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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16화 (116/156)

116화

“흐음.”

생각보다 목소리가 컸나 보다.

다들 거기서 뭔가 불길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날 노려보던 시선이 바뀌면서 눈빛이 흔들리는 게 느껴질 정도.

그런 뒤, 사장 남편과 직원들은 슬며시 눈치를 보다 주방 안쪽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곧 숨 막히는 정적이 찾아왔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솔직히 몇 주간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도와줬다.

덕순 할머니 칼국숫집에서 일한 경력 때문에 바쁠 땐 서빙도 하고, 주방에 들어가 밑반찬도 만들고, 때론 제품으로 나온 실곤약면을 씻기도 했다.

또 양념을 숙성시키기 전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들을 썰고, 다지고, 비비기까지 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일했더니 남편은 은근히 좋아하더라.

가끔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려주기도 하고, 잠시 믹스 커피를 마시며 농담 따먹기까지 할 사이가 된 것이다.

그랬기에 나를 우습게 봤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들 알고는 있었다.

내가 족발집에서 헌터 여섯을 단숨에 떡반죽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물론 모자이크 처리는 했지만, 거의 매일 얼굴 보다시피 했으니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하겠지.

거기에 몇몇 영상이 공개되었으니.

그때 붙잡힌 헌터들의 강제 노역 영상이었다.

이 일로 인해 정말 나라가 한바탕 뒤집혀졌다. 생각보다 커다란 일로 번지는 바람에 온 사방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뭐, 그건 그거고.

항상 엘프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식당가의 사람들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함부로 굴다가는 자신들도 그 꼴(?)을 당하지 않겠느냐는 공포심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버거 샌드 매니저가 있었다.

여자 엘프들에게 호쾌하게 고백해서 즉답으로 차이기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잔뜩 얼어붙더니 오히려 제대로 말도 못 건넸다.

그 의기소침한 모습에 황당하게도 단골인 남자 엘프들이 찾아와 위로까지 해주더라.

덕분에 근손실을 예방할 수 있었다나.

어쨌든 지금 국숫집 직원들의 반응이 딱 그랬다.

다들 조마조마해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고, 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 분위기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여러 가게들을 돌면서 틈틈이 일을 거들어준 거니까.

“아, 제가 말이 좀 과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일단 먼저 고개를 숙였다.

여사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엉겁결에 대답했다.

“아, 예~”

“그럼 다시 계약 내용을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여러 번 조정을 거친 결과, 월세는 순수익의 15%로 정한 거 아시죠?”

“그, 그건 알아요.”

“가능한 직원을 고용할 때, 여기 엘리오스 마을의 엘프들을 우선적으로 뽑는다는 내용도 아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문적인 사람이 필요해요. 처음부터 일일이 가르쳐가면서 할 순 없다고요.”

“홀 서빙 교육은 한 시간도 안 걸립니다.”

“하지만 잘 못하던걸요.”

“그렇게 계속 윽박만 지르는데 누가 처음부터 잘할 수 있을까요?”

고개를 휙 돌려 몰래 숨어보고 있던 사촌 동생을 쳐다봤다.

“히익…….”

순간, 기겁을 하면서 시선을 돌리는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

“일을 가르치려면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해나가야죠. 물론 전 그 이유도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게…… 뭔데요?”

“주로 현금 계산하는 손님들이 오면 엘프 직원을 노골적으로 뭐라 하면서 다른 곳으로 보내더라고요.”

“예?”

여사장의 목소리가 대번에 커졌다.

정말 그렇게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는데, ‘어? 이거 실수했나’ 싶더라.

어쩌면 자기들끼리 박 터지게 싸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참에 뿌리를 뽑아야겠지?

그런 건전(?)한 마음으로 모두 까발리기로 했다.

“아까 일매출에서 십, 이십 정도라고 했는데, 제 예상으로는 더 될 겁니다. 인원수 비율로 봐서는 최대 삼, 사십일 수도 있어요.”

“그, 그럴 리가.”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이까지 악무는 게 이거 조만간 사달이 날 것 같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전까지의 일은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반드시 현금 결제 부분까지 신고하세요.”

“그, 그건…… 번거롭…….”

여사장은 아까 했던 말을 다시금 꺼내려다 멈칫하고 말았다.

그럴 거면 가게 빼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불쑥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럼, 가게 확장은요?”

“지금도 엘프 직원들 못 쓰겠다고 지인들 데려왔는데, 손님 받는 것도 버거워하지 않습니까?”

“가게가 커지고 바빠지면 거기에 맞춰서 고용할 거예요.”

“제가 몇 번이나 이야기드렸습니다만, 영업하는 걸 봐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결론이 아니라 엘프 장로들과 협의를 마친 것이고, 엘리스 여왕님께서 받아들이겠다 하신 부분입니다.”

잠시 말을 끊고 심호흡을 했다.

짜증이 다시 치밀며 목소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져서였다.

“농담이 아니라, 이 도시에서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의 규정은 지켜야 합니다. 더군다나 계약서에 직접 도장까지 찍으셨잖습니까?”

“그게 뭐가 글이 많고 복잡해서…….”

“이상하네요? 분명 하나하나 설명 드렸다고 이예지 대표가 그랬거든요. 적어도 그런 걸 대충 하실 분이 아니신데, 잠시만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보란 듯 화면을 켰다.

“그게…… 이예지 대표, 번호 뒷자리가…….”

“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전화해서 물어보려고요. 저 역시 이 대표와 반동업자라서 확인해 보려는…….”

덥석.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사장이 내 손을 붙잡았다. 물론 간단히 피할 수 있었지만 그냥 붙잡혀 준 거다.

승기를 확실히 잡기 위해서.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게요. 꼭 그렇게 확인하실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 제가 계약서 다시 꼼꼼하게 살펴볼게요.”

“그렇게 하신다면야.”

다시 슬그머니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뒤, 마지막 주의를 줬다.

“제가 열흘 정도 뒤에는 여기 없을 겁니다. 실질적으로 일할 전문 관리인에게 인수인계할 거거든요.”

“그, 그럼요?”

어라? 여사장 얼굴빛이 잠시나마 밝아지네.

진짜 내가 그렇게 싫었던 모양이군.

순간 기분이 확 나빠져서 나도 모르게 억양이 강해졌다.

“제가 완전히 그만두는 거 아닙니다. 한 달에 두어 번은 올라와서 제대로 되어 가는지 확인할 겁니다. 그리고 전문 관리인은 하루 두 번씩 각 가게를 돌 거고요.”

“아, 그렇군요.”

“지적하고 확인할 사항을 모조리 넘길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요.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제가 내려가기 전까지 바뀌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확장은 없습니다. 그 정도가 심하다 싶으면 진짜 가게 빼버릴 겁니다.”

“그건 절대 안 돼요.”

“그럼 제대로 하시던가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직한 심정으로, 더 이야기 나누고 싶지 않았다.

이만큼 참아가며 해줬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건만, 반대로 이용해 먹으려는 심보까지 느껴졌다.

처음에는 분명 그러지 않았는데, 대체 사람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물론 짐작 가는 부분은 있었다.

아마도 욕심 때문이겠지?

* * *

“아, 그게 그렇게 된 거군요.”

폰 너머로 몇 마디가 더 들렸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걸 확답을 받으니 이제 확신해도 좋다 싶더라.

“근데 이예지 대표는 몰랐던 겁니까?”

-아마도 그렇겠지. 애초에 조건이 가성비 좋고 손님 많은 식당이었으니까. 당시에는 평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네.

“으음. 확실히 그걸 우선으로 했다면 기준은 통과했겠군요.”

-나도 가봐서 아는데 당시에는 자네가 이야기한 정도는 아니었거든. 오히려 사장이 제일 친절했어.

이어진 이야기는 나조차 충격받을 정도였다.

실곤약 밀면 이전에는 그냥 밀가루 면을 뽑아서 했다.

하지만 치아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그조차 넘기기 힘들었다더라.

결국 여사장은 가위로 면을 잘게 잘라 숟가락으로 한입씩 떠먹여 줬다고 했다.

거기에 일주일에 한 번 영업시간 이전에는 백 그릇 한정 무료로 국수도 삶았고, 가끔 치매 노인이 오면 손수 입가를 닦아가며 먹여주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랬던 사람이 지금 이러고 있으니, 후우……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쨌든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뭐, 맛난 거라도 먹여주든가.

“제가 조만간 내려가면 신메뉴 나올 겁니다. 그때 반드시 초대하겠습니다.”

-그럼, 기대하겠네. 그리고 뒷소식도 꼭 알려주게나.

“그건 좀…… 나중에 정리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알았네.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역시나 여사장이 변한 건 수익 때문이었다.

분명 첫 달에는 눈치껏 맞춰서 별 말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점점 노골적으로 바뀌더니 넘어선 안 될 선까지 넘어 버렸다.

“이게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일단 행복 분식 2호점을 기준으로 하자.

식자재 원가율은 20~25% 수준이다.

육류의 경우 대량 주문을 통해 가격을 낮출 때도 있었고, 시세에 따라 예상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누룽지의 경우 햇밥 기준으로 하면 1,600원 이상.

하지만 우리는 저렴한 현미를 대량 구입해 가게에서 도정해서 깨끗이 세척한 다음 밥을 한다. 그걸로 누룽지를 만들기에 풍미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밥 한 공기 가격은 100원선, 스폐셜 세트 기준으로는 넉넉하게 200원 수준이었다.

“그래도 일단 최대 25% 잡고.”

월 매출도 우선 6,000만 원을 기준으로 했다.

그럼 식자재 원가는 2,400만 원.

여기에 엘프 7명 월급이 각 250만원이니 1,750만 원이다.

물론 손강희는 점장이니 350만 원을 주기로 했고, 현지도 급을 맞춘다고 매달 300만 원을 지급했다.

다 더해보니 이 역시 2,400만 원이 나오더라.

여기에 기타 전기, 가스, 수도 등등을 아주아주 넉넉하게 300만 원 잡았다.

그렇게 최대한으로 잡았을 때, 순수익은 900만 원.

이걸 기준으로 15%를 잡으면 월세는 135 만원이 되는 셈이었다.

물론 우리는 내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 적은 편일 수도 있었고, 따지면 큰 금액이기도 했다.

하지만 관광지 특성상 음식값이 비싼 만큼 월세도 상당하다.

거기에 엘리오스 마을에서 식당도 지어줬지, 인테리어도 도왔으며 기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지원도 해줬다. 기본 창업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따지면 오히려 상당히 저렴한 월세라고 봐도 되는 것이다.

어쨌든 단순 계산으로 저 금액을 빼면 내가 가져가는 수익은 765만 원이다.

이런 방식으로 본다면 박정철도 월 700만 원, 강종곤 형님도 600만 원 이상은 벌어갈 거다.

물론 이건 아주아주 대략적인, 그것도 비용을 상당히 넉넉하게 잡은 경우였다.

실제로 내 통장에 꽂힌 돈은 지난 두 달 합쳐서 이천사백이 넘었다.

물론 이건 행복 분식을 통해서 받은 것이고.

여기에 식당부 장관으로서 엘리오스 마을 계좌를 통해서도 무려 이천만 원이 넘게 입금되었다.

물론 아직 정산 안 된 부분도 많았으니 추가로 더 들어오겠지.

“이렇게 본다면, 여사장도 두어 달 동안 최소 천만 원 넘게 가져갔다고 보면 되는데…….”

아마도 실제로는 순수하게 천오백 이상은 남겼을 거다.

어쩌면 이천만 원에 가까울지도.

“고작 그 돈 때문에 사람이 바뀐 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때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리며 손강희가 뛰어 들어왔다.

“오빠! 큰일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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