라자, 박정철이 맞장구쳤다.

다들 예상하는 것과 너무도 다른 결과가 나와서였다.

한참 엘리스와 의논해 본 결과, 분기마다 매출액으로 순위를 뽑기로 했다.

경쟁을 유도해 좀 더 장사에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1위는 월세 20%를 깎아주고, 2위는 10%, 3위는 5%였다.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 말이다.

매출 2위가 박정철의 족발집 3위가 강종곤 짬뽕이었다. 가장 잘 될 거라 생각한 본성 푸드가가 4위를 찍은 것이다.

그다음 버거 샌드, 마지막이 국수집이었다.

1위는 바로 행복 분식!

이게 말이 되느냐, 하는데 되긴 됐다.

일단 버거 샌드와 국수집은 제껴 놓자.

다른 식당들은 엘프들의 도움을 얻어 가게를 확장해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거지?”

박정철이 조심스레 묻는데, 아무래도 다들 있을 때 설명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일단 키오스크랑 스마트 시스템 분석 결과로 봤을 때, 족발집이 객단가가 높아.”

“그야, 기본 소자가 3만 원부터 시작하니까.”

소가 2~3인분, 중이 3~4인분, 대가 4~5인분이라 표기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하면 참 애매하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왔을 때나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는 소자를 권한다. 기본 막국수가 나오는데 그걸로도 부족하다면 2천 원짜리 식사로 유도하는 것이다.

식사로 공기밥과 뼈해장국 국물을 내주니 절대 양이 부족하지 않더라.

여기에 술까지 겉들이면 두 사람이서 4~5만 원은 쓰는 셈이었다.

“거기다 포장 소문도 제대로 난 모양이더라고. 시간대를 보면 공원 산책하고 내려가면서 주문을 많이 한 것 같고.”

“그야 우리 족발은 식어도 깔끔하게 먹을 수 있게 삶았으니까.”

“그것도 있지만, 이현식 선생님 덕도 있지.”

“아! 맞다.”

진짜 현란한 칼솜씨가 압권이었다.

가게 전면의 유리 부스에서 슥삭 슥삭 족발을 써는데, 그걸 보다 보면 최면에 걸린 것처럼 주문하게 된단다.

더해서 박정철이 밑반찬까지 푸짐하게 더해주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이번에는 강종곤이 물었다.

“현성아, 그럼 우리 식당은?”

“예측한 대로죠. 슬쩍 봐도 가족 손님들이 제일 많이 가잖아요.”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 만만한 게 짜장면이었다.

거의 호불호가 없을 정도로 인식이 좋았고, 여기에 탕수육과 깐풍육이 더해지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고 하니까.

반대로 어른들은 개운하고 얼큰한 짬뽕 국밥에 넘어간 모양이었다.

“참 신기하더라고. 성인 둘 중에 한 명은 무조건 국밥이야. 오히려 짬뽕보다 더 잘나간다니까.”

“당연하죠. 여기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니까요. 물론 비슷한 게 있기는 하지만, 형님처럼 해물을 무지막지하게 때려 넣진 않거든요.”

이게 강종곤의 경쟁력이었다.

전문적으로 냉동 해물을 다루는 형이 최상의 상품을 그것도 어머니가 세척 손질해서 보낸다. 게다가 거의 원가로 받으니 가격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치트키를 아낌없이 팍팍 쓰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아쉬운 게 그거예요. 이게 이상하게 포장 판매로 이어지지 않더라고요.”

“그야 식으면 해물 비린내가 약간은 올라와서.”

“그래서 제가 고민 좀 해봤거든요.”

“오오! 뭔데?”

“밀키트요. 육수와 해물 건더기를 익는 시간별로 따로 진공 포장해서 파는 거죠. 집에 가져가서 냄비에 넣고 순서대로 끓이기만 해도 될 정도로요.”

이건 해물을 포장 판매하는 전문점들이 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설명서를 인쇄해서 조리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흐음. 확실히 이전 방식은 조금 안일하긴 했지. 좋아. 네 말대로 조금 더 세세하게 나눠서 해봐야겠어.”

하여간 족발집과 짬뽕집은 그렇게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순수익에서는 조금 차이가 있을 거다. 두 가게는 원가율이 상당한 편이었으니까.

아마 실제로는 4위를 기록한 본성 푸드가가 더 남을지도 몰랐다.

“야, 식당부 장관. 우리 가게가 왜 4위인지도 설명해 줘야지.”

변고웅 점장은 뭔가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답은 간단했다.

“판매랑 포장 비율은 6 대 1 정도고요. 일단 술 손님도 없죠. 객단가도 낮은 편이고, 무엇보다 손님들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그래요.”

“흐음, 일리가 있군.”

“이건 좀 조심스럽긴 한데, 필요에 의해서 메뉴를 줄인 게 오히려 역효과 난 것 같아요. 기존의 본성 푸드가의 축소 버전이라고 할까.”

“그럼 이전처럼 짜볶이나 김밥 같은 것도 전부 메뉴로 올려도 괜찮으려나?”

“일단 라면하고 김밥, 돌솥 철판볶음밥 계열을 더 늘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돈까스와 짜볶이 정도는 겹치는 가게가 없으니 괜찮겠죠.

어차피 손님들이 다양하게 주문해 오래 자리를 지킨다면, 더 많이 시키게 만들면 된다. 게다가 본성 푸드가는 전부 기본 이상은 한다는 인식이 있기에 조합에 맞게 골고루 나가겠지.

“단, 조건이 있어요. 주방에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한다는 거.”

“크허허. 우리 새 주방장 두 명 알잖아. 다들 경력 10년 차 이상의 베테랑이라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쉬어도 커버가 가능하다고!”

“그런 자신감은 좋죠. 문제는 서빙이나 주방 보조들도 그게 가능하느냐는 거죠.”

“후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다른 지점 숙련 알바들이 여기 오고 싶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고. 아예 어떤 미친놈은 우리 대표한테 순환 근무는 어떠냐고 제안까지 했다더라.”

“예? 왜요?”

수익도 적고, 아직 교통도 불편한 곳을?

살짝 그렇게 생각하는데 변고웅이 목소리를 확 낮췄다.

“여자 엘프들이 예쁘다고 소문이 확 퍼졌거든. 특히 엘리스 여왕님이 하루에 몇 차례 산책한다고 하니까 아주 난리야, 난리.”

“헐, 그럼 직원 모집하겠다고 하면 지원자는 상당하겠군요.”

“매니저급 애들도 그만두고 알바로 온다고 하더라고.”

“와. 미쳤구나.”

본성 푸드가 매니저급이면 점장, 주방장 바로 아래였다. 홀 전체를 체크하고 직원, 알바들까지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월급조차 중소기업 과장급인데, 그걸 그만두고 알바로 오겠다고?

“하여간 그 부분은 알아서 하시고요. 메뉴 늘리기 전에 연락 주시고 직원 뽑을 때도 신경 써주세요.”

“그야 당연하지. 어쨌든 OK로 알고 있으마.”

변고웅은 4위 한 것보다 메뉴를 늘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아주 희희낙락하더라.

그때 박정철이 신기한 듯 물었다.

“근데, 어째서 행복 분식이 1위 한 거냐?”

“그 전에, 국수집하고 버거 샌드부터 짚고 갈게.”

“아! 사실 그것도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니까 두 가게는 본점이 따로 있잖아. 게다가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어느 순간부터 본점에 추가하더라고.”

“어? 그럼 안 되는 거 아닌가?”

“딱히 거기까지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놔둔 거야. 그 정도는 눈 감고 있어야 여기 들어올 메리트가 생기는 거니까.”

무엇보다 직감이 그랬다.

흐르는 대로 놔두라고.

어쨌든 교통이 좋은 서면 중심가에 본점이 있으니 손님들이 분산된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을 이유가 적어진 것이다.

거기에 국수집은 인터넷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고, 버거 샌드는 재료 소진되면 바로 문을 닫기에 매출이 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 가게가 1위를 한 건 다른 게 아니야. 계속 만드는 대로 팔리니까, 진짜 계속 만들기만 했거든.”

일단 홀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손강희의 블로그+인스타 홍보가 더해졌고, 마지막으로 입소문이 흥했다.

먼저 모듬을 스폐셜로 이름을 바꿨다.

네 가지 맛, 한 세트가 겨우 4,000원이니 주문하기 부담이 없었다.

대충 계산해서 뽑아 보니 1분에 거의 한 개 반씩 나가더라.

사실 거기에는 비밀이 있었다.

영업 시간은 11시부터 7시까지.

하지만 거의 9시 반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7시 넘어서까지 만든다.

엘리스의 조언 덕에 따로 홍보를 했기 때문이었다. 즉, 줄서서 먹기 애매한 엘프들을 상대로 영업시간 전후로 예약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산해 보니 하루 실판매는 550개 전후, 어떨 때는 600인분을 준비했는데도 재료가 떨어질 정도였다.

결국 총매출액 육천만 원으로 1위!

다른 가게들이 일 매출 이백만 원 전후임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거지.

주 1일 쉬기에 실제 영업일은 26일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왜, 핫도그하고 크레페는 빠진 거야?”

“거긴 디저트 개념이잖아. 근데 매출액만 치면 만만치 않을걸?”

두 가게는 식당가에서 쫓겨(?)났다.

엘리스가 시식한 다음, 아예 엘프들이 운영하는 카페와 붙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즉, 테이크 아웃에 카페 주문이 더해지게 된 것.

그 결과 매출액은 급상승!

듣기로 식당가에 있을 때보다 최소 20% 정도 수익이 늘어났다고 했다.

그때, 국수집 여사장이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올 게 왔구나. 딱 그런 느낌이 들더라.

“잠깐 이야기 좀 해요.”

* * *

으음,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어쩌다 보니 국수집 안에서 이야기하게 됐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노려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

몬스터들의 살기에 비하면 가렵지도 않은 수준이었으니까.

“왜 우리가 꼴찌란 거죠?”

“당연히 전산 등록 기준이니까요.”

“우리 가게도 제법…….”

“현금 계산을 유도했잖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집계에 안 잡히죠.”

“그, 그건…….”

여사장이 살짝 당황해하는데, 솔직히 짜증이 나더라.

사실 눈치껏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 해 먹어서 일부러 모른 척했다.

그냥 이런 날이 올 걸 예상해서였지만.

“사장님. 제 나름대로 매출 분석도 해보고 개선점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내부 회의를 했어요.”

“예?”

“사장님이 하루에 일, 십만 원 전후로 현금 가져가는 거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대상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이라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아직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현금을 선호하더라. 키오스크 다루는 걸 오히려 불편해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주문할 때마다 직원이 움직일 수 없으니 적당히 넘기자고 한 거다.

어쨌든 손님의 편의가 우선이었으니까.

“설마 제가 모른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 그건 아니에요.”

“어찌 됐건,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건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아, 예. 그래도 이건 좀 억울해요.”

“뭐가요?”

“왜 우리 가게는 확장 안 해줘요? 손님들이 자리 기다리다가 다른 가게로 가는 게 한둘이 아니라고요.”

“제가 일전에 다른 가게들 확장할 때 분명히 이야기드렸죠? 규정대로 하는 거 봐서, 그리고 영업 상황을 봐서 해드리겠다고. 기억 안 나세요?”

살짝 노려보듯 인상을 찌푸리자 여사장은 고개를 저으며 시치미를 뗐다.

“몰라요. 그런 거. 어쨌든 우리도 뒤편 공간 있으니까 넓혀주세요. 보니까 하루 이틀이면 끝나더만.”

당연히 식당 자체가 엘프들의 마법으로 만들어졌으니 내부 인테리어만 채우면 된다.

실제로 짬뽕집과 족발집은 뒤편에 창고 공간을 만들면서 기존 자리를 철거하고 테이블만 놓고 끝냈다. 국수집도 하려면 금방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할 것 아니겠는가.

“흥, 왜 그렇게 쳐다봐요?”

“좀 어이가 없어서 그럽니다. 일단 알고 계셔야 하는 게 있어요. 애초에 계약할 때 월 순수익 기준으로 퍼센테이지를 적용해서 월세를 걷기로 했죠?”

“저희가 그랬나요?”

“하아…….”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하지만 엘리스와 이야기한 게 있었다. 어쨌든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주자고 했었던 거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치고, 앞으로 현금 수익도 따로 신고하세요.”

“아니, 왜요? 그거 귀찮고, 또 번거롭…….”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며 말을 이상하게 돌리는데, 울컥 짜증이 올라왔다.

“그럼 가게 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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