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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는 분식집을 합니다-122화 (122/156)

 


122화






“희한하네?”




고개를 갸웃거리자 오승호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다시 한 숟가락을 더 떴다.


분명 평범해 보였는데 간이 절묘했다. 아마 케첩의 신맛이 볶음밥의 기름 맛을 잡아줘서일 거다.




“근데 이대로 손님에게 내놓기에는 너무 성의가 없어 보여.”


“아! 그냥 집에서 먹는 식으로 했습니다.”




솔직히 비주얼은 중식 스타일이 아니었다.


요즘은 밥을 볶을 때 소스를 넣어 간을 맞추거나 혹은 밥 위에 케첩을 뿌린 뒤 계란을 올린다. 이렇게 넓게 펼쳐서 주기보단 밥알이 안 보이도록 둥글게 말아서 나오는 것이다.


이건 딱, 오래된 분식집에서 할머니가 만들어 주는 느낌에 가깝다고나 할까.


하지만 팬을 다루는 부분이 능숙해서인지 불맛, 눌은 맛이 제대로 났다.




“조금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으음, 잠시 보류.”




실력을 떠나서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녀석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뭔가 미묘하게 걸렸던 것이다.




“승우는 뭘 잘하는데?”


“전 청소를 아주 잘합니다.”




아! 이 녀석도 결벽증이 있었지.


중증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이 맡은 공간 내에서는 뭔가 흐트러지는 걸 잘 못 참았다.


또, 뭔가를 닦고, 조이고, 기름 치고…… 아, 이건 아니고. 하여간 깔끔하게 치우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한 번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대답하길, 이상하게도 청소하고 걸레질하면 잡생각이 사라진다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나?


뭐, 대부분의 헌터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니 특별히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흐음, 청소라. 확실히 필요하긴 하지.”




잠시 팔짱을 끼고 두 녀석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 의수와 의족을 착용했다 해도 여기서 일할 애들이 아니었다.


각성은 늦게 했지만 내가 먼저 제대한 걸 생각하면 거의 3년 가까이 게이트를 들락거렸다.


그 공적치나 게이트에서 모은 돈은 대충 계산해도 각자 3억 이상은 있을 거고, 부상으로 은퇴하는 경우 위로금만 대충 1억은 나올 거다.


마지막으로 연금, 못 해도 매달 2~3백은 받을 텐데?


거의 A급 대우를 받는 헌터였으니까.




“다시 물어보자. 왜 일하게 해달라는 거야?”




오승호는 잠시 주저하더니 오승우를 쳐다봤다.


네가 대답해라, 라는 의미였다.




“이대로는 망가질 것 같아서요.”


“응?”


“제대하고 나서 한동안 실의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몇 달을 술만 퍼마시기도 했고요. 근데 체질이라 그런지 잘 취하지도 않고, 뭘 해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이라도 해보겠다고?”


“아뇨. 반대죠.”


“엥? 그건 또 무슨 개…… 크흠, 소리냐.”




그때 오승호가 나섰다.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겁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즐겁고 재밌는 걸 해보고 싶더군요. 기왕이면 사람들하고 많이 부대낄 수 있는 쪽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예. 그렇게 푸념했더니 술자리에서 황무기 형이 조장 한번 찾아가 보라고 하더라고요. 자신이 아는 군인들 중에서 나름 즐겁게 사는 것 같다고.”


“솔직히 놀라기도 했고, 호기심도 들었습니다. 근데 당시 저희들 몰골이 말이 아니라서…….”




몸을 쩔게 했던 술을 끊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으며 요리의 기초를 공부했단다.


그게 석 달 전.


그사이 둘이서 밥 해 먹으면서 조금씩 음식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는 거다.




하긴,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를 빼면 숨만 쉬어도 삼시 세 끼가 나오는 곳이 군대였으니.




“근데 둘이서 해 먹는 거하고 장사는 또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바닥부터 시작하자 하고 온 거죠.”




살짝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 두 녀석의 성격을 생각하면 한 번 건드려 봐야 할 것 같았다.


특히 헌터들이 그렇다.


게이트 내부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나온 녀석들 상당수가.




세상을 우습게 보더라.




“으음, 그럼 최종 목표는 식당을 차리는 거?”


“아직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준비가 될 때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어느 정도 생각해 놓은 게 있을 거 아냐.”




오승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동생과 다르게 느린 성격이었지만 확실하지 않은 말은 잘 안 한다.




“대학교 앞에 점심 장사만 할 수 있는 식당을 차리고 싶습니다. 여기 주방 앞의 바 형식에 한 번에 20명 이내로만 받을 수 있는 식으로요.”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요.”




갑자기 한숨이 나왔다.


대충 대학가 앞이면 월세가 적지 않았다. 손님이 마구 들어오더라도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다.


아니, 손님이 뜸하면 월세조차 내기 어렵겠지.


그렇다면 객단가가 높은 음식을 해야 하는데, 또 학생 상대라면 그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함께 싸웠던 옛정(?)이 있어 조금은 알려주고 싶었다.




“호석아, 너도 옆에 와서 들어.”


“알겠습니다. 형님.”




정호석이 내 옆에 앉자 오승호와 오승우는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뭘 뜻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바로 가르침이었다.




* * *




“여기 커피 가져왔습니다.”




역시 이호영의 눈빛은 이전과 달리 생기가 깃들었다.


무엇보다 딱 내 취향의 아이스 믹스커피를 네 잔을 들고 오더니 슬쩍 뒤에 서더라.


눈치챘지만 모른 척했다.


녀석에게도 공부가 될 테니까.




“잘 들어. 만약에 말이야. 이런 볶음밥을 낸다고 치면, 얼마나 받을 거야?”




오승호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6,000원 정도 선이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럼 하루에 손님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7~80명 정도 되지 않을까요?”


“좋아. 그냥 쉽게 백 명 잡자? 그럼 하루 매출이 600만 원. 재료비가 아마 130~150만 원 정도가 빠지니까 450만 원으로 보자고.”


“예.”


“좀 무리하더라도 주 6일 영업 잡고 달에 26일 한다 치면, 월 매출이 얼마나 되겠니?”


“그, 그게 제가 계산이…….”


“월에 1,100에서 1,200만 정도가 수익이거든. 이제 마이너스 들어간다? 월세, 대학가면 최소 100만 이상, 알바 한 명은 써야겠지? 그럼 200만 원은 나갈 거야. 대충 300만원 빼자고.”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짜게 잡아서 800만 원으로 보고, 세금, 전기세, 공과금, 기타 잡비까지 치면 얼마나 남겠니?”


“미처 거기까지는…….”


“내 계산은 450만 원이야. 이것도 장사가 그럭저럭 잘된다는 가정하에 그래.”




사실 따질 건 더 많긴 했다.


애매한 영업시간, 식자재를 받는 것부터 밑 준비, 뒷정리까지.




“너희 둘, 하루 8~10시간 정도 해도 한 달에 이백도 못 가져가. 더 나쁜 경우, 각자 50만 원도 못 벌겠지. 이거 감당할 수 있겠어?”


“일단 연금이 있으니 잘될 때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절대 불가!”




강한 어조로 말하자 오승호는 살짝 놀랐다.


내 말이 진심이라는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겁니까?”


“너희들 제대하고 한동안 술만 퍼마셨다면서?”


“아, 부끄럽지만 그랬습니다.”


“다시 그렇게 되고 싶어?”




오승호, 오승우는 찔끔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라.


하긴,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는 참 부끄러울 테니까.




“잘 들어. 사람은 말이다. 장사 시작할 때는 다 잘될 거라 생각해. 그런데 계산하고 틀어지는 순간 불안감을 느끼게 되거든.”


“…….”


“게이트 안에서 변수가 생기면 꼭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놈들 있지?”


“예.”


“결과는 뭐다?”


“제, 제일 먼저 죽는다.”


“그래. 장사도 마찬가지야. 확실히 초반 오픈발은 받을 거야. 그러다 매상이 점점 줄고 손님이 뜸해지면 점점 불안해지거든.”


“아마도 그렇겠죠.”


“한 석 달까지는 그래도 버텨. 성수기 비수기란 게 있으니까. 그러다 반년 정도 지나면 여기서 두 가지로 분류돼. 인정하는 사람과 인정 못 하는 사람.”




잠시 생각하던 오승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아. 대부분 인정 못 하지. 왜? 오픈했을 때는 손님이 많으니까.”


“그, 그렇겠죠.”


“그럼 그 아집 때문에 주저앉거든. 그럼 한동안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려우니까 술에 의지하게 되는 거지. 얼마 전의 너희들처럼.”




갑자기 오승호와 오승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


게이트를 나온 뒤, 내가 실수를 지적하면 나오는 바로 그 행동이었다.


이제 쐐기를 박아야겠지?




“승우. 너도 음식 좀 하니?”


“전 그냥 뉴튜브 같은 거 보고 따라 하는 정도죠. 대신 승호 형 조리 보조로 야채도 예쁘게 다듬고 설거지도 깔끔하게 합니다.”


“그럼 한 번 해보자.”


“예? 제가요?”


“내가 주방 메인을 넌 보조를, 물론 모르는 건 호석이가 도와줄 거고.”


“알겠습니다.”


“자, 시작하자.”




앞치마를 매고 주방에 서자마자 오승우를 쳐다봤다.




“호석이한테 밥 받아서 트레이에 넓게 펴. 양은 8인분. 그걸 냉동실에 넣는다. 실시.”


“실시.”




살짝 당황하던 오승우는 일단 정호석에게 갔다.


내가 눈짓하자 정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씩 해주던 메뉴를 바로 떠올린 것이다.




은색 트레이에 밥이 올라가고, 오승우는 나름 꼼꼼하게 밥을 펼쳤다.


그 직후, 정호석이 주걱을 들었다.




“예?”


“보통 볶음밥은 4인분 이상은 한 번에 볶기 어렵습니다. 우리 가게 중식 웍이 그 정도 사이즈거든요.”




그러면서 주걱으로 밥을 더 넓고 얇게 편 뒤 딱 중간을 그어 버렸다.




“위쪽이 냉동고입니다.”


“감사합니다.”




트레이가 냉동고에 들어가자 바로 불렀다.




“자, 재료 불러준다. 계란 열여섯 개. 베이컨 열 줄. 그리고, 파, 당근, 햄, 양파.”




오승우가 다 외우지 못해 우왕좌왕하는데, 정호석이 하나하나 불러주며 위치를 가르쳐 줬다.


좀 시간이 걸렸지만 주방 옆에 재료가 놓였다.




“먼저 승호 스타일의 볶음밥을 해볼 거야. 일단 기본 손질부터 하자. 파는 5미리 간격으로 썰어.”


“예?”


“양파도 비슷하게 다지는 데 중앙 심은 더 자잘하게 거의 안 보일 만큼. 뭐 해? 움직여.”




이후 승우에게 몇 가지 지시가 더 떨어졌다.


당근은 애초에 김밥용으로 채 쳐진 채 데쳐져 있었으니 그냥 1㎝ 간격으로 썰라고 했다.




문제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칼을 들었다.




“자, 잘 봐. 1㎝를 너무 정확히 맞출 필요는 없어. 대충 한두 개만 신경 써서 자르고 그걸 도마 위쪽에 놓는 거야. 알겠지?”


“아! 이걸 참고로 하면 되겠군요.”


“그래, 근데 딱 정확히 맞출 필요는 없고 대충 비슷한 길이면 돼.”




다다…… 다다다다다-


볶음밥 8인분에 필요한 당근이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다음 양파와 햄, 베이컨이 다져졌다.




“이번에는 계란인데, 한쪽에는 여섯 개, 한쪽에는 여덟 개를 까는데, 여덟 개 중에 두 개는 노른자만 넣는 거야.”


“예?”


“그리고 남은 흰자 두 개는 여섯 개짜리로 넣으면 돼.”




오승우는 대충 감으로 형이 만든 것을 업그레이드 한 버전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거 말고는 어떤 볶음밥이 나올지 도저히 예상이 되지 않았다. 계란 나누는 방식부터가 뭔가 이상했으니까.


어쨌든 계란 여섯 개 + 흰자 두 개가 들어간 믹싱 볼에다 파와 당근, 양파, 베이컨, 햄이 너무 넉넉히 들어갔다.


여기에 소금, 바로 간 후추, 굴소스가 간을 맞추기 위해 더해졌다.




“자, 호석아, 여기에 뭐가 빠진 것 같니?”


“밀가루로 하시겠습니까? 두부로 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볼륨감을 생각하면 두부가 낫겠지?”


“한 모 정도면 되겠군요.”


“OK. 가져와.”




살짝 물에 씻은 두부가 손에서 으깨졌고, 다시 투하.


그랬더니 양이 상당히 풍성해지더라.




그럼에도 유현성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승우야. 네 센스를 한 번 보자.”


“예?”




오승우가 당황해하는데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




“여기에 뭘 넣으면 색깔이 이쁠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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